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몽준 후보간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선관위는 방송사 주최 TV토론은 불허하는 대신 1회에 한해 제3의 단체가 주최하고 이를 방송사가 중계하는 방식은 허용키로 결정했다.
지난 주 한나라당과 방송사들로부터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의 적법성 여부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접수한 선관위는 18일 유지담 선관위원장을 포함해 선관위원 9명이 참석한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결정사항을 발표했다.
***"정당간 단일화, 방송사가 간여할 사항 아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두 후보간 토론회를 방송사가 주관해 개최하는 것은 다른 후보들과 형평성의 문제가 있으므로 허용하기 어렵다"며 "대신 해당 정당이나 시민단체 등 제3의 단체가 1회에 한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방송사가 중계하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당간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정당의 고유의 활동이며 방송사가 간여할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사가 토론회를 주최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김호열 선거관리실장은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방송사의 취재.보도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1회만 허용키로 했다"며 "단일화토론 중계 기회가 1회로 제한된다는 것이며, 방송사별 1회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노, 정 후보의 TV토론은 시민단체 등 제3의 단체가 주관하고 각 방송사가 이를 공동으로 중계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선관위는 또 "1회를 초과해 TV토론을 하는 경우 합리적 기준에 의해 선정된 다른 입후보자에게 참여할 기회를 부여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이회창 후보측이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에 나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같은 경우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선관위는 그러나 "일반적인 방법으로 취재·보도하는 것은 방송사의 자율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밝혀 토론의 내용을 요약 편집해 뉴스보도 차원에서 보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당초 선관위는 이날 오전 중에 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오후까지 회의를 이어가며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후보간 형평성 사이에서 막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21·한나라 "이해할 수 없는 결정" 이구동성**
그러나 선관위의 이날 결정사항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통합21, 한나라당은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 이에따른 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당초 3회 이상 TV토론을 진행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일정에 차질이 생긴 민주당과 국민통합21측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선대위측은 "TV토론을 허용하면서도 횟수를 1회로 제한하는 것은 그 근거도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납득할수 없다"고 밝혔다.
이낙연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언론기관의 보도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극도로 제약하는 잘못된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 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관위가 투명하고 깨끗하고 조용한 선거,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미디어선거를 크게 활성화하고 선거공영제를 대폭 확대하는 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냈던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한다"며 "TV토론을 함께 하자고 하면 거부하고, 다른 후보끼리 하는 것은 싫다고 하는 이회창 후보의 심술에 선관위가 굴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통합21 김행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조직동원이나 돈 선거가 가능한 현재 풍토에서 이같은 결정은 낡은 정치를 답습하게 하고 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정치질서의 정착을 바라는 국민기대를 저버린 것"이라며 "지나치게 제한적인 법해석이므로 재심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또 "선거공영제와 정치개혁이 한나라당에 의해 저지·무산되고 있는 현실을 방조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후보단일화라는 중대한 정치적 판단을 위해 국민의 알권리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방향에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측도 "중계방송 허용에 대한 적법 여부를 결정해야 할 선관위가 이에 대한 판단을 미룬 채 이해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선관위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중앙선관위가 법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고 정치적인 판단을 내렸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남 대변인은 이어 "방송사 주관토론은 형평성 문제로 불허, 불법임을 인정하면서도 정당주최 TV토론은 허용, 불법임을 알면서도 눈감아주려는 '이중결정', '기형적 결정'을 내렸다"면서 "내일 TV토론 위규여부를 논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하며 방송사 역시 상식있는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몽준 후보측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을 개최할 경우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는 방안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추가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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