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뿐 아니라 김진표 경제부총리도 SK 수사와 관련해 지난 4일 김각영 검찰총장을 만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청와대 측은 11일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외압이나 청탁이 아니므로 전혀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지만 시민단체쪽에선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등 이번 사태를 그대로 덮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고 야당도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 "외압.청탁은 없었다"**
이번 사태를 자체조사해온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11일 브리핑을 통해 "조사를 해본 결과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이 김각영 총장에게 전화한 사실, 경제부총리와 금감위원장이 함께 김각영 총장을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 수석은 "경제부총리와 금감위원장은 검찰총장을 만나 SK 수사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며 그래서 정부가 그런 영향을 미리 점검하고 대책 마련하는 시간을 위해 수사발표를 1,2 주 정도 미뤘으면 좋겠다는 의견 개진했다"고 말했다.
문 수석은 그러나 "의견을 개진한 것일 뿐 외압이나 청탁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만큼 전혀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SK 수사 책임자나 검사들도 김 부총리 등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거나 만난 사실이 없으며 외압이나 청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수사에도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문 수석은 특히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 각료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다른 정부 책임자에게 그런 의견을 전달한 것은 정당한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수석은 "검찰도 경제부처에 의견이 있으면 공식 전달할 수 있다"면서 "이런 일이 공개적으로 되지 못하고 정치권력과의 유착 등으로 오해받을 것을 두려워 해 비공개적으로 되는 게 문제이며, 검찰 중립과 독립성 및 신뢰가 쌓이면 공식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수석은 "그러나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이 전화를 한 것은 의도의 순수성에도 불구하고 해당기업을 위한 청탁이나 로비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 조금 적절치 않은 행위였다고 보고 있다"며 "노 대통령도 이 총장으로부터 '자수' 전화를 받고 '오해의 소지가 많은데 적절치 못했다'고 질책했다"고 전했다.
또 이석환 검사가 "다칠 수 있다"는 외압이 있었다고 말한 데 대해 문 수석은 "그 말은 경제부총리와 금감위원장이나 이상수 사무총장이 아니다"며 "SK측 변호사가 과거 무연탄 업계 사건 수사때 비리를 잘 파헤쳤으나 결과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 돼 상급인사가 문책당한 사건을 예로 들며 SK사건도 결과적으로 수사팀이 비난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서울지검 박영수 2차장 검사가 말했다"고 전했다.
문 수석은 "SK측 변호사가 이석환 검사에게 직접 이 말을 한 게 아니라 박 차장검사에게 말했는데 이 검사가 박 차장검사로부터 전해듣고 그렇게 (외압으로) 이해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11일 이와 관련, "검찰의 SK글로벌 분식회계 수사와 관련해 지난 4일 경제부총리와 협의한 뒤 검찰총장 등 3명과 회동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회동에서 SK글로벌 분식회계가 시장과 채권금융기관에 미칠 영향을 분석점검하고 채권금융기관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해 가능한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이근영 위원장 자진 사퇴 촉구**
이같은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분식회계를 적발해야 할 금감위원장이 도리어 검찰의 SK 수사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이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11일 논평을 통해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으로서 금융기관 및 개별기업들의 불법행위들을 적발·게재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을 보호해야할 금감위원장이 금융시장 영향을 우려한다면서 검찰의 수사에 개입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사"라면서 "이 위원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이날 논평을 발표, "이 위원장은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 사건 연루,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해 관련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한화그룹의 자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 점 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라며 "임기 보장도 중요하지만 공정하고 깨끗한 금융시장을 위해 반드시 금감위원장의 진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통해 "이번 파문은 정관계의 수사 외압이 흔히 있는 일로 치부되어 온 타성적 인식에 경종을 울리고 뿌리깊은 권검(勸儉) 유착을 발본색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이근영 위원장은 지금 당장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사퇴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진표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들이 아직 공식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 "문재인 수석의 설명처럼 경제부총리로서 경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해 만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공개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고 비공개적으로 만나는 등 회동의 수준과 방식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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