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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 이라크공격 명분 충분치 않다”

전직 CIA 정보분석가들, 파월의 유엔연설 조목조목 반박

미국의 이라크전은 정당한 전쟁인가. 부시행정부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ㆍ은폐에 대한 증거를 제시했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지난 5일 유엔 연설로 이라크전쟁의 명분을 확보했다는 입장이지만 미 국내외의 여론은 이같은 부시행정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다년간 정보분석 임무를 담당해 온 전직 정보 관리들을 비롯, 일부 중동문제 전문가들이 파월의 이번 연설은 이라크 공격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 전직 요원들은 미국내 언론사들에 보낸 공개서한 형식의 글을 통해 테러를 저지르게 하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공격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더 많은 테러리스트를 양산하는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을 발표한 '올바른 정보를 위한 정보 전문가 퇴직자 모임(VIPS, Veteran Intelligence Professionals for Sanity)'은 주로 중앙정보국 정보분석 분야에서 일했던 관리들이 결성한 전국적 조직으로 성명서를 작성한 모임 내 '조종 그룹'은 구성원들의 실명까지 게재했다.

<파월 사진>

***"테러라는 말라리아를 없애려면 모기를 잡지 말고 늪을 없애야"**

요원들은 '큰 틀'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 파월이 제시한 증거가 설령 맞는 것이라 할지라도 맥락과 전망을 밝히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라크의 잘못을 제시한 것에는 'A'학점을 줄 수도 있지만 맥락과 전망을 짚어주는 것에는 'C-'학점 밖에 줄 수 없다"고 파월의 연설을 폄하했다.

이들은 파월이 유엔 결의를 위반한 사실이 전쟁을 정당화 할 수는 있는가 하는 핵심적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위해 이라크 공격이 불가피하는 부시행정부의 주장에 대해 중앙정보국이 작년 10월 상월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서한을 제시했다. 서한에는 미국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로 공격을 먼저 시작하거나 테러리스트들에게 그런 무기를 제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평화를 깨뜨리는 미국이 진짜 범죄자 될 것"**

한편 <新 십자군: 미국의 대테러전쟁>과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신화, 사실 그리고 거짓말>의 저자이자 반전 관련 지식기업 'Nowar Collective' 회원인 라울 마하잔은 '파월에게 보내는 답신(Responding to Colin Powell)'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라크 공격은 "평화를 깨뜨리는 범죄"가 될 것이며 미국은 자신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국제법을 스스로 깨뜨리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마하잔이 파월의 연설에서 가장 근거가 취약한 것으로 꼽은 것은 이라크-알카에다 연계설이었다. 그는 "알 카에다와 관계하고 있는 고위 인사인 아부 무삽 알 자카이가 바그다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 테러 공격에 이라크 고위층이 연계되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가 알 카에다에게 생화학 무기에 관한 정보를 주었다는 알 카에다 대원의 말을 인용한 것을 가리켜 그는 "미국에 억류된 사람이 미국이 듣기 좋아하는 소리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마하잔은 대량살상무기를 숨기려는 이라크인들의 통화를 가리켜 "그 녹음이 사실인지, 최근의 녹음내용인지,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치워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증거 제시 연설 전체를 통해 생화학무기의 현재 상태에 관한 증거는 1998년 유엔 무기사찰단이 내놓은 증거보다 허술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가 어떤 위협이 되고 있는가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라크의 공격성에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하고 걸프전 이후 위협을 받았던 것은 미국이 아니라 이라크였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의 지원이나 방조가 없다면 외부에 어떤 위협행위도 할 수 없고 기껏해야 이라크내 정적이나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후세인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하잔은 증거를 갖고 있으면서 두달 이상 숨겨온 미국의 행위는 "모든 회원국들은 유엔 무기사찰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협조해야 한다"는 유엔 결의안 1441조 10항을 고의로 위반한 것이 된다고 따졌다. 그는 또 이라크가 사찰을 받는다면 경제제재를 풀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지속적으로 위반되었다고 지적, "이라크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미국의 주장은 추악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파월의 5일 연설에 대해 이라크는 "특수효과로 채워진 미국식 쇼" "3류정보기관의 작품"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율은 파월의 연설 후 다시 반등세를 타고 있다. 미국인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다는 파월의 연설 내용조차도 반박되는 상황이 미국인들의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다음은 각 언론사에 보낸 전직 중앙정보국 요원들의 기고문 전문.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수신: 부시 미국 대통령
▶발신: 올바른 정보를 위한 정보 전문가 퇴직자 모임

파월 미 국무장관의 오늘(5일) UN 연설은 사건의 맥락에 대한 설명이 빠졌다. 우리는 파월이 이라크의 잘못을 조합하고 열거했던 것에 'A'학점을 줄 수 있지만, 맥락과 전망을 짚어주는 것에는 'C-'밖에 줄 수 없다.

부시 당신은 배심원들의 증언이 아니라 정보 브리핑을 들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파월 장관은 이라크가 UN 안보리 결의안 1441조에 협조하지 않아 유죄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유엔 무기사찰단장(한스 블릭스)에 의해 증명된 것이다. 미 국방부 속어로 말하자면, 파월이 한 일은 '식은 죽 먹기(cakewalk)'에 불과하다.

1441조 결의안에만 초점을 맞추는 좁은 관심이 더 넓은 그림을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 넓은 그림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전쟁의 요란한 북소리 때문에 정보기관 분석가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정보에 대한 전문적 경험을 백년 이상 축적시켜온 VIPS 조종그룹에 있는 퇴직 정보기관 관료로서, 그리고 정보가 정치화하는 것에 대해 괴로워하는 정보기관의 동료로서 우리는 당신이 문제의 전체적인 틀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 문제들은 "유엔 대 후세인"간의 대결로만 보기에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복잡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제들은 냉정하게 토론되어야지, '불길한 관계' '악의 천재' '거짓말의 거미줄'같은 수식어들로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방해만 될 수 있다.

***유엔 결의안에 대한 무시**

이라크가 유엔 결의안을 무시한 것이 전쟁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가 핵심 질문이다. 세계는 이것을 궁금해 하고 있다. 파월 장관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파월의 브리핑을 들으면 이라크는 다수의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여러 나라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버리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1441호 결의안 위반을 단죄하는 것은 아랍 지역을 점령한 이스라엘 군을 철수하도록 한 1967년 유엔 결의안 242호의 위반보다 긴급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 긴급하다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인들, 회교도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부시 당신이 이스라엘의 샤론 총리와 각별한 관계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아랍 영토 잠식과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압제, 1981년 있었던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이, 테러리즘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고 당신에게 경고할 사람들을 허탈하게 한다. 파월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자위용이 아니다"는 말로 이러한 요소들을 가볍게 기각시켜 버렸다.

***봉쇄**

9ㆍ11 테러 이후의 세계에서 봉쇄정책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당신은 그것을 폐기했다. 물론 누구도 봉쇄정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지난 55년간 효과를 발휘해 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봉쇄정책을 버리고 침략을 택하게 한)"중대한 위반(material breach)"이라는 개념은 새로울 것이 없다.

***중대한 위반**

1983년 여름 미국은 구 소련 시베리아의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있는 레이더기지를 찾아냈다. 1984년이 되자 레이건 대통령은 그 기지가 요격미사일금지협정(ABM)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선언했다. 1988년 미국은 소련의 지속적인 협정위반을 "중대한 위반"이라고 불렀다. 1989년 가을 소련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기지를 없애는 데 동의했다.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외교적 노력을 한다면 최악의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예를 들었다.

부시 당신은 이라크가 "미국에 대한 엄청난 위협세력"이라고 말해왔고 수많은 미국인들은 당신이 그 위기를 엄청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왜 당신이 수십만명의 미군을 걸프지역에 파병하겠는가? 2002년 10월 7일 신시내티에서 있었던 연설에서 당신은 "위기상황이 심각해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거나 그 무기를 테러 단체에 제공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테러리즘**

당신의 정보기관들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 당신이 신시내티에서 연설을 하고 있던 바로 그날 중앙정보국(CIA)이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서한에는 (미국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로 공격을 먼저 시작하거나 테러리스트들에게 제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써 있었다.

즉 "후세인이 미국 주도의 공격을 더 이상 억지할 수 없다고 결론내린다면, 그는 아마도 테러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앙정보국 서한에는 이어 "현재 이라크는 재래식 무기나 생화학 무기로 미국을 테러 공격하는 정도의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고 써 있었다. 그러나 후세인이 궁지에 몰리면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대량살상무기로 미국을 공격하는 것을 돕는 극단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으며, 이는 수많은 희생자가 나더라도 미국에 복수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보고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잘못된 근거를 내세우며 테러리즘을 막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침공 이후 테러리즘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더욱 높다.

이라크 침공은 테러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끝없이 길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들의 판단이다. 위협요소가 제거되기는커녕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최근 세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볼 때, 테러리즘은 말라리아와 같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말라리아를 없애는 것은 모기를 죽여서 될 일이 아니라 (모기가 서식하고 있는) 습지를 없애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라크를 침공한다면 세계는 테러리스트들의 알을 낳는 습지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래에 당신의 딸들이 해외여행을 할 때에도 대규모의 경호요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 대한 증오를 키우고 알 카에다 지원자가 늘어나게 하는 힘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를 양산하는 근본 원인은 계속될 것이다"고 지적한 지난 가을 중앙정보국의 평가서를 당신이다시 읽어보도록 권한다. 그 평가서는 9개국 이슬람권 주민 1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의 갤럽 여론조사를 인용했는데, 응답자들은 미국을 "잔인하고, 공격적이고, 고집이 세고, 오만하고, 쉽게 열받고 편향에 빠지기 쉬운" 나라로 묘사했다.

***화학 무기**

후세인 제거라는 공격적인 목표가 있어왔던 지난 12년여 동안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 미국 정보기관들의 판단이다.

이라크에 대한 고발장을 읽어 내려가면서 파월 장관은 마치 별것 아니라는 듯이 후세인이 최근 야전사령관들에게 화학무기 사용 권한을 부여했다는 정보원들의 보고서를 전했다. 이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사태이다. 이라크 사령관들이 미국의 라디오 방송이나 정치선전물에 영향을 받아 화학무기를 사용하라는 후세인의 명령에 불복하거나 미군이 이라크 땅을 밟자마자 이라크 군부가 후세인을 제거할 것이라는 국방부의 낙관주의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침공이 미국에게 식은죽 먹기가 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화학무기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하기에 적절한 장비를 미국은 갖추고 있지 않다.

***희생자**

회고: 60만 명 이상의 미군을 보냈던 지난 걸프전에서 돌아온 군인 3분의 1 이상은 설명할 수 없는 신경계통의 이상에 시달렸다. 퇴역군인부는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20만명 가까운 퇴역군인들의 의료 보호 시스템 혜택을 박탈했다. 따라서 새로 시작될 전쟁의 피해자 중 상당수가 필요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불가피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링컨 대통령은 그의 두 번째 취임식에서 "전투를 겪은" 사람들을 돌봐주어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부시 당신이 취임하기 전에도 미국은 걸프전에서 병을 얻은 20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었다. 오늘날의 전장은 더 많은 화학무기에 오염되어 있고 수만명의 희생자를 더 낼 수도 있다. 2002년 10월 1일, 의회 회계감사원(GAO)은 의료 장비 훈련 부족 등 전쟁 종사자들을 보호하려는 국방부의 노력에 "심각한 문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군은 생화학 무기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는 허술한 장비나 방송, 정치선전물이 아닌 보다 효과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

어느 누구도 진실만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도 우리의 분석이 반박할 수 없고 부정될 수 없는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파월의 연설을 보고 나서 우리는 부시 당신이 보다 좋은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부시 당신이 1441조 결의안 위반에 관한 사안을 넘어서는 것으로 토론을 확대하려고 한다면, 확실한 명분도 없고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전쟁을 해야 한다고 하는 우기는 보좌관들의 장막을 넘어서고자 한다면, 당신은 보다 더 좋은 정보와 보다 훌륭한 조언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한다.

리차드 베스케(샌디에이고)
케스린 맥그레이스 크리스티슨(산타페)
윌리엄 크리스트슨(산타페)
패트릭 에딩턴(알렉산드리아)
레이먼드 맥거번(알링턴)


올바른 정보를 위한 정보 전문가 퇴직자 모임 산하 조종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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