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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몽유병에서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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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역사의 몽유병에서 깨어나라”

버드 미 상원의원의 준엄한 부시 비판

로버트 버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웨스트 버지니아주)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에 대해 “무모하고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현역 의원이 상원 본회의에서 이라크 공격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미국내 전쟁반대 목소리가 어느정도인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버드 상원의원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상원 본회의 연설에서 이라크 공격이 보복테러를 가져올 수 있다며 부시 행정부는 “역사의 몽유병”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버드 상원의원은 특히 이라크 전쟁은 단지 미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제공격을 가하는 예방 전쟁으로서, 이번 전쟁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미국 외교정책은 물론 세계사에 있어서도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어느 나라에 대해서든 공격할 수 있는 전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선제공격 독트린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잘못된 시점에 만들어진 혁명적 독트린”으로 규정, “잠재적인 위험국가에 대해 선제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은 국제법과 유엔헌장에 대한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버드>

***본토 안보 불안, 경제침체 심각히 우려**

버드 의원은 ‘인내심의 예술’로 불렸던 외교가 위협과 흑색선전 일색이 된 것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한 국가의 수장을 피그미로 부르고 모든 나라는 악마로 칭하는 것은 미국에 이로울 것이 없다”며 “오랜 동맹국이었던 유럽국가의 동의와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드 의원은 보호주의적 무역입법으로 유명한 2000년 ‘버드 수정안’의 주인공이다. 국내정책에 관심을 집중하는 의원답게 이날 연설에서도 전쟁으로 악화될 미국내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본토 미국인들이 보복테러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불안정한 방법과 소방상황을 언급하면서 그는 “부시 행정부가 본토 방위에 대한 투자를 미뤄왔고 국경수비를 강화하는 것에도 인색했다”며 미국인들의 안전은 생각지도 않은 채 이라크 공격에만 몰두하는 부시 행정부를 비판했다.

버드는 또 필수적인 국민 서비스 인력이 부족하고 경제가 요동치며 연료비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부시 행정부가 갈아치운 참담한 기록에 대해 심판이 가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부시와 버드>

그는 끝으로 전체 인구의 50%가 15살 이하의 어린이인 이라크에 군사적 공격을 가하는 것을 “도덕적 전통”으로 미화하는 부시를 심판해야 한다며, 그러한 상황에서도 침묵을 지키는 미 의회도 비판했다.

버드 의원은 지난달 29일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과 함께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하려면 유엔과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상정한 바 있다. 법안 제출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그는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전복을 ‘개인적인 십자군 전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10일 게리 하트 전 민주당 상원의원이 부시를 비판한 데 이어 현역 의원들까지도 노골적으로 부시의 전쟁준비를 비판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전쟁민심 향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다음은 12일 버드 의원의 상원 본회의 연설 전문.

***"예방 전쟁의 현실화, 현대사의 추악한 전화점 될 것"**

전쟁을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 나라가 전투 개시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모든 미국인들은 전쟁의 공포를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 상원에서조차 너무나 고요하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고요하다. 논쟁이나 토론도 없고, 이 특수한 전쟁의 득실을 저울질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전쟁은 작은 화재사고가 아니다. 단순한 원흉 축출도 아니다. 결단코 아니다. 전쟁에 실제 돌입한다면 그것은 미국 외교정책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고 현대 세계사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이 나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잘못된 시점에 만들어진 혁명적 독트린을 처음으로 시험하는 무대에 나서려 하고 있다. 임박한 위협은 아니지만 미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나라에 대한 공격이 정당하다는 선제공격 독트린은 자위(自衛)의 전통적 개념을 새롭게 획기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국제법과 유엔헌장의 위반일 수도 있다. 테러리즘이 전 세계에 퍼져있는 때에 이 독트린이 시험되고 있다는 것은 세계 어떤 나라건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최근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이라크 공격에서 핵무기를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러 나라의 경제와 안보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세계화 상황에서 이런 식의 불확실성(uncertainty)만큼 불안정하고 어리석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동맹국들은 엄청난 균열을 보이고, 미국의 의도는 전 세계적인 합의를 단번에 깨뜨리고 있다. 불신, 잘못된 정보, 의구심 그리고 미국 지도자들의 험악한 언사로 인해 일어난 반미감정이 9ㆍ11 테러 후 테러리즘과 싸우기 위해 맺어진 견고한 국제동맹을 깨뜨리고 있다.

빈약한 방위상황에 처한 본토 미국인들은 언제 어디서 가해질지 모르는 공격에 떨고 있다. 우리의 형제들은 복무기간도 모르고 어떤 위협과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 채 군대에 소집되고 있다. 우리 거주지의 방범과 소방 상황은 불안정하다. 여타의 국가 필수 서비스도 인력난에 허덕인다. 삼엄한 분위기가 온 나라를 감싸고 있다. 경제는 요동치고, 연료비도 어디까지 치솟을지 모르게 상승하고 있다.

2년이 조금 넘게 권력을 잡은 이 정부는 그들이 갈아치운 기록에 대해 심판받아야 한다. 그 기록은 참담한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2년도 채 못 되는 기간동안 이 정부는 5조6천억 달러에 달하는 흑자예산을 낭비해 적자예산을 펼 수밖에 없도록 했다. 이 정부의 국내정책은 필수 국민 서비스에 대한 재정은 등한시하면서도 미국의 여러 주(州)들을 재정 악화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이었다. 경제 성장을 지연시키는 정책을 취해왔고 노인 보건의료의 위기와 같은 긴박한 문제들을 무시해왔다. 본토 방위에 대한 투자를 지연시켜 왔고 국경 수비 강화에 인색했다.

외교정책의 난맥상도 이어져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 데 실패했다. 우리는 빈 라덴이 또다시 그의 군대를 결집시키고 독려하는 소리를 어제도 들을 수 있었다. 이 정부는 전통적 동맹국들을 분열시키고 유엔과 나토와 같이 국제적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기구를 불구로 만들어 버렸다. 선의의 평화수호자라는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오랜 인식을 의심받게 했다. 이 정부는 ‘인내심의 예술’이 라는 외교를 위협과 흑색선전으로 만들었고, 정치지도자들의 정보와 상황판단력 빈곤을 드러내는 ‘악의 축’ 식(式) 이름 부르기가 외교가 돼버렸다. 이것은 머지않아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한 국가의 수장을 피그미로 부르고, 모든 나라들을 악마로 칭하고, 유럽의 힘있는 동맹국들을 모독하는 식의 대책없는 미련함은 우리의 위대한 나라에 이로울 것이 없다. 우리가 아무리 엄청난 군사적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대 테러전쟁을 혼자서 치를 수는 없다. 우리는 돈으로 유혹할 수 있는 새 우방국들뿐만 아니라 오랜 동맹국에게서도 협조와 우정을 얻어내야 한다. 우리 본토에 대한 또 다른 공격으로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에서도 우리의 무시무시한 군 장비들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군인들은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라서 격려편지가 아니라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나라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는 지금까지 3백70억 달러가 들었다. 그러나 테러 세력들이 그 지역에서 이미 다시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우리는 빈 라덴을 잡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가 아프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지 못한다면, 그 멀고도 황폐해진 땅에서 테러리즘의 어두운 먹구름이 다시 짙어질 수 있다.

파키스탄도 그 위험한 힘 앞에 내몰려 있다. 이 정부는 첫 번째 대테러전쟁도 끝내지 않은 채 아프가니스탄에서보다 더 위험한 적들과 충돌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의 소견은 그토록 짧은 것인가? 전쟁에서 이기면 우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얻지 않았던가?

이라크 전쟁 이후에 대해 우리가 들은 바도 거의 없다. 계획도 없으면서 억측만 자자하다. 이라크 유전을 장악해 석유 가격과 공급량을 통제하는 점령군이 될 것인가? 사담 후세인 이후 누구에게 통치권을 줄 생각인가?

우리가 저지른 전쟁이 무슬림 세계를 자극해 이스라엘에 대한 무시무시한 공격을 가하게 하지는 않을 것인가? 이스라엘이 핵무기로 보복하지는 않을 것인가?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급진주의자들에 의해 와해되고, 이라크보다 테러세력과 더 가까운 이란에 의해 후원받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인가?

석유 공급이 혼란스러워지면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가지는 않을까? 몰상식하도록 호전적인 우리의 언어, 다른 나라의 이해관계와 여론에 대한 야멸찬 무시가 핵보유국이 되려는 경쟁을 고조시키고, 핵을 확산시키는 것이 돈이 필요한 나라들에게 더욱 유리한 현실이 되도록 해 오지 않았던가?

겨우 2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이 무모하고 오만한 정부는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들을 입안해 왔다.

9ㆍ11이라는 잔혹한 공격을 받은 대통령이 가진 분노와 충격은 이해할 수 있다. 적의 그림자만을 쫒아야 하고 정확한 보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있으면서 실체도 불분명하고 위치도 알 수 없는 적을 쫓을 수밖에 없는 좌절감도 헤아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좌절과 분노를 지극히 불안정하고 위험한 외교정책 파괴로 바꿔버리는 것에 대해 어떤 정부도 용서받을 수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의 운명을 이끌어야 하는 무시무시한 힘과 책임을 갖고 있더라도 말이다. 이 정부가 내뱉는 선언들은 실로 무시무시하다. 다른 말이 나올 수 없다.

아직까지도 상원은 무시무시하게 고요하다. 인구의 50%가 15살 이하라는 이라크 주민들에 대한 죽음과 파괴의 고통 전야(前夜)인 오늘도 상원은 고요하다. 수천명의 미국인들이 파병되어 상상할 수 없는 생화학무기의 공포에 내맡겨질 날이 며칠 남지 않은 오늘도 상원은 고요하다. 이라크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행해질 사악한 테러공격 전야에, 이를 논의하는 것은 미국 상원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실로 “역사를 몽유병자처럼 걸어가고”있다. 이 위대한 나라와 착하고 믿음직한 국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몽유병에서 깨어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나는 내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한다.

전쟁에 돌입하는 것은 언제나 ‘와일드카드’를 드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은 첫 선택지가 아니라 언제나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 50% 이상이 아이들인 나라에 정당한 이유 없이 엄청난 공격을 가하는 것이 “우리나라 최고의 도덕적 전통”이라고 말하는 어떤 대통령이라도 나는 결단코 의심할 것이다. 이 전쟁은 지금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정치적 압력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 자신을 이렇게 빨리 코너로 모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가 만들어 갇힌 박스에서 나오는 현명한 길을 지금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우리에게 조금의 시간이 더 허락된다면 그 길은 여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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