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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강력 저항하면 원유가 1백달러까지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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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강력 저항하면 원유가 1백달러까지 치솟아"

사우디의 전설적 석유장관 야마니의 이라크전쟁 분석

"미국은 중동에 대한 매우 뚜렷한 정책을 갖고 있다. 이 정책은 이스라엘과 석유라는 두 가지 전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두 전선은 아랍국가들이 '감히' 석유수출금지조치를 취했던 1973년말고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이것은 미국을 골치 아프게 했고 결국 미국은 군사적 수단으로 석유와 걸프지역을 모두 통제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미국의 이같은 계획은 (국민들의 힘을 결집시킬 줄 모르는, 멍청한) 아랍국가들 덕택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 야마니 얼굴>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설적 석유장관 세이크 아메드 자키 야마니가 부시의 이라크전쟁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1973년 아랍국가들의 석유수출금지 조치를 주도해 자원민족주의의 기치를 높이 쳐들었던 야마니는 최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제35회 카이로 국제도서전(CIBF)에서 2시간에 걸친 연설을 통해 부시가 이라크전쟁을 통해 노리는 것은 석유는 미국이 직접 통제하고, 중동지역은 이스라엘을 통해 통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부시는 이번 전쟁에서의 승리로 재선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국민의 힘을 결집시킬 줄 모르는 중동의 전제 군주들은 미국의 이같은 중동전략에 속수무책인 상태라고 개탄했다.

야마니는 1962년부터 1986년까지 24년간 사우디의 석유 및 광물자원 장관으로 재직했으며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 초대 사무총장으로 1973년 제3차 중동전쟁(욤키푸르전쟁) 당시 이스라엘을 지원했던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 대한 석유수출금지 조치로 국제 원유가를 단숨에 4배나 치솟게 했던 장본인이다. 또한 야마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근대 법체계를 세운 인물로 평가되고 있으며 현재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에너지연구소(Center for Global Energy Studies) 소장을 맡고 있다.

지난 2월 6일 있었던 야마니 연설의 주요 내용을 '대부의 전쟁(Godfather's War)'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이집트의 영자 주간지 알-아람(Al-Ahram: 2월 13-19일자ㆍ625호)은 이번 카이로 국제도서전에서는 부시행정부의 반발을 우려, 정치색 짙은 모임은 모두 취소됐으나 아마도 야마니의 연설은 이집트 당국의 '실수'로 허용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이어 야마니가"부시 미 대통령은 대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그의 충복""국민들로부터 힘을 이끌어낼 줄 모르는 (아랍) 지도자들"이라고 일갈하자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고 전했다. 알-아람이 전하는 야마니 연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부의 전쟁**

야마니는 "대량살상무기(WMD)가 전쟁의 구실이 된다는 생각은 제발 머릿속에서 지워달라. 왜냐하면 이라크에 있는 대량살상무기는 미국이 준 것이고, 무기를 준 사람들의 일부는 지금도 미국을 이끌고 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이라크와 북한을 비교했다.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고 우기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보라. 북한은 이미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고 자인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이 규탄하고 있는 이라크보다도 훨씬 위험하다. 그런데도 부시는 이라크를 공격하고 점령하겠다고 말하는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정치적,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을 겨냥했다.

"우리 지역에는 이스라엘이라는 지역강국이 있다. 이스라엘은 2백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어떠한 국제적 감시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아부다비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국제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을 대량살상무기 보유국가로 지정하지도 못했다. 우리 아랍국가들의 요즘 상황이란 게 이런 꼴이다."

이라크 점령으로 얻으려는 미국의 목표에 대해 그는 "미국은 중동에 대한 매우 뚜렷한 정책을 갖고 있다. 이 정책은 이스라엘과 석유라는 두 가지 전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두 전선은 아랍국가들이 '감히' 석유수출금지조치를 취했던 1973년말고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이것은 미국을 골치 아프게 했고 결국 미국은 군사적 수단으로 석유와 걸프지역을 모두 통제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미국의 이같은 계획은 (국민들의 힘을 결집시킬 줄 모르는, 멍청한) 아랍국가들 덕택에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는 미국이 직접 통제하고, 이스라엘을 통해 중동을 통제하게끔 한다는 설명이다.

***"체니는 석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

야마니는 "부시 행정부는 석유회사를 이끌고 있는 자들로 대부분 구성되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4분의 1은 걸프지역에서 들여온 것이며 그중 사우디산이 16.5%에 달한다.

야마니에 의하면 미국은 체니 부통령이 이끄는 석유 관련 비밀 위원회의 연구를 토대로 2005년까지 미국의 걸프지역 석유 의존을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 카스피해 지역, 서아프리카 등에서 대체 석유수입원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이 정책으로 인해 유럽이 걸프지역 석유에 더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은 곧 깨달았다. 또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와 같은 원유가 불안정 요인이 대두되면 미국이 또다시 걸프지역 석유에 의존하게 될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야마니는 "체니는 석유에 관한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다. 5년 전 그가 쓴 논문에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석유를 장악해야 한다고 명백히 씌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는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자원 보유국가이며 오는 2010년까지 하루에 8백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생산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라크를 점령하면 미국은 석유 파이프라인을 지중해까지 연장할 수 있고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도 유전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야마니는 그러나 미국이 석유 때문에만 이라크 전쟁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중동의 지도를 다시 그려 유일 강국이 되고자 한다"며 부시가 이스라엘의 꿈이 실현되도록 적극 도울 경우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재선이라는 정치적 동기도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상황 악화되면 이라크 침공 미룰 것"**

전쟁이 실제로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야마니는 "미국의 진정한 꿈은 전쟁을 안 하고 승리하는 것이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하야해 망명하게 함으로써 말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승리한 정복자가 되어 바그다드에 입성할 것이다"며 미국은 무혈(無血) 승리를 위해 "대부를 만족시키기 위해 충성하는 동지와 충복을 고용"했다고 비꼬았다. 이 말이 나오자 청중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진: 부시와 블레어>

야마니가 제시하는 또다른 시나리오는 전쟁을 가을까지 미루는 것이다. 미국에 하루 1백만 배럴을 공급하던 베네수엘라의 불안정이 또 하나의 우려사항이라며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 했을 때 미국은 쿠데타를 일으켜 그를 축출하고자 했다. 그 희망이 무산되자 미국은 베네수엘라 군중들의 가두시위를 조작했다. 이 계락은 통했으나 그 결과 석유수출이 중단되었고 모든 유전이 문을 닫았다. 당시 사우디가 석유생산을 늘이지 않았다면 미국은 지금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었을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미국은 이라크 침공을 연기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라크는 매일 80만~1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공격당하면 이마저도 일시적 중단을 맞을 것이다. 베네수엘라 석유가 불안한 상황에서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사우디에 의존하는 상황을 미국은 원치 않는다. 사우디산 석유가 부족분을 채울 수 있을지조차 확실치 않다."

***세 가지 시나리오**

야마니는 연설에서 이라크 공격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미 지상군이 신속히 이라크로 진입해 재빨리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습 후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수많은 종족으로 구성된 이라크라는 국가를 통제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그는 말했다.

세 번째 시나리오에 대해 그는 "무시무시한 것이며 나를 잠 못 들게 정도로 놀라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후세인이 강력하게 저항할 경우를 말한다.

"과거 이라크 무기 사찰단의 일원이었던 사람과 함께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후세인이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우리는 또한 후세인이 사정거리 650Km인 12기의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안다. 이 미사일은 전염병균과 세균이 든 캡슐을 쉽게 장착할 수 있고 이라크 남쪽 인접국들까지 날아갈 수 있다. 후세인이 이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면 수만명의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될 것이다.

이것은 또한 쿠웨이트 사우디 이란에서의 석유 공급 중단을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제 원유시장에 1천만 배럴 이상의 석유가 부족하게 될 것이고, 부족분을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원유가는 배럴당 80달러에서 1백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고 전 세계의 공장들은 문을 닫게 돼 초유의 실업사태가 야기될 것이다. 무고한 어린이 여성 노인 등에게 미칠 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를 바라지 않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이는 미국과 유럽, 서방세계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는 또 이같은 사태는 아랍지역 전체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것이며 특히 "압박받는" 아랍 민중들이 테러와 쿠데타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후세인 하야→요르단 몰락→중동 최강국으로 이스라엘 등극**

야마니는 그러나 미국이 '무혈 승리'를 차지하게 되고 후세인이 하야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또 하나의 끔찍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승리 이후 이라크 점령이 3년간 계속될 것이라면서 "영국에 의해 착안된 이라크 분할 계획은 유전 분할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베네수엘라가 석유 생산을 재개하면 원유가는 배럴당 2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고 사우디는 생산을 줄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수가 줄어들어 운하 통과료 수입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수에즈운하 통과료는 이집트의 주요 외화수입원의 하나다. 야마니의 이 언급에는 미국의 침공을 지지하는 이집트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반전시위중인 중동인들>

야마니는 그러나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이라크로부터 매일 5만9천 배럴의 석유를 수입하는 요르단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요르단 석유 수입량의 절반은 이라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이고 나머지는 대(對)이라크 수출품으로 값이 치러진다. 이라크가 침공을 받으면 이것이 중단된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에서 요르단으로 쫒아낸다는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요르단은 진정한 위험에 처해 고통을 당할 것이다. 그렇게 요르단이 뚫리면 이제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맞서야 할 차례가 되고 시리아는 몰락할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의 최강국가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민들로부터 힘을 이끌어낼 줄 모르는 중동의 국가원수들"**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마니는 결국 최악의 상황을 예견했다. 이라크가 공격당하면 후세인이 엄청난 사고를 친다는 것이다.

그는 "1차 걸프전때 후세인은 쿠웨이트 유전을 파괴하고 나서야 그곳을 떠났다. 그 복구비용은 2천만 달러가 들었다. 공격을 받는다면 그는 아마 이라크의 유전도 폭파시킬 것이고 폭파로 인한 연무(煙霧)가 이라크 상공을 뒤덮어 미군 전투기 조종사들의 시야를 가리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의 시야가 가려져 무차별 사격을 가하게 되면 무고한 주민들만 희생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야마니는 끝으로 아랍인들의 반미, 반전 열망을 정치적 힘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중동의 정치지도자들을 비판했다. 얼마후로 예정된 아랍 정상회의에 참석한 대통령과 국왕들에게 어떤 충고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저같이 비천한 자가 지고한 분들께 무슨 말씀을 드리겠습니까?"고 빈정대며 "질문하신 분은 지금 자기 국민들로부터 힘을 이끌어낼 줄 모르는 국가지도자에 대해 말씀하고 계십니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연설을 듣던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고 알 아람은 전했다.

야마니는 그러나 미 국내외에서 일고 있는 반전여론을 언급하며 "부시는 이미 함정에 빠져 있다. 그는 이라크를 공격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인 반전여론이 대량살상무기 사찰시한 연장에 대한 영국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결과를 낳고 있는 가운데, 함정에 빠진 부시가 앞으로 취할 행동이 주목된다. 부시는 무엇보다 "이라크 공격의 결과는 무시무시한 것이다. 수백명의 오사마 빈 라덴을 양산할 것이다"는 야마니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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