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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위원장제 폐지가 당 개혁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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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구당위원장제 폐지가 당 개혁 핵심”

<천정배의원 인터뷰>“당 안팎 개혁정치세력 모두 집결해야”

“당 개혁의 핵심은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다. 이는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민주당 개혁특위 간사인 천정배 의원은 12일 김원기 개혁특위 위원장, 정대철 최고위원 등 소위 신주류측이 회동을 통해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데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천 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절대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특위위원들이 아닌 분들이 갑자기 오셔서 이런저런 토론을 하는 바람에 분위기에 밀렸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현재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성사가 가능하다"고 비교적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어떻게든 설득해 성사시켜 내겠다"는 것이다.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는 상향식 공천과 직결된 문제”**

천 의원이 지구당 위원장 기득권 폐지가 당 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상향식 공천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말은 상향식 공천을 하자면서 지구당 위원장에 해당하는 사람이 3~4년 동안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당을 관리하고 있다가 그 당원들 가지고 상향식 공천해봤자 누가 유리한지 뻔하다는 것”이다.

천 의원은 “지구당 위원장의 기득권 포기가 안 되면 상향식 공천이 무의미해지고 국민이나 당원이 주인이 되는 국민 참여정당으로서의 목표는 달성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가 개혁안에서 빠지게 된다면 민주당은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길이 없고 내년 총선 결과도 예측된다”고 경고했다.

천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는 첫째, 민주당이 여당으로 내년 선거 때 노무현 정권이 국민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느냐 둘째, 민주당이 정당으로서 정말로 자기 기득권을 스스로 버리고 환골탈태할 수 있는가 셋째, 총선 때 얼마나 상품성 있는 인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인물,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내놓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자면 “지구당 조직을 어떻게 잘 가동하고 등등 지구당 위원장 문제에 관해 현실론을 내세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부차적이고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또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는 누구나 다 승자가 될 수 있는 윈-윈(win-win)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권위주의 체제 내에선 당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강제적으로 짤라 버리지만 이제는 신파든, 구파든 자기 지역에 가서 자기가 지역주민들의 신망을 얻어 공천을 따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가 물갈이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물갈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기득권이 깨지면서 누구나 자유로운 경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물갈이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건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득권 포기는 곧 문호개방”**

따라서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는 총선을 앞두고 당 안팎의 개혁적 인사들에 대한 ‘문호 개방’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천 의원은 “민주당 개혁안의 함의는 민주당의 한계를 극복해 당의 토대를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당 창당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은 개혁적 국민정당이며, 그에 걸맞는 민주당 안팎의 개혁정치세력을 모조리 다 집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걸 가지고 내년 총선을 임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국민정당과의 통합 등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해 “지금까지 당내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민주노동당과 개혁당에 비해 좀 뒤쳐졌는데 이번 개혁을 통해 두 당을 추월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개혁당의 많은 분들이 민주당과 힘을 합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과의 인터뷰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관용 상임편집위원의 진행으로 1시간 가량 계속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이른바 범개혁파도 기득권 챙기기 시작하면 민주당 망해"**

프레시안 : 오늘(12일) 아침 모임에서 개혁특위가 마련한 당 개혁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는데.
천정배 : 잘못된 보도다. 난 그 자리에 참석 못 했다.

프레시안 : 참석한 걸로 보도됐는데.
천정배 : 좀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나라 기자들은 너무 확인취재 없이 기사를 쓴다. 천정배는 당연히 있어야할 자리이기 때문에 천정배라고 쓴 것뿐이다. 오늘 내가 다른 사정이 생겨서 참석 못 했고 이해찬 의원도 중국 가느라 아침에 일찍 자리를 떴다. 그런 바람에 묘한 데로 끌려간 것도 있다. 내가 거기 있었으면 절대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문제는 다시 수습하겠지만 특위위원들이 아닌 분들이 갑자기 오셔서 이런저런 토론을 하는 바람에 분위기에 밀렸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

프레시안 : 아침에 모인 사람들은 민주당내 범개혁파라고 볼 수 있다. 당 개혁안을 성사시켜내려면 이분들 정도의 공감대는 절대적인 것 아닌가.
천정배 : 물론이다. 어떻게든지 설득해 성사시켜야 된다. 이른바 범개혁파 조차도 자기 기득권 챙기기 시작하면 정말 민주당 망하는 거다.

프레시안 : 당 개혁특위 간사를 맡아 지금 약간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초안까지 성사시켰다. 이 안에 따라 개혁된 당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당인가.
천정배 : 국민이 주인이 되는 당이다. 그런 정신이 개혁안에 다 배어있다. 모든 문제는 평당원으로부터 상향식으로 의사결정이 된다. 특히 공직 후보 선출의 경우에는 국민참여경선, 또는 완전 오픈프라이머리 방식까지 터놓았다.

우리 당은 그동안 지역적 한계가 있었다. 우리 당 당원은 전라도 출신, 40대 후반 이후 장.노년층, 자영업, 남자, 70-80% 당원은 이 네 가지 요건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이걸 극복해야 한다. 지역주의를 넘어서 전국정당화 해야 되고, 여성참여를 확대해야 되고, 젊은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되고, 자영업자 뿐아니라 각계각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물론 전국민이 당원이 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 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기본정책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전국적으로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모여드는 정당이 된다면 그 자체가 국민을 대표하는 것 아닌가. 그 평당원으로부터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결국 당은 당원이 주인이 되는 당이 될 것이고, 또 그 당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집단이 돼서 결국은 당 자체가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당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내용적으로도 그 말에 탈권위주의, 탈지역주의는 다 들어가 있다. 또 정쟁중심에서 정책중심으로의 변화, 원내 정당화라든가, 원내 정책기능을 강화한다든가, 당에 정책연구소를 만든다든가, 사무총장제도와 대변인제도를 폐지한다든가 등등이 그동안 조직과 돈 위주의 정당운영을 그만두고 정책 활동 위주의 정당으로 간다는 것이다.

난 지도체제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고위원 뽑느냐, 안 뽑느냐 이런 건 대통령제나, 내각제냐 처럼 정답이 없는 것이다.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냐, 더 현실적이냐의 문제지 어느 쪽이 개혁이고, 어느 쪽이 반 개혁이다. 이런 문제는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가장 핵심이 지구당위원장제의 폐지다. 지구당 위원장 문제가 왜 중요하냐면 이제는 상향식 공천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원리가 적용돼야 한다. 말은 상향식 공천을 하는데 지구당 위원장에 해당하는 사람이 자기가 3-4년 동안 기득권 유지하면서 당을 관리하고 있다가 그 당원들 가지고 상향식 공천해봤자 누가 유리한지 뻔한 것 아닌가. 그래서 두 가지는 짝을 이루고 있다고 본다. 지구당 위원장의 기득권 포기가 안 되면 상향식 공천이 무의미해지고 국민이나 당원이 주인이 되는 국민 참여정당으로서의 목표는 달성될 수 없다.

지구당 위원장의 기득권 포기문제는 또 한편으로는 돈과 조직에 의한 정당 활동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지구당 위원장이 대부분은 지구당 조직을 관리하니까 한달에 원외위원장은 기백만원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국회의원은 1천만원 갖고도 어렵다. 정말 지구당은 돈 먹는 하마인데. 그 지구당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당을 관리하는 체제로 된다면 선거운동 조직으로서 지구당은 많이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수천만원을 들여 지구당을 관리해왔다면 이제 운영위원장의 최소한의 활동비, 당사를 유지하기 위한 임차료 등으로 월 5백만원 이하로, 지금 개혁당 같은 경우 2-3백만원 가지고 해결하지 않나. 돈 안 쓰는 정당을 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가 지구당위원장 기득권 포기다.

프레시안 : 지금 모형으로 제시한 당 모습과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인데 그게 현실적으로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누가, 무엇 때문에 반대한다고 생각하나.
천정배 : 대체로 반대하는 분들의 걱정은 두 가지다. 일리가 있다. 하나는 상대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상대방은 지구당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는데 우리만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있다. 더구나 원외지구당 위원장의 경우엔 상대방이 대체로 현역의원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현역의원한테 프리미엄이 있는데 원외지구당 위원장직마저 내놓고 선거운동하려면 좀 안 맞다는 거다. 그 말은 맞다.

또 하나는 지구당 운영위원장 체제를 만들면 그 사람들이 과연 무슨 인센티브가 있어 열심히 하겠냐. 결국 똑같은 말이다. 지구당이 상대당과의 선거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경쟁도구가 된다는 걸 전제로 할 때 그 활동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우리 전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건데, 정당한 문제제기라고 본다.

그런데 크게 보면 국민들은 민주당이 어떻게 자기 기득권을 포기하고, 돈과 조직에 기반한 선거를 안하고, 자기를 탈바꿈하느냐 쪽에 더 관심이 있다. 그것을 통해 전체적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그에 따라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모습을 고수하면서 지구당 위원장이 지역구 돌아다니면서 축사 몇 번 더 한다고 유리하지 않다. 나는 당의 전체적인 개혁적 모습이 선거승리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지 한 특정 지구당 위원장의 조직관리에 의해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구당위원장제 폐지 못하면 민주당 국민지지 회복 못해"**

프레시안 : 선거승리의 요인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천정배 : 그 것도 그렇고 설령 우리가 실리를 잃을 위험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걸 포기하면서 나가는 게 개혁 아닌가. 그런 것이 죽을 각오하고 개혁하는 것 아닌가. 그러다 사는 것이고. 그런게 사즉생이다. 다른 비판들은 별로 이유가 안 되는 것 같다. 지구당 관리위원장이 과연 중립일 수 있느냐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리위원장이 중립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지구당 위원장은 100% 편파적이다. 천정배가 자기가 출마하려고 하는데 천정배 편들지. 그건 비판의 포인트가 잘못된 것이다.

프레시안 : 당 개혁안의 핵심은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다. 이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는 주장인가.
천정배 : 그렇다. 기득권 폐지란 게 현재 지구당 위원장이 물러난다 이런 게 아니다. 당장에 있는 지구당 위원장이 사퇴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지구당 위원장 기득권 폐지는 제도적.항구적으로 지구당 위원장직을 활용해 당내 공천 경쟁에서 독과점적인 위치를 차지하려는 것 자체를 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레시안 : 제도로서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가 핵심이라고 했지만 지금 그걸 재검토하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만약 그 부분 빠진 형태로 유야무야될 가능성은 없나.
천정배 : 뭐 모든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정말 불행한 일이다. 민주당은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년 선거결과도 예측된다. 지역구도를 못 깰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오히려 전국을 단위로 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는데 현재와 같이 작은 단위로 치루는 국회의원 선거는 힘들다.

프레시안 : 그 문제는 나중에 좀더 집중적으로 얘기했으면 한다. 개혁안과 관련해 정치 제도론적 차원의 논의는 접어두고 현실 정치 역학관계에서 볼 때 두 가지 반박론이 있다. 첫째는 지도체제가 별 문제 아니라고 하지만 임시 지도체제를 만들기로 한 것이 핵심으로 인식되면서 기존에 경선으로 뽑은 사람들을 쫓아내고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감이 있다.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천정배 : 원래 특위가 임시지도체제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우리당의 이번 개혁이 장기간을 요하기 때문이다. 또 필연적으로 두 단계를 요구하게 된다. 먼저 개혁안을 당에서 확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당헌 개정이라는 절차가 필요하고, 그 다음엔 우리 당의 개혁안에 따라 지구당 체제도 바꾸고 기간 당원을 육성하는데 그 자체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보니 최종적으로 당 개혁을 완성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완성이 끝나야 지구당 운영위원장도 선출하고 당 대표도 뽑을 수 있다. 그래서 첫 번째 단계와 두 번째 단계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과도기를 담당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물론 그 과도체제를 지금 최고위원들이 맡도록 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그건 앞으로 당무회의 논의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임시 지도부는 제도적 임시 지도부이지 어떤 특정한 사람을 전제로 한 게 아니다. 그 부분은 당무회의가 선임하게 돼 있다. 당무회의는 이른바 특정 계파만 있는 게 아니다. 앞으로 당무회의에서 임시 지도부 수장을 누구로 하자든가 임시지도부를 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집행위원도 5명을 더 두게 돼 있는데 그 집행위원을 신구파라는 말에 동의할 순 없지만, 신구파가 몇 대 몇으로 하자 하는 식으로 결정하면 된다. 이런 문제는 아직 열려있는 것이다.

더 붙이자면 1단계에 당헌 개정이란 형태로 당 개혁안을 확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헌 개정은 현재 우리 당헌에 의하면 전국 대의원 대회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만일 당무회의에서 합의할 수 있다면 일단 잠정적으로 당헌을 확정하고, 그에 따라 당 개혁 작업을 한 다음에 6개월 뒤 열리는 최종적인 전당대회에서 추인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정치집단이고 또 과거에 우리 당에도 수없이 그렇게 했다. 아주 형식 논리에 빠진 법률가는 어떻게 볼지 몰라도 그것에 대해 누가 나무랄 일도 없다고 본다. 과거에 우리 헌법 개정할 때도 그렇게 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죽어도 최고위원직 내놓을 수 없다, 이러면 그분이 당 개혁안에 대해 당무회의를 통해 반대하면 된다. 그렇게 그분이나 몇 분이 끝끝내 반대하면 안 되는 거다. 어쩔 도리 없이 다른 타협을 하거나 전당대회를 소집해서 표 대결을 하거나 이런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안 자체가 구조적으로 누구를 배제하고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정치적으로 물갈이 하는 거는 정치집단의 자유 아닌가. 그러나 제도적으로 누구를 강압적으로 물러나게 할 방법은 없다.

프레시안 : 그 쪽에서 말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강압했다기보다는 어차피 기존의 시스템에서 준비해서 한번의 전당대회에서 표 대결을 해서 할 수도 있는데 2단계를 설정한 것 자체가...
천정배 : 근데 기존의 시스템에서 준비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당헌을 확정해야 되는데, 새로운 당헌을 확정하면 최고위원제도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면 최고위원자리는 그냥 소멸하는 거다.

지금 우리의 당 개혁안이라는 것은 제도적으로 보면 사실상 신당창당 수준이다. 예를 들면 대통령제 하다가 내각제 하는 거다. 그러면 대통령제 하에 있던 고유한 자리는 없어지지 않나. 당헌 확정하는 순간에 자리가 없어지니까 그 사람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계파적인 측면에서 볼 문제가 아니다.

프레시안 : 그런 논리에 따르면 당무회의에서 당헌개정을 잠정 확정하듯 지금의 지도체제를, 물론 직위는 없어졌지만 그분들의 합의 형식으로..
천정배 : 그러면 그분들을 당 임시지도부로 뽑으면 될 것이다. 임시 지도부에 그분들을 그대로 올리면 된다. 그건 지금도 열려있다. 다만 당헌 개정을 전제로 지구당 위원장들도 전부 사퇴하고, 시도지부장도 없애고, 이미 있는 당 자체가 전부 다 무너지면서 새 당을 짓는 것인데, 유독 최고위원들만 자기들이 계속 하겠다? 계속하겠다면 당무회의에서 이 개혁안에 대해서 반대하면 되는 거다.

아까 지구당 위원장 제도로 돌아가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건 누구나 다 승자가 될 수 있는 만족스런 제도다. 윈-윈(win-win)의 제도다. 과거 같으면 권위주의체제 내에서 당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강제적으로 짤라 버린다. 근데 이제는 상향식 공천하지 않나. 그러니까 신파든, 구파든 자기 지역에 가서 자기가 지역민들의 신망을 얻어 공천을 따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극히 정당하고 윈-윈이다. 그때 내 기득권이 지켜져야 한다, 내가 지구당 위원장이기 때문에 유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부당한 것이다.

***"상향식 공천 보완하려 사전ㆍ사후 심사기능 만들어"**

프레시안 : 바로 그 대목이 기존의 정당을 꾸려왔던 관행으로 본다면 이른바 '물갈이'를 위해 일부러 만든 제도 아니냐는 반대가 있을 수 있는 거다.
천정배 : 물갈이를 위해서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물갈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그랬다던데 이렇게 하면 90살까지도 자기가 지구당 위원장 할 수 있다고. 그런데 지금 기득권이 깨지면서 누구나 함께 자유로운 경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물갈이가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건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이다. 이는 민주참여원리에 충실한 것이다.

그 제도를 만들 때 밑에 깔린 의도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지금 국민적 명분이나 민주적 원칙에 맞느냐 안 맞느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 어떤 제도든지 그 제도에 의해서 이익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이 있을 거다. 결국 부당한 프리미엄의 폐기, 이런 점에서 이번 개혁안은 극히 개혁적인 것이고 한편으론 정말 윈-윈이다. 구파가 왜 누구를 두려워하는가. 자기 지역에서 신임을 못 얻고 짤리는 걸 두려워해야지. 그건 너무 정당한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정 반대의 질문을 드리겠다. 만약 정말 물갈이라는 목표가 필요하다면 지금 이런 제도가 물갈이를 담보할 수 있을까.
천정배 :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프레시안 : 기존의 현역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의 기득권을 없애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6개월이란 기간동안 당원을 모집하고 하는데 기존 의원들이 훨씬 더 앞장서 있을 것이고..
천정배 : 그렇다. 천정배가 지난 7년 동안 지구당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아성도 굉장하다.

프레시안 : 내년 4월이 총선인데 결국은 지금의 이 모든 개혁과정이 민주당을 국민들 앞에 새롭게 만들어서..
천정배 : 결과적으로 인적으로도 훌륭한 사람들이 있어야 할 텐데 솔직히 말하면 그 점에 대해 좀 걱정이 있다. 그건 지구당 위원장의 기득권 포기에서 나오는 문제가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상향식 공천제에서 나오는 위험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상향식 공천을 지금 와서 옳고 그르고를 떠나 다시 퇴보시킬 수 없다.

그러면 결국은 하향식 공천일 텐데 우리 당에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김대중 대통령이 당을 떠난 다음에는. 지금 그 역할을 상정한다면 결국 노무현 당선자에게 그 역할을 하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 그건 그동안 우리 당이 쌓아온 당정 분리 원칙을 훼손하고 다시 노무현 더러 당에 개입해서 맘대로 휘두르라는 것이다. 명백하게 우리 당의 개혁의 후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역시 국민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맞다.

'선량한 독재자'라고나 할까, 그런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을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야말로 국민의 선택에 따른 것 아닌가. 당 개혁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당내 경선이 되도록이면 공정하게, 국민이 많이 참여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또 국민들이 개개의 후보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몫이다. 최종 선택은 역시 국민이나 당원이 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프레시안 : 그래서 거론됐던 방안 중 하나가 민주적 경선의 원칙을 지키되 경선에 나갈 사람에 한해 중앙당에서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었다.
천정배 : 그 제도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나.
천정배 : 사전 기능, 사후 기능이 있는데, 사전심사는 적격심사만 하도록 돼 있다. 먼저 중앙당에 공직후보자 적격심사위원회와 공직후보자 재심 위원회를 만들어서 각 위원회는 당 내외 인사를 절반씩 해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그 위원회는 공천 신청을 받기 전에 심사기준을 미리 최대한 객관적으로 만들어 공표하기로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재량의 여지는 어쩔 수 없다. 예를 들면 도저히 우리 당 후보로 내놓을 수 없는 파렴치 범죄자. 이런 기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파렴치 범죄가 어디까지인지, 1백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사람 이렇게 할 수도 없고, 예컨대 성폭력 사범인데 친고죄라 뒤에 처벌되지 못했다 해도 이 사람이 강간범이라면 아무리 처벌 안받았다고 해도 공천 줄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런 규정을 둬서 거기서 부적격자를 가려낸다.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이 사람은 안 된다는 사람을 걸러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득표력이 있든 없든 경선에 참여시킨다. 그래가지고 경선 결과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신청 안 하면 그 사람이 되는 것이고, 이해관계자가 이의 신청을 하면 재심을 하도록 되어 있다.

재심 경우에는 절차적인 문제, 저 사람이 돈을 뿌렸다던가, 경선 절차에 하자가 있다던가 하는 것도 따져봐야 되겠지만 여기서는 경쟁력도 따져봐야 한다. 객관적으로 하는 여론 조사 등을 통해. 예컨대 경선에 승리한 사람이 나가면 상대방하고 사이에 50대 10으로 깨지게 돼 있고, 이의신청한 사람이 나가면 60대 40으로 이긴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후자를 공천해야 되지 않겠나.

프레시안 : 그 마지막 부분은 사실상 하향식 공천 아닌가.
천정배 : 이 사람이 10%포인트 앞섰다든가 이런 경우가 아니라 극단적인 경우를 말한다.

프레시안 : 근데 여론조사라고 하는 게 이번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서도 드러났듯이 엄청나게 우여곡절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경선에서 승리한 사람 입장에선 승복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천정배 : 그때 상황으로 명백하게 경쟁력이 없는 사람이 분명 있다.

프레시안 : 적격심사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쉽지만 마지막에 경쟁력 심사는 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천정배 : 그런 점에서 하향식 공천을 가미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하향식이란 게 과거처럼 1인 보스라든가 당권파에 의한 것은 아니다. 외부인사를 반으로 채우니까, 외부의 신망 있는 인사들이 심사를 할텐데 그렇게 엉터리 짓을 하겠나.

프레시안 : 그렇게 되면 정말로 노무현 대통령이 당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어지는 건가.
천정배 : 그렇다.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권위 같은 영향력은 있을 수 있다. 누구를 밀어라는 것은 적절지 않지만 이번에는 젊은 전문직이 좋을 것 같다. 이런 거 얘기할 수 있지 않겠나. 대통령의 정치적 행위에 의해 당원이나 국민들에게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그런 것까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민주당 안팎 개혁정치세력 모조리 다 집결시켜야"**

프레시안 : 아직 불투명하지만 당에서 그런 개혁이 다 됐다고 가정하고, 현실적으로 그 목표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의석을 많이 얻고자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앞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라든가 협상은 남아 있긴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봤을 때 이 개혁만으로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천정배 : 대체로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여당으로 내년 선거 때 노무현 정권이 국민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느냐가 가장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민주당이 정당으로서 정말로 자기 기득권을 스스로 버리고 환골탈태할 수 있는가. 그리고 세 번째로는 총선 때 얼마나 상품성 있는 인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인물,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내놓을 수 있는가. 나는 총선 승리가 거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에 지구당 조직을 어떻게 잘 가동하고 등등 지구당 위원장 문제에 관해서 현실론을 내세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아마 부차적이고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천 의원이 계속 강조하는 '기득권 포기'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결국 새로운 사람이 마음껏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닌가.
천정배 : 정당한 지적이다.

프레시안 : 그 새로운 사람은 기존 정치권 인사가 아닐 수도 있고, 기존 정치권이지만 다른 당의 사람일 수도 있다.
천정배 : 다른 당까지는 모르겠고... 그럴 수 있다. 원론적으로는.

프레시안 : 그래서 민주당의 이 개혁만으로 총선승리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은, 노무현 당선자도 후보단일화라는 극적인 계기가 있지 않았나, 뭔가 정계개편과 같은 커다란 것이 함께 전제되어 있는 당 개혁의 구상이 아니냐는 것이다.
천정배 : 정계개편은 그동안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 용어를 어떻게 하던 간에 저는 우리 당 개혁이 갖고 있는 함의는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아까 그 의미는 현재 민주당의 한계를 다 극복해 당의 토대를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표현이 좀 그렇지만 수직적으로 본다면 당의 최상층부에서 토대까지 세 단계를 생각할 수 있다. 당의 최고 지도자는 평당원이지만 노무현 아니겠는가. 그건 바꿀 수도 없는 문제지만 현재 국민적 지지도로 보건데 잘 뽑아놨다고 본다. 그 다음에 토대라고 할 수 있는 평당원은 개혁안대로 잘 해서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모일 수 있도록 자꾸 권유하고 끌어들여야 한다고 본다. 그건 왕도가 없다. 그 다음에 중간에 해당하는 정치 엘리트라고 할까, 총선에 내보내는 후보들을 얼마만큼 좋은 인물들을 골라서 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당에 있는 인물들도 물론이지만 당 밖에 있는 인물들까지...

지금 민주당의 제도개혁은 그런 가능성을 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구당 위원장의 기득권 폐지문제도 그렇다. 지금 같으면 아무리 좋은 사람도 지구당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데 민주당에 들어와서 경쟁하겠다는 생각이 나겠는가. 달리 말하면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부당한 진입 장벽을 해소하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다는 아니지만 제도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개혁적 국민정당이다. 그동안 빛이 좀 바랜 점도 있고 이질적 요소도 좀 있지만.

프레시안 : 이미 그런 이름을 쓰는 당이 하나 있지 않나.
천정배 : 2000년도 이미 정강정책에 민주당은 개혁적 국민정당이라고 박혀있다. 남의 당에서 저작권료도 안 물고 쓰는지 모르겠지만(웃음)... 어쨌든 우리가 개혁적 국민정당이다. 그에 걸맞는 민주당 안팎의 개혁정치세력을 모조리 다 집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가지고 내년 총선을 임해야 될 것이다. 그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것은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우선 기성 정당도 있을 것이고, 한나라당을 제외한 개혁당이라든가. 그 다음에 지금은 정치권에 없지만 정치권 밖에 있는 개혁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후보들이 오히려 많이 있다.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함께 가야지만 가능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도 포함된 것 아닌가.
천정배 : 한나라당에 개혁세력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한나라당 문제는 좀 별개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문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많은 국민들이 앞으로 기존정당들이 노선과 정책을 중심으로 헤쳐 모여라. 또 한편으론 권력이 무슨 강압 수단을 쓰거나 회유해서 타당에 있는 사람을 빼오는 인위적 정계개편은 안 된다는 의견이 압도적 다수다. 그런데 두 개가 구체적인 모습으로는 충돌하고 있다. 적어도 여당의 입장에선 인위적인 여당의 권력에 의한 위협이나 회유로 빼온 것이 아니라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 전에는 한나라당 사람들하고 합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엄연히 현재의 정당시스템이 지역주의에 근거한 게 아닌가. 민주당이 개혁을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호남에 근거했던 기득권을 다 놓게 되고 그래서 물갈이를 하게 되면 기존 민주당의 호남 세력이 반발해서 당이 쪼개질 우려가 있지 않나. 쪼개지는 걸 감수하더라도 민주당이 개혁해서 바깥의 개혁세력을 포함시켜서 내년 총선에 나섰을 때 그건 결국 텃밭은 다 잃고, 대신 얻는 것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천정배 : 한마디로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대통령 선거에서 졌다면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현재까지 민주당은 한편으론 호남에 기반을 둔 지역정당이라는 걸 부인할 순 없지만 또 한편으론 우리가 개혁세력이다. 이 두 세력이 김대중이라는 탁월한 지도자에 의해 합쳐져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대통령 선거에서 지면 그 두 세력이 연합해 있을만한 결합력을 못 가지지 않을까 좀 우려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정말 한국 개혁정치 세력의 앞날이 암울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을 했다. 그러나 이제 여당이고 우리가 이겼다. 개혁세력이 승리했다.

또 한편으론 어쨌든 그동안 역사적 산물이기도 하지만 호남의 대중들이 과연 개혁세력과 관계없는 지역주의에 매몰된 세력을 지금도 원하느냐. 더구나 지금 호남사람들이 미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까 우리정당이 개혁정당이라고 했는데 개혁을 떠난 순전히 벌거벗은 낡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세력이 호남에서야말로 발붙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난 지역주의 문제가 나오면 늘 출생을 밝히는데 저야말로 신안군 암태도가 고향이다. 섬에서 태어나서 목포에서 학교 다닌 호남 시골뜨기인데 그 점에 관해선 정말 자신 있다. 이번에 90% 이상의 사람들이 노무현을 민 이유는 호남이 제발 좀 지역주의에서 벗어나서 국민통합으로 가야한다는 절규 같은 게 묻어있는 거다. 그것을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호남에서 90% 이상의 사람들이 노무현을 민 것은 굉장한 지역주의의 발로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패권적 지역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거꾸로 지역주의야 말로 호남을 짓이긴 질곡 같은 것이다. 지역주의는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지만 호남 입장에서 가장 극복돼야할 문제다. 지역주의가 이대로 가는 한 호남은 영원히 이 안에서 소수파로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다. 나는 그 점을 호남의 대중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선거에서 참패해가지고 호남사람들이 극히 공황상태에 빠져서 우리끼리라도 모여서 우리 세력이라도 보존하고 가야겠다. 이런 상황이 오는 걸 두려워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고 본다. 또 호남출신의 개혁적 정치인이 수없이 있다. 호남에서도 자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그런 게 일부 드러날지 모르지만 호남의 대중들이야말로 개혁과 통합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라도 반대하면 당무회의에선 통과 못 시켜"**

프레시안 : 호남에서의 90% 득표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학계나 정치권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니까 그 정도로 하자. 실무적인 질문인데 당 개혁안에 대해서 다시 재론한다고 하는데 다음주 예정된 당무회의까지는 결론이 나는 건가.
천정배 : 14일에 최고위원회의가 있다. 그때 우선 얘기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건 나야 알 수 없다. 그때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질 것으로 본다. 그러면 다음주 정도에 당무회의가 열려서 논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건 내 예측이다.

프레시안 : 개혁안이 찬반표결을 거쳐서 부결되는 것도 예상하나.
천정배 : 아까 말씀드렸듯이 설령 다수가 지지한다 해도 표결까지 가는 상황이 된다면 적어도 당무회의 수준에선 통과시킬 수 없다고 본다. 그러면 전당대회를 통해야 된다.

프레시안 : 그렇게 되면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천정배 : 뭐 안될 때까지 다 예상할 순 없고..

프레시안 : 지금으로선 사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천정배 :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소수라도 반발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천정배 : 그래도 정치는 명분과 원칙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설득도 하고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서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과거에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않았나. 바로 일년 전에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엄청난 이해관계의 대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굉장히 오래 걸렸지만 특대위, 당무회의를 통해 결국 국민경선제 같은 새로운 제도에 합의했다. 그걸 통해서 오늘의 대통령 선거 승리가 있었던 것 아닌가. 그게 우리 민주당이 갖고 있는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잘 될 걸로 본다?
천정배 : 저는 낙관하는 편인데, 안되면 큰일이다. 안되면 손해 보는 건 우리 자신이다.

프레시안 : 예컨대 지구당위원장제 폐지 같은 핵심적인 게 빠진 상태로 수정된다면 개혁을 추진했던 세력이 반발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천정배 : 그건 두고 보자. 당 개혁특위를 만든 것은 개혁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엊그제 당 개혁특위 안을 확정짓고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기자들한테 한 열 번은 강조했다. 이보다 더 잘 만들 순 없다. 그만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걸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설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당 개혁안과 관련해 더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천정배 : 여성정치참여 확대 방안도 획기적인 것이다. 여성계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이 했다. 첫째는 여성전용지역구를 추진하겠다. 그것이 안 된다면 30% 이상 지역구 공천을 의무화하겠다. 물론 비례대표 50% 이상은 기본이다. 또 우리 당의 모든 경선 과정에서 여성이 결선투표에 오르면 20%를 가산하기로 했다. 엄청난 거다.

프레시안 : 역차별 아닌가.(웃음)
천정배 : 그런 얘기가 나올 정도다. 만약 남녀가 겨뤄 결과가 55대 46으로 여성이 졌다 해도 20%를 가산하니까 여성이 이기게 된다. 여성참여 확대에 관해서도 역사적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아까 이름도 비슷한 개혁국민정당하고는 통합 논의하고 있는 게 있나.
천정배 : 그건 내 수준에선 모르겠는데. 이번 개혁을 성공시키면 개혁당이 민주당을 비판할 수 없으리라고 본다. 지금까지 당내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민주노동당과 개혁당에 비해 좀 뒤쳐졌었는데 이번 개혁을 통해서 두 당을 추월하고 정치개혁에 관해선 민주당이 최고 앞서가서 적어도 우리하고 노선과 이념에 있어서 차별성을 제기하지 않는..

프레시안 : 추월이라고 까지 할 수 있나.
천정배 : 추월이다. 두 당이 지구당 위원장제 폐지 같은 것 했나. 민노당이 지난번에 권영길 후보를 국민경선제를 통해 뽑았나. 그분들이 자랑하는 것은 진성당원화 아닌가. 그걸 이번에 우리가 한다. 지구당 위원장 기득권 폐기했고, 국민참여 경선제를 모든 선거로 확대했고, 지난번에 대선 후보를 국민참여 경선으로 뽑았다. 그렇게 되면 아마 개혁국민정당의 많은 분들이 민주당과 힘을 합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프레시안 : 알겠다. 좋은 개혁안이 잘 성사되기를 바란다.
천정배 : 많이 도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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