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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행정수도 옮기면 남미꼴 날 것”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 정무부시장 발언 파문

한나라당과 친이회창적 메이저신문들이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대선 이슈로 집중 부각시키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의 정두언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11일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적 대재앙'이라는 글을 서울시 홈페이지에 게재해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등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이날 오후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지역 시ㆍ도의회 의장단이 서울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에 가세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이러다가 우리는 남미로 가게 된다"**

정두언 부시장(46)은 11일 서울시 인터넷 홈페이지 '직원광장'과 '시민자유토론' 코너를 통해 "행정수도 이전 정책은 경제파탄과 사회혼란을 초래"하고 "분단을 전제로 한 반통일적 사고의 산물"이라며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부시장은 글을 통해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폭락이 우려된다"며 "대한민국 절반의 인구가, 가계가 부도위기에 처한다면 국민경제 파탄과 대혼란은 명약관화해진다"고 주장했다.

정 부시장은 또 "행정수도 이전은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대역사"라며 "정부가 지금도 공적자금으로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데 또 다른 대사업을 일으키면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두면 그 이남의 주민들이 몰려와 제2의 수도권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며 "수도권 분산이 아니라 오히려 수도권 팽창이 된다. 균형발전과 사회안정이 아니라 불균형의 확대재생산과 사회불안이 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냉전시대에 군사정권이 충청권의 내륙 도시에 행정수도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재론하는 것은 영구분단을 전제로 한 반통일적 사고"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대안으로 명문대학의 지방이전, 충청권 이전 등을 통해 교육수도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시장은 글 말미에 "터무니 없는 일이라도 크게 떠들어 표만 얻으면 된다는 정치우위의 사고는 망국의 지름길"이라며 "조금 살 만하다고 해서 방심하면 재앙은 언제든지 우리 곁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다가 우리는 남미로 가게 된다. 끔찍한 일이다"라는 감정적 표현으로 글을 끝맺었다.

이회창 후보와 같은 경기고, 서울대 출신으로 오랜 기간 국무총리실에 근무했던 정두언 부시장은 현재 한나라당 서대문 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이명박 서울시장이 당선된 후 정무부시장이 됐다.

정 부시장은 부시장이 된 직후인 지난 7월초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구인 서대문구를 위해 예산을 많이 따내겠다" "2년 뒤 부시장직을 사임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는 발언을 해 같은 당 소속인 백의종 서울시의회 부의장으로부터 사퇴요구를 받는 등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선관위, "선거법 위반 검토 중"**

발언을 접한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의 노골적인 선거운동"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조갑제씨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이회창후보부터 한나라당의 모든 당직자가 나서서 거짓말로 혹세무민하려 하더니, 급기야 공무원 신분인 정두언 정무부시장이 서울시 홈페이지에 행정수도 건설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며 "전국이 서울과 지방으로 양분화된 기형적인 국토운영을 어떻게 해결할 지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상대의 정책을 비난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 부시장 발언과 관련, "정 부시장이 일종의 직원들 게시판 성격인 '직원광장'에 올린 글인만큼 서울시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볼 수는 없다"며 "정 부시장이 개인적인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자체 조사를 통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정 부시장의 글이 특정 정당을 위한 선거운동인지 해당 자치단체로서의 입장 표명인지 내용 등을 보고 최종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 부시장 발언과 관련 일각에서는 "서울시 관계자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냐"는 반론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 노무현 후보가 내건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대해 그동안 가만 있다가 최근 한나라당과 메이저 신문들이 이 문제를 대선 쟁점화 직후에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은 그 배경에 의심이 간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다음은 정두언 서울시정무부시장이 서울시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적 대재앙**

1. 행정수도는 경제파탄을 초래한다.

지금 행정수도를 추진하면 엄청난 경제적 혼란이 온다.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폭락이 우려된다. 많은 가정이 주택을 담보로 융자를 받아, 가계부채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값 폭락은 곧바로 융자금 상환불능, 가계파산의 위기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수도권에는 2천만의 시민이 살고 있다. 대한민국 절반의 인구가, 가계가, 부도위기에 처한다면 국민경제의 파탄과 대혼란은 명약관화해진다.

행정수도 이전은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대역사다. 지금 많은 국민이 가계부채에 시달리고 있고 카드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다. 담세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정부가 지금도 공적자금으로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데, 또 다른 대사업을 일으키면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더 이상의 재정적자는 안된다. 행정수도를 만든 브라질, 멕시코는 모두 재정적자와 엄청난 외채로 국가부도에 직면한 적이 있다. 우리라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제2의 IMF사태, 국가파산의 위기가 우려된다.

수도는 국제공항과의 접근성이 높고 해양에 인접한 곳이 좋다. 국제공항이 미비하거나 내륙에 위치한 행정수도는 비능률로 인해 국가경제에 짐이 될 수 있다. 바다에 인접한 워싱턴디시는 효율적인 입지를 한 반면, 내륙에 위치한 브라질리아, 오타와는 그렇지 못하다. 지금 충청권 내륙에 행정수도를 만들면, 외국기업인이나 정부요인들이 인천공항과 서울을 거쳐 수도로 가야 한다.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이다. 시간낭비다. 외국인투자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2. 행정수도는 사회혼란을 초래한다.

행정수도가 자리를 잡으려면 교육·문화의 측면에서 도시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학교, 병원, 배후시설이 구축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원거리 근무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공부를 위해 외국까지 가는 사람이다. 고속도로, 고속전철로 일일생활권이 되어 버린 좁은 국토에서, 아버지의 근무지와 자식의 학교가 다르면 가족이산, 주말부부, 이중살림 등등 새로운 사회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소위「기러기아빠」에 비하면 주말가족은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 거론되는 행정수도의 주요 목적은 수도권의 인구 분산과 전국의 고른 발전에 있다. 그러나 수 세대가 지나면 모르겠지만, 당장에는 실효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 속담에『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사회에서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의식이 달라질 수는 없다.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두면, 그 이남의 주민들이 몰려와 제2의 수도권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 충청권마저 수도권이 되면, 남한의 절반이 수도권이 된다. 명실상부한「수도권공화국」이 탄생하는 것이다. 혹떼려다가 혹붙이는 격이다. 수도권 분산이 아니라, 오히려 수도권 팽창이 된다. 균형발전과 사회안정이 아니라, 불균형의 확대재생산과 사회불안이 온다.

3. 행정수도의 남쪽 이전은 분단을 전제로 한 反통일적 사고의 산물이다.

행정수도의 입지는 남북한통일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통일 이후 동북아시아의 정세변화를 내다보면서 미래지향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 지금 거론되는 입지는 분단을 전제로 한 것이다. 충청권은 남한의 중심이지만, 한반도의 중심은 아니다.

행정수도가 완공이 될 시점에, 혹은 그 이전에 통일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통일정부의 행정수도는 남한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낙후된 북한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으려면, 행정수도의 입지는 적어도 서울이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동서화합, 수도권과 지방의 화합만 국민통합인가. 국내정치논리 때문에 남북한통합 문제를 간과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냉전시대에 군사정권이 충청권의 내륙도시에 행정수도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남북대치의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위한 군사요새로서 충청권의 내륙이 적합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 시점에서 재론하는 것은 영구분단을 전제로 한 反통일적 사고이다.

4. 대안은 교육수도.

충청권에 교육수도를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과학기술 연구단지가 밀집해 있는 충청권에 서울의 유수한 대학을 이전시켜 교육의 중심도시, 교육수도로 육성하는 것이다. 수도권 과밀과 팽창의 근본 원인은 행정이 아니라 교육에 있다. 명문대학을 졸업해야 출세하는 풍토가 지속된다면, 명문대학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한, 현실적으로 수도권 과밀과 팽창을 막기 힘들다. 명문대학교의 지방이전, 충청권 이전을 장려하면 인구 분산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자식공부 때문에 직장도 포기하고 이민도 불사한다.

교육수도가 지정되면, 국공립대학교는 물론 사립대학교의 이전도 유도해야 한다. 특별법을 만들어 학교시설을 이전하는 사학재단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의 질도 높이고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도 이루는, 일석이조의 백년대계가 나와야 한다.

행정수도는 복잡한 문제를 수반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에는 쾌도난마식의 왕도는 없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단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수 세대에 걸쳐 끈기 있게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다.

국토이용은 효율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치적 결단과 영광은 순간적으로는 짜릿할지 모르지만, 끝내는 패망과 회한을 남기게 된다. 남미의 브라질은 낙후된 아마존유역의 개발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과시하려고 내륙에 행정수도를 세웠다. 정치적 화합은 모르겠지만, 브라질 국민에게 돌아온 것은 재정적자, 막대한 외채, 그리고 국가부도의 위기였다.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populism)이 나라를 빚쟁이로 만든 것이다.

결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어느새 효율보다는 무분별한 정치적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최근「경제특구법」에서도 공항,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과 경제지리적 입지를 따지지 않고, 전국의 모든 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터무니없는 일이라도,"크게 떠들어 표만 얻으면 된다"는 정치우위의 사고는 망국의 지름길이다. 지난 시대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성공은 경제우위의 사고와 리더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치로 날을 지새던 아르헨티나가 세계5위의 강국에서 열등국가로 몰락하는 동안에 아시아의 나라들은 개혁에 성공하고 산업화 · 현대화의 대업을 이루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 국운은 돌고 도는 것이다. 조금 살만 하다고 해서 방심하면, 재앙은 언제든지 우리 곁을 다시 찾을 것이다.

이러다가 우리는 남미(南美)로 가게된다.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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