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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盧에 ‘조건부 거부권’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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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盧에 ‘조건부 거부권’ 주문

11일 여야 영수회담후 결정키로, 야 "수용 불가"

노무현 대통령은 9일 대북송금 특검법 논란과 관련 "경제와 북핵 문제 등 나라가 어려울 때 특검법 문제가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가능한 한 조속히 매듭짓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취임후 처음으로 정대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김원기 상임고문 등이 ‘조건부 거부권 행사’를 주장한 데 대해 먼저 야당과 여당간의 정치적 타협을 강조하며 11일 여야 영수회담후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부권 요구에 “여야간 정치적 타협하라”**

이날 만찬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대부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특히 김원기 고문, 이상수 사무총장, 정세균 정책위의장 등 신주류 중진들은 한나라당과의 협상을 전제로 한 조건부 거부권을 주장했다.

정균환 원내총무는 "특검법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국익을 고려하지 않는 법이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인정할 수 없고 국회의 관행과 합의를 무시해 절차적으로도 하자가 있다"면서 "다수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단호한 거부권 행사를 주문했다.

반면 김원기 상임고문은 "거부권 행사는 단선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먼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수 사무총장은 "14일까지 노력해도 타협이 안되면 거부권 행사를 해야 하지만 정국경색을 막기 위해 조건부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하다 "고 주장했다. 정세균 정책위의장도 "내용, 범위, 기간 등을 놓고 야당과 협의해 보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건부 거부권 행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같은 의견을 들은 뒤 "경제와 북핵 문제 등 나라가 어려울 때 특검법 문제가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민주당은 외교적 신뢰를 잃지 않는 범위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한나라당도 국익을 고려해 여야간 정치적 타협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이날 회의 분위기와 관련, "민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에만 기댈 경우 정국이 과연 제대로 풀리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해석했다"면서 "전략부재 속에서 거부권만 행사해 놓으면 사태의 장기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해 여야간 타협을 통한 해법 마련에 무게를 두었다.

유 수석은 "노 대통령은 앞으로 여야간 정치적 협상을 지켜보고 야당과 오는 11일 직접 대화한 뒤 그것을 토대로 (특검법 거부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찬은 오후 6시부터 2시간여 동안 이뤄졌으며, 노 대통령과 12명의 민주당 지도부는 특검법 문제뿐만 아니라 한미관계, 검찰인사, 당의 소외감과 당 개혁안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문석호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여야 영수회담 11일 개최**

이같은 입장 정리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간 여야 영수회담이 11일 개최돼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북특검법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 영수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박희태 대행은 9일 "특검제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상생의 정치가 아닌 상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에 강력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특검법을 거부할 어떤 명분도 이유도 없다”면서 “거듭 강조하지만 특검법에 대해선 더 이상 어떠한 협상도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법 공포시한이 5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은 뚜렷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여야 간 협상을 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조건부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우리당과 자민련이 정상적인 국회절차에 따라 통과시킨 특검법은 헌법에 위배되지도, 집행이 불가능하지도 않으며 이미 민주당의 주장을 수용한 수정법안”이라며 원안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이같은 한나라당 공식입장과, 박희태 대행이 한나라당 전체 이견을 조정해낼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11일 여야 영수회담에서 극적 해법 돌출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으며 그 결과 14일 노대통령의 결정 여부에 따라 향후 정국의 향배가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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