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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유족 미 대사관 항의서한 전달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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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유족 미 대사관 항의서한 전달 무산

<속보> 유족들 "SOFA 개정 위해 끝까지 동참할 것"

자식을 잃은 부모의 한을 누구의 분노와 슬픔에 견줄 수 있겠는가.

지난 7일 ‘미군장갑차에 의한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방미투쟁단의 부시 대통령 항의서한 전달이 무산된 데 이어 10일 오후 두 여학생의 유족을 비롯한 범대위, SOFA개정국민행동 등의 미국대사관 항의서한 전달도 무산됐다.

10일 오후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두 여학생의 아버지 신현수, 심수보씨는 항의서한을 직접 손에 들고 미국대사관에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은 대사관 뒤로 돌아가라며 이들 미국대사관 정문으로 가는 길을 막았다. 이에 유족을 비롯한 시민 사회단체 대표들은 경찰을 피해 대로로 뛰쳐나와 미 대사관 정문을 향했으나, 미 대사관을 지키는 경찰 병력은 넘기에는 너무나 높은 담이었다.

문정현 신부(여중생 공동대표)는 경찰을 향해 “이 놈들아 이 분들은 신효순 심미선 아버지들이시다. 두 딸의 아버지가 직접 와서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는데, 방패로 막는 파렴치한 놈들이 우리나라 경찰이냐”고 호통을 쳤고, 신효순 심미선양의 아버지 두 분은 파르르 손을 떨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미 대사관 정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한 상태로 “미국 대사가 직접 나와서 사과 서한을 받을 것”을 30여분간 요구하다가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으로 돌아왔다.

이날 항의서한 전달이 무산된 데 대해 불평등한SOFA개정국민행동 김판태 사무처장은 “사전에 미대사관에 유족이 직접 항의서한을 전달할 것을 통보했으나, 미 대사관측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위가 계속되자 미 대사관이 뒤늦게 접수할 의사를 밝혔으나 범대위측은 “참사관급 이상 관리의 접수를 요구했는데 하급관리를 내세운 것은 사실상 접수를 거부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참사관급 이상의 관리가 나설 때까지 항의서한 접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미선 양의 아버지 심수보씨는 “국민들이 이렇게 나서주셔서 고맙지만 저들(미국)이 아직 우리 국민의 분노가 얼만큼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고, 신효순 양의 아버지 신현수씨는 “지금까지의 SOFA는 헌집이었고, 자식들에게 새 SOFA집을 지어주어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유족들이 끝까지 동참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SOFA개정국민행동, 여중생 범대위, 매향리 범대위 등의 시민·사회단체는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에서 ‘무죄판결 원천무효와 불평등한 소파개정 및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 방한 규탄을 위한 제39차 미대사관 반미연대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영재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은 ▲판사가 배심원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했고 ▲한 사건에 대해서 운전병과 관제병의 재판을 개별적으로 실시했으며 ▲초동수사 결과물이 석연치 않고 미군은 계속 말을 바꾸었고 ▲지휘관은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미군에 의한 재판은 완전 무효”라며, “한국 법정에서 처음부터 다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창 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밝혀지는 것을 흐리고, 한국 정부에게 북핵에 대한 강경책과 미국의 이라크 전쟁 지원을 구하는 것”이라며 아미티지 부장관의 방한 자체에 대해 성토했다.

또한 집회 참가자들은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가 “반미를 배후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성토하며 “한나라당이 11일 오후에 열리는 ‘여중생 사건 비상시국회의’ 때까지 사과를 하지 않으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10일 유족이 직접 미 대사관에 전달하려고 했던 항의서한 전문이다.

***무죄판결 미군 재판 무효화와 살인미군 처벌, 불평등한 한미소파 전면개정을 촉구하고 미 국무부 아미티지 부장관 방한을 규탄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귀하!

오늘 우리는 주한 미국대사관 바로 옆에 위치한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제39차 반미연대집회를 갖고 여기서 채택한 항의서한을 귀하에게 전달합니다.

먼저 우리는 무죄판결 무효화와 살인미군 처벌, 불평등한 한미소파 개정을 바라는 한국민의 한결같은 염원을 외면하고 있는 귀국의 오만한 행태를 규탄하면서 거듭 귀하의 사죄를 요구합니다.

귀하는 지난 11월 27일 허바드 주한 미 대사를 통해서 두 여중생의 죽음에 대한 간접적인 유감 표명을 전달해 왔습니다. 그러나 귀하의 유감 표명은 우리 국민들의 사과 요구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으로, 무죄판결에 대한 분노로 들끓는 한국민의 여론을 일시적으로 무마하기 위한 기만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귀국의 태도는 귀하보다도 더 후퇴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개인적인 유감 표명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습니다. 이에 우리는 귀하가 진심으로 사죄할 의지가 있다면 한국민에게 직접 사죄할 것을 촉구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주한미국 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이 두 유족과 함께 사고현장에 가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한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천명할 것을 요구합니다.

여중생 범대위 방미투쟁단에 대한 귀국의 무례하고 부당한 처사 또한, 우리 국민들을 격분시키고 있습니다. 귀하는 백악관을 방문한 방미투쟁단의 면담 요청은 물론이고 서한 접수마저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같은 귀국의 오만무례한 처사는 두 여중생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겨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또 다시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귀하의 편협하고 오만무례한 태도는 귀국 국민들로부터도 지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귀하가 이 같은 무례한 처사에 대해서 한국민에 사과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우리는 한미소파 개정에 관한 한국민들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는 귀국의 오만한 태도를 규탄하며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주한미군에게 무제한적인 치외법권을 보장해 주고 있는 한미소파 때문에 주한미군들이 한국민들을 상대로 거리낌 없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두 여중생 사건과 한미소파가 별개라는 귀국 럼스펠드 장관의 인식은 우리 나라 주권과 우리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자국 이기주의와 일방주의의 발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행 소파의 개정을 통해 한국인에게 사망이나 중상해의 피해를 입힌 중대 범죄의 경우 공무 중이라 하더라도 한국이 1차적 재판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하며, 공무 여부에 대한 판단도 한국법원이 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의 사법주권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초동수사를 위한 세부규정, 모든 범죄에 대한 기소시 신병인도 규정, 미군 훈련시 주민피해 방지 규정, 환경오염 방지 및 원상복구 규정 등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속재판권 포기조항이나 특히 중요하지 않은 경우 1차 재판권 포기 조한 등 한국사법 주권을 침해하는 조항은 삭제되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한국민들의 정당한 반미시위에 대한 귀국의 악의적인 시각을 엄중히 규탄하며 우리 나라의 자주성과 민족적 자존심을 존중할 것을 촉구합니다. 귀국은 “한국민들이 미국의 법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가치의 중요성을 교육시켜야 한다”, “반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따위의 말을 되풀이하며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모욕하고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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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중생 압사 사건의 뿌리도 한국민의 자주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귀국의 자국 이기주의와 일방주의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우리 나라 주권과 국민 자존심을 되찾을 때까지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귀하에게 분명히 밝혀 둡니다.

우리는 귀하가 한국민의 자주성을 부정하는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두 여중생 문제에 대한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귀하가 직접 사과하고, 무죄판결 미군재판을 무효화하며, 살인미군을 한국 법정에 세워 처벌받도록 하고, 한미소파를 전면 개정하는 것만이 여중생 문제 해결의 진정한 방도임을 귀하는 명심하기 바랍니다.

한편 우리는 북 핵 문제에 대한 조율과 이라크전쟁에 대한 파병 요청을 목적으로 하는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을 우리 민족 전체의 이름으로 준열히 규탄합니다.

귀국은 지난 5일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북 핵 문제에 대한 군사적 대응 방침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북 핵 문제에 대한 귀국의 군사적 대응 방침은 귀하가 그 동안 귀 국민들을 포함하여 전세계에 천명해 온 평화적 해결 방침이 한낱 속임수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북 핵 문제란 대북 압살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귀국이 의도적으로 왜곡, 조작한 것이기 때문에 북 핵 문제에 대한 귀국의 군사적 대응 방침은 더 더욱 정당성이 없습니다. 귀하는 우리 민족 전체의 운명을 볼모로 한 무모한 대북 압살정책과 북 핵 문제에 대한 군사적 대응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남북교류에 대한 방해와 간섭도 중지해야 합니다.

또한 귀국의 대이라크 전쟁은 이라크의 석유 이권과 중동에 대한 패권 장악을 노린 더러운 전쟁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단호히 반대합니다. 귀하는 중동과 세계 평화에 역행하는 대이라크 전쟁기도를 중단하고 아울러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파병지원을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끝으로 우리는 온 국민과 함께 무죄판결 미군재판 무효화와 한미소파 전면 개정, 살인미군 한국법정 재판을 위해서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우리는 전세계 평화애호 민중과 함께 투쟁함으로써 이라크 그리고 그에 이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전쟁책동을 저지, 파탄시키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반드시 이룩하고야 말 것입니다.

2002년 12월 10일

故 신효순 심미선 양 유족 신현수 심수보, SOFA개정국민행동, 여중생범대위, 매향리 범대위, 미군기지반환연대,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 제39차 미대사관반미연대집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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