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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학선거 ‘양심적 병역거부’ 쟁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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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학선거 ‘양심적 병역거부’ 쟁점화

학생회장후보 98명 공동공약, 대선 영향력도 무시 못해

2003년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 ‘양심적 병역거부’ 바람이 불고 있다.

11월 말을 전후해 실시되는 각 대학 총학생회 및 단과대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 1백여명은 이번 학생회 선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입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 공약을 추진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1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에 따르면 서울대 총학생회장 후보 장기정씨, 부총학생회장 후보 이원진씨, 고대 총학생회장 후보 임재성씨 등 전국 각 대학 총·부총학생회장과 단과대 학생회장 후보 98명이 이번 학생회 선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입법화를 공동 공약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인권 평화운동 차원으로 인식의 폭 확장”**

이번 대학가 학생회장 선거에 불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은 특정 종교적 신념 때문에 병역을 거부했던 기존 움직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병역의무와 징병제 자체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대회의 관계자인 염창근씨는 “이번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은 단순한 병역거부 문제뿐만 아니라 군대 내에서의 인권 문제, 군 관련 의문사 문제, 평화운동과 관련된 문제 등 사회적 이슈와 연관된 방향으로 학생들의 인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운동의 경과에 대해 염씨는 “올해 초부터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에 동참했던 전국학생회협의회, 21세기진보학생연합,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사회당 학생위원회 등의 소속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학생회 선거에 정책으로 삼고 대체복무제 입법화를 추진하려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본격적인 사회 문제로 드러났고 올해에는 특히 몇몇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병역거부를 선언하면서 이 문제가 대학가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다”며 “찬반론이 많지만 병역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체복무제 입법 청원을 위해 연대회의가 진행 중인 서명운동에는 6만여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했으며 각 학교별로 이 문제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학가의 병역거부 운동은 지난 9월 공개적으로 병역거부를 선언해 화제가 됐던 서울대생 나동혁씨가 8일 구속되면서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게다가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7일 “종교적·비종교적인 모든 양심적 병역거부 권리를 기본적인 인권으로 인정하고 병역복무기간보다 길지 않은 대체 공익근무제를 도입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권고문을 한국 대통령 후보들에게 제안해 국제적 여론도 등에 업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복무제의 기준 뭐냐", 반대여론도 적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입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장기정씨(독문과 4학년)는 “개인적으로 전쟁이나 평화운동에 관심이 있었고 한반도에서 시급한 것은 평화적인 군축이라는 생각을 해왔다”며 “징병을 통해 군사력을 유지하는 상황은 평화를 크게 위협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장기정씨는 “나동혁씨의 양심적 병역 거부 공개 천명으로 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크게 증가해 이와 관련된 행동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반전평화, 미국의 이라크전쟁 반대입장 천명 ▲인권운동 차원에서 인권 및 평화단체들을 하나로 묶는 ‘평화인권 네트워크’ 구성 및 참여 ▲군대 인권문제에 대한 ‘상담센터’ 개설 ▲지속적인 대체복무제 법제정 운동 등을 관련 공약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학생회 후보들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공약화에 대한 반대 여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예비역들을 중심으로 대체복무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뭐냐고 묻는 학생들이 많고 이에 따른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며 “특히 병역거부가 당연시되면 누가 군대에 가서 최소한의 국방력이나마 지탱할 수 있겠느냐는 반대여론도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그러나 “군 의문사 문제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병역비리 의혹 등으로 올해 대학가에는 병역문제가 예전과는 다르게 큰 이슈로 떠오른 게 사실”이라며 “찬반론이 팽팽하지만 학생 스스로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영향력도 무시 못해**

이처럼 대학가 학생회장 선거를 중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연말 대선에 미칠 영향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운동이 실제 학생회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이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논란 자체가 이회창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 쟁점이 학생회장 선거를 거쳐 연말 대선참여 운동으로까지 연결될 것인지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그간 특정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대체복무제를 허용하자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의 입법 움직임도 한층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자는 차원으로까지 입법운동이 확대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대학가 젊은층 사이에 이 문제가 공감대를 얻을 경우 대체복무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이달말 치러질 대학가 학생회장 선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들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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