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초대내각의 윤곽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노 당선자가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한대로 '개혁 내각' 성격이 짙을 전망이다.
***김종인, 경제부총리 추천 가장 많아**
처음으로 국민추천을 인사에 반영한 새 정부 조각은 장관 후보가 5배수로 압축되는 이번 주말쯤 구체적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10일 "오늘부터 각료 인선 3단계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이번주부터 10배수 추천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빠르면 주말께 고건 총리 내정자와 최종 인선을 논의해 내주초께 인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경제팀. 이 가운데서도 특히 경제부총리가 누가 될 것인가가 재계 및 관료계의 최대관심사다. 이번 경제부총리의 경우 청와대 경제수석제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경제수장으로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밝힌 5단계 인사 과정 중 인수위 차원에서의 최종검토 단계인 3단계가 진행중인 가운데 김종인 전 경제수석이 경제부총리 후보 추천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가 10일 11명의 추천위원들이 국민참여본부를 통해 추천된 60명 가량의 경제부총리 후보 중 10배수 추천에 들어갈 인물을 조율한 결과 김 전 경제수석이 8표 가량을 얻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7표를 얻어 그 다음을 기록했다.
이같은 결과가 알려지자 재계와 관료사회는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김종인 전 수석의 경우 일관된 재벌개혁론자인 동시에 개혁은 집권초기에 거침없이 단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초전박살파'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김 전수석은 또한 관료사회에 대해서도 비판적 관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경부 등 관료들의 '기피대상 1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 당선자가 최근 재계의 잇따른 반(反)재벌개혁 움직임에 내심 격노한 상태이며 집권초기에 분명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변이 없는 한 김종인 전수석의 경제부총리 기용이 유력하다는 게 인수위 주위의 지배적 관측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경제부처 인사와 관련, 10일 손길승 전경련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경제정책은 민주당 정책 기조를 견지해 나갈 것이며 이를 알고 추진할만한 인사를 기용하겠다"며 '개혁성'을 인사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기도 했다.
***금감위원장 자리도 비상한 관심사**
경제부총리 다음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경제부처 수장인 다름아닌 금융감독위원장이다.
인수위 추천 결과 금융감독위원장에는 이동걸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각각 첫번째와 두번째로 많은 추천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얼마 전 금감원 노조가 자체실시한 여론조사결과 이정재 전 재무차관 등 관료출신들이 우위를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여서 주목된다.
특히 장하성 교수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도 두 번째 많은 추천을 받아 경제부총리, 금감위원장, 공정위원장 등에 모두 상위권 추천을 받아 입각 여부가 주목된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이 전차관 등이 금감원 직원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는 사실이 도리어 마이너스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일각에서 예견되던 '김종인-장하성'이라는 메가톤급 개혁경제팀이 실제로 출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어가는 양상"이라고 금감위의 불안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인수위가 재벌의 제2금융권 독점현상 타파와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 등 강력한 재벌관련 금융개혁을 추진하려 하고 있는 만큼 개혁의지가 강력한 인사가 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에는 노 당선자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경제관료 중 한명으로 알려진 박봉흠 현 차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으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는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있는 김병일 전 부위원장이 최다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장관후보를 추천하는 추천위원에는 경제1분과의 경우 4명의 인수위원 외에 류시열 전 은행연합회장, 정해왕 금융연구원장, 정창영 연세대 교수, 오성환 서울대 교수, 김주영 변호사, 임원혁 한국개발원 연구위원, 박명훈 경향신문 논설위원 등이 포함돼있다.
***교육부총리 전성은, 환경부 문국현, 문화부 이철 등 유력**
교육 부총리로는 전성은 거창의 샛별중학교 교장,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 김찬국 전 상지대 총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모두가 비관료 민간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게 큰 특징이다.
이 가운데 현재로서는 얼마 전 노무현 당선자와 독대했던 전성은 교장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전 교장의 경우 평소 거대 관료조직인 교육인적자원부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었던 만큼 그가 교육부총리가 될 경우 대대적 교육개혁이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며, 교육관료들이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환경부 장관으로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정진승 현 환경부 차관, 민주당 이미경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이 가운데 문국현 대표는 재계 출신인사로는 유일하게 장관후보로 거명되고 있으며, 평소 CEO로서는 물론 환경운동가, 기부운동가로 유명해 입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경 의원은 현역의원 배제 원칙에도 불구하고 지역구가 아닌 전국구 의원인 까닭에 여성부 장관으로도 유력시되고 있다.
노-정 후보단일화 과정에 공헌이 큰 이철 전 의원은 문화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로 동시에 올라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부장관 후보로 알려진 유홍준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장은 본인이 국립박물관장 후보를 자청했다.
현재 진행중인 3단계 인사추천위 심사에는 임채정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 간부,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를 포함한 청와대 수석 내정자, 신계륜 인사특보가 참여하며 고건 총리 내정자도 이 단계부터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당선자, "비선 인사 없다"**
한편 노무현 당선자는 개각 인선과 관련, 10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인사추천위가 열심히 공식 절차를 진행중인데 그것과 상관없이 엉뚱하게 비선의 핵심 측근이 (인사)추천 업무를 따로 하고 있는 것처럼 돼 있는데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일"이라면서 공식인사 절차를 따를 것임을 강조해 주목된다.
중앙일보가 10일 각 부처 장관 후보 명단과 함께 5배수로 압축됐다고 보도하면서, 이 명단의 작성 주체로 노 당선자의 386 핵심측근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어떤 핵심 측근이 작성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명단이 있다면 내 의도를 많이 빗나간 것이고, 그래서 그 측근은 당선자 의중도 모르는 비핵심 측근"이라고 강한 분노를 토로했다. 중앙일보 보도로 인해 '참여'를 통한 광범위한 인재풀 구성과 개혁인사를 '발탁'하려던 취지가 적잖이 훼손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측은 현재 명단의 출처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재인 민정수석 내정자는 "최종 심사 단계에서 3배수 정도로 후보가 압축되면 논의과정을 일부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인사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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