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탈당한 이인제 의원의 향후 행보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자민련 김종필(JP) 총재는 2일 마포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의원이 조만간 자민련에 입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JP는 "(입당 의사를) 그전에 들었지만 어제 비로소 결심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 당에 온다는 것을 따뜻하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JP는 또 '이 의원이 당 총재를 맡을 것이냐'는 질문에 "세상에는 어떤 가능성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 의원의 입당후) 당원들의 생각도 있으니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히면서 "(JP를) 이제 곧 뵙게 될 것이며, 그 분이 명예롭게 정치를 마감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라며 JP와 연대 가능성에 대해 시사한 바 있다.
***이인제, '자민련 입당 뒤 노선·이념 기준 이회창 지지'예상**
또한 JP는 이날 대선후보 지지와 관련, "후보들이 마음에 안 차 아직 선택대상을 못 정했다"며 "당 정비후 총의를 물어 부족하지만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정후보 지지선언 여부에 대해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따라서 이인제 의원이 자민련에 입당, 자민련의 간판 역할을 하면서 그의 주도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선언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 정가엔 지배적이다.
이러한 구도는 한나라당, JP, 이인제 의원 모두를 충족시키는 결과다.
첫째 한나라당은 충청권 지지세 확보를 위해 JP와 자민련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JP가 갖는 구시대적 이미지 때문에 직접 그와 결합하고, 그 반대급부를 주는 정치적 거래는 부담스러워 망설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이 자민련의 '얼굴마담'으로 등장하면서 그의 주도로 정책과 이념을 중심으로 한 이회창 지지선언을 만들어 낸다면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가 되는 셈이다.
둘째 자민련을 유지하면서 17대 총선에서의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JP 입장에서도 당을 존속시킬 수 있는 좋은 시나리오가 제시된 셈이다.
세째 노무현 후보와의 경선 패배 이후 줄곳 '중부권 신당' 구상을 밝혀 온 이인제 의원 입장에서도 마지막 남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애초 이 의원은 민주당 탈당파, 자민련, 이한동 의원, 정몽준 대표 등을 아우르는 4자연대 구상의 핵심이었다. 지역적으론 중부권을 기반으로 하고, 노선면에선 노 후보의 급진·이 후보의 보수 사이에 위치하는 중도개혁노선을 내세울 구상이었다.
그러나 노 후보로의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그 구상은 물거품이 되었다. 민주당 탈당파도 복당·한나라당 입당으로 찢어졌고, 정 대표는 단일화 약속에 따라 일단 노 후보 쪽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선택이란 민주당에 잔류하면서 다음 기회를 모색하는 방안과 자민련만이라도 함께 '중부권 신당'을 시작하는 방안, 이 두가지 뿐이었다. 여기서 이 의원은 후자를 선택한 셈이다.
***JP "이번 선거 보혁 구도로 갈 것"**
한편 이날 JP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급진세력이란 이 의원의 말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진보주의자를 결정적으로 나쁘게 보지 않지만 위험성은 여전히 갖고 있고 경계한다"며 "그런 대상이 있는지 없는지 조금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선을 보혁구도의 초단계로 보는데 어떤 사람은 뭐가 두려운지 처음에는 그렇다고 하다가 나중에 취소했다"며 이회창 후보를 겨냥했다. 그리고 "싫든 좋든 그런 구도로 가기 시작했고 자민련이 거기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회창 지지'라는 말만 안 나왔지 사실상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말과 다름 없이 들린다. 다만 그 명분으로 '보혁구도'를 내세운 뒤, 이 후보 쪽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인제 의원 역시 1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노무현후보를 겨냥, "지금 민주당 후보와 그를 둘러싼 세력은 급진세력"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보혁구도'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JP와 일치한다.
따라서 이인제 의원이 자민련을 대표해 '급진세력' 노 후보를 공격하고, 이 후보에게는 보다 명확한 보수기조를 요구한 뒤, 일정한 조율을 거쳐 이회창 지지선언으로 연결되는 구도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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