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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과 정상회담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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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과 정상회담은 무관"

김 대통령, 대북송금 사과후 정치적해결 부탁

김대중 대통령은 14일 오전 10시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북송금 파문과 관련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제가 져야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이날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직접 해명한 것은 이번 파문의 진상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을 풀고 모든 책임을 최고통치권자가 지겠다는 점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는 박지원 비서실장, 임동원 외교안보특보가 배석해 대북송금의 경위와 경로 등에 대해 해명했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충정에서 행해진 것”**

김 대통령은 “현대는 대북송금의 대가로 북측으로부터 철도, 전력, 통신, 관광, 개성공단 등 7대 사업권을 얻은 것”이라며 “정부는 그것이 평화와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했었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이중성과 북의 폐쇄성 때문에 남북문제에선 불가피하게 비공개로 법의 테두리 밖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번 경우도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민족이 서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살면서 통일에의 희망을 일궈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충정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통령은 또 “국민 여러분께선 저의 평화와 국익을 위해서 한 충정을 이해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란다”며 “모처럼 얻은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국익발전의 기회를 훼손하지 않도록 관대한 아량으로 협력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오늘 가능한 소상하게 국민께 말씀드린 만큼, 국익을 위해 각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며 여야의 정치적 타결을 촉구했다.

대국민 성명 후 일문일답을 통해 김 대통령은 “특검이 됐건 여하튼 법률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국익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이미 표시했다”면서 “감사원과 검찰도 그런 생각에서 법적으로 문제삼는 것을 유보했다. 앞으로도 정치권에서도 남북관계와 국익을 생각해 그런 방향에서 선처해주길 바란다”고 한나라당의 입장 선회를 촉구했다.

***“송금규모 5억달러”**

이어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는 김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한 보충설명을 통해 “현대측이 대북 7대 경협사업을 대가로 지불한 송금규모는 총 5억달러”라고 밝혔다.

임 특보는 "국정원장 재직당시 현대측이 대규모 협력사업을 독점하기 위한 대가로 5억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면서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민간기업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상업적 거래였다"고 강조했다.

대북송금 사건에 국정원 개입 여부에 대해 임 특보는 "제가 국정원장 재직시인 2000년 6월5일경 현대측에서 급히 환전편의 제공을 요청해왔다는 보고를 받고, 관련부서에 환전편의의 제공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한 바 있다"며 "국정원이 외환은행에서 환전에 필요한 절차상의 편의를 제공했고 2000년 6월9일 2억달러가 송금됐다"고 국정원 개입을 시인했다.

임 특보는 “이 사업들이 실현될 경우 경제적 이익과 함께 한반도의 긴장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환전편의 제공을 검토지시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같은 내용을 “상부에 보고한 바 없다”면서 “어찌됐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저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임 특보는 이어 “일부에서 정상회담 대가제공의 근거로 정상회담 일정변경을 인용하고 있지만 사실관계가 전혀 다르다”면서 "현대의 대북송금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근거로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북한측은 우리 언론이 방북경로와 일정 등을 상세히 보도하자 두 정상의 경호.안전문제와 관련 불만을 표시했고 남북간에는 당초 6월 12일로 예정된 정상회담 일정을 놓고 하루 앞당기거나 하루 늦추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그런 가운데 북한측은 6월10일 `기술상의 문제'로 일정을 하루 늦추자고 제의해 왔고 우리가 이를 수락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임 특보는 "다시 말씀드리면 일정 연기 조치는 6월 10일 저녁에 제기됐고, 현대의 2억불 대북송금은 그 전날인 6월 9일 이미 이뤄졌던 것"이라며 대북송금과 남북정상회담 일자 연기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盧측, “사태 해결에 도움되길 기대”**

노무현 당선자측은 14일 김 대통령의 대북송금 해명 및 사과와 관련, "김 대통령의 설명이 진실에의 접근, 조속한 매듭으로 가는 데 도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김 대통령의 대국민 설명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주재 일일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대국민 설명 이후의 처리방법에 대해 "국회가 정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변인은 "다수 국민이 수용할 만큼 진실이 어느 정도 밝혀지고, 국민적 합의하에 조속히 매듭지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우리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면서 "대국민 설명을 국민과 국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특검제 요구에 대해 이 대변인은 "당선자측은 국회의 일에 대해 반대다 뭐다 밝힌 적이 없으며 특검에 대해서도 (찬반 여부를) 밝힌 적이 없다"면서 "국회가 결정해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김 대통령의 대국민 설명이 당선자측과 사전조율 됐느냐는 질문에 "사전에 아는 것은 없었다"며 "조율이나 교감의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 “대통령 사과와 특검은 별개”**

민주당은 대통령이 직접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사과한 만큼 이제는 국회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야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북송금 사건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기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대통령이 직접 밝힌 만큼 여야간에 더 이상 소모적인 정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또 앞으로의 남북 관계와 국익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을 특별검사의 수사에 맡기기 보다는 국회내 해당 상임위 등을 통해 미진한 부분에 대한 관련자의 증언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나라당을 적극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의 직접 해명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의 국회증언 여부와 관계없이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본회의에서 관철시킨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교통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김대중 대통령이 TV를 통해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한 대국민 직접설명을 한다해도 이 사안은 범죄적 수법이 개입된 범죄행위인 만큼 수사를 해 진상을 규명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행은 “범죄행위가 있는데 어떻게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해서 조사를 안할 수가 있겠느냐”면서 “양자(특검과 해명)는 별개”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유보라는 결정을 내려 수사를 포기했기 때문에 특검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오늘 법사위에 특검법안이 상정돼 논의될 것이며 오는 17일이나 25일 혹은 26일 본회의에서 처리 안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법의 단독처리 여부에 대해선 “지금까지는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는 것을 추진할 것이나 끝까지 안될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김영일 사무총장도 "김대중 대통령의 직접 해명과 대국민 사과로 현정권과 새로 들어설 정권이 대북 송금 사건을 진화하려고 하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은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번주 일단 법사위에서 특검법안을 통과시킨 뒤 김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여론을 읽은 뒤 내주초 특검법안 처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김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특검제 강행처리 여부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음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전문.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죄송”**

퇴임을 앞두고 제가 가장 갈망한 것은 원만하게 임기를 마치고 물러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치게 됐습니다. 참으로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 저 개인으로서도 참담하고 가슴아픈 심정일 뿐입니다.

저는 최근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비의 대상이 되자 남북관계와 국가이익을 위해 법적 추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원과 검찰도 같은 취지에서 법적 책임 추궁을 유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국민 여러분을 혼란케 하고 있습니다. 이에 부득이 그간의 경위를 국민 여러분께 보고말씀드리고, 여러분의 이해와 협력을 바라는 것이 저의 도리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이미 북한 당국과 많은 접촉이 있던 현대측의 협력을 받았습니다.

현대는 대북송금의 대가로 북측으로부터 철도, 전력, 통신, 관광, 개성공단 등 7대 사업권을 얻은 것입니다. 정부는 그것이 평화와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것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이상, 정부는 진상을 밝혀야 하고,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거듭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햇볕정책은 일부 비판도 있습니다만, 여러가지 성과를 가져온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크게 완화됐습니다. 이러한 긴장완화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성공시키고 외국인투자를 과거 50년간의 총계보다 2.5배나 유치함으로써 국가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우리의 기업과 국민도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해왔습니다.

한편 북한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에 대한 적대와 증오로부터 이제 이해와 동경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부산 아시안게임 때 우리는 이를 실감했습니다.

최근 우리는 58년만에 휴전선을 넘어 육로관광을 시작했습니다. 개성공단, 남북철도 연결 등 북한 경제를 우리 경제의 영향속에서 변화시키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북한 정권은 법적으로 말하면 반국가단체입니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엄중한 처벌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적 합의에 의해, 북한에 대해 한편으로는 안보를 튼튼히 하고, 한편으로는 화해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남북관계의 이중성과, 북의 폐쇄성때문에, 남북문제에선 불가피하게 비공개로 법의 테두리 밖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동서독의 협력관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경우도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민족이 서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살면서 통일에의 희망을 일궈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충정에서 행해진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다만 국민 여러분께선 저의 평화와 국익을 위해서 한 충정을 이해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그리고 모처럼 얻은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국익발전의 기회를 훼손하지 않도록 관대한 아량으로 협력을 아끼지 말아주기시를 바랍니다.

여야 정치인 여러분께도 호소합니다. 북핵문제가 심각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때입니다. 우리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이라크 전쟁도 임박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오늘 가능한 소상하게 국민께 말씀드린 만큼, 국익을 위해 각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결정에 남북관계의 미래와 민족과 국가의 큰 이해가 달려 있습니다.

거듭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드린 점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의 애국적인 판단과 이해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민족의 역사가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결단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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