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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아가씨와 냉동고

김유주의 '방송 산책' <2>

***해도 너무하는 드라마 속 간접광고**

"(냉동고)성능이 아주 좋은데, 얼음도 잘 얼었고, (중략) 진짜 쓸모 있겠어."

냉동고 CF가 아니다. 요즘 드라마 시청률 상위에 올라 있는 <인어아가씨>의 주인공 은아리영(장서희역)의 극중 대사이다. 또 극중에서 심수정(한혜숙역)이 애용하는 화장품과 냉동고는 최근 장서희가 광고출연한 모 회사 제품으로서, 관련 CF가 드라마 앞뒤에 붙어 집중 방영될 예정이다.

K통신의 CF '집 전화 정약 요금제'편은 뉴스인지 광고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아나운서 출신 유정현이 정확한 발음으로 '뉴스'를 전달하고 뒤이어 실제 소비자인 주부, 하숙집 주인 등의 인터뷰가 등장한다. 오른쪽 상단에 표시한 '광고 방송' 자막이 없으면 진짜 뉴스처럼 착각하기 쉬울 정도이다.

이처럼 광고와 프로그램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정규뉴스 형식으로 제품광고를 전달하는가 하면, 드라마에서는 등장인물의 대사와 소품을 통하여 특정제품을 광고하고 있다. 이처럼 '광고 같은 프로그램', '프로그램 같은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미디어리서치팀이 최근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에 의하면, <인어아가씨>는 7월초부터 한 달간 야광 여성 트렁크팬티에 관한 에피소드를 6차례나 방송했고, 출연진의 대화를 통하여 제품의 특징을 계속 언급했다. 모 제과업체의 껌, 특정 아이스크림전문점을 소개하는 신문 등을 계속 보여주기도 했다.

드라마나 각종 프로그램 속의 간접광고 시비는 어제오늘의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연기자가 음료수를 마실 때 상표가 드러나도록 들고 마신다거나, 협찬 받은 회사의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뻔히 보이도록 어설픈 모자이크 처리를 하여 오히려 시청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하고, 교양프로그램이나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기자가 특정 의류회사의 옷을 입고 나오기도 하며, 심한 경우엔 프로그램 진행자가 옷을 입고 나와 프로그램 내내 상표를 보여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인어아가씨>가 일상생활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하는 일일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냉동고'가 드라마에 꼭 필요한 설정이라고 이해하기는 힘들다. 드라마에서 대화를 통하여 '야광'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여성용 트렁크 팬티도 생산업체가 한 군데인 점을 보면 명백한 간접광고이다.

시트콤 <대박가족>에선 술자리에 특정 맥주 상표가 뚜렷이 나타난 후에야 모자이크 처리되었고, 또 <정>에서는 주인공 김지호가 쇼핑 봉투를 테이블에 내려놓는 장면에서 쇼핑몰 로고가 정면으로 노출되기도 했다.

드라마나 뉴스형태로 광고 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불공정한 게임이다. 왜냐하면 광고가 전달하는 '미래의 이미지'- 이 상품을 사면 여기 보이는 행복한 미래를 당신 것으로 만들 수 있다-를 드라마, 뉴스 등에 섞는 방식으로 무방비 상태인 시청자들에게 현실 이미지인양 주입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청자를 제품 소비자로만 생각하는 반역행위이다.

이같은 최근 사례들은 광고와 프로그램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간접광고가 드라마나 프로그램 속에서 활개 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7조 간접광고조항의 "방송은 특정상품이나 기업, 영업장소 또 공연 등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아니 된다"는 모호한 규정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실련 미디어워치팀은 "최근의 간접광고 사례들을 보면 방송위원회의 간접광고 심의규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방식으로 다양화되고 있다"며 "방송위원회는 물론 방송사들도 간접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무책임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방송사, 기업, 연예인 간의 음성적인 거래를 막고 방송의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디어워치는 방송위원회에 간접광고 사례로 조사된 드라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심의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방송위원회의 심의규정 개정과 더불어 제작진 스스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스스로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필자 소개>

필자 김유주씨는 고려대 정외과 졸업후 동아일보 자회사였던 동아방송 재직중 해고된 동아투위 출신 언론인으로, 그후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언론연구원, 평화방송을 거쳐 SBS 라디오국장을 지냈다. 현재는 방송위원회 심의위원과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수석부회장, EBS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며 매주 방송심의 일을 하고 있다. 저서에는 그동안 써온 방송논편을 모아 펴낸 <그거 말 되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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