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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몰린 아카데미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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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몰린 아카데미 시상식

댈드리 감독, "상 주면 이라크전 비난연설하겠다"

오는 23일(현지시간) 거행되는 제7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이라크 전쟁의 영향으로 연기되거나 예정대로 진행한다 해도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아카데미 주최측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국제여론을 의식한 듯 엄숙한 분위기로 시상식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사진>오스카

***이라크 전쟁으로 거품빠지는 아카데미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의 프로듀서인 질 케이츠는 18일 루이빌채널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또 하나의 볼거리였던 시상식장 입장 전의 배우들의 인터뷰를 빼겠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 식장에 도착하는 영화인들은 ‘어라이벌스 아치(Arrivals Arch)’를 통과하기 전까지 언론의 인터뷰나 사진 촬영을 해 아카데미 상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케이츠는 “엄숙하면서도 화려함을 자제하려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방침은 안전문제 때문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며 “주최측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겉치레를 빼고자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화인들이 이라크 전쟁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하는 방송국들도 아카데미측의 이런 조치를 그대로 반영했다. 22년째 계속되온 바바라 월터스가 진행하는 ABC의 아카데미 수상자들에 대한 인터뷰 프로그램도 없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관방송사 ABC는 전쟁이 시작되면 실황중계화면 밑에 이라크 전쟁속보를 자막으로 처리할 것이며 주요 부문의 시상이 아닐 때는 이라크 전쟁 실황을 직접 보여 주게 될 예정이다.

美 프로미식축구 최고의 팀을 가리는 슈퍼 보울과 함께 최고의 '광고효과'를 냈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축소된다면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은 광고주들은 울상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쟁이 발발하면 TV 방송 광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현저히 떨어지며 계속되는 전쟁 속보뉴스가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자체를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카데미의 사장 프랭크 피어슨은 “지금 상황으로서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라며 대답을 미뤄왔지만 전문가들은 "영화인들의 안전문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의 경제효과 축소때문에 결국 시상식을 연기할 것이다"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진> 영화 <디 아워스>

***“아카데미에서 이라크 전쟁을 고발하겠다”**

아카데미가 걱정하는 것은 시상식의 경제효과 축소와 안전문제 뿐만 아니다. 아카데미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펼쳐지는 코닥 씨어터가 반전시위의 장(場)이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그린 <디 아워스(The Hours)>의 스티븐 댈드리감독이 오스카를 품에 안으면 수상소감으로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을 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작품상 등 올해 아카데미상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디 아워스>의 감독 스티븐 댈드리는 19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수상소감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난연설을 하겠다”고 밝혔다.

댈드리는 “다른 사람들도 이번 이라크 전쟁에 대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 바프타(BAFTA ; 영국 영화·TV 예술 아카데미)시상식 때와는 달리 나는 아카데미로부터 전쟁비난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홍보담당 팀장인 척 원은 “아카데미는 수상자들이 수상소감으로 이라크 전쟁반대 등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이런 발언을 막지는 않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수상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45초로 정한 것은 배우들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일상적인 말을 하지 못하게 한 것 뿐이다”고 말했다.

댈드리 외에도 수상소감을 통해 ‘이라크 전쟁’에 대해 일침을 가할 만한 사람들은 많다.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디 아워스>의 시나리오 작가 데이빗 헤어 경, 마이클 무어 등은 모두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일찍부터 비난했던 영화인들이다.

반면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갱스 오브 뉴욕>으로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은 이라크 전쟁을 비난하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만약 스티븐 댈드리 감독이 오스카를 수상해 자신이 계획한 연설을 한다면 아카데미 시상식장에는 1973년 인디언에 대한 미국의 차별 때문에 남우 주연상 수상을 거부했던 말론 브란도 이후 또 한번 거센 정치적 물결이 몰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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