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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과오에 너무나 너그러운 우리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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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과오에 너무나 너그러운 우리 방송

김유주의 '방송 산책' <5>

약 1년여 전의 사건이었다.
탤런트 황수정이 필로폰 복용혐의로 구속되자 그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던 기업들은 광고 집행을 중단하고 대체 모델을 찾아 나서는 등 광고계에 비상이 걸렸던 일이 있었다. 롯데 백화점, 태평양 화장품, 삼성 아파트의 광고 담당자들은 거의 사색이 되다시피 한 사건이었다.

사극 <허준>에서 참한 이미지로 시청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던 인기 TV탤런트가 유부남인 애인과 함께 마약인 줄 모르고 단순히 성적 흥분제인 줄 알고 약을 먹었다는 사건이 터지자 각 언론 매체들은 '공인으로서의 의무'라는 표현을 써가며 그 여배우의 사생활을 파헤쳤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 늦여름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그룹 '스맵(SMAP)'의 멤버 이나가키 고로가 도쿄 시부야에서 주차위반을 단속하는 여자 경찰을 매단 채 도주하다가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일본의 초특급 가수이자 배우이다. 그가 속한 그룹의 이름을 딴 후지 TV의 'SMAP x SMAP'은 수년째 시청률 베스트 3위를 유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스맵'이 인기있는 것은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와 토크쇼 등 뭐든지 소화해내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점이다. 이들은 평상시에는 드라마나 영화의 출연, 버라이어티 쇼의 사회 등으로 활동하다가 공연 때는 한자리에 모여 노래한다.

사건이 터지자 일본의 전 매스컴에선 크게 보도됐다. 이나가키의 구속으로 '스맵'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졌고, '스맵'의 소속사에선 사과문을 발표하고 후지TV에선 이나가키가 나오는 모든 장면을 편집하여 하루아침에 방송에선 이나가키의 모습이 사라졌다. 주차위반 사실이 팬들에게 알려질까봐 당황한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차를 몰고 도망쳤던 이나가키 고로, 그를 바라보는 일본 시청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인기 연예인들의 원조교제, 성폭행, 음주운전 등등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잇따르면서도 물의를 빚었던 연예인들은 잠시 물러났다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조기에 방송 복귀가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외라면 몇 년 전 운전면허 부정취득으로 5년여간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톱스타 이승연의 경우라 할 수 있다. 탤런트 김지수는 무면허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도 바로 일일극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기도 했으며, 언젠가 FM과 인터넷 생방송에서 욕설을 퍼부어 물의를 일으켰던 탤런트 박철의 경우도 진행 프로그램을 스스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이미 출연이 결정된 상태였다면서 곧바로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고 금년부터는 다시 라디오의 그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MBC라디오에서 최유라씨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이종환씨도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일으키자 일단 프로그램 진행은 물러섰으나, 한달도 안 된 상태에서 다시 방송에 복귀했다. 물론 방송을 다시 하면서 본인은 청취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했지만, 담당PD는 "방송 경력 35년의 원로 방송인이 단 한번의 음주운전 사고로 방송출연을 중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여 '그 진행자에 그 PD'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청취자들에게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무차별로 질타하던 사람이 자신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선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다면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라고 주변에선 빈정대기도 했다.

그 뿐이 아니다. 한 때 대마초 흡입사건으로 법원에서 벌금형 선고 받았던 개그맨 신동엽의 경우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방송에 복귀하여 활발한 연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이승연의 경우만 캐스팅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시청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여 몇 년간 방송을 떠난 억울한 경우가 됐다.

이처럼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아무 죄책감 없이 방송에 복귀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해 국민대 이창현 교수는 "물의를 빚었더라도 인기만 있으면 상관없다는 제작진의 태도나,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다는 생각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제 시청자들의 시청거부 운동 등 보다 조직적인 활동을 통해 방송사에 압력을 행사하고 각 방송사가 내규를 통해 물의 연예인에 대해 일정기간 출연을 금지시키는 등의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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