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특위 출범과 더불어 한나라당의 쇄신 작업도 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차기 당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 보수 중진과 소장 개혁파 사이의 힘겨루기가 뒤엉키면서 한나라당 개혁의 폭과 수위는 쉽게 점쳐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당 개혁과 관련,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대표적 주전론자로 꼽히는 김영춘 의원. 누구보다 한나라당의 환골탈태에 대한 기대와 부담이 많을 김 의원을 지난 달 31일 만나 당 진로에 대한 그의 고민을 들어봤다.
김 의원은 84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거쳐 지난 16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갑 지역에서 출마,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영남·민정·관료 출신에 현상유지쪽에 가깝다"**
김 의원은 개혁특위 구성과 관련, "소장파들이 많이 포함돼 특위 안에서 일합은 겨뤄볼 수 있는 정도의 구성은 됐다고 평가한다"는 말로 특위위원의 인선에 대한 아쉬움을 감췄다.
그러나 정작 특위 위원에 포함된 자신은 특위 활동을 고사했다. 건강상의 이유와 특위 활동이 운신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으나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당 개혁 주장에 따르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차기 지도부 경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가장 강도 높게 '즉각 퇴진'을 요구해 온 현 지도부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선 태도를 취했다. 지도부가 차기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현 지도부의 형식적 존재는 인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당선무효소송 제기를 당 개혁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시선돌리기용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따라서 김 의원의 포커스는 "정치적 퇴진을 선언한" 현 지도부보다는 당 쇄신 작업을 둘러싸고 마찰이 예상되는 영남권의 보수세력 쪽에 맞춰졌다.
김 의원은 "영남 출신, 과거 민정당 출신, 관료 출신 의원들은 당의 현상 유지를 원하는 쪽에 가깝다"며 "이들 세력이 당권을 장악하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굉장히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부영, 김덕룡 의원 등 당권 도전이 유력시되는 개혁적 중진들에 대해서도 기대 반, 아쉬움 반이었다. 김 의원은 "(이·김 의원이) 우리들과 뜻은 같이하고 있다"면서도 "중진들이라 이것저것 고려하는 요소가 많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중대선거구제 등 노무현 당선자의 정치개혁 구상에 대해서는 "다분히 정략적 의도가 포함된 액션"이라며 "지난 열흘동안 노 당선자로부터 어떤 신뢰감 있는 개혁 주장이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 개혁세력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단 한나라당 개혁과정에 최선을 다한 후에 근본적인 고민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현 상태에서는 당내에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다음은 12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김영춘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일합은 겨뤄볼 수 있다"**
프레시안 : 우여곡절 끝에 개혁특위가 공식 출범했다. 특위의 권한이나 인선과정에 만족하나.
김영춘 : 100% 만족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개혁특위라 한다면 이념적으로 보수주의자냐에 관계 없이 적어도 개혁이라는 이슈와 가치를 받아들여 질 수 있도록 짜여져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개혁특위 차원에서 여러 가지 안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당 내에 크게 개혁파와 보수파 두 색깔이 있다면 보수파 내에서도 보수의 기조 위에서 개혁을 받아들이려는 그런 분들이 포함됐다면 특위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공동 위원장들이 노력을 많이 한 흔적은 보이기 때문에 그 점은 평가하고 싶다.
프레시안 : 소장파들은 그동안 네거티브 정치와 철새 정치인 영입을 대선 패배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그런 관점에서 개혁특위의 면면을 보면 초재선 의원들이 대거 발탁되기는 했지만 철새 정치인이나 네거티브 공세에 앞장섰던 분들도 적지않게 포함돼 있는데.
김영춘 : 만족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공동위원장들이 신경을 쓴 흔적은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처음에 들려온 얘기보다는 젊은 의원들, 소장파 의원들이 많이 포함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특위 안에서 일합은 겨뤄볼 수 있는 정도의 구성은 됐다고 평가한다. 단, 세세한 구성의 면면에 대해서는 불만족스러운 면이 많이 있다.
프레시안 : 개혁특위의 초기 활동은 대선 패배에 대한 원인 진단에 맞춰질 것이다. 추상적인 얘기 말고 당내 문제로 국한시켜서 패배 원인을 찾는다면 무엇인가.
김영춘 : 추상적으로 다시 얘기를 하면 세상의 변화를 호흡하며 변화하는 체제가 못됐다. 의사결정 구조라든지 인사의 원칙이 지나치게 경직된 관료주의가 심했다. 관료주의적 정당체질이 모든 원인들을 아우르는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현 지도부가 일정정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김영춘 :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다 있다. 지도부뿐만 아니고 참여했던 의원들,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온몸으로 바꾸려하지 않았던 젊은 의원들까지 책임이 있다. 다만 패배했고 모든 사람이 물러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지도부가 상징적인 책임을 지고 2선후퇴를 하라는 것이었다.
프레시안 : 당이 수구반동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김영춘 : 얼마전까지 지도부가 즉각 사퇴하고 백지위에서 비대위에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다. 그 시점에서는 지도부가 지지부진하게 사퇴를 주저하고 거꾸로 당선무효소송을 낸다든가 의원연찬회를 하는데도 권위주의적인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당이 수구반동화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느꼈다.
프레시안 :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이유가 대선 패배의 상징적 의미라고 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일정정도 수구반동화 돼가고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는 것인가.
김영춘 : 그렇지는 않다. 지도부 안에서 나름대로 한계는 있지만 당이 이대로는 안된다고 주장하신 분들이 있다. 그리고 최근 분위기도 조금 반전됐다. 개혁특위 구성과 권한 면에서 개혁세력의 요구를 반영하는 조치를 지도부가 취해 줬다. 그렇다면 지도부에 대해서 수구반동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프레시안 : 즉각 퇴진에서 입장을 다소 후퇴한 것인가.
김영춘 : 이미 정치적으로는 퇴진선언을 했다고 본다. 차기 지도부 경선 불출마 선언을 했고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할 때까지 법통을 이어주는 차원으로 보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지도부는 당선 무효소송을 냈고 그에 대해 '즉각 취하'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일로 김 의원이 곤욕을 겪기도 한 것으로 안다.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당선무효소송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이 내부의 개혁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김영춘 : 혹시 일부 그런 사주나 작용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바로는 재검표를 요구하는 대다수의 지지자들은 순수한 충정에서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그 충정을 이해하더라도 우리 국민들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전제위에서 전면적인 재검표를 요구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다시 한번 손가락질 받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면 당이 두 번 패배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생각에서 반대를 한 것이다.
프레시안 : 그 이후에도 협박이나 압력을 계속 받고있나.
김영춘 : 지금도 계속 민주당 갈려고 그런 일을 한 것이 아니냐, 낙선운동 하겠다는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프레시안 : 당선무효소송 반대 성명을 낼 때 단 3명이 동의를 했다. 그것이 한나라당 개혁세력의 현주소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영춘 : 그렇지는 않다. 우리 입장에 동조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 다만 성명을 낼 때는 시간적으로 부족했다. 한나라당이 균형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빨리 내다보니까 세사람 이름으로 내게 된 것이고 그 이후에도 동의하는 분들은 많이 있었다.
***"영남 민정계 관료 출신에 현상유지 세력이 많다"**
프레시안 : 선거 패배이후 당 내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개혁인지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특위 위원으로 활동해야할 입장에서 개혁의 대상을 명확하게 표현해달라.
김영춘 : 건강상 이유로 특위 인선을 고사했기 때문에 나는 특위에 들어가서 활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개혁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개혁이 우리당의 당면 목표가 된 이유는 대선에 졌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당이기 때문에 반성이 치열해야 하고 또 다시 선거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이 새롭게 변모해야 할 당위성이 더욱 큰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까지는 우리가 진 것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구체적인 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는 개혁특위에서 논의해 보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몇몇 사람들이 이것이 개혁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디어 차원에서의 얘기이지 우리가 가야할 지향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당에 대한 반성을 통해서 적어도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지 정도는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개혁파들이 정당 제도적 문제나 인적 쇄신의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정작 무엇이 개혁 대상이냐는 꼬집어 지적하지 않았다.
김영춘 : 한나라당이 안고있는 가장 큰 문제는 40년 전 공화당 시절부터 내려오는 조직중심의 동원체제다. 모든일을 위계적으로 동원해서 목적을 수행하는 체제다. 이러한 동원정당 체제를 해체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 한가지는 위계적이고 관료주의적이라는 것이다. 당 내에서의 창조적인 활력들이 당을 살찌우지 못했다. 젊은 의원들이나 당원들이 참여해서 보람을 느끼고 기쁨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체제가 아니다. 다선 중심, 상급자와 하급자의 엄연한 구분 같은 위계적 질서가 존재하는 한 한나라당에 젊은 활력이 숨쉴 수는 없는 일이다.
프레시안 : 뭉뚱그려서 개혁세력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의 개혁세력이라고 하면 어디까지인가.
김영춘 : 적어도 현상유지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혁세력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당이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사람들이 너무 사분오열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의 변모를 바라는 사람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분들의 지지를 넓혀가는 작업이 한나라당 개혁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본다. 세간의 이야기처럼 미래연대만 개혁파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프레시안 : 반대로 물어보자면, 당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세력은 누구인가.
김영춘 : 많이 있다. 지역적으로 보자면 수도권에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분들이 다수인 것 같다. 반면 영남이나 호남의 위원장들 분위기는 현상유지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연찬회 분위기도 그랬고…. 또 과거 민정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던 분들이나 관료로 지내오다가 정치를 하는 분들은 현상유지를 원하는 세력에 가깝다. 연령적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개혁적 욕구가 강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 개혁세력의 입지가 적고 입장도 단일하게 모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도권을 쥐고 당내 개혁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김영춘 : 지금까지는 한나라당 개혁파들이 대오를 튼튼하게 형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개혁 특위에만 당 개혁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개혁파들이 나서서 논리적으로 수미일관한 개혁프로그램을 준비해서 그것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당 내의 중간적 입장에 서있는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덕룡 이부영, "뜻은 같이하는데…"**
프레시안 : 개혁특위에서 논의될 것 중의 하나가 전당대회 논의다. 지도부 구성방식과 관련해 요구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김영춘 : 지난 봄에 우리가 일인 지배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 바뀌면서 나름대로 기대를 많이 했다. 분명히 한 사람에게 권력이 독점되는 것보다는 여러사람에게 과점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제에 당의 면모를 근본적으로 일신하자고 한다면 권력의 분점을 보다 폭넓게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래서 아예 최고위원제를 없애버리고 의원총회의 권한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목표지향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핵심적인 것은 현재 대의원의 구성으로는 당의 변화를 낳을만한 싹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젊은 유권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개혁특위에서 해야할 작업중의 하나는 젊은 유권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쪽으로 대의원 구조를 바꿔내고 인터넷을 통한 투표에 비중을 두는 장치들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그런 과정을 통해 어느 세력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느냐가 중요한 문제 아니겠는가. 지도부 경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는가.
김영춘 : 한나라당의 개혁을 주장해 온 사람으로서 이번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사람들에게 당 개혁의 순수한 의지를 믿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경선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개혁특위 인선도 고사하고, 지도부 경선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단지 순수한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조치로 봐야하나.
김영춘 : 불필요한 오해나 장애에서 자유롭자는 것이다. 지도부에 출마하려고 인기발언을 하는 것 아니냐, 다른 정치적 계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냐는 역풍이나 장애에 휘말릴 수 있다.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개혁의 목소리가 당을 사랑하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리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프레시안 : 그러한 결정이 현재적으로는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자면 한명이라도 더 지도부에 개혁세력이 진출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김영춘 : 당연히 그렇다. 비록 내가 출마하지는 않더라도 밑거름이 될 각오는 충분히 돼 있다.
프레시안 :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개혁적 중진들로는 이부영, 김덕룡 의원들이 꼽힌다. 이분들과 같은 입장에서 움직이게 되는 것인가.
김영춘 : 젊은 사람들로만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선배들이 이런 과정에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 욕심같아서는 이 분들이 차기 당권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혁되지 않은 한나라당의 당권을 쥐어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프레시안 : 당 쇄신 요구에 그분들의 반응이 미온적이라고 보는 것인가.
김영춘 : 얘기를 해보면 생각은 우리들과 비슷하다. 그런데 중진들이라 그런지 이것저것 고려하는 요소가 많다. 그런 면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뜻은 우리들과 함께 하고 있다.
프레시안 : 개혁특위 활동을 거쳐서 전당대회까지는 새로운 당권이 형성돼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 중에는 TK 세력으로의 권력이동 과정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있다. 영남권에 현실안주 세력이 많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당권이 그쪽으로 안착되면 현재의 한나라당 개혁은 반짝 개혁으로 끝나지 않겠는가.
김영춘 : 영남 의원들도 한 목소리는 아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고 노선에 따라 다르다. 그런 면에서 특정 지역이 지배권을 형성하고 주류를 형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국회의원 숫자는 영남이 많지만 당이라는 것이 시대의 정신과 호흡할 때 숫자가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당권을 그 세력이 장악하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어떻게 진행하고 대의원 구성을 어떻게 바꾸어내느냐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그러한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만약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한나라당이 시대를 거슬러서 퇴행하게 될 것이다.
***"일단 한나라당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
프레시안 : 대선 이후에 개혁은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반의 화두인 것 같다. 한나라당 틀을 떠나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은 없나.
김영춘 : 그런 적은 없다. 지금 한나라당은 대선패배의 상처를 부둥켜 안고 수술대에 올라가는 환자다. 수술대에 올라가는 환자가 수술이 잘못될 경우를 생각하고 수술대에 올라가기 보다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술에 임하는 것이 병을 고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개인적인 생각을 떠나서, 당 내에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보나.
김영춘 : 없다. 일단 개혁과정에 최선을 다한 후에 이 작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근본적인 고민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현 상태에서는 당내에서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겠다.
세간에서는 사람들이 그런 식의 덧칠을 해서 한나라당 개혁 세력을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쓰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한나라당에서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의 사주를 받아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는 사람들도 있다. 개혁파들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개혁되지 않으면 이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절명의 과제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김영춘 : 아마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한 집착, 혹은 (다음 총선에서) 당선되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바라보는 과거회귀적 향수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국민들 다수가 한나라당을 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구시대적 인물들이 전면에 포진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 후보 주위에 있던 사람들, TV에 나오는 사람들의 면면이 너무 올드 패션이라는 얘기다. 그런 구태의연한 이미지가 한나라당의 질곡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많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생각의 시계가 20년 전에 머물러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분들은 2선으로 물러나고 백의종군 해야한다.
프레시안 : 북핵 사태가 커지면서 정치권의 개혁 바람이 한풀 뒷전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단기간에 마무리 될 것 같지 않은데 정치개혁 차원에서 보더라도 북핵 사태는 악재가 아니겠는가.
김영춘 : 그렇다. 북핵 문제가 잘못 다뤄져서 한반도에 첨예한 긴장이 형성되면 각 당이 정당개혁에 중요한 가치를 두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다. 그렇다면 한나라당도 야당으로서 일정정도의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해야겠지만 당 개혁에 힘이 실리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그런점에서 국가적 이슈에 우선적인 가치를 빼앗길 수 있다.
프레시안 : 당의 이념적 지향점 때문일 수는 있지만 북핵 대표단을 독자파견 한다든지, 주사파 발언을 한 것 등은 한나라당의 수구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작용으로 보여진다.
김영춘 : 그런 면이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의원들 중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해서 강경 일변도로 가서는 안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극히 일부의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가지고 바라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의 개혁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영춘 : 패자가 개혁의 당위성이 강조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민주당의 경우에는 승자인데도 우리보다 개혁 요구가 더 높다. 그것은 민주당 개혁파 성명에서도 나왔듯이 민주당의 승리로 보지 않는 것에서 나왔다고 본다. 과거의 민주당의 질곡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던 세력이 노무현씨와 소수 개혁세력이다. 그래서 한나라당보다 훨씬 강한 강도로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노무현 당선자도 개혁 작업에 시동을 걸겠다고 한다. 성급할지 모르겠지만 평가를 하자면 어떤가.
김영춘 : 별로 개혁 드라이브에 시동 건 것을 모르겠다. 민주당 개혁작업에는 노 당선자의 입장이 반영됐겠지만 그것은 당내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중대선거구제를 얘기하는데 다분히 정략적 의도가 많이 포함된 액션이다. 지역감정 해소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열흘동안 노 당선자로부터 어떤 신뢰감 있는 개혁 주장이 나왔는지 기억이 안난다.
프레시안 : 앞으로 한나라당 개혁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
김영춘 :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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