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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방송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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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방송위원회

김유주의 '방송 산책' <6> 방송사 제재 외면 일쑤

***흔들리는 방송위**

방송위원회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우려의 소리는 독립성이 생명인 방송위원회가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감독기관으로서의 영(令)조차 서지 않는다는 것으로 집약되고 있다. 방송관계자들은 방송위원회가 흔들리다 보니 이제는 감독을 받는 공중파 방송사나 케이블, 위성방송들조차 방송위원회의 제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방송위원회가 방송사를 상대로 선정ㆍ폭력성ㆍ간접 광고에 대하여 제재를 해도 이들 방송사들은 못들은 척 하기도 하고, 제재조치가 내려지면 오히려 힘이 약한 곳만 때린다는 볼 멘 소리를 낼뿐 프로그램 개선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송위가 공중파 방송사의 제재에는 관대하면서도, 지역 민방이나 케이블TV 등 중소사업자에 대한 제재는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편파성 시비'도 가끔 불거지고 있다. 또 방송사업자들이 심의기관인 방송위원회의 제재를 이행하지 않고 계속 버텨, 방송위원회의 징계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송위는 최근 경인방송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결정했다. 경인방송이 "문화유산을 지키자"는 캠페인을 내보내면서 협찬사를 고지하여 방송법 시행령을 위반한 데 따른 것이었다. 경인방송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으나, 이를 이행치 않고 방송시행결과 광고 규정에 모순이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었다.

2002년 3월에 출범한 국책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도 공중파 방송을 재송신하여 과태료 처분을 받았으나, 역시 헌법소원을 낸 채 시간만 끌고 있다. 이 밖에도 유료 영화채널들은 "프로그램 방송중지 명령"이라는 중징계에도 불구하고 선정적 방송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방송위원회의 제재는 방송사업자들의 재승인 심사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럼에도 그 심각성에 대하여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인상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방송위의 독립성과 연결된다. 방송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방송위 독립성 보장 문제였다.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송위가 방송영상정책과 관련된 사항을 심의ㆍ의결할 때, 문화관광부 장관과 '합의'해야 한다고 방송법 제27조에 규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법시행령 제20조는 방송제도의 수립에 관한 사항 및 방송사업자 구도의 변경에 관한 사항과 같이 방송정책의 근간이 되는 사안을 방송위가 심의ㆍ의결할 때에는 문화관광부 장관과 합의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같은 조항은 정부가 방송정책에 포괄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는 정부여당 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방송법 시행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는 방송위원회 구성에서 정파간 나눠먹기식 인선이다. 그 결과 전문성도 없고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도 지니지 못한 일부인사가 방송위원이 됨으로써 위원회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마치 각 정파가 자신들에게 배정된 위원 자리를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측근인사를 추천하는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위원회의 구성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시청자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방송이 선정주의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공영방송마저도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고, 방송은 연예인들이 시시덕거리는 매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방송은 연예인을 위한, 연예인에 의한, 연예인의 방송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장년층ㆍ노년층 남성들은 방송에서 소외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국민을 끝없이 경박하게 만들고 있는 방송을 지양하고, 공영방송만이라도 시청률 경쟁의 진흙탕 속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방송 현업자들은 "심의평가나 시청자 불만처리가 강화된 점은 방송위의 가시적 성과로 보이나, 정작 국민들이 느끼는 프로그램 전반적인 수준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한 느낌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방송위가 급변하는 방송 환경 속에서 확고한 위상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독립성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하며, 또 이에 걸맞는 제도 정립에 매진해야 하는 것이 방송위의 새해 화두가 될 듯하다.

***필자 소개**

필자 김유주씨는 고려대 정외과 졸업후 동아일보 자회사였던 동아방송 재직중 해고된 동아투위 출신 언론인으로, 그후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언론연구원, 평화방송을 거쳐 SBS 라디오국장을 지냈다. 현재는 방송위원회 심의위원과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수석부회장, EBS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며 매주 방송심의 일을 하고 있다. 저서에는 그동안 써온 방송논편을 모아 펴낸 <그거 말 되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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