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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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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91>

이라크 전쟁, 세계 질서의 붕괴와 그 이후의 세계

이번 이라크 전쟁은 이 세상을 전혀 생경한 곳으로 바꿔놓았다. 너무도 낯설어서 실감이 가질 않지만, 눈앞의 일은 분명 현실인 것이다. 이번 일은 필자가 세상에 태어난 이래 들어보는 가장 나쁜 소식일 것 같다.

무엇이 변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음양오행을 통해 그 단서라도 엿보고자 한다.

이번 전쟁이 가장 직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은 이제 미국은 지구촌의 리더 역할을 내팽개쳐 버렸다는 것이다.

이번 전쟁의 강행을 두고 사람들은 미국식 패권주의의 발로라고 비난 또는 비판한다. 하지만 비난이나 비판은 아직 애정이 남아있을 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미국이 지구촌 영도자로서의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떠맡겠다는 의사를 가졌을 때만이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 영도자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번 전쟁 강행을 통해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비난이나 비판의 여지도 없는 것이다. 이번 전쟁은 엄밀히 말하면 미국식 패권주의의 발로가 아니라, 패권의 포기인 것이다. 더 이상 지구촌의 패자(覇者) 역할이 성가시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권좌에서 스스로 내려와 버린 것이다.

패자란 무엇인가? 고전적 의미에 따르면, 여러 제후(諸侯)들을 모은 회맹(會盟)의 맹주(盟主)가 된 자를 패자라고 한다. 이는 현대적 관점에서도 그다지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은 이차대전 후, UN 이라는 회맹을 만들어 사실상의 맹주가 되었다. 또 소련과 대항하기 위해 서쪽바다에서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를, 동쪽 바다에서는 일미 동맹과 한미동맹을 체결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그런데 이번 전쟁으로 NATO 와 UN이 사실상 해체되었다. 그리고 한미동맹은 흔들리고 있다. 나토의 핵심 멤버인 독일과 프랑스가 이탈했고, UN 안보리의 상임 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중에서 3 개국이 반대했으니 나토와 UN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우리들은 머지않아, 뉴욕의 UN 본부에 나부끼는 만국기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왜 미국은 패자의 자리를 내동댕이쳤던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패자의 자리가 이제 와서는 불필요해진 것이다.

패자 또는 맹주란 커다란 권력과 권위를 지니지만 동시에 그에 따른 위엄과 체신도 지켜야 한다. 주어진 권력을 예절과 법도에 맞게 행사해야 하는 것이며, 당연히 덕치(德治)의 기풍을 지녀야 한다. 조직폭력배의 큰 형님도 그 유사한 풍모와 아량이 있어야 하건만 하물며 지구촌의 맹주라면 더할 나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싫다는 것이다.

국제연합은 1945년, 을유(乙酉)년에 창설되었으니 이제 2005년이면 환갑이 된다. 60년 한 갑자를 맞이하는 것이다. 사물은 60년이 지나면 있던 것이 사라지고 없던 것이 생겨난다.

UN은 1945년으로부터 30년이 지난 1975년 을묘(乙卯)년에 절정기를 맞이한 것이고, 1995년 을해(乙亥)년에 51세가 되니 갱년기 증상을 보이다가 乙亥와 충(衝)이 되는 2001년 신사(辛巳)년, 9.11테러를 만나 병이 깊어졌다. 그러던 것이 이번 전쟁 발발로 사망한 것이다.

며칠 전 미국이 이라크 공습을 시작한 3월 19일(미국 일자로는 辛卯일)은 유엔의 기일(忌日)이 되었다. 이제 장례 지낼 일만 남은 것이다. 동시에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한 질서도 아울러 붕괴되었다.

NATO 역시 1949년 기축(己丑)년에 창설되었다. 그런데 올해는 계미(癸未)년이다. 己와 癸가 충이고, 丑과 未가 충이다. 이로서 만물은 극적인 변화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의 나토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30년 전인 1973년 계축(癸丑)년에 있었던 ‘대서양 선언’에 따라 새롭게 틀을 잡은 것이다. 대서양 선언이란 뭔고 하니, 당시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 소련이 무너질 때까지 서구 제후들이 미국으로부터 벗어나지 말라고 군기를 잡아놓은 것이다. 해빙 무드를 타고 제후들의 정신 기강이 해이해졌으니 기합을 넣어놓은 것인데, 이번 전쟁을 통해 그 기합이란 것이 이미 다 빠졌음을 확인한 셈이다.

올해 2003년 계미(癸未)년은 1973년 계축(癸丑)년으로부터 30년 세월이 지난 시점이니 60년의 절반 지점이고 따라서 당시의 맹약은 잉크가 휘발해 버렸다. 이처럼 60년의 절반인 30년이 지나면 변화가 와도 단단히 오는 것이다. 부부도 30년 살고 나면 사실 더 살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저 부부라는 틀이나 유지하면 성공인 것이다.

이번 전쟁이 지나고 나면 나토 회원국들은 머쓱한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만나 신뢰회복이니 뭐며 하며 만찬을 하겠지만, 이미 애정은 간 곳 없고 속으로 위자료 청구나 기타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머리 속이 분주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 미국은 지구촌의 리더가 아니라 초강대국일 뿐이다. 대개의 경우 강자가 리더가 되는 법이지만, 강자가 강자 노릇만 하고 리더를 포기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의도는 이제 유라시아 대륙의 일은 관심 밖이고, 그저 전 세계의 바다만 손아귀에 쥐고 있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일본과 영국은 해양 국가이기 때문에 동맹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 영국의 해군력을 합치면 전 세계 해군력의 80 % 는 될 것이다. 무력은 충분하고도 남으니 여전히 초강대국인데, 강자로서의 역할은 하지 않고 이익 되는 것만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생각은 한국이 원하면 내일이라도 철수하겠다는 말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세계를 지도하고 통치할 때, 주한미군이 필요하지 바다만 지키겠다고 할 때는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전 세계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너나 할 것 없이 성토하고 있지만,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잠시의 유행일 것이다. ‘존경’이라는 말만 들어도 신물나니, no thank you!,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라에게 더 이상 비난할 것도 없는 것이다. 남은 것은 냉정한 이해득실이기에 말이다.

필자는 언젠가 이 칼럼을 통해 세상이 팍스 아메리카나가 아니라 푹누스(Pugnus, 주먹) 아메리카나로 변했음을 알린 바 있다. 압구정동에서 영어 발음을 잘하기 위해 혀를 늘리는 수술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을 때 끝물임을 말했고,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할 때, 전쟁 방향이 잘못 되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필자가 두려워하는 바는 두 가지이다.

유엔이라는 세계적 안전보장기구가 사라지면, 세계 도처에서 유혈 분쟁과 전쟁이 그칠 날이 없지 않겠느냐 하는 두려움이다. 큰 형님(Big brother)이 젊은 여자하고 주색잡기에 빠져서, 직접 자신과 관련되는 일이 아니면 세상 일 나 몰라라 할 것이고, 그러면 중간 어깨들이 으르렁거리는 것이 세상이치이기에 말이다.

또 하나는 한미동맹, 정확히 말하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흔들릴 경우 오는 파장이다.

사실 주한미군이 없다 해도 우리는 능히 김정일의 혹시라도 있을 도박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정책도 그런 자신감을 토대로 긴장 완화와 평화공존, 그리고 장차의 남북 통일을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주한미군이 아니라, 우리가 먹고사는 데에는 미국이란 나라가 여전히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가령 주한미군이 나가고 나면 국내로 들어온 외국 자본의 동향도 문제지만, 이번의 이라크 전쟁 강행이라는 폭거가 선례가 되어, 앞으로 미국은 체면치레 같은 것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힘센 자가 예의를 잃으면 그 것처럼 두려운 일이 없는 법인데, “그래, 좋아. 나 원래 바이킹이었어” 하고 노골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조만간 바이킹들과 거래해야 할 것이고, 바이킹은 여차하면 별별 횡포를 부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 나라이고 무역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인데, 미국이 바다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통행세를 거두겠다고 나서면 뭐라 항변할 것이며, 미국의 재정적자를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와 반도체에 고율의 관세를 매긴들 달리 어찌할 도리가 있겠는가.

극단적으로, 우리가 미국 시장에 물건을 수출할 때는 달러 당 1천원으로 쳐주고, 수입할 때는 달러 당 1천4백원으로 하는 이중 환율을 적용한다 한들 우리가 달리 어찌할 것인가 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은 필자의 기우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란 나라는 무역의 비중이 우리처럼 높지 않은 나라여서 이런 식으로 막나가도 거기서 오는 손실은 우리가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 이제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의 앞날에 대해 조망해보자.

우리와 미국간의 동맹 조약은 1953년 10월 1일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1953년은 계사(癸巳)년이니 그것과 충이 되는 2007년 정해(丁亥)년에 가서 사실상 한미동맹은 흐지부지해 질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1950년 경인(庚寅)년 한국 전쟁 당시에 미군이 들어왔으니 그것과 충이 되는 내년 갑신(甲申)년에 가서 이혼은 아니더라도 별거 상태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내년 양력 6월 경오(庚午)월에 가서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이 철수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제 미국은 석유 지대를 제외한 전 유라시아 대륙에서 철수를 시작하여 바다로 돌아가고 있다. 이번 이라크 전쟁 강행으로 나토를 부수고, 유엔을 사망시켜 버렸으니,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이고, 신 바이킹 시대의 서막이며, 역사의 변곡점이다.

따라서 세계의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체제도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장차 부분적으로나마, 금본위제로의 퇴행이나 석유가 통화 구실을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국제 교역의 축소로 인한 범세계적인 디플레이션과 금융시스템의 위축이 진행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좀 더 가난하게 살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전쟁으로 부시 대통령은 청사에 오명을 남기게 되었으며, 바람난 큰 형님의 잘못을 막후에서 조용히 설득하지 못하고 정면에서 불을 지른 독일 수상 역시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승자가 없는 이번 전쟁의 진정한 패배자는 너무나도 많지만 가장 큰 패배자는 국제 질서이고 평화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정말 하고픈 말이 태산처럼 많지만 줄이기로 한다. 가난하게 사는 거야 그런 대로 견딘다 하더라도, 무질서와 야만의 낯선 세상을 내 아이와 젊은 후배들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메스꺼워서 구토가 나려고 한다!!

그저 젊은 사람들에게 충고할 것이 있다면, 미국을 성토하는 것은 일시의 감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우리가 가난해 졌을 때, 혹여 다시 먹고살기 위해 미국을 찾아가서 머슴살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무릎을 조아린다면 그야말로 피를 토할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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