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시위 한번 참가하지 않던 내가 토요일마다 의무적으로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어. 게으르고 추위를 싫어하는 내가 지하철 3번 갈아 타고서 광화문으로 달려갔지. 지난 토요일에는 초를 준비하지 못해서 웃돈 주고서 물건을 사본 적 없던 구두쇠인 내가 초 하나를 1천원 주고 샀어. 추운 바람이 부는데 초 하나 들고서 미친 놈처럼 도로를 뛰어 다녔거든. 근데 그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내가 멍청이 바보같이 꼭두각시처럼 이용당한 거야? 일깨워줘서 고마워. 그 보이지 않는 놈을 잡아 준다면 내가 가만히 놔두지 않을 테니 내 앞에 데려다줘. 제발!"(ID 어떡해)
"서 대표님의 보이지 않는 손은 바로 나랍니다. 그리고 저의 부인이고 저의 친구고 저의 후배고, 저의 가족입니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은 자발적으로 광화문에 모인 국민과 미군의 만행에 분노하는 국민(한나라당 국회의원 빼고) 들입니다."(ID 보이는 손)
"당신도 부모십니까? 당신을 믿고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국민들에 가슴에 비수를 꽂고도 국민을 대변하는 국민을 위하는 국민의 진정한 일꾼이라고 당신의 자식들에게 한점 부끄럼 없이 말할 수 있습니까? 아직 피어보지도 못하고 부모가슴에 한이 되어버린 어린 생명들의 죽음에 온 국민들이 부모된 입장으로 언니, 오빠된 입장으로 애통해하고 분통해 하는 것이 한낱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장된 가식적인 행동이라고 치부하시는 저의는 무엇입니까?
정말로 이 땅에 살고 있는 내 아이들이 이런 현실을 이런 치욕적인 역사를 후대에 가서 어떻게 이해하고 또 부모들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요. 국민은 국회의원들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을 망각하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ID 두 아이의 엄마)
***서청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직적 확산"**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최근의 반미시위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직적 확산"이라고 한 발언이 일파만파의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 대표 홈페이지(www.suhcw.net) 게시판에는 하루만에 4백여개의 항의글이 쏟아지는 등 그동안 광화문 '촛불시위'를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참여해왔던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서 대표는 이날 선거전략회의에서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반미감정은 위험한 수준"이라며 "잘못된 SOFA는 개정돼야 하지만, 남북이 여전히 대치 중인 상황에서 경솔한 미군 철수와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이런 사태는 모두 김대중 정권에 책임이 있다"며 "현 정권 들어 반미가 급속히 확산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직적으로 조장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일제히 비난성명. 공개사과 촉구**
서 대표 발언에 대해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즉각 논평을 통해 "지금 효순이 미선이를 추모하는 행렬에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노인분들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가 없고 전국 43곳이 넘는 곳에서 들불처럼 분노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을 그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조작하고 있다는 말이냐"며 서 대표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범대위는 또 "이회창 후보는 여중생 추모미사에 참여하고 유가족들을 만났는데 이 후보의 행동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종하고 있단 말이냐"며 "이 후보의 그동안 여중생 문제와 관련한 일련의 언행들이 진실이었는지, 당의 입장과 다른 것이 아니었는지 명백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사이버범대위(준비위원장 채근식)도 이날 성명을 발표해 "순수한 네티즌들과 시민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매도하며 왜곡할 수 있는 엄청난 발언에 대한 진의를 공개하고 네티즌들 앞에 즉각 공식사과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네티즌들은 강력하게 엄중 항의하고 분명히 따져내고 비판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우리집 5표는 물 건너갔소"**
"오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직적으로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보았소. 그래도 이회창 후보가 가장 적당한 대통령 후보로 여겼는데,,,아무튼 우리집 확실한 5표는 물 건너갔소."(ID 나라지킴)
한편 서 대표의 발언은 이번 대선에서 '반미'가 주요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불거져 나온 것이라서 한나라당 내에서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지난 7일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있었던 여중생 추모미사에 참여하고 8일 여중생 범대위 측의 SOFA 개정 촉구 성명서에 서명한 뒤 고 신효순.심미선양 부모 등 유가족을 방문하는 등 '반미행보'를 지속해온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서 대표 홈페이지엔 "이회창 후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의견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서 대표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곽광혜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항의시위는 반미도, 미군철수도 아니며 다만 사망사건을 일으킨 책임자 처벌과 SOFA개정에 대한 요구로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권리"라며 "서 대표는 앞으로 국민들의 순수한 뜻을 '정말 엉뚱한 것'으로 왜곡시키지 않는 사려깊은 발언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여중생 사망에 국민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을 때는 전혀 관심도 없다가 국민들의 소파개정 의지에 편승해 근엄하게 훈수하는 게 한심하다"며 "느닷없는 김대중 정권 타령과 보수층을 다독거리려는 발언은 전형적인 기회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서대표 발언에 대한 파문이 이처럼 확산되자, 가뜩이나 열세인 선거막판에 결정적으로 표를 까먹는 악재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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