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3일 저녁 제16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공식선거 운동이 개막된 이래 첫 TV 합동토론을 갖고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저녁 8시부터 2시간동안 실시된 이날 토론에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북한 핵개발 문제 등 안보 현안과 정치개혁, 후보단일화, 국가정보원 개편 등 정치현안을 놓고 세 후보간 공방이 전개됐다.
특히 이 후보는 현정권의 부패상을 지적하면서 노 후보를 ‘현정권 계승자’로 몰아붙였고, 노 후보는 이 후보를 둘러싼 비리 의혹을 들면서 ‘3김식 낡은 정치인’으로 공격하는 등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권 후보는 대미관계 및 부패척결 등에 대한 두 후보의 미온적인 태도를 동시에 비판하면서 정책 대안 제시에 주력했다.
고려대 염재호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은 KBS, MBC, SBS, YTN을 비롯,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盧-鄭 정책 다른데 어떻게 단일화”·“李 3金과 뭐가 다른가”**
이날 토론은 사회자가 세 후보에게 공통질문을 던지는 방식, 한 후보가 다른 두 후보에게 동시에 질문을 던지는 방식, 마지막으로 두 후보간에 상호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후보간 상호토론에서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상대방에 대해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권영길 후보는 상대적으로 토론에서 배제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노 후보간 공방이 가열되면서 이날 토론은 서로 상대당 후보의 약점을 지적하거나 정책적 미비점을 공격하는 데 치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 후보는 노 후보에게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간 이념이 다르다"며 "단일화후 정몽준씨가 정책공조를 요구하지만 분권형 대통령제, 대북정책, 의약분업, 고교평준화 등 중요한 사안에서 입장이 다른데 어떻게 공조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앞으로 조율이 필요하다면 논의할 수 있지만 한나라당에는 정책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데 그것부터 시정한 뒤 정당간 연대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며 "아무런 밀약이 없고 선거에 유리하겠다고 생각해 협력하다보니 뭔가 정책도 같이 해보자고 이야기된 것"이라고 맞섰다.
권 후보는 "후보단일화는 도덕적 문제가 있다"며 "걸어온 길도 다르고 앞으로 갈 길도 다르다고 했는데 어떻게 단일화됐고, 정 후보가 재벌당으로 재벌정책을 세울 때 노 후보가 동의하지 못할텐데 합의한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 후보는 "이 후보는 1인지배의 제왕적 행태, 가신, 측근,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정치를 하며 부정부패 혐의를 많이 받고 있고 가족들도 그렇다"면서 "이런 것 모아보면 이 후보와 3김이 뭐가 다르냐"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나는 3김 정치와 너무 다르고 3김 정치로 표상되는 세 분과 정치적 연계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노 후보가 김영삼 전대통령을 찾아가 YS 시계를 내보이고, 부산시장 낙점해달라고 하고, 호남에 가 김대중 대통령 자산과 부채를 다 상속하겠다고 한 것이야말로 구태정치 아니냐"고 공격했다.
***“盧 현정권 비리에 입 다물었다”·“李 본인과 측근이 비리 의혹”**
부정부패 문제와 관련, 이 후보는 현정부의 부정부패를 통해 노 후보를 공격했고, 노 후보는 이 후보를 둘러싼 비리 의혹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 정권 들어서 대통령 아들까지 관련된 부패로 국민이 좌절했는데, 이때 노 후보는 무슨 얘기했나. 특검제에도 반대했다. 당내에서 정풍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반대에 서서 동교동계 비호했다. 그 대가인지 모르나 장관까지 하고 대선후보까지 됐다. 현정권 비리에 대해 가만히 있으면서 어떻게 새로운 정권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노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이 후보가 특검제를 내가 반대한 것으로 얘기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 민주당 정풍운동에 반대하고 그 대가로 장관을 했느냐고 했는데 장관은 2000년, 정풍운동은 2001년이다. 사실과 맞지 않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이 부정을 저지를 때 뭐 했냐고 물으면 이회창 후보는 9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안기부 예산 1천2백억원을 선거자금으로 쓸 때 선대위원장으로서 뭘 했나. 김현철 비리가 있을 때는 또 무엇을 했나”고 반격했다.
노 후보는 또 “이 후보 본인 및 주변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의혹을 많이 받고 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회에서 의혹에 대해 조사하자, 특검하자고 할텐데 어떻게 부패가 청산될 수 있는가”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이 정권 들어 야당과 이회창에 대해 어떻게 했나. ‘이회창 죽이기’하면서 세풍, 총풍, 안풍, 병풍 등등 하면서 10만원 짜리 수표까지 계좌추적을 했지만 아무 것도 안 나왔다”고 답했다.
한편 권 후보는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부패척결을 위해 정치자금법(돈세탁방지법의 잘못)을 개정했다. 핵심 사항이 (조사대상에) 정치자금을 포함하느냐 마느냐, 계좌추적 여부였는데 민주당은 정치자금을 제외하자고 했고, 한나라당은 계좌추적을 하지 말자고 했다”면서 “양당 모두 부패척결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북정책 뚜렷한 차이, SOFA 개정은 모두 찬성**
한편 북한 핵문제와 관련, 이 후보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어긴 것과 핵을 가진 것은 중요하며 강하게 포기를 요구하고 경제적 수단도 연계해야 한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노 후보는 "압력행사는 좋지만 실패할 경우 가공할 결과가 될 수도 있다"며 대화론을 주장했다. 권 후보는 "북핵 개발을 철회하고 미국도 북한에 핵으로 위협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중생 사망사건 및 SOFA 개정문제와 관련, 세 후보는 모두 SOFA 재개정을 주장했다. 그러나 권 후보는 "민노당이 소파 개정을 요구했을 때 이·노 두 후보는 침묵을 지켰고 이 후보는 민노당을 과격 세력으로 몰아붙였다"며 그동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한편 한나라당이 제기한 국정원 도청 의혹도 이날 쟁점이 됐다.
노 후보는 "선거때 한나라당에서 내놓은 것을 보면 나를 공격하려고 한 모양인데 나도 도청의 피해자"라면서 "도청은 범죄인데 한나라당은 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문제의 실질은 국가기관이 불법감청을 해왔다는 것인데 어떻게 정보를 알았느냐를 문제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반박하며 "검찰이 수사하면 제보자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이 후보는 5년 전에도 공작기관 자료로 공격한 전력이 있는데 이번 자료도 전부 공작기관 전문가가 만든 것"이라며 "지저분한 문건을 갖고 국민을 혼란시키는 비신사 게임을 하고 있다"고 다시 공격했다.
권 후보는 "도청이 사실이라면 노 후보는 후보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며, 이 후보가 입수경위를 밝히지 못하면 정치공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두 후보를 동시에 겨낭했다.
이날 토론에 이어 2차 경제.과학 분야 TV 합동토론은 오는 10일, 3차 사회.문화.여성.언론분야 토론은 16일 각각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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