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16일 밤 사회.문화분야 TV 토론에서 행정수도 이전문제, 교육 및 복지정책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방송4사가 생중계한 가운데 저녁 8시부터 2시간동안 실시된 세 후보간 마지막 TV 토론은 유권자의 20% 안팎으로 추산되는 부동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특히 선거종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이-노 후보는 한치의 물러섬 없이 상대방의 주장에 맞섰다.
***李 "행정기관 이전은 공동화 불러와" 盧"공동화, 경제파탄은 흑색선전"**
이날 TV 토론에서 가장 치열한 설전이 오갔던 것은 예상대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였다.
교육관련 질문 도중 이 후보가 "느닷없이 수도를 옮긴다고 할 게 아니라 여기에 쓸 돈을 서민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에 노 후보는 "수도 이전비용이 6조다. 수도권의 인구 과밀로 인해 10조가 넘는 교통혼잡비용, 8조가 넘는 환경비용이 든다. 교통난, 주택값 폭등으로 서민들이 고통당하고 있는데 6조가 비싸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우리가 계산한 비용은 40조"라면서 "수도권 교통문제는 교통으로 해결해야지, 그 문제 때문에 대전으로 수도를 옮기면 대전에 교통문제 옮겨간다. 위에 암이 있다고 간으로 옮기면 위도 간도 암 걸린다"고 응수했다.
이 후보는 또 "청와대도 가고 행정부, 국회 옮겨가고 거기에 금감원, 감사원, 선관위가 옮겨가면 과천 상권이 어떻게 되냐. 경기는 어떻게 되냐.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다. 대전시청이 중구에서 옮겨가고 나서 중구는 공동화됐다. 전남도청도 마찬가지"라며 '수도권 공동화'를 주장했다.
이에 맞서 노 후보는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과밀한 도시다. 2010년이면 수도권 인구가 2천5백만명으로 늘어가는데 거기서 50만명이 나간다고 어떻게 집값이 폭락하고 수도권이 공동화되고 경제파탄하는가. 이는 논리가 아니라 흑색선전"이라고 맞섰다. 또 "경남도청이 부산에 있다가 80년대 창원으로 갔지만 부산은 공동화되지 않았다. 서독의 본이 30만 행정수도다. 지금 베를린으로 옮기지만 조용하다. 일본도 지방으로 이전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본은 국회가 옮겨가고 일부 남아있는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 중이고, 도쿄는 14년째 논의 중이지만 어려운 것으로 결론나고 있다"면서 "서울의 경우 옮기면 어렵게 내집 마련한 사람들이 어려워진다.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면 음식점, 재래시장 모두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고교평준화, 李 "보완" 盧"유지" 權 "확대"**
고교 평준화 정책과 관련 이회창 후보는 사립고 운영개선을 통한 현 제도 보완을, 노무현 후보는 현 평준화 정책의 기조 유지를, 권영길 후보는 평준화 확대를 주장해 차별성을 보였다.
고교 평준화 문제는 노 후보와 통합21 정몽준 대표간의 입장 차이가 있어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됐는지를 묻는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는 "고교평준화의 틀을 깨자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오히려 하향 평준화된 만큼 공교육에 치중해 정상화시켜야 하며 상향 평준화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노 후보는 평준화 유지를, 정 대표는 평준화 폐지를 주장했는데 두 분이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느냐"고 따졌다.
권 후보도 "정 대표는 자립형 사립고 확대 강화를 주장하고 있어 재벌위주 교육이 될 수밖에 없는데 서민교육, 평준화 보완 교육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정 후보는 평준화 폐지를 추진하다 점차 후퇴하던 중 단일화 됐으며, 정책공조 합의 때 아무런 제안이 없어 제 안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났다"며 "이 후보는 자립형 사립고를 일반화하겠다고 하는데 학생선발 방식도 자율화하자는 것인가, 그러면 사립 평준화 제도도 깨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권 후보도 "우리 교육은 극심한 불평등 교육이며 학벌 세습으로 장관 아들 장관되고 의사 아들 의사되고 재벌 아들 재벌된다"면서 "자립형 사립고는 귀족학교로 평준화를 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우리 고교는 서울의 경우 70%, 전체 52%가 사립으로 사립의 비중이 높은데 일시에 자립형 사립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학사운영이 제대로 돼 있고, 본교가 원할 때 제한된 범위에서 선발권을 주고 운영토록 하는 것"이라며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 전체 선발인원의 30%를 서민층에 할애하도록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토론 서두에서 대입제도 개선과 관련 이 후보는 "오는 2007년까지 대입제도를 자율화해야 하나 학부모와 수험생의 혼란을 감안, 예고제로 단계적으로 자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강남 8학군을 없애기 위해선 수능시험을 폐지, 대입자격시험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근본적 개혁을 주장했다.
반면 노 후보는 "대학입시 자율화는 상당히 돼 있다"면서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는 것은 도움이 안되고, 수능은 복수로 시행하는 등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약분업에 대해서도 견해차**
이 후보는 "국민연금이 이 상태로 가면 2034년 적자가 되고 2048년 파탄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책을 물었다.
이에대해 노 후보는 "이 후보가 연금지급액을 급여액의 40% 정도로 깎아야 한다고 공약한 것은 발상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노 후보는 국민연금의 취지가 노후생활 보장에 있음을 지적, "연금기금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깎는다면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연금문제는 우리 경제상황에 맞춰 조절해나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한나라당은 가진 자 위주의 재벌중심 연금정책을 생각하지 서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국민기초연금제 도입을 주장했다.
또 의약분업 문제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의약분업 방향은 옳지만 졸속으로 이뤄져 국민에세 고통을 주고 있다"며 "현행 제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개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의약분업 이후 항생제, 주사제 사용이 많이 줄었다"며 "원칙적을 살려가며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등으로 보완해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의약분업을 현재보다 강력하게 시행하고 허위. 과다청구를 막기 위한 포괄수가제 도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세 후보는 그러나 여성 및 서민표를 의식, 여성. 보육 정책에 대한 국가지원 확대, 노인복지 예산 확대, 장애인 대책 등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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