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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딸 잃은 한국인 심정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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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딸 잃은 한국인 심정 아는가”

"미국인, 한반도에 대한 편견 버려야"-미 언론인 팀 셔록

다음은 미 시사주간지 네이션 최신호(27일자)에 실린 미 언론인 팀 셔록의 논평 '한반도에서의 위험한 게임(A Dangerous Game in Korea)'의 전문이다. 셔록은 이 글에서 50년간의 북미 대결관계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부시 행정부는 물론 미국 내 진보진영의 한반도에 대한 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우선 지금처럼 한미관계가 악화된 데는 취임 이후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대북한 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태도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반도 상황의 해결을 위해 부시가 해야 할 일로 셔록이 우선 꼽은 것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였다. 셔록은 북미간 직접대화를 통해 첫째, "미국과 북한이 불가침 공동선언을 하고 미국은 북한의 경제발전을 막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며, 북한은 핵 프로그램의 검증가능한 중단에 합의하고 유엔 사찰단원들의 복귀를 허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비무장지대 병력을 양측이 동시에 후방배치하는 것과 같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후속조치들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셔록은 특히 북미간의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해서 북한및 남한에 대한 미국인들의 오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을 정당한 국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김정일과의 협상이 유화책이라는 비난을 거부하며, 미군이 한반도에 영원히 주둔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을 '하급 파트너'로 여기고 북한 사람들을 구제불능으로 보는 미국인들의 냉전적 사고방식을 버릴 때 비로소 미국과 한반도의 새로운 관계설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셔록은 또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문제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미국 내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비판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의 아시아정책에 대한 진보진영들의 압력과 행동이 필요하다며 "아시아의 현재 실상을 제대로 알고, 미군기지에 의해 그들의 딸과 환경을 잃어 신음하는 한국인들과 일본 오키나와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며, 과거 증오하던 사람들과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해 아시아인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셔록은 얼마 전 미 대외정책에 관한 민간 싱크탱크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에 실린 기고문에도 이와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프레시안 10일 보도)

셔록은 지난 20년간 한반도문제를 추적해온 진보성향의 언론인으로 지난 96년 광주항쟁과 관련된 방대한 분량의 미국정부 문서를 비밀해제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이 문서들을 바탕으로 미국정부가 5.17쿠데타 이전 전두환 군부세력의 군중시위 무력진압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요지의 기사를 쓴 바 있다.

셔록의 이같은 주장이 현 부시행정부의 대한반도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아직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셔록의 이 글은 최근 들어 미국내 진보진영에서 한반도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는 한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원문은 미국의 진보적 시사주간지 네이션(The Nation) 1월 27일자(인터넷 게시는 1월 9일)에 실려 있다.


***'한반도에서의 위험한 게임'/The Nation, 1월 27일자***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인해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의 군사력으로 "확실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미 국방장관 럼스펠드의 경고가 나온 지 일주일 후인 12월 31일, 수만명의 한국인들은 한국 여중생들을 죽인 2명의 미군 병사에 대한 미 군사법정의 무죄평결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중 많은 사람들은 3만7천명의 미군 철수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루 전(12월 30일), 북한과의 전례없는 협력을 이끌었던 "햇볕정책"의 김대중 대통령은 "맞춤형 봉쇄"라 불린 경제적 협박을 통해 북한과의 교착상태를 타개하려고 하는 부시 행정부를 비난했다. "압박과 고립은 공산국가들에게 단 한번도 통하지 않았다"고 김대중은 말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미국과의 보다 평등한 관계를 바라는 요구를 발판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은 김대중의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1월 7일, 미국은 결국 압박을 거두고 북한의 비핵 상태 유지라는 "국제적 의무"를 이행할 방법에 관해 북한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일방적 행동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와 노무현의 경고는 점증하는 미국과 한국이 점차 멀어져 가고 있다는 가장 최근의 징표다.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늘어오고 있다. (한국의) 군부독재자들에 대한 미국의 지지에서부터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김대중이 평양을 방문했던 2000년 최고조에 달했던 통일열망에 대한 미국의 외면 등이 반미감정 악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반미감정이 심각하게 악화된 것은 부시 취임 이후였다. 부시가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야멸차게 거절하고, 북한을 '악의 축' 국가에 포함시키며, 잠재적 적국에 대한 선제공격을 선언한 것은, 미국이 협상에 의한 한반도 평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틀림없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많은 한국인들은 믿고 있다.

김정일을 "혐오"하고 김정일 정권의 "전복"을 보고 싶다는 공공연한 부시의 발언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사람들은 이제 북쪽의 경찰국가(북한)보다 미국을 더 위험하게 여긴다고 외신기자들에게 거침없이 말하고, 심지어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시도를 옹호한다. "현재 한반도에는 남북한의 인민들과 미국의 대결만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은 많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진실에 가깝다.

교착은 부시 행정부 최초의 고위급 북미회담이 열렸던 지난해 10월 시작되었다. 미 국무부 차관보 제임스 켈리는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미국이 보유한 증거를 제시했고, 북한을 그것을 시인해 켈리를 놀라게 했다. 미국 관리들은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가 파기되었다고 즉시 선언했다. 제네바합의로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동결하는 대신 경수로 2기 제공과 미국과 외교·경제적 관계 수립을 약속받았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평양에서의 충돌에 관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빠뜨렸다. 대부분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켈리에게 미국이 선제공격을 하지 않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관계정상화를 선언한다면, 우라늄 농축을 종결하고, 플루토늄 핵프로그램에 대한 기존 안전조치를 따르며, 새로운 (핵)사찰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부시는 북한이 먼저 핵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 중단을 거부하자, 부시는 제네바합의에서 약속했던 중유 공급을 중지했다. 몇주도 안 돼 김정일은 영변시설을 재가동했고 1994년부터 원자로를 감시하던 유엔 무기사찰관들을 추방했다. "미국이 불가침조약을 통해 합법적으로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면, 한반도의 핵문제는 풀릴 것이다"라고 주중 북한대사는 1월 3일 반복해 말했다.

그것은 분명 한국의 새로운 지도자(노무현)가 추구해 왔던 거래(trade-off)였다. 그러나 "보상(quid pro quos)은 없다"는 미국의 성명은 문제해결을 복잡하게 할 수있다. 취임후 부시 행정부는 북한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분열되어 왔고 클린턴정부의 긴장 완화 시도를 경멸했다(그 시도에는 지난달에 예멘으로 간 것과 같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생산을 중지시키는 협상까지 포함됐었다).

부시가 협상의 개념을 받아들였을 때에도, 부시는 상황변동에 대한 희망을 깨뜨리는 일방적인 요구를 했다. 미 국무장관 콜린 파월이 지난 해 6월 제한없는 대화를 시작하자고 했을 때, 백악관측은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을 후진배치해야 한다는 선행조건과 새로운 무기사찰을 요구했다.

"미국은 북한을 협상의 상대가 아니라 법정에서의 피고인처럼 대했다"고 평양을 일곱 번 방문한 미 국제정책연구센터의 한반도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은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순수하게 바라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문제 해결의 책임을 지우려는 파월의 최근 시도는 미국이 북한에 개입하고 위협과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장쩌민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강한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었다.

한국 연구자들은 1994년의 약속을 미국이 지키지 못하는 것은 핵 억지력만이 생존의 희망이라고 믿고 있는 북한 내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켜 왔다고 수년째 경고해 오고 있다. 제네바합의가 체결되자마자 미국 공화당은 하원을 장악했고 클린턴의 협정을 배반(sellout)이라고 공격했다. 결과적으로 클린턴은 (제네바합의를) 진행시켜 나갈 수 있는 정치적 구실을 준 2000년 남북정상회담때까지 제네바협정의 핵심 약속을 지연시켰다. 제네바 협정의 핵심에는 경수로 건설이 있었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조항들은 전혀 이행되지 못했다. 파키스탄은 1999년쯤 북한에 우라늄농축기술을 제공했다. 제네바합의가 와해되고 북한의 안전이 문제가 되면서, 북한이 "좋은 위험회피 전략"으로 (미사일기술을) 제공받았다고 셀리그 해리슨은 믿는다.

한반도의 상황이 해결될 수 있을까? 부시행정부가 생존에 관한 북한의 우려를 해결해 준다면 남북한과의 새로운 관계를 협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50여년전에 체결된 휴전협정을 영속적인 평화상태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 조치는 북미간의 불가침 공동선언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이 북한의 경제개발을 막지 않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포함돼야 한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핵 프로그램의 검증가능한 중단에 합의하고 유엔 사찰단원들의 복귀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비무장지대의 군을 양측이 동시에 후방으로 배치하는 것과 같이, 남한과 북한이 그들의 오랜 숙원인 통일에 한발 더 나아가게 할 평화를 만들기 위한 후속조치들이 조율돼야 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미 한반도)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셀리그 해리슨은 '코리언 엔드게임(Korean Endgame)'이라는 자신의 최근 저서에서 한반도-유럽 철도연결과 러시아 태평양 인접 해안에 있는 유전지대와 한반도를 잇는 파이프라인 연결 같은 경제 프로젝트를 미국이 지지하는 것을 포함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포괄적 경로를 제시했다.

아버지 조시 부시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이었던 도널드 그레그는 미국의 개입정책을 강력히 주장해왔고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해 북한의 고위급 관리들을 만났다. '미국의 친구들(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과 버클리에 있는 노틸러스 연구소와 같은 비정부기구들은 미래의 (북미)관계에 기초가 될 수 있는 제도적인 관계를 북한과 맺어왔다. 칼 레빈, 리처드 루가, 조지프 바이든 같은 핵심적 상원의원들이 강력한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부시가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

50년간의 대결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미국은) 북한을 정당한(legitimate) 국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김정일과의 협상은 유화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거부하며, 미군이 한국에 영원히 주둔해야 한다는 생각을 재고해야 한다. 또한 한국을 하급 파트너로 여기고(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한미관계에 대해 "그것은 아이들에게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과 같다"고 국방부 관리가 말한 적이 있다), 북한 사람들은 원래 고약하고 잔인해서 협정을 유지하거나 국제사회에 편입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보는,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의 마음 속에 있는 냉전적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국내) 지지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 좌파들의 압력과 행동이 필요하다. 베트남전 종전 이후 (진보세력은) 아시아정책을 대체로 보수적인 공화당과 기업가들에게 맡겨왔기 때문이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고, 소련 붕괴로 이 지역의 반세기동안의 증오심이 녹아 왔던 지난 20년의 대부분 동안,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동아시아를 경제적 경쟁자로만 대해 왔다. 이 지역의 복잡한 정치·경제적 문제들이 냉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은 비교적 적었다.

기업 주도의 세계화를 비판하는 세력들은 극우진영과 함께 중국을 비판하는 데 골몰했다. 이들은 중국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북한과 마찬가지로 미군기지들에 의해 포위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미국의) 진보진영이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이라는 한국민들의 목표를 도우려 한다면, 아시아의 현재 실상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군기지에 의해 그들의 딸과 환경을 잃고 신음하고 있는 한국인들과 오키나와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쳐야 한다. 나아가 과거에 증오하던 사람들과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해 아시아인들에게 배울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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