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묻지마 입당에서 선택적 영입으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묻지마 입당에서 선택적 영입으로"

<이부영의원 인터뷰> “단일후보 나서도 李 승리”

후보단일화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나라당이 즉각적인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단일화 맞불 차원에서 민주당 탈당파와 자민련 의원들의 영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무분별한 의원 영입이 역효과를 초래했다고 판단, 좀 더 두고보자는 신중론도 제기된 상태다.

한나라당 내에서 "아무나 받아들이면 내가 나가겠다"며 이른바 '묻지마 영입'에 가장 비판적 견해를 보인 이부영 의원(선대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이 의원은 "무분별하고 무차별한 영입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선택적 영입론'을 제기했다. 과거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경력이 있는 인사는 철저히 배제하되 한나라당과 정체성에서 큰 차이가 없는 인사는 수용한다는 것이다.

***"무차별 영입은 더 이상 없을 것"**

22일 오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의원 영입과 관련) 최근 원칙이 세워졌다"며, "당을 등지고 저주하면서 떠났던 사람들이 김대중 정권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원래 민주당이나 자민련에 있다가 그 당이 존립이유나 근거가 무너져 내렸다고 보고 한나라당으로 오겠다는 사람,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은 한나라당 입당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선택적 영입론'의 기준을 밝혔다.

이 같은 기준에서 이 의원은 박근혜 의원의 복당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취했다. 이 의원은 "(국민경선제와 집단지도체제 등) 자신이 요구했던 조건이 다 해소됐고 누구와도 다른 활로를 모색할 수 없어졌다"며 "박 의원의 복당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회창 지지' 선언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으로 봐서는 나쁜 일이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도 "(대통령 선거) 막바지에 와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얘기한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관련, "한나라당에 들어오는 것은 찬성하지 않지만 그 분이 한나라당을 거부하지 않고 한나라당의 집권이 나라의 발전과 진로에 좋다고 얘기해 주는 것이야 나쁠 것 없다"며 "3김과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일후보 나서도 李 집권가능성 크다"**

노무현-정몽준 후보 사이의 후보단일화와 관련, 이 의원은 "단일화에 대해 국민들이나 정치권에서 환상이 있다"며 "부정부패, 실정, 대북 비밀지원의 실상이 밝혀질까 두려워서 김대중 정권이 뒤에서 조종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단일후보가 나서도 이 후보의 집권가능성이 크다"며 "당에서 일부 사람들은 단일화만 되면 큰일나는 것처럼 긴장하는데 단일화가 되는게 조직을 긴장시키면서 개혁적인 기능이나 역할을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의원은 정치개혁법 연내처리 무산과 관련, "민주당이 당 내부사정이 어려우니까 한나라당에게 정치개혁의 이니셔티브를 빼앗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민주당에 책임을 물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이 정개특위 차원에서 선거법 등의 논의를 미루었고 법사위 소관인 부패방지법, 인사청문회법 등의 한나라당 단독처리도 저지했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또 정당연설회 폐지 등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의 요구에 대해 "정당과 후보가 국민과 맺는 스킨십이 갖는 의미를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TV에서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얘기하는 것을 듣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토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민단체들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아직까지 당내 개혁세력의 입지가 크지 않은 이유로 "구 집권세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며 "(집권 후) 초기 정권구성 과정이나 17대 총선 등을 통해서 많이 시정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다음은 22일 오전 이부영 의원 지구당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전문.

***'묻지마 입당'에서 '선택적 영입'으로**

프레시안 : 그동안 무분별한 의원 영입에 대해서 반대해 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최근 한나라당이 의원 영입을 재개할 것이라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이부영 : 송광호 정우택 의원 입당은 늦춰질 것으로 안다. 그분들이 자민련을 나오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만 한나라당 입당은 늦춰질 것이다.

요 며칠사이 당 내부에서 원칙이 세워졌다. 무분별하고 무차별한 영입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탄압 당하고 곤경에 처해 있을 때 당을 등지고 저주하면서 떠났던 사람들이 김대중 정권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 아니냐는 것이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른바 '묻지마 입당'에서 '선택적 영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원래 민주당이나 자민련에 있다가 그 당이 존립이유나 근거가 무너져 내렸다고 보고 한나라당으로 오겠다는 사람,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은 한나라당 입당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희망이 없다거나 침을 뱉어 마땅하다고 주장하면서 떠났던 사람들이 이 정권 끝나기도 전에 다시 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그 사람들은 그리 옮겨가서 고위 당직이나 장관을 지냈다. 그러면 양심이 있으면 자제해야 한다. '큰 바다론'이라고 하지만 하천에서 오염물질이 많이 내려가면 큰 바다도 오염된다.

프레시안 : '선택적 영입'이라는 기준은 과거 한나라당에 몸담았다가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것만을 막겠다는 얘기인가.

이부영 : 한나라당의 존립근거가 없어졌다며 떠났다가 다시 오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일뿐더러 우리도 스스로의 원칙을 버리는 것이다. 조금 늦었더라도 그런 원칙을 엄정히 세우는 것이 지금은 물론이고 다음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과거만 없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

이부영 : 지금 자민련과 민주당의 존립근거가 없어지지 않았나. 그런 이유로 이리 오겠다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겠나. 그리고 우리가 그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자발적으로 오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도는 국민들도 양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를 떠나서 해먹을 것 다 해먹었던 사람들은 다시 오면 그런 행태를 또 할 것이다. 언젠가 또 떠날 수 있다. 양식이 있는 지식인층은 아주 그런 것을 혐오하는 것 같다. 원칙 없이 자기 실익에 따라서 흔들리는 것을 양식있는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잘 살펴보면 그동안 의원들을 영입해서 한나라당 지지도가 올라간 것이 아니라 떨어졌다. 옛날처럼 국회의원 많아지고 유명인사 많이 몰아넣으면 지지도가 올라간다는 그런 착각은 수정돼야 한다. 국민들이 더 빨리 정치권을 투시하고 있다. 당내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사실 쉽지 않았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얘기를 하니까 깨달은 것이다. 이 후보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프레시안 : 그런 원칙을 언제 정했나.

이부영 : 내가 여러차례 얘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수치로 나와버리니까 달라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충청권에서 지지도가 수직상승 했는데, 충청권 의원들을 영입하면서 확 꺾여버렸다.

프레시안 : 앞으로 당분간은 충청권 의원들의 영입은 없을 것으로 봐도 되는 것인가.

이부영 : 아마도 그런 것이 자제될 것이다. 다만 송광호, 정우택 의원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이 분들 지역구인 제천단양이나 진천음성은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 자리가 비어있다. 또 송광호 의원이나 정우택 의원은 원래 자민련을 했던 사람이지만 우리하고도 크게 부딪칠 이유가 없다. 우리도 공석이 돼 있는 지역에 선거조직 정비상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두 의원의 경우도 조금 뒤로 늦춰질 것이다. 단일화 파장도 살펴야 하니까…. 단일화가 된다는데 우리는 의원 영입으로 맞불을 놓는다는 것은 답이 아니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맞불 형식으로 대응을 해왔다는 것은 인정을 하는 것인가.

이부영 : 그것을 수정하는 것이다.

***"박근혜 의원 복당은 당연, YS 지지는 나쁘지 않은 정도"**

프레시안 : 박근혜 의원의 경우는 어떤가. 박 의원은 한나라당에 몸담았다가 탈당 당시에는 이회창 후보에게 많은 비판을 했다. 그리고 한국미래연합이 존립근거를 상실했기 때문에 복당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원칙에 위배된다면 위배되는데….

이부영 : 박근혜 의원은 (탈당 전에) 나와 마찬가지로 국민경선제와 집단지도체제를 요구했다. 복당을 했으니 더 얘기할 것은 아니지만, 그때 나와 함께 남아서 국민경선, 집단지도체제 실현을 위해서 더 노력했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남아서 국민경선과 집단지도체제를 실현시켰다. 자화자찬 같지만 내가 경선에 나서지 않아 이회창 후보를 추대 했으면 어쩔뻔 했나.

프레시안 : 박 의원의 탈당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국민경선과 집단지도체제 등이 해소됐으니까 복당 명분이 있다는 얘기인가.

이부영 : 박 의원의 복당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제는 당헌 당규로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당원으로만 남아있도록 돼 있고 경선제도 당헌에 못이 박혔다. 자신이 요구했던 조건이 다 해소됐고 밖에서 누구와도 다른 활로를 모색할 수도 없어졌다. 지역구도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 경북이다. 박 의원 자신도 다음 총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볼 때 박 의원의 복당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회창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이부영 : 한나라당으로 봐서는 나쁜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일도 아니다.

프레시안 : 개인적으로는 어떤가. 3김의 한 축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고 이 의원은 3김 청산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당사자다. 3김 중 한 세력의 지원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텐데….

이부영 : YS가 이회창 후보와 그동안 긴장관계를 유지해 오지 않았나. YS 자신도 지금까지 정치적 발언을 안 해 왔으면 모르되 해 왔기 때문에 막바지에 와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얘기한 것이다. 큰 의미를 부여할 것 없다. 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YS의 처지를 이해한다.

프레시안 : 과거 노무현 후보가 YS를 찾아간 것이 '노풍'이 꺾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은 상황이 틀린가.

이부영 : 이회창 후보가 YS 지지를 얻으려고 쫓아다닌 것이 아니다. YS가 스스로 한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쁠 것은 없다는 얘기다. 그 정도 소극적인 의미에서 해석을 해야지 YS 지지로 천군만마처럼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JP는 어떤가. 얼마 전 JP에 대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서 연대하는 것 쯤은 어떻겠느냐'는 말을 했다. 아직도 유효한가.

이부영 : YS와 같은 태도다. 나는 그 분이 한나라당에 들어오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분이 한나라당을 거부하지 않고 한나라당의 집권이 나라의 발전과 진로에 좋다고 얘기해 주는 것이야 나쁠 것 없지 않겠냐는 뜻이다.

이회창 후보와 내가 같이 하게 된 이유가 3김 청산과 극복이다. 97년에도 그것 때문에 같이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만약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나라 전체를 끌고가야 하기 때문에 누구하고 함께 당은 하지 않더라도 불화는 일으키지 않을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3김과는 화이부동의 자세가 필요하다.

***"노·정 연대되면 배가 산으로 올라갈 것"**

프레시안 : 후보단일화 얘기를 안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으로서도 후보단일화가 사실상 경계사항 아닌가. 그동안 후보단일화 논의를 '정치적 야합'이라고 주장해 온 입장에서 어떻게 평가하나.

이부영 : 단일화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들이나 정치권에서 환상이 있다. 모든 단일화는 좋은 것으로 얘기가 되고 있다. 조금 되돌아보면 87년에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은 뿌리가 같았다. 국민들도 단일화를 간절히 바랐다. 그랬음에도 분열이 돼서 결국 노태우씨가 당선된 것 아닌가. 그러나 97년의 DJP 연대가 지역연합이었을 뿐더라 야합이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정책혼란, 정책 실종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이번의 노, 정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들은 정당을 같이 한 것도 아니고 정책이 같지도 않다. 같은 뿌리가 아니다. 더구나 두 사람은 성장배경, 사상, 정책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다. 단일화할 근거가 없다. 단일화를 하겠다는 유일한 명분은 반(反) 이회창, 이회창 정권 저지일 뿐이다. 단일화가 되는 것 같지만 단일화가 될 수 있는 가능성보다는 될 수 없는 가능성이 크다. 아무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 이회창의 구체적인 내용은 김대중 정권의 부정부패, 실정, 대북 비밀지원의 실상이 밝혀질까 두려워서 김대중 정권이 뒤에서 조종한 것이다.

프레시안 : 청와대가 단일화 배후에 있다고 확신하는 것인가.

이부영 : 틀림없다. DJ와 동교동, 현대는 같은 배를 탔다. 정몽준으로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단일화는 될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을 테니까 단일화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후보로는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는 DJ, 동교동, 현대가 일치한다.

프레시안 : 아직까지는 노무현, 정몽준 후보 사이의 단일화를 희망하는 여론이 더 높지않나.

이부영 : 단일화에 대한 환상이다. DJ 정권이 그 환상을 활용해서 정권을 연장하려는 음모를 드러낸 것이다.

프레시안 : 유럽의 경우에 정책의 핵심적 부분만 조율이 되면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연정을 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이부영 : DJP 연대가 실패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아마도 노, 정 연대가 된다면 그 배는 하늘로 올라갈 것이다. 예컨대 재벌정책이나 복지정책에서 너무나 다르다.

프레시안 : 단일화가 되더라도 이 후보의 승리는 확실하다고 보나.

이부영 : 꽤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완전히 확실하다고는 하지 않겠다. 설사 단일화가 이뤄져도 해볼만하다. 당에서 일부 사람들은 단일화만 되면 큰일나는 것처럼 긴장하는데, 단일화가 되는게 조직을 긴장시키면서 개혁적인 기능이나 역할을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단일화를 그렇게 비관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정당연설회는 국민과의 스킨십"**

프레시안 : 대선 전에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는데 사실상 법개정은 아무것도 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이부영 : 한나라당은 나중에 인사청문회법, 의문사진상규명위법, 부패방지법 등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하려 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단독처리 하는 것은 저지하겠다고 했다. 의문사진상법이나 부패방지법은 법사위 처리사항이다. 선거법, 정치자금법은 정치개혁특위의 합의사항이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이 후단협이니 뭐니 해서 당 내분으로 어수선하니까 국회에 나오지를 않았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급하니까 법사위에서 처리해야 할 부분부터 단독으로라도 처리하려 한 것이다. 민주당은 부방위법이나 의문사진상법 등에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라도 처리하려 하니까 정개특위의 합의사항을 걸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진상은 그렇게 된 것이다.

민주당 주장은 선거법에서 정당연설회를 빼자는 것이다. 그쪽은 조직이 다 엉망이 돼서 정당연설회를 할 수가 없으니까 TV토론이나 신문으로만 하자는 말이다. 하지만 선거라는 것을 어떻게 TV만 보고 하나. 직접 유권자들을 만나러 시장통에도 가고 연설회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디어 선거가 발달된 선진 외국에서도 유권자들과의 직접적인 스킨십을 왜 하고 다니겠나. 그것을 하지 말자면서 억지를 부리고 합의를 안해 준 것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 논리와는 별개로, 정치개혁을 희망해 온 시민단체들은 정당연설회를 중심으로 하는 선거는 조직과 금품 선거가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한다.

이부영 : 시민단체 사람들은 TV만 보면 선거운동이 다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정당이 지지자들과 일체화되고 후보가 국민들에게 가서 애국심이나 애당심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컨센서스 과정으로 승화되는 것을 시민단체들은 모른다. 정당과 후보가 국민과 맺는 스킨십이 갖는 의미를 과소평가한다. 자기들만 판단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다. 정치의 과정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TV에서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얘기하는 것을 듣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토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민단체들은 모른다. 단언한다.

그리고 (정당연설회가) 돈 들어가는 줄만 아는데 그렇지 않다. 시골 장터 같은 사람 모인데 가서 후보들이 나가서 악수하고, 얘기하고, 얘기 듣고, 경우에 따라서는 야유도 받고, 박수도 받으면서 열광하는 과정이 '내셔널 컨센서스'를 만드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프레시안 : 국민과의 스킨십을 강조한 말로 이해하겠다. 그러나 그것이 미디어선거 확대를 반대하는 논리는 아니라고 보이는데, 이회창 후보는 예컨대 TV토론 등 미디어 선거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부영 : 이 후보는 원칙에 근거해 얘기한 것이다. 합동토론회는 선거기간에 한다는게 원칙이다. 왜 원칙이 아닌 일을 자꾸 강요하나. 그렇다고 선거전에 개별토론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왜 법 외의 원칙을 가지고 시민단체들이 간섭을 하나. 그것은 부당한 것이다. 지난번 총선 시민연대도 법을 어기지 않았나. 법에 맞도록 해야 한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 합동토론을 하자는 게 뭐가 잘못됐나.

프레시안 : 세부적으로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내 놓은 정치관련법 개정 의견은 대동소이하다. 그런데도 타결이 안되는 데는 한나라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텐데….

이부영 : 민주당은 당내에서 겪고 있는 분란 때문에 제대로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런 당략 때문에 정당연설회 같은 것을 줄이려 하는 것이다. 말했듯이 그런 것을 왜 못하게 하나. 하도 그쪽에서 요구를 해서 광역시도에서 2번 하기로 한 것을 1번으로 줄이고, 복합선거구에서는 1번만 하자고 줄였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안한 것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에서 생색만 내고 실질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이부영 : 그렇다. (민주당이) 하도 안하니까 우리쪽에서 법사위쪽의 부방위법이나 의문사위법을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법사위에서 퇴장을 해버렸다. 민주당이 당 내부 사정이 어려우니까 한나라당에게 정치개혁의 이니셔티브를 빼앗길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집권하면 개혁적 요구 폭넓게 수용될 것"**

프레시안 : 상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이 후보와 한나라당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이부영 : 노무현, 정몽준 후보보다는 이회창 후보가 나이가 좀 많다는 사실, 그리고 상대방에서 한나라당을 수구냉전세력으로 이미지를 덧씌웠다. 그런 말을 들을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이 한나라당이 20~30대 층에서 많은 지지를 못받는 요인이 됐다고 본다.

내가 이번에 시민사회연대위원회를 만들어서 활동을 하다보니 의외로 한나라당에 재야민주화운동,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한 전력이 있는 세력이 참 많았다. 요즘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관계를 새롭고 돈독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민주당이 당 내분 때문에 시끄러우니까 바깥에서 정신을 못차린다. 지금 광범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을 찾아가서 입장과 정책을 설명하는 데는 한나라당 밖에 없다.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 오히려 시민단체들의 눈이 휘둥그레 할 정도다. 정책이 조금 다르더라도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 그래서 젊은 유권자들도 한나라당이 꼭 냉전적이고 수구적이라는 생각을 점차 안하게 될 것으로 본다.

또 우리 사회에서 수구냉전이나 반통일세력, 빨갱이, 극좌같은 용어는 빨리 극복이 돼야한다. 사실 사회주의권이 무너진 이후에 이념적인 양분은 의미가 없어지지 않았나. 그런데도 지난날 민주화운동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 중에는 동서냉전시대의 이분법적 사고를 그대로 연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반대로 지난날 군사독재에 몸을 담았던 정권참여 인사들은 극우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생각을 후배들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선거공간에 들어와 있는 정당은 극우, 반동, 반통일 세력도 없어졌고, 극좌, 친북, 좌파적 정당도 없다고 생각한다. 정책의 스펙트럼이 조금 넓어진 것이고 중도적인 방향으로의 정책조정이 상당부분 이뤄졌다고 본다. 한나라당 정책 자체를 봐도 그렇다.

프레시안 :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은 당내 개혁세력의 정책이나 의견이 어느정도 반영되고 있다고 보나.

이부영 : 7 대 3 정도로 보면 될 듯 하다.

프레시안 : 3이 개혁적 정책이라는 말로 받아들이겠다. 얼마전에 2백대 대선공약도 발표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나.

이부영 : 남북문제만 보더라도 대북포용정책의 기본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남북 긴장완화정책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지 않나. 이회창 후보 자신이 당의 양 날개 중심에 서 있다고 본다. 그 밖에도 김대중 정권의 교육정책의 실패를 보완하는 교육정책도 들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온건보수, 개혁적인 요건을 많이 담고 있다.

프레시안 : 그렇지만 다른 후보와 비교해 이회창 후보의 대북정책이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으로 보인다.

이부영 : 선거 공간에서 그것은 불가피하다. 북에서 서해도발을 일으켰고 연달아 핵무기 개발계획을 시인했다. 김대중 정부하에서 그런 일이 있어났는데 야당으로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겠나. 교류협력은 수행하되 긴장완화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은 불가피한 일 아닌가. 그런 정도가 강경론이라면 곤란하다.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면 개혁적 요구가 더 넓게 받아들여 질 것이다.

프레시안 : 이 후보 대북정책의 포지셔닝을 한다면.

이부영 : 김대중 정권과 김용갑씨의 중간쯤으로 해두자.

프레시안 : 미국에서 대이라크전 지원요청을 해왔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입장은 어떤가.

이부영 : 나는 비전투 부분에서의 지원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아프간전 때처럼 의료나 수송병력 지원정도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우리가 지나치게 명분에 집착해서 실리를 잃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지금 미국과 무역량이 얼마나 많은가. 현실적으로도 대북관계 내지 외교부분에서 우리가 미국과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될 사항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우리가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이라크전 수행에 일정정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지원 수위를 못박지는 않았지만 만약 전투병력까지 요청한다면 어떤가.

이부영 : 이라크 전투를 수행하는데 미국이 지상병력을 많이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전투병력을 요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프레시안 :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면 개혁세력의 입지가 확대될 것이라 했다. 어떤 근거에서 그러한가.

이부영 : 한나라당도 집권을 하고나면 20~30대의 저항을 받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앞으로 제3섹터의 기능과 역할이 커질텐데 시민사회단체들과도 관계를 원활히 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까지는 시민사회단체들이 김대중 정권과 친화적 관계였기 때문에 한나라당과는 마찰이 있었던 것이 사실 아닌가. 이회창 정부는 그럴 일이 없다. 이회창 정권이 무슨 군사정권의 법통을 이은 것도 아니고 영남권도 아니고…. 집권하면 개방적으로 입장이 달라질 것이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개혁적 의견이 당내에 원활하게 반영되지 않은 걸림돌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나.

이부영 : 구 집권세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앞으로 초기 정권구성 과정이나 17대 총선 등을 통해서 많이 시정이 될 것으로 본다. 구 여권에 속해있던 사람들, 70년대, 80년대 정권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낡은 패러다임은 바뀌지 않겠나.

프레시안 :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이부영 : 수고 많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