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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가 바람잡는 '로또의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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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가 바람잡는 '로또의 인생역전'

김유주의 방송산책<11>

대성엄마가 라디오 방송PD에게 대성이를 잘 부탁한다며 흰 봉투를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법 큰 돈인데 뇌물이야, 뇌물! 이 돈 받고 우리 대성이를 좀 팍팍 밀어줘요. 억! 억이야, 억! 이거 복권인데, 여기다가 숫자 6개를 써서 탁, 맞추면 몇십억이래 몇십억! 부장님도 한 장 꼭 주고요, 맞으면 억이야, 억! 숫자 잘 써요."(1월 23일 방송)

대성엄마는 또 편의점에서 복권을 사면서 판매원과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

"숫자 6개를 써서 맞추는 복권 있죠?"
"예, 여기 있습니다. 표시하세요."
"내가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런데요. 내가 숫자 표시해서 아가씨에게 주면 아가씨가 나한테 영수증을 주잖아요? 그런데 아가씨가 받은 다음에 살짝 고칠 수도 있죠?"
"아뇨! 여기 기계가 있어서요, 저희가 정확하게 전산처리 하잖아요."
"저 컴퓨터가요? 아가씨가 못 고치는 거죠? 믿어도 되죠?"

이는 MBC드라마 '황금마차'에 나온 내용이다.

MBC가 카운터에 붙어있는 특정복권의 슬로건 '인생역전, 숫자6'이 두드러진 광고 포스터 등을 방송(1월 25일)한 것은 특정 복권(로또복권)을 밝히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해당 복권에 대한 광고효과를 주는 방송내용이었다. 이는 특정복권을 소재로 한 일종의 간접광고인 셈이다.

이와 같은 인기드라마의 지원덕분인지 요즘 '인생역전'을 노리는 사람들의 행렬이 대단하다.

최근 거액의 복권 당첨자가 연거푸 탄생했다. 로또 복권으로 65억원이라는 국내 최고의 당첨권이 터졌을 때 그 주(週)에 복권을 구입한 사람은 전국적으로 1백2십만~1백5십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 12월 첫선을 보인 로또 복권은 연일 터지는 대박 행진으로 직장인들 사이에 '복권 계모임'까지 등장할 정도로 '복권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복권판매를 주관하고 있는 국민은행측은 올 한해 로또 복권 판매액을 3천4백4십억원, 7년 뒤엔 5조4천억원대의 매출 누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복권 · 경륜 · 경마 · 카지노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부족을 매우기 위해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마련한 사업이다. 예컨대 로또 복권은 행자부 · 건교부 등 정부 7개 부처가, 정선카지노는 폐광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복권이 국민의 사행심리를 부추기고 있어 문제다.

원래 도박장은 부유층을 겨냥한 것이다. 즉 부유층의 넘쳐나는 여유자금을 도박장에 풀어놓기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카지노·경륜·경마장에 가면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 또는 실업자가 대박의 꿈을 이루고자 가산을 탕진하고 있다.

지금의 복권·경마·경륜·카지노는 개선돼야 한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각종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도와 상반되는 것이다.

이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들이 운영하는 사행산업(도박)이 국민들의 정신적 해이는 물론 생활방식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인식해야 한다. 국민들의 정신적 해이는 물론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가정의 해체를 초래하는 장본인이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사행산업 호황의 이면엔 수많은 서민들이 회한이 서려있음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국민들이 도박(사행산업)은 신세를 망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매스컴은 도박에서 대박기사를 크게 다루지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복권이나 도박에서 대박을 터뜨린다는 것은 우리가 벼락 맞아 죽을 확률과 비슷할 것이라는 사실을 적극 계몽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특히 방송에선 사행심을 부추기는 행위가 프로그램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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