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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우리 운명 국민의 손에 맡기겠다"

노무현-정몽준 역사적 포옹, 후보단일화 8개항 전격합의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가 15일 밤 회담을 갖고 후보단일화에 전격 합의, 대선 구도가 급변했다.

두 후보는 이날 밤 10시30분부터 국회 귀빈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약 2시간에 걸쳐 회담을 가진 뒤 16일 새벽 0시 40분 대선후보 등록일인 오는 27일까지 TV토론과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 등을 골자로 한 8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두 후보는 "후보가 누구로 결정되든 두 사람은 단일후보의 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합의했으며 " 낡은 정치의 틀을 깨고 정치혁명을 이루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후보 단일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실무협상에서 정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여론조사에서 단일후보로 누가 결정되든 이회창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앞으로 단일화 과정에서 과거의 '노풍(盧風)' '정풍(鄭風)'을 능가하는 폭풍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정국을 회오리로 몰아넣고 있다.

후보단일화 합의는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과 탈당을 고려해온 반노무현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의 움직임에도 큰 영향을 미쳐, 그동안 일각에서 추진해온 중부권 창당 작업이 좌초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앞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盧·鄭 "우리 운명 국민 손에 맡기겠다"**

노 후보와 정 후보는 16일 새벽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운명을 국민의 손에 맡기겠다"고 천명했다.

정 후보는 회견이 끝난 뒤 "노 후보와 나는 같은 세대이기 때문에 서로 말이 잘 통했고, 그동안 듣기 어려운 얘기도 서로 나눴다"며 이날 회담에서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음을 밝혔다.

이날 합의는 노 후보의 제안을 정 후보가 수용함에 따라 이뤄졌다. 그동안 노 후보는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정 후보는 국민과 양당의 대의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방식을 각각 주장해왔다.

두 사람은 또 "낡은 정치의 틀을 깨 정치혁명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한다"면서 "정치개혁과 남북관계 발전의 필요성에 의견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해 정책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접근을 이뤘음을 시사했다.

양측은 회담 후 "오늘 회동의 성과는 민주당과 통합21이 대선기간 중 한나라당의 오만과 횡포를 반대하고 집권을 저지키로 했으며, 반(反)이회창 공동전선을 구축한다는 공동인식을 갖게 된 데 있다"고 주장했다.

***내주중 TV 토론, 23-24일께 여론조사 실시**

두 후보가 단일화 방식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민주당과 통합21측은 16일부터 실무협상을 재개, TV 토론회 실시 방법 및 횟수와 여론조사 대상의 구체적 선정 방식 및 실시시기, 객관적인 여론조사 회사 지정 문제, 여론조사 방식, 설문 항목 등을 놓고 본격적인 절충 작업에 들어간다.

후보등록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오는 25일까지 단일 후보를 공식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실무 협상은 매우 신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양당 관계자들은 내주 중 TV 토론을 2-3차례 실시, 23-24일 여론조사를 완료한 뒤 그 다음주 초에는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을 밟게된다고 밝혔다.

실무 협상 과정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양 후보간 격차가 오차 범위 이내에 머물 경우 이를 인정할 것인지,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안전장치를 둘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反昌 연대' 형성 가능성에 한나라당 긴장**

두 후보간 단일화는 '반(反) 이회창' 단일 세력 형성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와 자민련, 하나로 국민연합 이한동 후보측이 제3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나 중부권 신당 창당 의지를 접고 단일후보 세력에 가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노-정 후보간 합의에 대해 "반역사적, 반국민적 망동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설령 단일화 된다고 해도 국민의 매서운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두 사람의 단일화 합의는 부패정권을 연장시키려는 야합일 뿐"이라며 "이들의 약속처럼 실제 단일화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정 후보가 노 후보에게 자리나누기 밀실제의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며 "노 후보는 '흥정은 절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노무현 고사작전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틈새 벌리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16일 새벽 노 후보와 정 후보간 후보단일화 방식 합의에 소식이 알려지자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사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각각 두 후보간 단일화 합의문 전문과 회동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의 일문일답이다.

***盧.鄭 단일화 합의문**

1. 가능한 여러차례 TV토론을 거친 뒤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결정한다.

2. TV토론은 정책중심으로 한다.

3. 여론조사는 객관적 방식을 통해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4. TV토론과 여론조사는 후보등록 전에 완료한다.

5.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협상팀에서 정한다.

6. 후보가 누구로 결정되든 단일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7. 두 사람은 낡은 정치 타파와 정치혁명을 위해 노력한다.

8. 두 사람은 정치개혁, 남북관계 발전, 경제, 농업개방 등이 당면 국가적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해결방안도 거의 의견이 같다는 데 합의했다.

***두 후보 일문일답**

-회담을 마친 소감은.

정몽준 : 시원하고 섭섭하다. 오늘 같은 날은 소주 10병은 먹어야 한다. 오늘 노 후보와 제가 만나 2시간동안 얘기했다. 지나간 얘기와 앞으로의 얘기 등 여러 가지 좋은 얘기를 많이 나눴다. 낡은 정치의 틀을 깨기 위해 저의 운명을 국민에게 맡기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정치사에 없던 역사적 결단이며 구정치세력을 정치권에서 몰아내라는 국민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단일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절대 다수 국민의 생각대로 승리를 이끌기 위해 저의 마음을 비웠다. 금년 12월 대선에서 지난 6월 월드컵에서 느꼈던 기쁨과 감동을 2배 이상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노무현 : 좋은 말을 정 후보가 다해버렸다. 소감은 정후보가 얘기한 것처럼 전과 동이다. 여기까지 온 것은 두 사람을 아껴준 국민의 성원 결과다. 우리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우리 운명은 이제 우리들의 손을 떠나 국민의 손으로 넘어갔다. 앞으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 후보가 대의원 포함 주장을 양보한 이유는.

정몽준 : 우리 두 사람 모두 각각 정당의 전당대회를 거쳐 선출된 후보인 만큼 당원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 때문에 단일화가 안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 여론조사에 맡기고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해주면 전적으로 승복하겠다.
민주주의에서 절차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정치상황에서는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를 하는 정치인의 도리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논의했나.

정몽준 : 구체적,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런 것은 차차 얘기될 것이다. 노후보와 단일화된다면 (이회창후보와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

-기분이 어떤가.

노무현: 정후보가 먼저 좋은 말을 다 해버렸다. 소감은 정후보가 얘기한 것처럼 전과 동이다. 밤이 늦었지만 정 후보 제의로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하기로 했다.

-협상과정에 어려운 점은.

노무현: 우리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정치적인 삶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마음이 서로 열렸다. 처음에는 얘기가 좀 어려웠지만 얘기를 할수록 서로 마음이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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