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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국민경선 포기", 후보단일화 급진전

盧 "지지자 뜻에 따른 결단", 鄭캠프 수용하는 분위기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국민경선 요구를 포기하고 그동안 정몽준 후보가 주장해온 TV토론후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 방식을 전격수용함에 따라 단일화협상이 새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노무현, "저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단일화를 요구한다"**

노무현 후보는 10일 "전국 8개 권역에서 TV 토론을 거친 뒤 25일까지 권위있는 여론조사기관 4~5개를 통해 여론 조사를 실시해 단일화하면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노후보가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10일밤 전남 순천의 한 호텔 숙소에서였다. 노 후보는 이날 MBC 9시 뉴스가 방송한 대선관련 여론조사 결과 자신의 지지율이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에게 3.2% 뒤진 19.5%로 나타나자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뒤 '결단'을 털어놓았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노 후보는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막는 것은 역사적 임무이기 때문에 정책과 후보가 다르더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 후보는 "후보 단일화를 여기서 그만두면 국민이 허전해 한다"면서 "내가 불리하더라도 하늘에 맡기겠다"며 후보단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노 후보는 이어 11일 오전 순천 로얄호텔에서 열린 전남지역 종교도자 조찬간담회에서 재차 "정권은 후보가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하는 것"이라며 "유권자의 단일화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노 후보는 "(정 후보와) 태어난 배경과 자란 배경이 달라서 정치적으로 따로 심판받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유권자들이, 저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단일화를 요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후보자 통합이 아니라 유권자 통합을 위해 불리한 조건이 협상과정에 나타나더라도 대담하게 수용해 후보가 하나로 단일화되는 것을 성취하려고 한다"고 정 후보측이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한 배경을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측 단일화 협상단장은 노후보의 이같은 입장전환과 관련,"여론조사가 합리적 방식은 아니겠지만 단일화가 무산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애기인 것을 안다"며 "11일 통합21측과의 협상에서 모든 방식을 다 올려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길밖에 없다"**

이같은 노무현 후보의 입장 급선회는 작금에 굳어져가는 추세인 '이회창 대세론'을 뒤엎기 위해선 후보단일화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주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박태준 전 총리의 지지를 받아낸 데 이어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마저 복당 의사를 밝히는 등 대세론을 굳히기 위한 바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주말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협상이 일반의 예상을 깨고 급진전 양상을 보이자, 그동안 당내 반발 등을 이유로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민주탈당파와 자민련 의원들의 영입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주말 및 금주초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계속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를 보이는 데 따른 위기감도 국민경선 포기 결단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노후보의 한 측근은 "작금의 이회창 대세론을 뒤엎기 위해선 유권자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빅이벤트가 필요하다"며 "TV 양자토론과 여론조사야말로 현시점에서 유일하게 유권자의 관심과 지지율을 변화시킬 수 있는 카드"라고 입장선회 배경을 설명했다.

***공은 이제 정몽준 후보에게 넘어가**

이같은 노무현 후보의 입장변화에 따라 공은 이제 정몽준 후보쪽으로 넘어간 양상이다.

노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제안한데 대해 정몽준 후보도 11일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해 협상이 급진전될 전망이다. 정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전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노 후보의 새로운 제안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모든 것을 당내 대책기구가 전권을 가지고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협상과정에 사소한 갈등은 예상된다. 예컨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안으로 의견접근을 한다할지라도 오차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조사시점은 언제로 할 것인지, 어떤 방법과 어느 여론조사 기관을 택할 것인지 등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본부장은 "여론조사 방법은 한나라당 지지자가 상당수 포함되는 것이어서 최소한 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야 유효화될 것이며, 3~4%포인트면 어느 쪽이든 흔쾌히 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차이는 후보단일화를 뒤엎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후보단일화 협상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정가에서는 '후보단일화후 권력균점'이라는 현실적 공조방안까지 합의될 경우 단일화는 눈앞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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