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러라고 내 표를 던진 것 아니다. 전쟁...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아주 이기적인 발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려고 표를 던진 것 아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 당신이 가졌던 소신과 양심은 어디로 사라졌나? 다가올 이라크 전에도 'NO'를 외칠 수 있는 대통령을 뽑자고 그렇게 외치고 다녔건만... 정말 너무한다." (아이디 : 원더빠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전 지지와 파병 결정을 비난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이 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엔 "내 돈(대선 후원금) 돌려달라" "파병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지지를 철회하겠다" "다음 총선에서 표로 심판하겠다"는 등 지지자들의 협박성(?)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대선에서 노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가수 신해철씨는 청와대 앞에서 '이라크 파병 반대 일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전평화시위에 참여하는 인원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으며, 지난 23일부턴 국회 앞에서 민주노동당, 여중생범대위 등이 국회에서의 '파병 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노사모 내에서도 반전평화성명서 발표 여부가 논란이 돼, 지난 22일부터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자투표에 들어갔다. 노사모는 24일 오후 성명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파병을 찬성하는 대다수가 보수 세력이며 한나라당 지지자임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에겐 참으로 곤혹스런 상황이다.
***盧 "한미관계 전환기라서 파병 결정"**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파병 반대'요구에 "한미관계 전환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들어 파병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라크전 파병 및 한미관계와 관련, "북핵과 경제 문제 등을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중요한 건 한미 양국의 국민적 감정의 우호"라며 "그래서 파병을 결정했는데 이것이 한미관계의 전환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유엔과 관계없이 전쟁을 치르게 됐기 때문에 앞으로 동북아가 국제질서와 관련해 피동적인 위치가 될지, 적극적인 위치가 될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것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전환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각 부처도 여러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즉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라크전을 계기로 변화할 국제 질서 내에서 동북아, 특히 한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위치에 좀더 다가가기 위해 파병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이라크전이 조기에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란 전제에 기반한 판단이다.
***盧, 당선 직후엔 강도 높은 대미 발언**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이 파병의 불가피성에 대해 쉽게 수긍 못하고 있다. 특히 조영동 처장이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라크 파병으로 한미관계의 전환기를 맞이했다는 게 아니라 지금이 전환기라는 것"이라는 부연 설명은 더욱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노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아시아나 유럽의 지도자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자국의 가치체계를 주입하려 한다고 보지 않는가"라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새로운 질서는 주로 정의지만 그것은 또한 일방주의적 성격을 지닌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자국민 1백만명 이상을 죽게 함으로써 정권을 유지해온 점을 들어 이라크 정권 교체 주장을 강력히 펼쳐 왔는데 북한의 김정일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성립되지 않나"는 질문에 대해 "오늘날 국제질서를 들여다보면 한 국가가 민주주의나 도덕성, 인권의 잣대로 다른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 사례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의 연장선상에선 후세인 제거를 목표로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내정간섭'이라고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28일 학군 사관후보생 임관식에 참석, 한-미 동맹의 변화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의 전략과 한반도 정세 등의 상황이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변화될 수 있다"며 "어떠한 미래의 변화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盧, 북핵ㆍ경제문제로 발목 잡혀**
그러나 노 대통령의 대미 발언에 대한 강도는 3월 들어 급격히 수그러들었다.
우선 그 직접적 계기는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 회견에서 지난 2일 발생한 북한 전투기의 미국 정찰기 근접-위협 사건에 대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있다. 노 대통령은 이 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 시설 감시를 위해 최근 정찰 활동을 부쩍 강화했기 때문에 공중에서의 조우는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정찰 강화 조치와 관련 "상대에 대한 강력한 위협이 협상의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도 " 미국에 도에 지나치지 말 것(not to go too far)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강경 대응 입장과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미국 측은 북한 전투기가 미 정찰기에 접근한 것을 놓고 미국에 항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으로 보고 크게 반발했다고 전해졌다.
이어 무디스의 북핵위기가 지속된다면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통보해왔다. 이미 무디스는 지난달 11일 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 낮췄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을 지난 9일 미국에 보내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을 방문토록했다.
또 청와대는 반 보좌관이 방미 후 "한.미동맹 관계 악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른 시일 내에 투자홍보를 위한 대미 맨투맨 접촉이 시급하다"고 건의함에 따라 4월중 대규모 친선 사절단을 파견키로 했다.
5월 노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이건희 삼성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류진 풍산금속 회장, 수원중앙침례교회 김장환 담임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당회장 등 보수계 인사들에게 사절단 참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참전, 우리 모두의 몫이다"?**
급기야 노 대통령이 지난 13일 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 통화로 이라크전 지지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이를 댓가로 북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받았다.
노 대통령은 21일 이라크전 이틀만에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파병 동의안을 심의, 의결시켰다.
물론 노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을 찬성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디를 '독불장군'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21일 청와대 게시판에 "지금 이 나라의 실정에선 누가 대통령이 돼도 전쟁 반대를 외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한반도 전쟁방지를 위해 어쩔 수없이 타국 전쟁을 묵인하는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광재'라는 네티즌은 22일 "두바이유를 주 에너지원으로 쓰며 지난 정부들 중 정통성에 의심이 가던 이들이 대미 의존도가 높은 경제 및 국방 구조를 만들어 놓은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선택의 폭이 과연 있었을까란 생각이 든다"며 파병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우리 모두에게 공존한다. 정통성이 결여됐던 군사정권이 그들의 안위를 위해 '자주'를 포기했던 과거가 있다. 우린 힘에 굴복하여 투표란 형태로 그들의 정권을 인정했던 뼈아픈 실수가 있다. 그런 이유로부터 참전의 이유가 있고 뼈아픈 우리의 몫으로 돌아온 것이 참전"이라고 덧붙였다. .
이와같이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찬반 양론이 엇갈리는, 아니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지배적인 이라크전 파병 결정으로 노 대통령은 어떤 대가를 얻을 수 있을까?
노 대통령이 기대하듯 이라크전 참전으로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담보된다면 정치지도자 입장에선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20일 시작된 이라크전은 시일이 지날수록 1천여명에 달하는 이라크군과 민간인 피해뿐 아니라 전쟁을 일으킨 미.영 연합군도 1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예측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22일 1천5백여명의 터키 군대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거주 지역에 진입, 또다른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더욱더 국가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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