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세째 아들 김홍걸씨에게 11일 집행유예가 선고됨에 따라 홍걸씨는 구속된 지 6개월만에 풀려나게 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홍걸씨가 대통령 아들이라는 특수신분을 이용해 36억7천여만원의 뇌물을 받는 중차대한 범죄를 범했음에도 불과 수형생활 반년만에 집행유예를 풀려나옴으로써 앞으로도 동일범죄의 재발 가능성을 남겨 놓았다는 점에서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김홍걸, "저는 벌레요 백성의 조롱거리입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용헌 부장판사)는 11일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및 아파트 건설 승인 청탁 대가 등 명목으로 주식과 금품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기소된 김대중 대통령 3남 홍걸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주변사람들과 함께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긴 점은 처벌 받아 마땅하다"면서도 "홍걸씨가 실제 관계기관에 로비를 하지 않았고 받은 주식 수나 규모도 많지 않은 데다 형인 홍업씨도 함께 구속돼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홍걸씨는 앞서 재판부에 낸 최후변론서를 통해 "저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훼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입니다"는 성경구절(시편 22장 6절)을 인용하면서 " 진정한 고통의 잔을 마신 피고인에게 참다운 자유를 주시기 바란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최규선씨에게는 징역 2년 6월에 추징금 4억 5천여만원을,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8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규선씨에 대해서는 "외환위기 당시 해외인맥을 통해 나라를 위해 일한 점은 일부 인정되지만 기업들로부터 청탁대가로 금품을 받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은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수신분 아니면 기대할 수 없는 특혜성 선처**
법조계 일각에서는 지난 5월 18일 김홍걸씨 구속당시 검찰의 기소내용에 비교하면 형량이 너무 가벼워 동일범죄의 재발 가능성을 남겨 놓았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김홍걸씨 기소당시 검찰은 체육사업자 선정 로비 등의 명목으로 36억7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주식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었다.
또한 서울지검 특수2부(차동민 부장검사)는 법원 선고 직전에 김홍걸씨에게는 징역 4년 및 추징금 15억9천만원, 최규선씨에게 징역 5년 및 추징금 9억8천여만원, 김희완씨에게 징역 3년 및 추징금 5억4천만원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홍걸씨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추징금도 검찰이 요구한 15억9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크게 깎아준 대목은 그가 대통령 아들이라는 '특수신분'이기 때문에 얻게 된 '특혜판결'이 아니냐는 비난여론을 낳고 있다.
한편 이번에 김홍걸씨 석방에 이르기까지에는 치밀한 사전정지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초 홍걸씨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지난달 31일로 예정됐으나 홍걸씨 변호인단이 "양형에 유리한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선고연기를 신청해 이날로 연기됐다.
법조계에서는 홍걸씨 선고 예정일이던 지난달 31일 다음날인 11월 1일 김 대통령 둘째아들인 홍업씨의 선고공판이 잡혀있었던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홍걸씨보다 죄질이 나쁜 홍업씨의 경우 실형선고가 확실시되던 만큼 홍걸씨 선고일을 늦춤으로써 "대통령 아들 둘 모두에게 실형을 살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동정여론을 만들기 위한 작전이 아니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홍업씨의 경우 홍걸씨보다 거의 두달 뒤인 지난 7월10일 구속됐음에도 불구하고 홍걸씨보다 먼저 재판을 받고 중형이 선고됐었다. 기업체에서 청탁 대가로 22억8천만원을 받고 조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홍업씨는 지난 1일 재판에서 징역 3년6월, 벌금 5억원, 추징금 5억6천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