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반대로 나홀로 이라크전을 치러야 하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몰린 미국에게 USA 투데이는 10일자(현지시간) 신문에서 "이라크 전쟁은 기상예측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칫 미국 단독으로 이라크에 들어갔다가는 모래바람과 뜨거운 기후에 갇혀 '제2의 베트남전'같은 장기전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경고다.
이 신문은 "현재 수백명의 미군 기상전사(Weather Warriors)들이 걸프만에 첨단장비를 갖추고 대기중에 있다"고 밝히며 "이번 전쟁은 미국 전투 역사상 가장 기후조건에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전쟁이다"라고 덧붙였다.
***모래바람 '샤말' 과 더워지는 이라크 기후**
일반적으로 기압, 바람, 습도는 첨단 미사일이나 폭탄의 비행궤적을 바꿀 수 있다. 정확도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오폭 등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등이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후세인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화학무기의 파괴력도 심한 모래바람에 의해 더욱 급속도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또한 안개는 공격목표를 흐리게 해 공격에 큰 장애를 유발한다.
한 예로 1991년 1월 걸프전 당시 미군은 바그다드에 안개가 많이 끼어 계획된 목표물 공격을 하지 못했으며, 심지어는 쿠웨이트 유전지대를 폭파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레이저로 유도되는 첨단무기도 안개 속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미국 지상군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사막의 뜨거운 열기이다. 생화학전에 대비해 가스 마스크와 무거운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미국 지상군에게 사막의 뜨거운 열기는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지역의 3월 기온은 대체로 섭씨 10도에서 21.1도이다. 하지만 4월에는 26.7도에서 32.2도까지 오르며 봄철 사막지역의 최고 기온은 47.2도에 이른다. 이번 이라크 전쟁이 시가지 전투로 이어져 장기화될 것을 감안하면 높은 온도에 대한 지상군들의 철저한 대비가 절실할 것이다.
기온이 오르면 이라크 사막지대에는 '샤말' 이라고 불리는 모래바람이 기성한다. 시속 97.2미터의 강풍인 샤말은 4만피트 높이까지 치솟는 모래를 동반하고 있어 '샤말'이 미군에게 최대의 복병이 될 것이다.
온도와 바람이외에도 미군은 또 한가지 어려움을 갖고 있다. 기상예측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이라크 지역 기후 데이터가 지난 20년간 이라크가 고립된 상태였기 때문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상관측가들 없이는 이라크 전쟁이 불가능하다"**
미 공군 기상관측소의 페이지 휴스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기상관측가들 없이는 이라크에서 어떤 군사작전도 불가능하다"며 기상관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기후조건을 이겨내기 위해 미군 기상학자들은 인공위성과 교신할 수 있는 랩탑 컴퓨터를 통해 현재의 기후조건을 기상대대의 해양학 센터로 전송하고 해양학 센터의 기상전문가들은 다시 이 데이터를 종합해 현지에 있는 기상학자들에게 보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에 대비해 정확한 기상관측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은 스텔스 기로 공격을 개시하기 전에 CNN의 기상리포트를 꼭 체크해야만 할 것이다. 어떤 기후조건에도 정확하게 목표물을 맞출 수 있는 폭탄은 흔히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기상관측의 도움이 없이는 큰 효과를 내기 힘들다.
UN 2차 결의안 표결 시한을 연기한 상황에서 미국주도의 이라크 전쟁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유전을 폭파시키고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며 끝까지 저항할 것으로 보이는 이라크, 시간을 끌수록 점점 안좋아 지고 있는 국·내외의 반전 여론과 함께 점점 더워지는 이라크의 기후와도 싸워야 하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말 그대로 부시는 지금 '모래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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