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4일 통합21 정몽준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둘이 서로 협력하고 의논해 국정을 끌어갈 것"이라며 집권 후 공동정부 구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정 대표가 이날 오전 전날 TV 합동토론에서 노 후보가 대북문제와 관련 기존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대해 "노·정연대가 노무현·정대철 연대냐"고 불만을 표시한 데 대한 즉각적 대응이다.
후보단일화 이후 양당 간에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 논란이 있었고, 현재 대북정책 조율 논란이 진행중이지만, 집권후의 역할분담에 대한 구체적 의사표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후보의 이같은 적극적 '구애전략'이 그간 큰 진전을 보이지 못했던 양당간 선거공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 대표 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盧 "둘이 의논해 국정 끌어가면 문제없다"**
노 후보는 이날 인천 유세에서 "나보고 외교를 모른다고 하는데 내가 왜 모르겠느냐"며 "하지만 이제 정몽준 후보와 손을 잡았고 정 후보는 세계를 아는, 외교에 대해서도 많은 인맥을 가진 사람으로 둘이서 서로 협력하고 의논해 국정을 끌어가면 외교도, 새로운 정치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MBC TV 방송연설에 앞서 미리 배포한 원고에서는 "저는 정몽준 대표와 하나가 됐다"며 "앞으로 정 대표와 손잡고 국민 여러분이 원하는 새 정치 한번 해보겠다"고 밝혔다.
또 "단일화 과정에서 본 정 대표는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분이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신념이 두터운 분" "아는 것도 많고 시원시원한 분"이라고 정 대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같은 정 대표 관련 부분은 당초 연설원고에 들어있지 않았으나 이날 오전 노 후보가 연설 녹화를 하기 직전 최종 단계에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당 핵심관계자는 "노 후보가 정 대표와 모든 부분에서 손잡고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애작전' 넘어 '공동정부 구성' 시사?**
이러한 노 후보의 적극적 의사표시는 일단 대북정책 사전조율 등의 이유를 들어 적극적인 선거공조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정 대표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구애작전'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노 후보의 이날 발언은 단순한 선거공조를 넘어 '대선 이후' 협력관계까지 시사한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 민주당과 통합21 양측은 공식 부인해 왔지만, 양당 관계자들 사이에는 공동정부 구성론도 제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적극적 선거공조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정 대표 측이 사실상 요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 즉 총리를 포함한 공동정부 구성안을 노 후보 쪽에서 먼저 공개천명해 주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 후보가 "둘이 협력하고 의논해 국정을 이끌어 가겠다"며 집권후 공동 국정운영 의지를 피력한 것은 정 대표의 요구를 간접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정 대표는 이미 지난달 30일 통합21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노 후보가) 당선되면 5년동안 우리가 책임진다는 생각과 자세를 갖고 임해야 한다"며 집권 이후에도 노 후보와 정체성과 이념을 공유하고 상호보완하는 '동등한 파트너'로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정 대표가 노 후보의 간접적 의사표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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