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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계에도 ‘카지노’ 바람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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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계에도 ‘카지노’ 바람 거세

카지노 회사의 스포츠 팀 인수에 따른 논란 확산

최근 국내에서 로또의 열풍과 카지노 배경의 TV드라마 <올 인>의 시청률 증가로 복권과 도박을 둘러싼 찬반 양론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카지노업체의 프로스포츠 구단 인수를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장 내부에 카지노를 설치하겠다”**

코네티컷 주에 위치한 카지노업체인 모히건 선 카지노는 지난 6일(현지시각) WNBA(북미여자프로농구협회)팀 코네티컷 선을 인수했다. 모히건 선 카지노는 인수사실을 발표하며“코네티컷 선의 홈구장에는 슬롯 머신과 룰렛 테이블이 빼곡한 대형 카지노가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모히건 선 카지노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미첼 에티스는 “코네티컷 선 팀의 경기가 전국방송될 예정이어서 우리회사를 홍보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사람들은 모히간 선 카지노의 WNBA 팀 매입을 시너지 효과를 노린 빼어난 마케팅 전략으로 평가했다. 스포츠 구단으로서는 카지노 산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동시에 카지노 산업으로서는 스포츠 경기를 통해 미국내 주류(主流) 엔터테인먼트 산업대열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美 스포츠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선 안된다’는 여론 우세**

반면 경기장에 설치될 카지노에 대해 반대의견을 펴는 사람들은 “재정난으로 허덕이는 WNBA가 도박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NBA(북미프로농구협회)의 이사진들도 미국내에서 유일하게 도박이 합법화된 네바다 주에 프로농구팀을 만들려고 한다”며 프로스포츠계의 황금만능주의를 비난했다.

‘도박산업의 메카’인 라스베가스에 관심을 갖는 건 프로농구 팀만은 아니다. 파산선고를 받은 NHL(북미하키리그)의 오타와 세네터스는 공공연히 라스베가스로의 프랜차이즈 이전을 발설하고 있으며 재정악화로 고전하는 캘거리 플레임스도 경기장 내부에 카지노 설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 마케팅이란 측면에서 프로스포츠의 카지노 산업연계방안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와 도박의 결합이 팬들에게 가져다 줄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 스포츠 계는 선수, 감독, 심판들이 저지르는 승부조작과 순수해야 될 스포츠가 유흥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승부조작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19년에 메이저리그에서 발생했던 ‘블랙삭스 스캔들’이다. <베이스볼 다이제스트>가 1999년 3월호에서 ‘20세기 메이저리그의 가장 어두웠던 사건 1위’로 뽑았던 블랙삭스 스캔들은 1919년 아메리칸 리그의 최강팀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돈에 매수되어 신시내티 레즈와의 월드시리즈에서 져주기 게임을 한 사건을 일컫는 말이다.

이 사건으로 조 잭슨을 비롯한 7명의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야구계에서 추방당했다. 또한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안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피트 로즈는 신시내티 감독시절 소속팀의 경기에 베팅을 한 혐의가 발각되어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평생동안의 야구계 제명조치를 선고받은 피트 로즈는 현재까지 사면복권되지 않고 있다.

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페이 빈센트는 “스포츠 베팅이 좋지 못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규정에 따라 엄격히 펼쳐져야 할 스포츠경기가 부정행위에 얼룩지게 돼 스포츠의 근본정신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일부 도박산업 전문가들은 “나이 어린 팬들에게 인기가 있는 WNBA나 NBA가 경기장에 카지노를 만들면 청소년들의 도박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고 밝히며 “청소년들은 성인들보다 두 배가량 도박중독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카지노 회사, 미디어 업체의 바톤을 이어받나?**

일각에서는 과거 ‘편파보도의 위험’을 갖고 있는 미디어 업체들의 프로구단 소유에 이어 이번에는 카지노 회사의 프로구단 소유가 프로스포츠 전체로 확산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카날 플뤼스 소유), AC 밀란(핀인베스트 그룹 소유), 시카고 컵스(시카고 트리뷴 그룹 소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호크스/스래셔스(AOL 타임워너 소유)등의 프로구단들은 모두 미디어 업체가 소유한 팀. 이 중 AC 밀란의 구단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선거에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AC 밀란의 팬 클럽을 동원해 이탈리아 수상으로 등극, 전 세계로부터 비난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았다.

그칠 줄 모르던 미디어 업체들의 프로구단 소유는 1998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루퍼트 머독의 BskyB가 10억달러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하려 했을 때 맨체스터의 팬들과 주주들이 BskyB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팬들과 주주들은 미디어 업체의 소유가 구단자체의 독립성을 침범할 가능성이 있고, 경제적인 면만을 고려해 잉글랜드 최고의 축구단 맨체스터가 매각되어선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BskyB의 맨체스터 인수는 수포로 돌아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와 WNBA 팀 코네티컷 선의 경우는 입장이 서로 다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경제력과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구단이며 코네티컷 선은 올랜도에서 프랜차이즈를 옮겨 재창단하려는 '애송이'팀이기 때문이다.

카지노 업체의 프로구단 소유를 어떻게 봐야 할까? 향후 스포츠 팬들이 경기장에 설치되는 카지노를 혁신적인 마케팅 기법의 측면으로 기억해 줄지 아니면 스포츠의 순수성과 진실성을 훼손하는 괴물로 평가할지는 참으로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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