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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크, “축구 통해 자치 독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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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크, “축구 통해 자치 독립하자”

레알 소시에다드-레알 마드리드 선두각축

자유 조국 바스크(ETA)라는 테러단체를 통해 스페인 정부와 충돌해왔던 바스크 지역사람들이 올해 축구를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자치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바스크 인들의 이런 바람을 등에 업고 선전하고 있는 팀은 레알 소시에다드이다. 프랑코 독재정권시절부터 중앙정부의 탄압에 시달려온 바스크 인들은 레알 소시에다드가 스페인 축구리그에서 우승해 자신들의 자존심을 살려주기를 기원하고 있다.

***"바스크 사람이 아닌 스페인 선수는 뛰지 못한다"**

프랑코 정부에게 이쿠리냐(Ikurrina)라는 자신들의 국기를 빼앗겼던 바스크 사람들은 이런 자신들의 억압된 상황을 축구를 통해 해소하려고 했다. 바스크 인들은 일반적으로 작은 키지만 특유의 빠르고 용맹스러움을 그라운드에서도 보여줬다.

바스크를 대표하는 스페인 축구팀은 아틀레틱 빌바오와 레알 소시에다드. 이 중 레알 소시에다드는 2002~2003 시즌 스페인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현재 '초호화 군단' 레알 마드리드와 선두경쟁을 하고 있다.

스페인 북부의 휴양지 산 세바스티안에 위치한 레알 소시에다드는 지난 35년 동안 '바스크 출신이 아닌 스페인 선수는 입단할 수 없다'는 전통을 굳게 지키고 있었다. 철저하게 '바스크 순혈주의'를 강조 해왔던 레알 소시에다드는 지난해 여름 바스크 출신이 아닌 스페인 선수 세르히오 보리스 곤잘레스를 영입해 전통을 깼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의 레알 소시에다드 돌풍은 어시스트의 귀재 데 페드로와 함께 외국인 선수인 다르코 코바체비치(유고), 니하트 카베치(터키), 발레리 카르핀(러시아) 등의 영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헤딩 슛이 전매특허인 코바체비치는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라치오 구단에서 쟁쟁한 선수들에 밀려 주전자리를 확보 못했지만 레알 소시에다드 유니폼을 입은 후 팀 동료인 카베치와 공격을 이끌며 이번 시즌 12골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카르핀은 미드필드를 지휘하는 소시에다드의 주축선수로 자리잡았다.

***레알 마드리드를 제압하라**

스페인은 독재자 프랑코가 2차대전때 독일,이탈리아 등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전후에 스페인은 전 세계로부터 철저히 고립당했다. 당시 프랑코의 독재정부가 세계를 향해 선전할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투우와 축구 뿐이었다.

프랑코 정부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팀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유럽 최고 축구팀들의 경연장인 챔피언스 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연거푸 우승을 차지하자 프랑코 정부는 "레알 마드리드가 스페인의 어떤 외교관 보다 더욱 훌륭한 일을 해냈다"며 들떠있었다.

하지만 프랑코 정부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한 카탈루냐 사람들과 바스크 사람들은 이를 못마땅히 여겨 자신들의 지역팀인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틱 빌바오, 레알 소시에다드를 광적으로 응원했다.

카탈루냐와 바스크에는 이런 의식이 팽배해지면서 그들의 관심은 항상 '자신이 응원하는 축구 팀이 레알 마드리드의 콧대를 꺾는 것'에 모아졌다.

흔히 스페인 대표팀이 실망스러운 성적을 낼 때마다 나오는 '스페인의 고질적인 지역대립 구도'도 어찌 보면 스페인 국내리그의 열기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현재 '바스크의 희망' 레알 소시에다드와 선두경쟁을 벌이는 팀은 레알 마드리드. 호나우두, 지단, 피구, 라울 등의 슈퍼스타를 보유한 레알 마드리드는 시즌 후반 급피치를 내며 레알 소시에다드를 승점 1점차로 제치고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레알 소시에다드는 '뒷심부족'으로 선두자리를 내줬고 발렌시아,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 등에게 간발의 차로 추격당하고 있다.

80년대 초반 아틀레틱 빌바오와 레알 소시에다드의 잇따른 스페인리그 제패로 축제를 맞이했던 바스크 지방 사람들은 체력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하는 레알 소시에다드가 우승 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더욱이 '약자'를 응원하는 수 많은 스포츠 팬들도 레알 소시에다드가 세계최고의 축구클럽인 레알 마드리드를 제압하고 '대이변'을 연출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역간 대립은 스포츠 경기 활성화의 후원자인가?**

스포츠에서는 지역간의 문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바스크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수 엘자(Elsa)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진 프랑스 대표팀의 비센테 리자라쥐는 바스크 혈통을 가진 선수이다. 바스크의 분리독립 주의자들은 바스크 인이면서 프랑스 대표팀을 위해 뛰는 리자라쥐를 반역자로 생각했고 그의 부모님을 편지로 협박했다.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리자라쥐 선수는 24시간 동안 경찰의 보호를 받은 적도 있었다. 또한 바스크의 테러리스트 그룹인 ETA는 리자라쥐에게 "지금까지 번 돈을 바스크 독립을 위한 자금으로 내놓아라"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리자라쥐가 이를 거절했다.

포클랜드 전쟁 이후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축구경기, 카슈미르 지방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크리켓 경기, 나치의 유태인 학살의 최대 피해자중 하나인 네덜란드와 독일간의 축구경기는 '그라운드에서의 전쟁'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이런 경기에 쏠리는 팬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사실 올 시즌 바스크에 연고를 두고 있는 레알 소시에다드의 돌풍이 세계적으로 더욱 화제가 된 것도 스페인의 특수한 지역주의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 몇 년이 지나 이라크와 미국이 그라운드에서 만난다면 세계 언론들은 모두 이 경기에 스포트 라이트를 비출 것이다.

돈으로 선수를 끌어 모아 만든 이른바 '빅 마켓 팀'인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해야 하는 레알 소시에다드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덧붙여 바스크 사람들에게 "스포츠는 지역간이나 국가간의 첨예한 대립을 부추기는 무대가 아니라 대립구도를 완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는 스포츠계의 잠언도 기억해 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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