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새 정부 첫 국무총리로 고건 전 총리를 내정함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 전총리 측과 민주당은 “1998년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면서 검증 기회를 가졌다”며 국회 인준과정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사실상 국회 인준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사뭇 비장하다.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국민 속으로’는 21일 “노 당선자가 안정이라는 말로 국민의 변화 욕구를 외면했다. 개혁 대통령의 ‘대독(代讀)총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고 총리지명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또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98년 선거 당시 제기했던 고 전총리 '7대 의혹'을 중심으로 검증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쟁점은 고 전총리와 차남이 병역을 마치지 않은 것이 될 것이라게 한나라당 측의 전망이다.
한편 국회는 당선자의 요청으로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과 대통령직인수법이 통과되는 대로 여야 의원들로 총리 인사청문특위를 구성,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완료할 방침이다. 이에따라 이들 법안이 22일 통과될 경우 고 전 총리에 대한 청문회는 내달 10일께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지난 98년 ‘7대 의혹’ 제기**
한나라당은 지난 98년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고 전총리의 ‘7대 불가사의’를 제기하는 신문광고를 실었으며 고 전총리측은 이와 관련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후보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고 전 총리 본인과 차남의 군복무 면제 의혹 ▲79년 박정희 전대통령이 서거했는데도 3일간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점 ▲80년 5.17 비상계엄확대 조치 당시 정무수석으로 1주일간 청와대에 출근하지 않은 점 ▲87년 6.10 민주화운동 당시 연세대생 이한열군이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을 때 내무장관이었다는 점 ▲90년 수서사건과 관련, 서울시장 재직시 서명을 했음에도 책임을 회피했다는 의혹 ▲97년 환란 당시 국무총리였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대한 고 전 총리측의 해명은 다음과 같다.
우선 총리인사청문회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병역문제에 대해 고 전총리 측은 "5.16 당시 입대자 수가 많아 징집대상자 35만명중 18만명에게만 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이 병무청장 보고에서 이미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 84년 7월 징병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았으나 87년 5월 재검사에서 현대사회적 질병으로 면제등급인 5급 판정을 받은 차남 병역 문제에 대해선 "86년 1월부터 1년간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었으며, 항간에 떠돌 듯 공직자인 아버님이 압력을 행사해 면제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지난 98년 당시 이같은 해명에 대해 "차남이 정보통신 분야의 석사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같은 질병을 앓으면서 가능한 일이냐"고 다시 의혹을 재기했으나 고 전총리 측은 "당시 서울대병원에서 진료 받았던 기록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80년 5.17 당시 행적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확대를 위한 국무회의에 배석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는 곧 군정을 의미한다고 판단, 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사표를 낸 뒤 집에서 칩거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정부기록보존실에서 당시 사표를 수리한 기록을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87년 6월 민주화운동 당시 내무장관이던 자신이 군 출동과 위수령 발동을 건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오히려 부산에서 위수령 발동을 문의해왔지만 내무장관으로서 군이 나오는 불행한 사태를 막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98년 선거 당시 고 전총리는 이와 관련 증인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등 강경하게 맞섰었다.
90년 수서사건과 관련해선 노태우 대통령 시절 정태수씨의 한보그룹에 수서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주라는 외압을 거부하다 오히려 경질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97년 환란책임 문제와 관련해, 고 전총리는 98년 당시 총리시절 환란 책임선상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盧, 양당 방문 협조 요청**
한편 노무현 당선자는 22일 오전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방문, 고건 전 총리의 총리 내정 사실을 직접 통보하고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국회 임명동의 과정에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자민련도 이날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자민련 측이 "김종필 총재가 일본을 방문 중이므로 김 총재 귀국 이후에 방문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고건 전총리도 노 당선자에 뒤이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별도로 예방하기로 했다. 고 전총리는 또 내정 사실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새정부에서 달라질 총리의 역할을 설명하는 등 총리 지명자로서 첫 일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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