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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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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84>

우연과 필연

프랑스의 분자생물학자인 자크 모노(Monod, Jacques)는 자신의 저서 ‘우연과 필연’에서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를 우연과 필연이 함께 하는 작업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또 다시 시간의 바늘을 과거로 돌린다면 인간이라는 종이 탄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얘기한다. 운명을 연구하는 필자가 몇 년 전 모노의 책을 처음 읽으면서 크게 감탄한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운명이란 것 역시 우연과 필연의 공동 작업이라는 생각을 늘 해오던 필자에게 그의 주장은 공감가는 바가 크지 않을 수 없었다. 아울러, 우리가 흔히 쓰고있는 운명이란 어휘 속에 이미 그 해답이 주어져 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운(運)이란 우연이고, 명(命)이란 필연을 뜻하기에 말이다.

사람들은 운명을 연구하는 필자에게 자주 물어본다, 미래는 결정되어 있나요 하고.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글쎄요’ 이다. 그러면 다시 이렇게 물어온다, 잘 모른다는 분이 그러면 어떻게 운명을 알 수 있지요? 라고.

그러면 필자는 대개의 경우 대답을 회피하지만, 상대의 물음이 진지하다면, 이렇게 대답해준다. 사주를 통해 운명을 본다는 것은 현 시점에서 당신의 타고난 필연적인 성향들을 말해주고, 이어서 언제 이런 가능성이 있고, 또 어느 때에는 저런 가능성이 당신의 장래에 놓여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랍니다.

이처럼 운명을 본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운과 명, 즉 우연적인 요소들과 필연적인 요소들을 말해주는 일이다.

예를 하나 들기로 하자. 로켓을 발사했을 때, 로켓의 질량, 초기 발사속도와 각도, 그리고 가속도, 지구의 인력상수 등의 조건을 알면 30 초 뒤에 그 로켓이 어느 공간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것이 필연적인 요소들이다.

그러나 그 로켓이 보통 때와는 현저히 다른 환경 조건하에서 발사되었다면 30 초 뒤의 위치 추정에 있어 상당한 오차가 발생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연적인 요소가 된다. 과학자나 기술자들은 그 오차가 심각하고 또 수시로 발생할 경우 그 우연적 요소의 비중을 심각하게 감안하게 되고, 그 조건을 우연의 요소에서 걷어내어 필연의 요소로 편입시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엔지니어링이다.

따라서 필연이냐 우연이냐 하는 말 역시 다분히 인식의 깊이에 따라 상대적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수많은 기업의 연구개발실에서 일어나는 작업들이 바로 그런 일들이다. 기본 원리는 명백하건만, 그 원리를 적용하여 제품화시키고자 할 때 뜻한 데로 제품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시제품이란 말을 쓰는 것이다.

프로토 타입이란 제품의 기능과 원리는 명백하지만, 실용에 이르기까지는 이리 저리 손볼 것이 너무도 많기에 그런 말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많은 정보와 지식-그 중에는 문서화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들을 우리는 ‘노 하우’라고 부르는데 이는 우연적 요소들을 길들이는 과정에 관한 정보인 것이다.

사실 필자는 어떤 면에서 운명은 고정불변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 다시 말해 미래에 일어날 일들이 이미 정해져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우연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도 사실은 몰라서 그렇지 필연적인 요소로 다룰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다. 필자로서는 검증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는 결정되어 있냐는 질문에 대해 ‘글쎄요’ 할 밖이다.

관련하여, 이런 질문도 많이 받게 된다.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사람의 운명은 같은가요? 하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필자는 답을 잘 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 질문 자체가 좋은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그 질문은 이런 뜻이다. 같은 사주를 지닌 사람들이 같은 운명을 산다는 것은 는 말의 의미는 그 사람들이 같은 직업과 같은 취미, 같은 가정, 같은 체질을 지녔으며 하는 행동도 같으냐 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의 질문이라면 대답은 ‘아니오’이다.

하지만, 운명을 그 사람의 일에 작용하는 필연과 우연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같은 사주가 같은 운명을 사느냐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사실 같은 사주를 지닌 사람은 확률적으로 상당히 많다. 사주가 지니는 경우의 수는 남녀 합쳐서 104 만 가지이다. 대단히 많은 것 같지만,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인구가 4천 5백만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많은 것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만 해도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이 평균 40 명은 될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같은 인생의 항로를 밟고 있냐는 얘기인데, 생각해 보라, 당연히 그렇지가 않을 것이다.

물론 태어난 생년월일시만으로도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래서 그 사람의 운명을 얘기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겨우 그 사람의 생년월일시, 여덟 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람의 일에 작용하는 요소들, 가깝게는 부모와 형제, 친구와 주변, 사는 곳, 태어난 나라, 기후와 풍토, 문화와 역사에 따라 그 주위에서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실로 이루 세일 수 없이 많으며 그런 영향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당연하며, 그런 요소들을 다 알 수도 없다.

그렇기에 같은 사주를 지닌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 똑 같으냐고 물어본다면 그 대답은 ‘아니오’지만, 우연과 필연이 작용하는 모습이 같으냐고 묻는 말이라면, 그 대답은 ‘그렇다’가 되는 것이다.

이제 앞의 말들을 정리해보자. 운명을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일에 작용하는 필연적인 것들과 우연적인 것들을 말해주는 일이라 했는데, 여기서 문제는 우연적인 요소들을 사전에 다 예측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예측되는 우연이라면 그것이 어디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우연의 공간은 개연성의 공간이고 확률의 공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태어난 생년월일시에 입각하여 사람의 일을 말해주는 명리학(命理學)의 가치는 지금까지 간단하게 살펴 본 문제점들 외에도 실로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다.

며칠 전 이런 일이 있었다. 필자가 열고 있는 클래스에 한 분이 지각을 했다. 강좌가 끝난 후, 나오면서 그 분 말씀이 “선생님, 사실 오늘 저는 먼 곳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입니다.”하시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 분의 태어난 날(日干)이 辛金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순간적으로 “음, 그렇군요, 출장을 다녀왔겠네요” 하고 말했다. 날이 임인(壬寅)일이었기 때문이다.

신금인 사람이 임인일이면, 이렇게 된다. 신금에게 있어 임수(壬水)는 먼길(遠行)을 뜻하고, 날의 지지가 인목(寅木)이니 동쪽이다. 결론적으로 멀리 동쪽을 다녀올 운세라는 해석이 된다. 그 분은 대구를 다녀오셨다는 것이었다. 그 분은 계측기 판매회사의 영업 사원인데, 평상시에는 서울에서만 활동하지만, 겨울의 壬寅일은 수기가 아주 강한 탓에 행동반경이 대구까지 이른 것이었다. 만일 그 분의 사주 자체가 좀 더 충동력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동쪽 나라 일본을 다녀왔을 수도 있는 것이다.

壬寅일은 일간이 신금인 사람에게 동쪽으로의 원행을 뜻하지만, 사람 나름에 따라 일본을 다녀올 수도, 대구를 다녀올 수도, 때로는 서울의 동쪽인 하남시를 다녀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의 일이 고객을 찾아다니는 세일즈가 아니라, 연구직 사원이었다면, 출장이 아니라 연구실 내에서 고객 일로 무척 바쁘게 움직였던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운명을 본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물론 사주를 보면 그 사람이 연구직을 맡을 사람인지, 세일즈를 할 사람인지 알 수가 있지만, 그 또한 운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다. 그 분 역시 얌전한 성격으로서 세일즈가 본령은 아니었지만, 작년 임오(壬午)년이 되자 壬水가 작동하여 갑자기 세일즈 일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그 분은 필자를 찾아오면서 알게 되었고, 필자에게 세일즈를 하게 되었는데, 어떨지 자신이 없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 때, 필자는 올해가 활동하는 해니, 세일즈 일을 해보는 것도 운이니, 좋게 받아들이라고 말해주었었다.

여기서 다시 얘기하면, 임오년이라 임(壬)과 오(午)라는 우연적인 요소, 내지는 환경이 찾아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우연적인 요소가 그 분에게 어떻게 작용하게 될는지 그 가능성의 공간은 대단히 폭이 넓지만, 그 분에게는 세일즈라는 일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의 사주를 제 아무리 깊숙하게 살펴본다고 해도 그 분이 2002 년에 와서 외국계 한국 지사인 계측기 회사에서 세일즈 일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사전에 알아낼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직업의 종류만 해도 십만 가지가 넘고, 미국 같은 나라는 백만 가지가 더 되는 복잡한 세상에 무슨 수로 그런 일까지 알아낼 수가 있겠는가?

가령 그 분이 그런 계통에서 일할 것을 미리 예측하려면, 알아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외국계 회사와 국내 기업이 다르고, 계측기라는 것이 음양오행 상으로 무엇에 해당되며, 전공은 무엇을 거쳤으며, 무슨 일로 그 회사와 연결이 되었는지 등등 그 밖에도 무수한 변수들의 음양오행을 모두 알기 전에는 결코 그 분의 오늘날 모습을 알아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상담하러 오시는 분에게 먼저 직업과 전공부터 물어본다. 이것은 최소한의 사전 지식에 해당되며, 사람에 대해 많이 알수록 그 사람의 장래 일을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의 앞일에 작용하게 될 우연적인 요소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한정지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렇기에 명리학은 때로 사람의 미래 일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그것이야말로 우연한 적중에 불과하다. 필자가 그간 느끼고 체득한 명리학의 가치는 그런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을 타고났으며, 어떤 길을 가는 것이 그 사람의 적성이나 재주, 환경에 맞아서 보람된 삶을 살 수 있는지, 그 큰 줄거리와 흐름을 판단해주는 데 있다고 본다.

신문지상에 보면, 사람의 일을 귀신같이 알아맞힌다는 광고가 실리고 있다. 영매나 무당들에게 그런 초월적인 예지력이 있는지 또는 없는지 필자는 모르지만, 그런 광고를 믿지는 않는다.

명리학의 현 수준에서 본다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두뇌가 그리 못하지 않은 필자로서, 이 방면에 관한 책이란 책은 다 읽었고, 기타 다양한 독서를 했으며, 많은 사람의 사주를 감정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미래란 공간은 필연적 요소들로만 파악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우연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기에 말이다.

(알리는 말씀: 원래 이 칼럼은 명리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이라도 읽어서 재미있고, 아울러서 명리학이란 무엇인가를 조금씩은 알게 하려는 의도에서 연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음양오행에 대해 모르시는 독자 분들을 상대로 즐겁게 써나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단히 재미있는 주제나 글감이라도 사전 지식이 없는 분들을 상대로 깊게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성질의 주제나 글감들은 어차피 제외되지 않을 수 없기에 말입니다.

반면, 상당한 조예가 있는 분들도 이 칼럼을 읽으시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픈 욕구도 있을 것이며, 또 필자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도 상당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의 요구에 응하기에는 일반 대중을 전제로 하는 이 칼럼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그간의 스타일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오는 3 월중에 홈페이지를 하나 개설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홈페이지는 보다 본격적인 토론과 연구를 위한 곳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 칼럼에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설명을 제시하기도 할 것이며, 동시에 전혀 문외한인 분들에게 음양오행과 명리학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이 칼럼을 더욱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도록 하는 목적입니다. 물론 그 홈페이지의 주소는 프레시안의 칼럼에 안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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