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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이번엔 DMZ 누비며 북한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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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이번엔 DMZ 누비며 북한 초토화

'007 어나더 데이' 내달 개봉, 반대 여론 비등

북한을 배경으로 제작된다 하여 화제가 되었던 007시리즈의 20탄 신작 '007 어나더 데이'(원제 'Die Another Day(지금은 죽을 수 없다)')가 12월 개봉을 앞두고, 최근 북 핵 문제로 인한 한반도의 정세와 여중생 사망사건 미군무죄 평결로 악화된 대미 감정으로 인해 국내 개봉 자체에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 잔악한 북한군 장교역할을 맡은, 지난번 월드컵 조 추첨에서 사회를 맡았던 한국계 배우 릭 윤(Rick Yune)이 영화홍보차 방한을 앞두고 있어서 국내의 대응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할리우드의 한국계 배우 대부분이 모국의 이미지에 흠을 내는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었고, 차인표. 김영철 등 국내 배우들도 같은 이유를 들어서 출연을 거부했었기 때문이다.

***007, 호버크래프트 타고 DMZ 안방처럼 누벼**

할리웃의 거대 메이저중 하나인 MGM이 제작한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은 북한내 테러세력을 제거하는 007 제임스 본드의 활약상을 그린 것이다.

제임스 본드는 호버크래프트를 타고 DMZ(비무장지대)를 제집 안방인양 누빈다. 그러던 중 본드는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얼음물 고문 등 온갖 잔혹한 고문과 모욕을 당한다. 007은 그후 어렵게 포로 교환으로 풀려난 뒤,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북한 악당들의 음모를 막고 복수를 함으로써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지극히 할리웃적인 스토리이다.

일촉즉발의 긴장이 흐르는 DMZ를 호버크래프트를 타고 007이 제 집 안방인양 누비고 다닌다는 설정 자체가 그러하다. 만약 현실 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곧바로 전쟁이 터질 게 분명한 일이다. 아무리 영화라고는 하나 설정 자체가 황당스러울 뿐이다.

이 영화에서 007역은 예의 피어스 브로스넌이 맡고 이밖에 팝의 여왕 마돈나 등의 호화 배역이 출연한다. 한국계인 릭 윤은 국제테러를 도모하는 북한군 악역 장교역할을 맡고 있다.

***9.11테러 터지자 물 만난듯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

이 영화는 9.11테러후 노골화되고 있는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를 현존하는 제1의 적으로 규정한 뒤 전쟁을 추진중이며, 북한을 이라크 다음 가는'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하고 계속해서 압박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그동안 어렵게 일궈낸 한반도의 화해무드가 최근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당초 007시리즈는 '람보'와 같은 냉전시대의 산물이었다. 냉전시절만 해도 주로 구소련을 주적(主敵)으로 삼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과 대립하는 선악 구도가 뚜렷했다. 그러던 중 공산권이 붕괴된 이후에는 주적을 찾지 못하고 방황을 하며 주로 국제적 마피아 조직이나 미디어재벌 등을 적으로 삼았다. 그러던 중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자, 마치 물고기가 물이라도 만난듯 007은 곧바로'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그 첫번째 주적으로 북한을 택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MGM사가 007 20탄의 주적으로 북한을 설정했다는 사실이 프레시안 단독보도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아무리 007 시리즈라는 것이 그렇고 그런 수준의 오락물에 불과한 작품이기는 하나, 지금과 같이 예민한 시점에 미국 할리웃이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한 반공영화를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여러가지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영화인들은 MGM사의 출연 섭외를 거부했고, 국내 다수 여론도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쪽으로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GM은 일부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선에서 영화제작을 강행, 내달중 이를 개봉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국내상영 제대로 될지 벌써부터 의문시돼**

우리 국민들의 대미 감정은 지금 악화 일로에 있다. 특히 최근 신효순.심미선양 압사 사건과 관련해 미군 법정에서 미군의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전국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이미 한총련 대학생들은 이 영화의 제작을 저지하겠다는 성명을 작년 12월 24일 낸 바 있다. 비록 제작을 저지하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이 된다면 이 영화의 관람 거부 운동이 일어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우리는 이미 'JSA 공동경비구역' 같은 영화에 감동하며 박수갈채를 보낸 적이 있다. 최근 부산영화제에서 개봉된 '해안선' 같은 영화도 분단이 얼마나 지독하게 인간본성을 파괴하는가를 잘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그냥 영화일 뿐 그냥 즐기면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개봉이 될 '007 어나더 데이'가 현 시점에서 한반도의 정세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고,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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