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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단일화는 기정사실. 어떻게 이길까 신경쓸 때"

<김원길 의원 인터뷰> "중부권 신당 구상은 무너질 것"

노무현, 정몽준 후보간 단일화 협상이 급류를 타면서 대선을 앞둔 각 정치세력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접합점을 찾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노, 정 후보측은 물론, '이회창 대세론' 굳히기에 복병을 만난 한나라당, 독자신당과 한나라당행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민주당 탈당파와 자민련도 최대 고비를 맞은 셈이다.

12일 프레시안은 연말대선의 최대변수로 떠오른 후보단일화와 관련, 김원길 의원을 만났다.

민주당 사무총장, 정책위 의장 등 중책을 역임한 중진으로서 전격적인 탈당을 결행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자신이 이끌던 후단협마저 ‘순수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탈퇴한 김 의원은 “후보 단일화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가 돼 있다”는 ‘후보단일화 지상주의자’이다.

김 의원은 “단일화는 기정사실이고 이제는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것인가에 더 신경쓰고 있다”고 후보단일화 성공을 단언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남은 문제는 어떻게 후보단일화를 최대한 이벤트화시켜 '제2의 노풍, 정풍'을 이끌어내느냐이다. 따라서 “폭발력을 얻어 선거운동으로 들어가려면 국민경선이 필요하다”는 게 김 의원의 지론이었으나 “여론조사 방식으로 하더라도 국민적 분위기만 이끌어 낼 수 있으면 된다”고 최근의 단일화 협상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었다.

반면 노-정 당사자가 단일화 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등장한 중부권 신당론이나 박상천, 이인제 의원 등 민주당 중진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교섭단체나 어떻게 구성해서 신당 만들면 법정 보조금 받아가지고 당이나 운영하겠다는 사람들”이라고 맹성토했다. 의원은 “단일화가 오늘이라도 되면 독자신당 움직임은 당연히 죽는다"며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도 후보단일화 분위기에 휩쓸려 올 수밖에 없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김 의원은 또 노-정 후보의 정체성과 정책의 차이를 이유로 단일화에 미온적인 일부 정파를 겨냥, “이는 야당을 각오한다는 미명하에 한나라당의 일당독주 체제를 방관하고 정치적 암흑기를 만들자는 얘기”라며 “대통령 선거를 포기할 정도로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후보 단일화에 이은 권력 협상 문제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당을 외부에 만들어 놓고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은 선대위 체제로 대선을 치러야 하며 대선 후에는 양당이 합쳐져야 한다”며 “다만 내부에서의 주도권 싸움은 대선 후에 전당대회라도 열어서 공개적으로 한판 붙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다음은 12일 오후 김 의원의 후원회 사무실에서 1시간동안 진행된 인터뷰 전문.

***“후보 단일화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

프레시안 : 지난 주말과 금주 초를 거치면서 노무현, 정몽준 후보간의 단일화 협상이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김원길 : 처음부터 후보단일화가 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얘기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물론 아직도 내부적으로는 의견차이도 있고 어려움이 있지만 나는 후보단일화가 되리라고 본다.

내가 두달 전부터 얘기한 것은 첫번째, 각자가 나오면 필패하고 합쳐나오면 이길수 있다는 것이었다. 간단한 얘기다.

둘째는, 혼자 해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의 정도가 약해져야 단일화가 된다고 했다. 그것이 지난주부터 현실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노무현, 정몽준 후보들 각자가 분명히 느끼는 것은 혼자로는 될 수 없다는 것과 2등 경쟁은 곧 1등을 굳혀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적행위가 된다. 이것을 확실히 인식한 것이 가장 큰 힘이다.

그리고 후보들에 앞서 주변에서 이를 더 빨리 인식했고 의견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후보단일화가) 되리라고 보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위해서 모든 것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처음 생각에 나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 후보단일화는 기정사실이고 이제는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것인가에 더 신경쓰고 있다

요즘에는 내가 직접 나서지는 않지만 지금 이 상태까지 만든 것만으로도 나로서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 양 후보들이 서로 맞붙지 않았나. 여기서 더 기웃거리면 옳지 않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직접 나서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화 통화나 간접적으로는 많은 얘기들을 주고받고 있다.

프레시안 : 후보단일화의 멍석만 깔아놓은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는 얘기인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디테일한 부분의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고 김 의원이 주장해온 국민경선제 방식이 아닌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는 양상 아닌가. 절차와 방식에서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는 말인가.

김원길 : 내 의견은 분명하다.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하고의 관점이 아니다. 후보단일화는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다. 탈당도 목적이 아니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후보단일화를 해야겠고 단일화를 위해서는 밖에다 터전을 마련해야겠기에 탈당을 한 것 아닌가. 대선 승리가 궁극적인 목적인데, 후보단일화 했다 하더라도 대선에 승리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렇다면 밀실에서 타협을 해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후보가 되면 과연 폭발력이 있겠는가. 후보단일화 과정은 바로 대선 운동과정과 연결돼야 한다. 폭발력을 얻어서 선거운동으로 들어가려면 경선이 필요하다는 게 내 주장이다.

가령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몰래 여론조사만 해서 결정나는 방식은 안된다. 여론조사든 뭐든 이벤트화해서 그 기간동안 국민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게 만들어야만 그동안 우리에게 못마땅했던 여론, 애정은 있지만 선뜻 나서지 않았던 국민들도 우리에 대한 지지로 돌아서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런 폭발력을 갖지 않으면 결국 대선에서 실패한다. 지금 상대방은 상당히 강하지 않나. 그런 걸 생각해서 경선이나 경선과 유사한 형태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국민들 모르게 하는 방식에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지 폭발력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라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프레시안 :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국민경선제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지 않나. 그러나 국민경선제 방안은 현재 배제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간다. 구체적인 경선 방식과 관련해 노-정 양측을 중재할 별도의 방안을 가지고 있나.

김원길 : 구상하고 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나. 그리고 어떤 통로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겠다는 얘기인가.

김원길 : 예를 들어 여론조사를 가지고 한다면 여론조사 자체가 국민경선제처럼 이벤트화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여론조사 방식으로 하더라도 국민적 분위기만 이끌어 낼 수 있으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

프레시안 : 이런 입장을 후단협과는 별도로 진행해 나가겠다는 것인가.

김원길 : 그렇다. 나는 대표는 물론이고 후단협 자체에서 탈퇴했다. 개인적으로 움직인다.

***“영남당, 호남당도 지긋지긋한데 중부권 신당이라니…”**

프레시안 : 후단협 탈퇴 얘기가 나왔는데 탈퇴와 관련해 좀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힌다면…

김원길 : 첫째는 개인적으로 탈당을 하면서까지 후보단일화 운동을 한 이유는 대선승리를 위해서였다. 후보단일화는 후보 두 사람만 단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력을 합치는 일이다. 나는 그것도 될 수 있다고 본다. 양 진영의 밑에 가보면 기반이 다 똑같다. 정 후보쪽도 사실 우리당(민주당)에서 간 사람들이 다 한다. 선대위원장(신낙균)만 봐도 그렇지 않나. 한 집안이다. 그런데 후단협이라고 해놓고 별도로 중부권 신당을 만든다고 주장하면 세력을 분열시키는 논리가 된다. 그러면 대선 승리에도 문제가 있지만 세력 규합 운동에 문제가 생긴다.

둘째는 그런 방식으로는 후보 단일화도 성사될 수 없다. 후보단일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대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후단협 진로가 아직 불분명하지만 대체로 교섭단체구성과 신당 창당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어지는 느낌이다. 이 부분에 반대하는 것 아닌가.

김원길 : 그렇다. 나는 교섭단체 구성까지는 이해하고 찬동할 수 있다. 그것은 후보단일화를 압박하기 위한 전제다. 단일화를 위한 과정과 수단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독자신당으로 간다는 것은 후보단일화와 아무 상관없는 것이라서 결사반대한 것이다. 또 하나의 지역당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솔직히 우리가 영남당, 호남당도 지긋지긋한데 여기다 중부권 신당이니 뭐니 해서 또 하나 지역당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프레시안 : 후단협 내부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는데…

김원길 :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으면 거기에 전력을 해야지 그걸 이용해서 중부권 신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고 되지도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하지만 중부권 신당 창당을 하겠다는 움직임도 물밑에서는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되기 힘들다고 보나.

김원길 : 그것은 될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갈 데 없는 사람들만 모인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나라당이 데려갈 사람들은 지금 막 데려가고 있지 않나. 그 사람들 대부분이 경기지역이 지역구다. 말대로라면 그 사람들이 중부권 신당에 가야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리고 후보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대부분 그쪽으로 휩쓸려 와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성공 못한다. 성공해서도 안되는 이유는 세력을 분열시키는 것이고, 후보단일화를 막는 것이고, 또 하나의 지역당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이인제 의원이나 박상천 최고위원, 정균환 총무 등 중진들 회동이 잦다. 무관하지 않은 움직임으로 보인다.

김원길 : 나는 이인제 의원이나 누구나 신당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다 불순하다고 본다. 그 사람들 솔직히 이번 대선에서 후보를 내서 이길 자신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교섭단체 어떻게 구성해서 신당 만들면 법정 보조금이나 받아 가지고 당이나 운영하겠다는 사람들이다. 그게 한국 정치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나로서는 그런 움직임은 절대 찬성할 수 없다.

정직하게 얘기하면 대선 끝난 다음에 정계개편 바람이 불 때 뭘 해보겠다면 이해되는 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나와서 뭘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는 반창연대라는 말을 일체 안쓰지만 그 분들이 한나라당에 가지 않겠다면 후보단일화에 도움을 주는 게 옳은 일 아닌가. 중간에서 세력을 분열시키고 단일화를 저해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인제씨에 대해서 말하자면, 물론 그 분 나름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이겠지만 후보단일화가 됐을 때 본격적으로 움직여서 표를 몰아주는 게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는 한번의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나간 일이지만 만약 경선을 끝까지 갔다거나 노무현 후보가 됐을 때 도와줬더라면 이인제씨가 지금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내가 한 것처럼 이인제씨가 먼저 후보단일화를 들고 나섰다면 그분의 역할이 또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와서 중부권 신당을 만든다고 나간다면 내가보기에는 무덤 파는 일이다.

프레시안 : 자민련이나 후단협 내부에서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는 세력이 꽤 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어렵다고 보나.

김원길 :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 꽤 되지 않는다. 자민련이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더 잘 안다. 나는 그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교섭한 사람이다. 자기들이 직접 맞댄 것이 아니라 한다리 건너있는 저 사람들(후단협)은 실감을 못한다. 그걸 모르고 저런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밖에서 볼 때 음모적으로 보이면 안된다. 공개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걸 숨어서 하려면 안된다. 내가 제일 안타까운 것은 잘못하면 한나라당에게 세력을 다 빼앗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받지 않는 사람들만 남을 것이다.

프레시안 : 후단협 내부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라는 지적은 후단협이 처음 등장할 때부터 지적됐던 문제가 아닌가. 모르지 않았을 텐데…

김원길 :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고 본다. 중간에 후단협이 상당한 힘을 얻으니까 그런 생각들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섭단체가 될 것 같고, 자민련도 붙을 것 같고 하니까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당초 내가 후보단일화를 주장한 것은 후보단일화를 가시화해 내면 탈당하는 세력도 담아내면서 우리세력으로 모아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야당을 각오한다는 미명하에 정치적 암흑기를 만들자는 얘기인가”**

프레시안 : 후보회동까지 합의할 정도로 진척되고는 있으나 민주당 내에서는 여전히 후보단일화에 회의를 표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김원길 : 6.13 지방 선거에 지는 과정에 나는 너무 뼈저리게 패배를 절감했다. 지방선거가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큰 것이었다. 우리는 국민들에게 버림받았다. 지리적으로 호남을 빼고는 전국이 한나라당의 일당 독주체제로 변했다. 50% 정도가 아니라 90%의 일당 독주다. 저기 시골의 시장, 시의원, 군수도 모두 한나라당이다. 게다가 국회도 과반수를 넘었다. 대선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하면 그야말로 전국이 한나라당 일당독주체제가 된다. 이것은 선거에 의한 암흑체제다.

우리 당내에는 우리가 열심히 하면 야당을 굳건히 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 상태로 그냥 선거를 치르게 되면 민선이 관선보다 무섭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내놓고 한나라당 일당독주가 된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서 정통성을 부여했으니까 할 말도 없는 것 아닌가.

적어도 일본의 자민당 일당독주 체제 정도는 되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의 기능이 전혀 없어지는 것이고 의회정치의 기본이 파괴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단일화가 안되면 다음 총선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된다. 합쳐도 이길지 질지 모르는데 따로 나가면 천하없는 장사도 선거에 이길 수 없다. 솔직히 나도 서울에서는 꽤 잘나가는 의원이다. 그런 나도 진다. 중간에 하나만 나와서 표 가르면 이길 수가 없다. 그 정도밖에 안되는 게 우리 세력의 현실이다.

더 안 좋은 것은 한나라당 일당독주 체제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는 전라도에만 갇히게 된다. 호남에 함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탈출하는 것은 10년이 가도 불가능한 것이다. 정치발전상 무서운 일이다. 이런 것만은 용인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선거라는게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말들을 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대통령 선거를 포기할 정도로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 가령 예전에 반독재투쟁할 때 서슴없이 민주화를 위해 죽어도 좋다고 할 정도 같은 가치가 있느냐이다. 있다면 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것이 안보인다.

말로는 이쪽은 진보적이고 저쪽은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막상 글로 써놓으면 똑같다. 현실정치라는 것이 그렇다. 정책화하면 사실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대통령 선거라는 가장 중요한 선거를 내다버릴 정도로 정체성의 차이와 정책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면 그대로 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정책위 의장을 해 본 사람으로서 장담컨대, 그런 것은 나타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민노당 이외에는 정책적 차별을 이룰 수 없다. 다 알다시피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다. 뭐가 차별이 있나. 민노당처럼 부유세, 국유화 이런 얘기들을 하겠나. 다들 똑같은데 그냥 기분으로 이쪽은 진보적이고 저쪽은 보수적인 것처럼 보일 뿐이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를 포기해서 야당을 각오한다는 미명하에 정치적인 암흑기를 만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우리 민주당이 진짜로 호남당으로 갇히는 함정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처음부터 나는 생각한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런 입장 외에도 민주당이나 후단협 안팎에는 어차피 합쳐도 안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 것으로 안다.

김원길 : 그런 경향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앞서서 노무현 후보가 싫다는 경향이 더 강하다. 그러나 어떤 이해관계를 떠나서 후단협은 지금 진행되는 단일화 과정에서는 임무가 끝나야 한다. 개개인의 정치세력으로서 어느 세력을 지지하느냐가 문제인데 협상만 이뤄지면 한나라당으로 갈 사람 가고, 통합된 당에 들어올 사람은 들어오고 하는 게 분명해 질 것이다. 그리고 독자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

프레시안 : 단일화가 진전이 되면 독자신당 움직임도 줄어들 것이라고 보나.

김원길 : 단일화가 오늘이라도 되면 그런 움직임이 당연히 확 죽는다. 내가 그 사람들한테 뭐라고 하지 않고 단일화를 빨리 성사시키려고 하는 것도 그런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도 후보단일화 분위기에 휩쓸려 올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지금의 후보단일화 논의를 넘어서 당대당 통합도 될 것으로 보나. 실질적인 어려움은 그 부분에 더욱 클 것으로 보이는데…

김원길 : 단일화가 되면 안될 수가 없다. 내가 제기한 수순은 단일화 합의만 일어나면 양쪽에서 10명씩 자기 사람으로 내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3명을 내서 23인이 창당 준비위를 만들자는 것이다. 준비위는 금방 할 수 있다. 그 동안에 경선이나 후원회를 해서 당원모집이나 자금 모금도 할 수 있다. 거기에 돈 쓰는 게 나는 선거운동이라고 본다. 동시에 합당 절차가 이뤄지면 좋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으니까 23명이 지구당 창당해서 당을 만들고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은 선대위 체제로 구성해서 대선을 치러나갈 수 있다.

밖에 형식적인 당을 만들어 놓고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은 선대위 체제로 대선을 치르고 대선 후에는 양당이 합쳐져야 한다. 당대 당 통합은 그 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 그 때는 주도권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대선은 선대위 체제로 치러 놓고 그 다음에 공개적으로 한판 붙는 것이다. 전당대회라도 열어서 최고위원 선출하듯이…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지금 당권, 대권 분리하자는 것은 대선 승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 함께 노력하고 그 뒤에 지도체제 구성해서 하자는 얘기다. 어떤 경우건 지도체제는 대선 후로 미뤄야 한다. 미리 해버리면 그 싸움이 먼저 일어날 것이다. 미리 대표하려고 딴 생각들을 할 것이다.

***“지금은 盧·鄭이 부딪혀서 해내야 할 때”**

프레시안 : 단일화가 되기 전까지는 복당은 생각이 없는 것인가.

김원길 :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탈당만큼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다. 그러나 내가 탈당을 하고 싶어서 했나. 그 시점에서 내가 나가지 않았으면 후보단일화에 대한 압력이 이뤄질 수 없었다. 이인제계라고 하는 사람들이 했겠나, 한나라당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했겠나.

따라서 복당 문제는 정 후보와 노 후보의 단일화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이 하나로 된다면 자연스럽게 나도 입당이 되든, 복당이 되든 하는 것이다. 아직 후보단일화도 되지 않았는데 나갔다 들어갔다 할 수 있나.

프레시안 : 후단협 탈퇴라는 강수를 써야만 이런 주장들이 관철될 수 있다고 판단했나. 내부에서는 더 이상 함께 할 부분이 없었나.

김원길 : 내가 뛰쳐나감으로써 탈당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뛰쳐나갈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후단협을 탈퇴함으로써 후보 단일화 작업은 촉진되지만 더 이상의 추가 탈당은 막는 효과가 있다.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가는데 추가탈당은 해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후보단일화가 형성이 되든 안되든 역사적으로는 결코 작지 않은 움직임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가 어느 자세로 어떻게 했는가는 그래서 중요하다.

프레시안 : 지금 노무현, 정몽준 양측이 협상에 임하고 있는 의도가 역사적 의미를 거론한 김 의원 말처럼 충분히 순수하다고 생각하나.

김원길 : 아직 그렇진 않다. 그러나 시작은 그렇더라도 상황이 몰아가기 때문에 그렇게 가리라고 본다. 협상 대표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런 것을 압박하는 것이 후단협의 일이었다.

프레시안 : 후단협을 탈퇴는 했지만 후단협 진로와 관련해 할 말이 있다면.

김원길 : 얼마 전 의원들 보좌관들을 불러서도 하소연을 했는데, 한나라당 갈 사람이나 누구나 각자 입장이 다른 것은 이해하지만 앞으로 최대 고비가 될 열흘간은 일체 후보단일화에만 전념해 달라고 했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 속내는 그게 아니다. 안되는 것을 미리 전제하고 일부는 노골적으로 국민통합21에 곧바로 가자는 얘기를 하기도 하고 어차피 안되는 것이니까 당 만들어서 국고보조금 타자는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것을 이용해서 대표도 하고 싶은 사람 있고 자기들 정치적 진로에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안되는 것이다. 자기들 진로 마련하는 것은 좋다 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어쩌자는 말인가. 노무현은 어떻게 하고 정몽준은 어떻게 하고 민주당은 어떻게 하자는 건가.

프레시안 : 후보단일화가 절대절명의 과제이고 역사적 의미도 가질 것이라고 하지만 이에 대한 여론상의 반감도 없지 않다. 노무현, 정몽준 후보간 정체성의 차이를 들기도 하고, 단지 반창연대를 위해서 뭉친다는 명분도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고…

김원길 : 솔직히 말해서 정몽준 후보가 인기가 높지 않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정몽준 후보가 인기가 높으니 합쳐내지 않고서 어떻게 하나. 둘이 나가면 지고 합해 나가면 이기는데…. 이기는 방법이 없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길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는데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그것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닌가.

또 그 사람들은 태생적인 정체성을 말하고들 있다. 저 사람은 부잣집 아들이고 이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니까 하는 식이다. 그게 말이 되나. 그런 사람들은 앞으로 정치 못한다. 영국의 노동당을 가보라. 노동당 간부들이 노동자가 아니다. 옥스퍼드, 캠브리지 나온 귀족들이 자기 생각으로 노동자계급의 이념을 위해서 가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쪽으로 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노동자 출신들도 보수당 갈수도 있는 것이다. 이념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문제 아닌가. 그리고 지금 노무현 정몽준 양측이 막상 생각을 글로 써보면 정책적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정책적으로는 누가 내놔도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97년에 DJP 연대를 할 때도 우리는 겉보기에는 진보적인 것 같고 자민련은 한나라당보다 더 보수적인데 이게 정책연합이 될까 했지만 하룻밤 새고 나니까 국가보안법 하나 빼고 다 됐다. 굉장한 것 같지만 앞으로 5년동안 하겠다고 내놓은 정책을 보면 사실 다 똑같다. 표현만 바꾸는 것이다.

다만 한나라당은 그런 것을 떠나서 전국을 일당 독주 체제로 끌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중대한 문제가 있기에 다르다. 내가 중부권 신당을 특별히 반대하는 이유는 또 하나의 지역당을 만드는 것이고 단일화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단일화까지는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있는데, 김 의원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부분인가.

김원길 : 나는 가끔 보틀넥이 있을 때 양쪽을 톡톡 터주는 역할 외에는 당분간 할 일이 없다. 그리고 이것이 성사가 되면 대선 승리를 위해서 전력투구하는 일이다. 내가 보기보다 표가 많다. 어쨌든 내가 보기에는 (단일화 협상이) 지금까지 상당히 잘 왔다고 본다.

프레시안 : 시일이 촉박하지 않나. 법적인 문제도 남아있는 것 같고…

김원길 : 촉박하니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11월15일 경이면 단일화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적으로 굉장히 쫓긴다. 맡겨두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개인적으로 어느쪽으로 단일화가 되는 게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김원길 : 그건 지금 얘기할 성질이 못된다. 내가 처음부터 한쪽에 몰려있지 않으니까 더러 이상한 얘기도 듣는가보다.(웃음) 관건은 폭발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를 위한 절차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내가 나설 계제가 아니다. 양쪽이 맞부딪혀서 해 내야 할 때다.

프레시안 : 아직 후보단일화가 성사된 것은 아니다. 후보단일화를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원길 : 최종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잘 되고 있지만 지금 내가 노심초사 하는 것은 두 후보 중 어느쪽이 무너지는 것이다.

프레시안 : 후보 사퇴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김원길 : 그렇다. 지금 팽팽히 균형을 맞추고 있으니까 이런 일이 될 수 있는 것이지 누구 하나가 몰락해서 사퇴해버리면 시너지 효과가 급속하게 반감된다. 1등 굳혀주는 꼴이 된다.

프레시안 :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

김원길 : 구체적으로 누구를 염두에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노무현이건 정몽준이건 그렇게 되면 대선 승리는 물건너간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프레시안 :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김원길 :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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