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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립시킨 '금요일의 안보리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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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립시킨 '금요일의 안보리 드라마'

한스 블릭스 “이라크 협조 긍정적, 무장해제 성과”

전쟁이냐 사찰연장이냐를 판가름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기사찰단의 결과보고에서 사찰 책임자들은 이라크의 사찰 협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무장해제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고 전하면서도 완전한 사찰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혀, 마지막으로 무기사찰단에 기대를 걸고 있던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았다.

<사진: TV 중계 장면>

전세계 언론들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7일 오전(현지시간) 결과보고를 ‘드라마’로 묘사하면서도 부시가 일방적 이라크전을 강행하려는 데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IAEA 사무총장, “핵활동 증거도 못 찾았다”**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은 7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있었던 안보리 보고에서 이라크가 알-사무드 2 미사일을 파기한 것은 "실질적인 무장해제"이며 "무기 사찰단에 적극적인 협조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블릭스는 이라크가 남아있는 무장해제 의무를 이행하기에는 "몇년이나 몇주가 아니라 몇달이 걸릴 것"이라며 사찰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량살상무기 생산을 위한 이동식 시설이나 지하 시설에 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그러나 최근 나타난 이라크의 협조가 “즉각적인” 것이 아니라 "외부의 위협"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대량살상무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새로운 문서 자료를 극히 일부 밖에 내놓지 않는 등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고도 전했다.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는 블릭스의 이같은 발언을 모호한 것이라고 평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라크가 금지된 핵활동을 재개했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며 이라크에 대한 의혹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도 역시 "이라크는 지난 3주간 사찰에 적극 협조해 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부시에게 호의적이던 한스 블릭스의 이같은 발표로 인해, 부시는 더욱 고립무원의 처지에 몰리게 됐다.

***영국은 새 결의안 제출로 ‘드라마’ 채널 돌리나**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이라크의 사찰 협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이라크에 17일까지 무장해제의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새 결의안 수정안을 이사국들에 회람시키며 전쟁 맹공의 전열을 가다듬었다.

<사진: 잭 스트로>

영국이 내놓은 결의안 수정안은 이라크가 17일까지 무장해제 의무에 관해 "전적이고 무조건적이며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을 보여야 하며 유엔에 의해 금지된 모든 무기와 관련 장비, 구조물이나 폐기 사실을 사찰단에 제출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또 "분명한 종료일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찰을 계속하는 것이 무장해제로 이어지리는 생각은 경험에 비춰볼 때 옳지 않다"며 사찰연장론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새 수정안은 지난번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 영국, 스페인이 제출한 것을 새롭게 고친 것이며 이 수정안에 대한 표결은 다음주중으로 예정되어 있다.

***깊어지는 국제사회의 분열**

블릭스 사찰단장이 이라크의 협조를 긍정 평가한데 대해 미국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외형상“기쁘다”는 일성으로 일부 진전이 있음을 시인하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이라크는 마지못해 제한적 협력을 제공했을 뿐이며 완전무장 해제를 위한 솔직한 약속은 없다"며 전쟁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영국의 새 결의안 제출과 미국의 결의안 찬성 촉구에 대해 프랑스, 독일, 중국 등은 사찰연장 목소리를 높이며 전쟁 반대 입장을 고수해 공격을 둘러싼 찬반 진영의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사진: 파월과 드빌팽>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우리는 사찰단이 이라크가 협조했다고 보고하는 한 최후통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영국이 제출한 수정안을 "전쟁의 논리"라며 "프랑스는 자동적인 무력사용을 승인하는 결의안의 통과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도 “국제사회가 평화적 해결책을 버리고 전쟁을 택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후통첩은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 행사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급속히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새로운 결의안이나 최후통첩에 대한 거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드빌팽 장관은 이라크 문제의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안보리 이사국 정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으나 파월 장관은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미 솔직한 대화를 하고 있다"며 거부했다.

유엔 결의안 통과를 위해서는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9개국이 찬성하고 상임이사국 5개국 중 어느 한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판세는 미국 영국 스페인 불가리아 4개국 찬성, 프랑스 중국 등 5개국 반대, 멕시코 칠레 등 6개국 유보 상황이다.

***전쟁준비는 ‘완료’**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보내며 이라크 주변 걸프지역에 24만여명의 대규모 미군 병력을 배치하고 실전훈련과 함께 공격준비를 최종 점검하는 등 개전을 위한 준비를 사실상 완료했다.

<사진: 포격 훈련>

이것으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파견된 걸프지역의 병력규모는 모두 30만명으로 크게 늘어나 이라크 공격을 위한 전력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게 됐다. 미국과 영국의 전투기들은 7일 이라크 남부에서 이동 레이더 기지를 폭격했다고 미군 당국이 발표하기도 했다.

안보리 결의안 통과를 위한 외교공세를 강화하면서도 미국과 영국이 전쟁 준비를 끝내자 ‘안보리 결의안의 통과는 불투명하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전 지구적 반전 여론이 날로 높아가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의 외교 ‘노력’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세계인들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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