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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을 빙자한 권력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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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혁을 빙자한 권력투쟁이다”

<한화갑 인터뷰>“정계개편, 정책연합 방식이 바람직”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대선에서 이겼지만 "선거 이후 심기가 불편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선거에서 이긴 정당에서 선거에 관여한 사람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전에 없던 일"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28일 오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지도부 사퇴' 등을 요구하는 신주류의 움직임에 대해 "개혁을 빙자한 권력투쟁"이라고 비난했다. 한 대표는 또 "마치 개혁이 지금 나온 양 자기네들만 개혁적이라는 것은 이기적인 발상"이라며 "잘못해서 당내 권력 투쟁 양상으로 비춰질 때 양쪽 모두 국민적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수렴해서 순리대로 풀어야지 혁명적 발상에서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한 대표의 주장이다.

***"정계개편, 정책연합 방식이 바람직"**

한 대표는 민주당 개혁방안과 관련해 "내년 2월 있을 전당대회에서 원내정당화, 진성정당화 등을 모두 받아들여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새로운 운영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며 "해체를 통한 신당 창당은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정계개편과 관련 "개혁국민정당과의 합당 등 급진적인 쪽보다는 총선에서 공천을 통해 수혈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문호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에서 떠날 사람들은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어 국회에서 정책 연합을 하는 게 자연스럽고 양쪽 다 공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보기엔 이번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보낸 경고는 당적을 옮긴 사람, 경선에 불복한 사람, 정치적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배척받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계개편은 테크니컬한 면을 많이 고려해야 가능하다"고 한 대표는 주장했다.

한 대표는 또 현재 당에서 할일은 "노 당선자가 취임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당내에서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우리 당이 소수니까 총리 인준을 어떻게 제대로 이뤄낼 것인가 준비하고 당장 시급한 문제인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04년 총선과 관련해 "여당은 대통령의 업적을 가지고 승부해야 한다. 취임한지 얼마 안 됐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시정 방향이 옳으면 그게 업적이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도 안 했는데 요 다음 총선을 걱정하는 건 너무 성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또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게 총선 승리인데, 일부 개혁파들은 지금 있는 국회의원수도 줄이는 '뺄셈 정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 대표와의 인터뷰는 오전 9시부터 민주당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정관용 정치에디터의 진행으로 1시간 가량 계속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선거 승리 이후 심기가 불편하다"**

프레시안 : 선거에 승리했지만 대표직은 곧 그만두기로 했다. 지금 심정이 어떤가.

한화갑 : 선거 승리 이후 심기가 불편하다. 그래도 당선돼서 기쁘다, 이런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노 후보가 당선 못했더라면 우리가 야당이기 때문에 처지가 얼마나 처참했겠느냐 그 생각을 한다.

정치를 시작해서 공천 걱정, 당선 걱정 해본 적도 없다. 그리고 이번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떤 경우에라도 야당하는 것 보단 낫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당이 되면 내 생각을 관철은 못하더라도 반영은 할 수 있다. 나를 위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한 거다. 그런데 당선 발표 전부터 나한테 사퇴를 권유한 사람도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정치 시작한 이후 처음 겪은 일이다. DJ 대통령이 겪은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프레시안 : 선거에 이겼는데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한화갑 : 내가 직접 겪은 입장에서 정상이다, 비정상이다 말하고 싶진 않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전화나 제 홈페이지를 통해 그런 얘기들을 많이 듣고 있다.

프레시안 :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비정상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화갑 : 이긴 정당에서 선거에 관여했던 사람에게 책임 추궁하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또 개혁이란 말을 내세우는데 이 사람들 이상 개혁적인 사람들도 우리 당에 많이 있다. 지난 YS 정부도 5년간 개혁이 정책의 슬로건이었다. 김대중 대통령도 개혁이 전체 흐름이었다. 근데 마치 개혁이 지금 나온 양 자기네들만 개혁적이라는 것은 이기적인 발상이다. 잘못해서 당내 권력 투쟁의 양상으로 알려질 땐 양쪽 다 국민의 비난을 받을 것 같아 내가 다음 당권에 안 나겠다는 말을 했다.

프레시안 : 내심 많이 섭섭한 것 같다. 사퇴를 요구하는 쪽이나 노 당선자에게도.

한화갑 : 노 당선자 입장에서 본다면 나하고 당은 같이 해 보았지만 계보를 같이해 본 적은 없다. 원래 그분은 계보가 없지만. 따라서 행정부를 책임지고 끌고 갈 때 정당의 뒷받침이 필요한데 같은 값이면 성향이 맞는 사람들을 원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그 길을 열어주는 것도 내가 해야 될 정치적 도덕적 의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수렴해서 순리대로 풀어야지 혁명적 발상에서 강요해서는 안 된다. 권력 투쟁의 양상을 주기 때문에 그 방법에 대해 찬성 안 한 것이다.

프레시안 : 일부 국민여론 속에는 당에서 후보를 뽑아놓고 그동안 너무 흔들었다. 그래서 노 당선자 쪽에서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한화갑 :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노 후보에 대해 할 도리를 다했다. 아시다시피 4.27 전당대회에서 나는 대표가 되고 노 당선자는 후보가 됐는데 그 이후 주례 회동을 통해 조율을 해왔고 후보를 지키는데 나도 지혜를 발휘했다.

***"개인적으로는 노 후보에게 할 도리 다했다"**

예를 들면 지방선거 전에 노무현 후보가 영남에서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면 후보를 다시 뽑는다고 얘기했고, 당내 후보 결정에 대해서 불복한 세력이 있었다.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후보사퇴 얘기까지 나왔지만 내가 주도해서 당무회의에서 재신임을 관철시켰다. 그 다음에 노 후보가 8.8 재보궐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대통령 후보 경선을 다시 하자고 했다. 물론 선거는 우리가 참패했다. 그러니까 당내에서 후보 다시 뽑아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내가 '신당창당론'을 주장했다. 내가 노 후보한테 그랬다. 우리 모험을 하자. 이 과정을 거쳐야 대통령이 됩니다. 그랬더니 좋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노 후보를 도왔다고 생각한다. 신당창당이 안돼 후보 경선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선대위 구성을 한 거다. 노 후보가 나보고 선대위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 제안이 오기 전에 이미 노 후보 주변에서는 한화갑이 선대위원장을 맡으면 김대중 대통령과 차별화할 때 힘들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래서 노 후보에게 프리핸드를 드리기 위해 내가 안 맡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노 후보는 다시 좀 맡아달라는 얘기가 없었다. 그러면 국회는 대표가 맡고 선거는 후보가 맡아서 한다고 애기가 됐다. 당헌 당규에도 선대위는 후보가 구성하되 단 최고위원회와 협의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그 절차를 밟아줬다. 선대위 구성이나 운영에 있어 대표와 상의한다는 구절도 없다. 선대위가 생기고 나서는 그것이 곧 당이다. 후보 밖에 없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내가 선대위 행사에 참여를 안 해준다는 건데, 난 거의 다 참석했다. 전에 제주 일정이 있어 제주도를 갔는데 당사에서 서울시 선대위 본부 발대식이 있었다. 당일 아침에 전화가 왔다. 오늘 오후에 발대식이 있는데 참석하라고. 제주까지 내려갔는데 내 일정을 줄이고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서울시는 참석 안 해도 선대위원장이 있다. 나중에 신문 보니까 명계남씨가 대표라는 사람이 이런 데도 참석 안한다고 말했더라. 나한테 사전에 말 한마디 없다가 나오라고 해서 안 나갔다고 그렇게 비난하고.

또 가는 곳마다 우리 당원 아닌 사람이 한화갑이 돈 한푼 안준다는 소리를 했다. 당에는 돈이 없어서 9월달부터 국회의원들 매달 250만원씩 주는 돈을 지금까지 못주고 있다. 원외 위원장은 9월달분을 10월 중순에 줬다. 돈이 없어서 못 주는 건데 돈 안 내놓다는 다고 하니 기가 막힌 것 아니냐. 당시 후보에게 당에서 10억 량 지원해 다. 이후에 후보등록하고 1백29억원이 선거자금으로 나온 것, 또 12월달에 정당운영비 25억 나온 것 모두 선대위에 줬다.

그 다음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노 후보 쪽에 안 서줬다는 걸 문제 삼는다. 한화갑 계보라는 사람들 전부 선대위에서 일했다. 나만 안 간건데 내가 후보 쪽에 딱 못 선 이유가 있다. 후보측과 후보를 반대하고 당을 나가려는 의원들 사이에 대립 때문이었다. 후보가 국회의원들을 달래서 좀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나오기를 바라는데 후보는 '나가려면 나가라'고 했다. 이 사람들이 누구한테 기댈 데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이 사람들을 상대해준 거다. 이 사람들이 바로 그때 나갔더라면 정몽준한테 가거나 한나라당에 갔을 거다.

내가 이 사람들 붙들고 세 가지를 얘기했다. 나는 끝까지 당을 지킬 사람이다.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만일 그렇게 안 되더라도 노 후보가 우리당 후보로 있는 한 나는 노 후보를 밀어야 된다. 떨어져도 밀어야 된다. 만약 선거 끝나고 노 후보 쪽에서 나를 속된 말로 팽한다 하더라도 나는 당을 지키겠다. 그랬더니 이 사람들이 단일화에 있어 대표가 중립을 안 서주고 우리가 나가도 좋다 그러면 정몽준한테 가겠다고 했다. 그럼 나는 당의 대표인데 선거 후도 생각해야 된다. 국회의원 수가지고 제 1당, 2당 따지는데 국회의원이 가버리면 힘이 그만큼 빠지는 거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들 나가는 거 막으려고, 한나라당 가는 거 막으려고 최악의 경우는 자민련하고 교섭단체 꾸려서 중립에 서 달라는 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단일화가 됐다. 내가 노 후보에게 탈당한 의원들 다시 받아들이자는 얘기를 하고 노 후보가 좋다고 해서 복당해서 전부 자기 지역구에 가서 일했다. 따라서 중간에 그런 과정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승자가 아량을 보이는 게 아니라 보복적 성격을 띤 것이다. 그러니까 국민들한테 좋은 인상을 못주고 불안한 인상을 주는 거다.

하지만 어쨌든 노무현 후보가 당선이 된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노무현 당인 것이다. 이 당이 노무현 취향대로 가게끔 문호를 개방해줘야 한다. 5년 전에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 우리가 원하는 사람들이 사무총장도 하고 원내총무도 하고 대표도 하고 다 했다. 우리는 그렇게 해 놓고 이제 당정분리 됐으니까 우리는 원칙대로 면 못하겠다. 이래서는 당정이 원활한 협조가 되겠나. 당정이 원활한 협조가 되도록 이끄는 게 내 의무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참 외로웠다. 선대위는 난리 치는데 누구 하나 와서 나한테 얘기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단순히 선대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게 불만이었다던데 내가 역할도 없는데 회의에 가서 뭐하나. 그 시간에 다른데 가서 한표라도 모으는 게 낫지.

그리고 금년에 조기 전당대회에서 후보 선출을 하자고 주장한 사람들은 후보가 있어야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이긴다고 했다. 나는 선거 끝나고 후보 지명을 하자고 했다. 그러면 그런 주장을 한 사람들이 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변명 같지만 지방선거 공천은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지역에서 했다. 지방선거에 진 것은 따지고 보면 지구당 책임이다. 8.8 재보선도 후보 얼굴로 치러야 한다고 해서 내가 공천권을 후보에게 줬다. 일체 간섭을 안했다. 대표, 후보 있지만 어디가나 후보가 먼저다. 대표는 존재가 없다. 언론에서도 대표가 돌아다녀도 보도를 안 한다.

프레시안 : 그게 권력이동 아니겠는가.

한화갑 : 그렇다. 후보가 될 수 있는 대로 편안해야 되고 난 최선을 다했다. 어제 어느 신문하고 인터뷰를 하는데 후단협이 단일화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내가 정몽준으로 단일화가 되기를 바랬다는 얘기를 하더라. 내 생각으로는 후보 측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의심한 거다. 깜짝 놀랬다. 당내 행사에서 우리 후보가 되는 게 좋지만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 우리는 밀자는 얘기를 한 적은 있다.

***"개혁을 빙자한 권력투쟁이다"**

프레시안 : 상당히 섭섭한 게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근데 도중에 승자의 아량이 아니라 보복으로 비친다고 하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한화갑 : 그게 내가 대상이 됐으니까. 내가 스스로 후퇴하면 보복적 인상을 안 받게 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솔직히 팽 당했다고 생각하나.

한화갑 : 그건 권력 이동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선거 때 영남 가서 호남 냄새 풍기면 안 되니까 내가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은 것이다. 선대위원장도 내가 추천한 사람이 됐다. 후보에게 정대철과 김원기 두 사람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하거나. 정대철 이수성 전 총리가 공동으로 하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프레시안 : 권력 무상을 느낄 것 같다.

한화갑 : 거기까지는 느끼지 않는다.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게 되어 있다. 도중하차가 아니다. 나는 임기를 남겨놓고 물러나지만 권력무상을 느낄 만큼 그런 위치는 아니다.(웃음)

프레시안 : 길을 열어주는 것이 순리고 길을 열어주겠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신주류 쪽에서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게 있을 것 같다.

한화갑 : 노 당선자가 취임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당내에서 뒷받침해줘야 한다. 당에서 할 일은 총리 인준을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 당이 소수니까 어떻게 하면 총리 인준을 제대로 이뤄내나 준비를 해야 된다. 그러자면 여야간에 대화를 해야 된다. 근데 우리 당이 이렇게 시끄러우니... 야당이 먼저 그러는 게 선거 승패의 갈림길인데 거꾸로 됐다.

또 5년전 과거 정부가 출범할 때 최대 과제는 IMF 극복이었다. 지금 새 정부의 과제는 북핵문제다. 이것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에 전념해야 된다. 근데 IMF와 핵문제는 좀 다르다. IMF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극복하고 못하고 차이가 있는데 핵문제는 미국과 북한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해결이 불가능하다. 또 우리는 핵문제에 있어 94년 제네바 협정 이후부터 국외자다. 따라서 그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그렇지만 남북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이게 우리 딜레마다. 그래서 당이 당선자의 취임식 준비와 북핵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당의 개혁을 말하는데 지난 4월에 특대위에서 개혁안을 만들어서 실행한지 1년도 못됐다. 그럼 그때 개혁에 참여했던 사람들, 예를들면 천정배 의원 등이 다 그때 참여했다. 그때 지금 할 개혁을 왜 얘기 안했나. 솔직히 말해서 당 개혁을 했는데 1년도 못돼서 또 개혁해야 할 짧은 아이디어였다면 그 사람들이 다시 개혁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나.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개혁을 빙자한 권력투쟁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 개혁이 개혁을 빙자한 권력투쟁이란 말인가.

한화갑 : 새로운 권력의 형성기에 있기 때문에 거기서 핵심에 못 간 사람은 밀려나게 돼 있다. 그러니까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프레시안 : 노 당선자도 언급했지만 결국 민주당 당면과제는 2004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의석보다 크게 늘리는 것이 당면 과제다. 그러기 위해선 개혁을 빙자한 권력투쟁이든 개혁이든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는 다 동의하는 것 같은데.

한화갑 : 동감한다. 나는 그러나 견해를 달리한다. 중간선거에서나 총선에서 여당이라는 것은 불리하게 작용한다. 공격을 당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러면 여당은 무엇을 가지고 승부해야 되느냐. 대통령의 업적을 가지고 해야 된다. 취임한지 얼마 안 됐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시정 방향이 옳으면 그게 업적이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도 안 했는데 요 다음 총선을 걱정하는 건 너무 성급한 거다. 또 총선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나.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있는 국회의원수도 줄이는 일을 하는데 그게 승리를 위한 것인가.

프레시안 : 줄이는 일을 하고 있나?

한화갑 : 줄이는 일이라는 게 예를 들어 후단협 사람들에게 안 나가면 우리가 나가겠다는 등 그걸 말하는 거다. 국회의원 줄이는 뺄셈 정치인데 국회의원 늘리려는 것과 상충한다.

프레시안 : 내년 2월에 있을 전당대회 위상이 한편에선 민주당을 아예 해체하고 신당을 창당하는 그림이 있을 수 있고, 또 민주당이 재창당하는 형태로 거듭나는 것, 또 하나는 그냥 지도부만 새로 선출하는 수준이 될 수 있다.

***"민주당 해체와 신당 창당은 대안 아냐"**

한화갑 : 지금은 두 번, 세 번째를 동시에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해체를 통한 신당 창당은 대안이 아니라는 말인가.

한화갑 : 그렇다. 민주당 전당대회니까 원내중심 정당이라든지, 디지털 정당이라든지, 정책중심 정당이라든지, 또 당의 재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중앙당 축소라든지, 이런 것들을 다 관철시켜서 새로운 지도체제와 함께 새로운 운영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프레시안 : 당 개혁안과 관련된 몇 가지가 방안으로 원내정당화, 진성당원화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찬성하나.

한화갑 : 찬성한다. 그리고 진성당원화는 지금 실천하고 있는 지구당도 있다. 조순형 의원 지구당이 그렇다. 지구당 위원장들의 능력이다.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 그 가능성을 활짝 열어줬다. 나는 금년에 우리 사회정치적으로 큰 변화를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월드컵 4강을 이뤄낸 국민의 저력이다. 둘째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데, 이는 우리당의 노력도 있지만 노사모의 결의를 우리 당은 못 따라갔다고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선거가 민주당만의 승리가 아니라는 데 공감한다. 노사모는 자기 돈 써가면서 일했다. 뿐만 아니라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돼지저금통을 통해 74억원을 보내줬다. 자발적 참여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목적이 좋다면 모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할 태세가 되어 있다.

이런 기틀은 누가 만들었나. 노무현 대통령 출현의 기틀은 김대중 대통령이 만들었다. 세 가지인데, 첫째는 IT 산업의 발전으로 인터넷 활용이 보편화 됐다. 그래서 대중의 대량동원이 가능했다. 두 번째로 남북 대결 구도를 깼다. 그래서 노무현 후보를 이데올로기로 공격하려던 사람들은 그것이 안 먹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 번째로 IMF를 조기극복 했다. 이런 온라인 구좌로 돈을 보내온 것은 그래도 경제가 그만큼 되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대기업들에게 물어보면 거시 지표는 엄청나게 좋다는 거야. 구조조정에서 성공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다 칭찬받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노무현 당선의 환경조성에 플러스 요인이 됐다. 노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과 차별화 정책을 했지만 당선의 인프라 스트럭처는 김대중 대통령이 만들어준거다.(웃음)

내가 강조하려는 것은 국민의식이다. 자발적으로 하려는 의식. 당도 이렇게 변한 국민의식은 수용해야 한다. 국민보다 앞서가지는 못하지만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 새로운 당의 개조는 필요한 일이다.

프레시안 : 외부세력의 영입, 또 지금 개혁국민정당과 같이 어떻게 보면 합당의 대상이 되는 쪽도 있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는가.

한화갑 : 지금 당내에는 두 기류가 있다. 그런 사람들을 흡수하려는 쪽, 그게 안 되면 당을 뛰쳐나가 그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쪽이 있고, 반면 과거 당의 주류를 형성했던 온건 개혁주의자들은 그렇게 되면 우리당의 정체성이 없어진다, 당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급진적인 쪽 보다는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통해 수혈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도 당 개혁의 내용을 가지고 진통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른바 정계개편인데 의원 빼가기 식이 아닌 정당개혁차원의 이합집산을 주장하는 쪽도 있다.

***"한나라당 나올 사람들 별도 교섭단체 만들어 정책연합해야"**

한화갑 : 우리 당을 해체하자는 주장을 하는 분들은 그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선거가 국민들이 보여준 자세는 아주 발전적인 건데 정치인에 대한 경고가 있다. 당을 옮긴 사람, 그 사람을 받아준 정당 전부 국민들에게 배척 받았다. 그 다음에 경선에 불복한 사람, 정치적 약속을 안 지킨 사람도 배척 받았다. 이 세 가지가 국민들로부터 경고의 대상이 됐다. 앞으로 이런 정치 형태는 통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계개편은 테크니컬한 면을 많이 고려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 쪽에서 오겠다는 사람을 막지는 않을 것 아닌가.

한화갑 : 가장 좋은 방법은 상생의 정치인데, 그 속에서도 공생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에서 떠날 사람들은 별도의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면 된다. 그래서 국회에서 정책 연합을 하는 거다. 그러면 자연스럽다. 이게 당은 같이 안 하지만 양쪽 다 공생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당 개혁특위가 오늘쯤 발표되는가.

한화갑 : 아니다. 모레(30일) 발표되는데, 늦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대통령 당선자에게 누가 했으면 좋겠냐 답을 달라고 하고 기다리고 있다.

프레시안 : 한 대표 생각엔 누가 했으면 좋겠나.

한화갑 : 말하면 안 되지.(웃음) 난 누가 되도 좋다. 당선자 의중이라면 따르는 게 좋다. 취임 전에 할일이 많은데 한 가지 짐이라도 덜어주는 것 아닌가. 기왕에 협조하려면 화끈하게 해야지.(웃음)

프레시안 : 중대선거구제 제안이 나오고 있는데.

한화갑 : 그건 우리 당 공약이다. 나도 찬성한다.

프레시안 : 개헌논의도 던져져 있는데.

한화갑 : 개헌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개헌을 한 역사를 보면 통치자의 정권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했다. 그러다 보니까 그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 단임으로 했다. 단임으로 하다 보니까 이제는 일할 기회가 적어 성공한 대통령이 어렵다고 본다. 단임으로 끝나니까 조직 관리를 안 한다. 그래서 평생을 지원하던 사람들이 전부 불평분자가 된다. 대통령 찬성하는 사람은 없고 전부 불평만 하는 거야. 그래서 당대에는 평가를 못 받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 다음에 우리같이 지역이 대립돼 있는 상태에서 이걸 완화시키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권력 분점이 중요하다. 그런 체제로 가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다. 과거에는 통치자가 정권 연장이나 강화를 위해 개헌을 했지만 지금은 국민 의견 수렴 차원에서 개헌을 하는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러니까 자유롭게 공론화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오는 30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노 당선자의 첫 번째 인사인데 평가가 분분하다. 한 대표는 어떻게 보는가.

한화갑 : 인수위원장으로 임채정 의원을 지정한 것을 보고 노 당선자가 참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정책인수다. 그리고 거기서 하는 일은 앞으로 5년간 노 대통령의 집권 청사진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연속적으로 추진할 정책과 바꿀 정책 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걸 하려면 행정관료가 아니라 전문가가 가야 한다. 그리고 행정적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은 부위원장이 국무총리실에서 왔으니까 여기서 전담하고. 참 이상적으로 짜여졌다고 본다. 인수위원 대부분이 노무현 후보 선거 과정에서 관여한 학자들인데 효과적으로 정책 인수인계가 가능하고 생산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너무 폭이 좁다. 폭넓은 인재등용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한화갑 : 우리 국민이 고쳐야할 게 있다. 측근이냐, 내 지역사람이냐를 따지지 말자는 것이다. 그 사람이 갔을 때 자격이 있는 사람이냐, 없는 사람이냐는 따질 수 있다. 그 사람이 업적을 남겼느냐, 못 남겼느냐를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 근데 우리는 지엽적인 것을 문제 삼아서 진짜 일해야 할 사람이 일도 못해보는 경우도 있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 당선자가 집권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건데 김대중 정부의 지난 5년을 보면서 노 당선자가 이런 점은 좀 주의해야 겠다는 게 있다면.

***"앞으로 '노무현이즘'을 공부하겠다"**

한화갑 : 김수환 추기경이 좋은 말씀을 하셨던데, 축하는 5년후에 하겠다고 말했다. 5년전에 처음으로 여야간에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그때 우리들 모습이 어떻게 비쳐졌을까. 저것들이 자기들 세상 됐다고 저렇게 날뛰는구나, 이렇게 평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저런 자세로 정부 일해가지고 제대로 되겠나, 이렇게 걱정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고생했으니까 앞으로 잘 할거다, 이런 기대를 가진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5년 후에 우리들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 그걸 생각 안 했다는 게 우리의 잘못이었다고 최근에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정부에 참여할 사람들은 5년후에 우리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까 이걸 매일 생각해야 한다.

프레시안 : 한 대표의 개인적인 정치적 장래에 대한 구상은.

한화갑 : 내가 노 당선자와 얘기할 때 그랬다. 나도 이제 내 시간을 좀 가지고 절을 다니면서 스님들하고 토론도 갖고 그러면서 나 부족한 것을 좀 채우고 싶다고. 그리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이렇게 변해있는데 우리는 그걸 따라잡지 못하고 국회 안에서만 우리 생각가지고 정치를 해왔다. 이런 고정된 관념을 깨는 일부터 해야 된다. 이렇게 말하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으로 비쳐질 것 같은데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나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는 사람이나 이번에 국민경선에서부터 후보단일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까지 노무현 스타일, 이 정치를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배우시겠다?

한화갑 : 그렇다. 어느 의미에선 노 당선자가 정치적 스승이다. 듣기 좋으라고 한 얘기가 아니라 아무도 그런 정치적 발상을 해본 사람이 없지 않나. 한나라당도 그래서 진 것 아니냐. 물론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내가 그런 얘기도 했다. 노무현 선거 스타일은 우리가 외국에 수출할 물건이다. 노무현 선거 스타일, 또는 정치행태, 그 속에 숨어 있는 철학. 이게 바로 노무현이즘이다. 과거에 이즘하면 세계 지도자나 대 석학들을 얘기했는데 보통 정치인도 그런 이즘을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 노무현 후보가 첫번째 성공사례가 됐다. 그래서 난 노무현 스타일을 공부를 좀 하려고.(웃음)

프레시안 : 공부만 오년 할 것 아니지 않나. 그 후에 구상에 대해선 아직 생각하지 못했나.

한화갑 : 평생 살아온 방식대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많은 수양이 필요하다. 나한테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 참는 연습이 덜 돼 있다. 자기 행동이나 말씨에 감정이 개입되면 반드시 부작용이 온다. 내가 그걸 느끼면서도 못해서 손해 보는 경우가 있다.

프레시안 : 당 개혁 문제가 순조롭게 잘 해결될 것으로 보는가.

한화갑 : 돼야지. 그것을 잘 해냄으로써 민주당이 여당으로서 기대할만한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당선자도 당에서 플러스 요인을 취할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힘을 얻어 좋은 국정을 펼 수 있는 것이다. 당정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민주당은 그럴 힘과 저력이 있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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