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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철새무리에서 쫓겨난 박쥐"?

한나라당 문전박대, 오장섭의원 '정치미아'돼

14일 기세 좋게 자민련을 탈당한 오장섭 의원(55)이 탈당 하루만에 행선지를 잃고 '정치 미아' 신세로 전락했다. 당초 오 의원은 한나라당 입당이 유력하게 관측됐으나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내부의 반대여론이 워낙 강해 입당이 어려울 전망이다.

함께 탈당한 이양희, 이재선 의원이 이회창 후보 지지를 표하며 한나라당 입당을 선언하던 15일, 오 의원은 "지역구민들과 좀 더 대화를 나누겠다"며 차후 진로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오 의원은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아있다가 대선후보등록일(27~28일)을 전후해 다시한번 한나라당 문을 두드릴 것으로 전해진다. 백의종군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내 반발기류가 가라앉기를 기다려 입당 시점을 저울질하겠다는 속내다. 그러나 '정치 철새'라는 낙인이 강하게 찍힌 오 의원을 받아들여 이미지 구길 일 있느냐는 한나라당 내부의 반발로 오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오장섭 의원은 '철새'도 못되는 '박쥐'**

동반 탈당한 이양희, 이재선 의원도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오 의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양희, 이재선 의원의 입당은 큰 마찰 없이 허락됐음에도 한나라당이 유독 오장섭 의원을 문전박대한 것은 과거 그가 한나라당에 저지른 '배신'과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의 표현을 빌면, 오장섭 의원은 '철새'도 못되는 '박쥐'로 취급받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체 사장 출신인 오 의원은 97년 7월 이회창 후보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 충남 예산 보궐선거에 당선됐다. 충남 예산은 이회창 후보의 선영이 있는 곳으로, 이회창 후보가 충청권 공략의 교두보로 여기고 있는 요충지다. 이곳에 오장섭 의원에게 공천을 줄 정도로 당시 그에 대한 이회창 후보의 애정은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넉달 뒤 이 후보가 대선에서 패하자 곧바로 이회창 후보는 브루터스의 칼을 맞아야 했다. 오장섭 의원이 "지난해 보선때는 3김정치 타파 차원에서 자민련을 공격했으나 대선에서 3김씨중 한사람이 당선됨으로써 상황이 달라졌다"는 유명한'상황변화론'을 들먹이며 98년 4월 재빨리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긴 것이다.

오 의원의 당적 바꾸기에는 DJ정부 출범초기의 '한나라당 의원 빼가기'영향도 컸다. 96~97년 여권이던 한나라당은 야당으로부터 20여명의 의원을 빼갔다. 의원들의 약점을 잡거나 당근을 던지는 수법이었다. 정권이 바뀌자 반대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한나라당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으로 의원들이 우수수 빠져나갔다. 오장섭 의원도 이들 가운데 하나였다.

***건교부장관시 제기된 각종 비리의혹**

자민련 입당 후 오 의원은 김종필 총재가 공동정권에서의 지분을 행사한 덕에 지난해 3월에는 건설교통부 장관에까지 오르는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 그의 모럴이 문제됐다.

97년 재산정리 과정에서 동생 몫으로 줬다고 밝힌 지방주유소가 오 의원과 부인, 그리고 동생의 공동 명의로 돼 있어 부동산 변칙거래 의혹이 제기됐고, 99년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시 서울의 아파트 매매사실을 누락시킨 점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장관으로서의 자질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오 의원을 둘러싼 비리 의혹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오장섭의 배신에 한을 품은 한나라당은 그의 비리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한나라당 주진우 의원이 "오 의원이 대주주로 있던 대산건설이 1995년부터 97년까지 농업기반공사가 발주한 충남지역 관급공사 85%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오 의원의 비리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대산건설은 대전충남지역 도급업체 4위인데도 충남지역 발주공사 총 4백55억원 중 3백90억원을 수주, 1위업체인 계룡건설에 비해 여덟배나 많은 공사를 수주했다. 특히 오 의원의 지역구인 예산지역 공사가 3백17억원을 차지해 특혜 의혹을 부추겼다.

이같은 개인 비리 의혹에다가 설상가상으로 항공안전 2등급 판정 사건이 터졌다.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항공안전 등급이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오 의원은 장관이 된지 불과 다섯달 뒤인 지난해 8월 장관자리를 내놔야 했다.

***JP 힘 빠지자 다시 이회창 후보 주변 전전**

숱한 의혹만 남긴 채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현 정권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린 오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두자, 지난 6.13 지방선거를 전후해 이번에는 한나라당 문간을 다시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지난 5월, 오 의원은 당시 자민련 사무총장이라는 요직을 맡고있으면서도 충남 예산서 열린 이 후보의 큰아버지 이태규 박사의 흉상 제막식 자리까지 참석하며 이 후보 눈도장 찍기에 바빴다.

더욱이 6.13 지방선거 당시 자민련의 홍성찬 군수후보는 선거 홍보물에 이회창 후보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게재하고 "선거가 끝나는 대로 오장섭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하겠다"는 말을 유세장에서 하고 다닐 정도로 한나라당에 대한 오 의원의 짝사랑은 공공연했다.

그후에도 이 후보가 예산을 방문할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얼굴을 비친 오 의원은 지난 2일 이 후보의 부친 이홍규옹 장례식 때는 하관식까지 참석하는 노골적 충성심을 과시했다.

대조적으로 지난 10월 김종필 총재가 직접 참석한 자민련 이재선 의원의 후원회자리에는 개인 일정을 들어 불참하는 등 노골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이재선 의원 후원회날 김 총재는 축사를 통해 오장섭 의원을 겨냥,"은혜를 입은 사람일수록 해바라기처럼 고개를 돌리다가 가버린다"는 뼈있는 발언을 했다. 김 총재는 지난 8일 자민련 지역구의원들에게 '한나라당행'을 권하고 JP의 정계퇴진을 주장해온 오장섭 의원을 사무총장 자리에서 전격 해임하기에 이르렀다. 오장섭 의원은 이에 개의치 않고 14일 자민련을 전격탈당했다.

***한나라당, "철새도 철새 나름"**

그런데 15일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던 한나라당이 함께 탈당한 자민련의 이양희, 이재선 의원이 들어간 뒤 뒤따라 들어가려는 오장섭 의원의 출입을 막은 것이다. 한마디로 '딱지'를 맞은 것이다.

한나라당의 문전박대는 오장섭 의원의 '박쥐' 행세에 대한 이회창 후보의 풀리지 않는 분노와, 오의원의 행태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14일 밤 KBS 대선후보 초청 국민토론에 참석 "정치풍향이 바뀌니까 옮겨다니는 것은 좋지 않지만 정권교체와 국가혁신이라는 목표와 이념에 동조하면 손을잡고 갈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익에 따라 철새처럼 온다면 그것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가에서는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철새'가 오장섭 의원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한나당 지도부는 '이회창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타당 의원들을 영입하면서도 내심 '철새 도래지'라는 여론의 비판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오 의원에 대한 영입 불허는 대전지역 세 확산을 기대할 수 있는 이양희, 이재선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용가치가 적기 때문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오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예산은 이 후보의 고향인 탓에, 그냥 놔둬도 압도적 지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처럼 이렇게 흘러가면서 항간에서는 오 의원을 두고 이런 말이 나돌고 있다.

"철새 무리에서조차 낙오된 철새."

"철새무리에서조차 쫓겨난 박쥐."

과연 어느 표현이 더 적합한지는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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