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0만 원→5500만 원 상향 조정…4300억 원 세수 부족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누리당 정책 의원총회에 앞서 열린 당정협의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보고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의총 직후 브리핑을 통해 "근로소득세 세액과 관련해 정부 수정안에 대체로 공감했다"며 "정부안이 국회로 제출된 이후 상임위에서 국민과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간 총 급여가 5500만 원 이하인 봉급생활자의 세금은 늘어나지 않게 됐다. 5500만 원 기준을 적용할 경우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자 수는 200만 명 선으로, 애당초 3450만 원 기준을 적용했을 때 434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또 기존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연간 16만 원의 세금을 더 부담해야 했던 연소득 6000만 원, 7000만 원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은 연간 2만 원, 3만 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결국 소득 수준을 막론하고 기존 세법개정안보다 세 부담이 경감된 것이다. 이로 인해 당초 예상했던 세수에 구멍이 뚫린다는 점을 새누리당도 인지하고 있다. 세수 부족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 폐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 원내대변인은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족한 세수와 관련해 "지금 부족한 게 4300억 원 정도이고, 이에 대해 의원들도 지적했다"면서 "고소득층의 세금 탈루 부분을 방지해 세수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세 없이 고소득층의 탈루액을 추징하는 것만으로 수천억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지하경제 양성화'를 외치며 고소득층의 탈루를 척결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뚜렷한 성과도 없다.
▲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대기업·고소득층 과세 논의 실종
이렇듯 정부와 여당이 세법개정안 발표 닷새 만에 한 발짝 물러나면서 '월급쟁이 세금 폭탄' 논란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수정안에도 여전히 고소득층·대기업 증세에 대한 부분이 부실해 추가 논란을 예고했다.
현재 연소득 3억 원 이상에게는 38%의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민주당은 이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1억5000만 원 이상으로 조정하면, 연간 7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 부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고소득층 과표구간 신설에 대해 "현재로서는 과표구간 조정을 고려치 않고 있다"고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대기업 과세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법인세율은 24.2%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법인세율은 25.4%로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 국가 중 21위다. 민주당은 법인세율을 2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인세의 최저한세율(기업이 비과세, 감면 등으로 세금이 줄더라도 반드시 내야하는 최소한의 세율)을 현행 16%에서 18%로 인상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사실 논점은 소득세가 아니라 대기업 과세였다"며 "그런데 세금 폭탄론이 등장하면서, 복지와 세금이 결합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무조건적인 반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에 과세한다는 명분이 있다면 중간 계층도 과세를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세법개정안에 대한 논란 자체가 세금 폭탄론 때문에 객관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니 원점 재검토해서 이제부터 토론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간 계층 과세를 줄일 게 아니라 대기업 과세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부자감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수치조정으로 분노한 민심을 달래보려는 숫자놀음에 불과한 미봉책"이라며 "세금차별 원안에 이어 조삼모사 식 국민우롱 수정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국민들의 비판은 왜 증세하느냐가 아니"라며 "(국민의 비판은) 왜 월급쟁이들에게만 세금부담을 지우는 세금차별 정책을 앞세우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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