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이라크 군의 저항으로 바그다드 조기입성을 노리고 있는 미•영군이 주춤거리는 가운데 이번에는 이라크 최정예 부대인 공화국수비대보다 두려운 존재인 모래폭풍을 만나 고심하고 있다.
또한 이라크는 수도 바그다드 방어를 위해 바그다드시 외곽에 둘러 쳐놓은 원유 구덩이에 불을 질러, 바그다드 일대를 암흑천지로 만들어 미-영군 추가폭격시 민간인 대량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라크전 발발후 최초의 강력한 모래폭풍 도래**
뉴욕 타임즈는 23일(현지시간) "이라크 전쟁발발 이후 최초로 강력한 모래폭풍이 24일부터 불어닥칠 것"이라는 기상학자들의 예측을 인용보도했다.
이미 23일부터 서서히 그 위력을 드러내고 있는 모래폭풍은 헬리콥터의 비행, 지상군의 바그다드 진격 등 여러가지 군사작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군 지휘부에서는 현재 고성능 센서를 장착하고 있는 미군의 첨단장비가 모래폭풍을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모래폭풍 효과가 전술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그러나 "사막에서의 모래폭풍의 위력은 미•영 연합군들에겐 큰 도전이 될 것"이라며 "바그다드 주변의 기온은 모래폭풍이 발생함에 따라 24일이면 올해 최고인 약 섭씨 32도까지 오를 수 있고 시간당 50마일의 강풍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기상학자들은 "이라크 남부에 발생한 모래폭풍은 습기를 다량으로 포함하고 있어 주변 사막의 모래들을 거의 두배 가량 위력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헬리콥터를 추락시킬 수 있고 25일로 예정된 쿠웨이트 주둔 군사들의 경우는 제한된 진격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전부터 '모래폭풍 효과'를 인식하고 있던 미군은 모래폭풍이 부는 상황에서도 인체와 뜨거운 엔진을 감지할 수 있는 열추적장치가 있는 무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인공위성시스템인 GPS를 활용한 초정밀 폭탄도 모래폭풍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모래폭풍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군사작전에 꼭 필요한 헬리콥터"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생화학무기를 막기 위한 수십kg의 무거운 보호장비의 착용으로 이미 무더운 더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상군은 모래폭풍으로 인해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의 기상관측 전문사이트 아쿠웨더의 기상학자 켄 리브스는 "이라크의 3월 낮 평균 기온은 약 섭씨 21도이고 4월에는 약 섭씨 24도로 오르며 5월이 되면 약 섭씨 43도가 된다"고 밝히며 "전쟁이 장기화돼 이라크의 기온이 오르면 무거운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지상군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 해양기상본부의 기상학자 트레버 월리스는 "초봄은 걸프만 지역에 모래폭풍이 절정에 오르는 시기이다"라며 "4~5일에 한번 정도는 지중해로부터 발생한 강력한 모래폭풍이 이 지역에서 기승을 부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포와 충격'이라는 엄청난 폭격으로 이라크 전쟁을 조기에 종결하려는 부시와 미•영 연합군에게 베일을 드러낸 모래폭풍과 이라크의 무더운 기후가 어떤 충격을 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그다드 상공에 검은 기름연기 연막**
한편 미-영군 선두부대가 바그다드 1백km 앞까지 진격하자 이라크군은 바그다드 외곽에 빙 둘러 구덩이를 파놓고 모아놓았던 원유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24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라크군은 미-영군의 공중폭격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바그다드시 외곽에 원유를 저장해 두었던 구덩이에 불을 지르기 시작해 바그다드 상공은 시커먼 연기로 가려지기 시작했다.
바그다드에서 취재중인 아시아프레스 소속의 한 일본인 저널리스트는 이라크병사들이 원유 구덩이에 불을 지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해왔다. 왜 불을 지르느냐고 묻자 병사들은 "연막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현재 미-영군이 사용하는 폭탄은 인공위성의 유도를 받는 첨단무기인 까닭에 과연 이번 연막이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는 의문이나, 미-영군이 계속해 바그다드에 폭격을 가할 경우 민간인들의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미-영군은 그러나 이같은 매연에도 불구하고 24일 새벽 바그다드 외곽을 목표로 대대적 폭격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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