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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친구 제발 살아있기를”

반전평화팀 허혜경씨, 미대사관 앞 1인시위

"얼마 후면 TV에 내가 죽어있는 모습이 나올 거야."

허혜경씨가 이라크를 떠나기 전날 이라크 친구가 전화통화에서 했던 농담(?)이다. 그러나 허씨는 "제발 살아있어달라"며 전화를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사진1>

한국 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이라크에서 2주간 활동하고 지난 11일 국내 반전평화운동을 위해 귀국했던 허혜경(29. 사회당원)씨가 이라크전을 앞두고 미국대사관에서 반전 1인시위에 돌입했다.

허씨에게는 이라크인 친구가 한 명 있다. 카심(43. 남)이라는 여행가이드인데, 정식비자를 받아 이라크에 입국하기 어려워 관광비자를 받아 입국했기 때문에 2주간 카심의 안내를 받으며 이라크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허씨는 이라크에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라크에 계속 남을지 한국으로 돌아올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한다. 고민하는 허씨에게 카심은 "이 곳은 너무 위험해 죽을 수도 있으니 돌아가라"며 "이라크 내부 상황을 외부인들은 잘 모른다. 혜경씨가 외부 세계에 이라크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허씨가 귀국하도록 독려했다고 한다.

귀국을 결정한 허씨에게 카심은 "아랍속담에 '산봉우리들은 절대 서로 만날 수 없지만,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된다'"며 카심의 안부를 걱정하는 허씨를 달래는 너그러움을 보이기도 했다고 허씨는 덧붙였다.

카심씨는 아들 넷과 딸 하나가 있는 가장이라고 했다. 허씨가 카심씨의 집에 초대 받아 간 날, 허씨는 카심씨가 네 살짜리 막내 아들의 정수리에 정이 가득 담긴 입맞춤을 하는 것을 보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허씨는 "이런 화목한 집에 폭탄이 떨어져 아이 엄마가 아이들을 끌어안고 공포에 떨 것을 생각하면 전쟁은 정말 씻을 수 없는 죄악이다"고 분노했다.

또한 허씨는 "현재 이라크에는 한국 반전평화팀이 3명 남아 고아원 등지에서 활동하며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살아남아 증인이 될 것"이라며 "그들이 부디 무사하길 바란다"고 했다.

허혜경씨는 자신이 이라크를 떠나 귀국한 목적이 한국 내 반전평화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서였는데, 노무현 정부가 파병 결정을 내린 것을 보니, 자신의 노력이 너무나 부족했던 것 같다며 자책을 하기까지 했다.

<사진2>

카심 얘기를 캐물어 가슴 아프게 하는 기자에게 불만을 표시하던 허혜경씨의 눈 속에는, 이라크에서 만난 수많은 어린이들, 자신의 삶에 충실히 살아가는 대부분의 민중들에 대한 걱정과, 일방적으로 전쟁을 강행하는 미국에 대한 분노가 교차해서 흐르고 있었다.

허씨는 바그다드에서 돌아와 지금은 미국 대사관 앞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카심을 위해 죄없는 수많은 이라크인들을 위해 외로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허씨는 올 여름에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지뢰제거 운동', '난민구호운동' 등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허씨가 다시 이라크에 방문했을 때, 카심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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