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소속 의원 11명이 4일 집단탈당을 결행하면서 후보단일화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 주말 추가 탈당을 예고하고 있는 유용태 사무총장 등 6~7명의 의원까지 합하면 수적으로는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수준이다.
노무현 후보가 3일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정몽준 후보측에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본격적으로 탈당을 결행한 데에는 더이상 탈당을 미뤘다가는 후보단일화론의 주도권을 노 후보측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은 탈당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후보단일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가능하다면 자민련 김종필 총재, 이한동 전 총리, 민국당과 연대를 추진해 후보단일화가 성사되도록 두 후보에게 압력을 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탈당파 내부의 손익계산이 제각각이고 노무현, 정몽준 후보간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들이 끝까지 단일 대오를 형성, 단일화론을 주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단일화 방식 둘러싸고 盧·夢 입장차 뚜렷**
이들의 집단 탈당이 후보단일화론의 공론화에는 불을 당긴 것은 사실이나 단일화의 성사 여부는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간의 입장 조율에 달렸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노 후보측은 경선방식과 관련 5~6회에 걸친 권역별 TV 합동토론회를 거쳐 한번의 국민경선으로 끝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거인단은 당원은 배제하고 1백% 일반국민으로 구성하는 완전개방형 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지역별로 표준샘플을 선정해 본인의 동의를 얻어 선거인단으로 위촉하거나 희망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선방식이다.
노 후보측의 국민경선 제안은 조만간 지지율 2위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후보단일화론의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특히 후단협 세력에게 단일화론의 명분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정몽준 후보측은 노 후보가 제안한 국민참여방식의 경선에 대해 인위적인 선거인단 동원 가능성과, 후보간 사생결단식 흠집내기 등의 문제점을 들어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측은 두 후보간 합의를 통한 단일화가 최선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나 전화번호부상에서 전국적으로 고루 선정한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후보를 가리는 사실상의 여론조사 방식을 대안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화 실패하면 사분오열**
이처럼 단일화 방식을 둘러산 양측의 이견 조율이 불투명한 가운데 후단협 세력은 '공정한 방식으로 경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 외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완전 국민경선'을 원칙으로 세부적 방식과 절차를 조만간 제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들의 주장이 단일화론의 주도권을 형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단일화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탈당파들은 한나라당 입당, 이인제 의원 중심의 중부권 신당 모색, 국민통합21 합류 등으로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우선 예상되는 쪽이 한나라당행이다.
후단협과 사전 교감 없이 1일과 3일 후단협에 앞서 탈당을 결행한 강성구 김명섭 이근진 김윤식 의원등은 한나라당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아 사태 추이를 관망한 뒤에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나 지역구 여론 등을 이유로 한나라당을 선택, 후보단일화 대오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현재는 한나라당행 의사를 흘리고 있는 의원들이 이들뿐이나, 후보단일화가 물건너갈 경우 공천만 확실히 보장해주면 탈당파 가운데 한나라당행을 택할 인사들도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이인제파, '제2의 자민련' 도모하나**
이인제 그룹의 행보도 주목거리다. 이인제 의원은 정몽준 바람이 수그러들면서 민주당내 최대 수혜세력으로 분석되고 있다. 존재가치가 거의 희미했던 이 의원이 자신의 텃밭이었던 충청권을 무대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당파 내부에는 이인제 의원을 중심으로 이원집정부제를 명분으로 하는 중부권 신당을 추진하려는 흐름도 적지 않다. 최근 이인제파로 분류되는 8명의 의원들은 만나 8일 정기국회 폐회후 탈당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자민련 잔류의원 및 이한동 전 총리 등 무소속 의원들과 연대해 대선후 정계개편과 차기 총선을 겨냥한 독자 신당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나라당의 충청권이 내로라 하는 인사들로 '포화상태'여서, 한나라당에 입당하더라도 2004년 4월 총선의 공천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들은 독자세력화를 추진할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정가에는 이들의 결합을 통해 '제2 자민련'이 출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충청권의 송영진, 박병석 의원 및 이인제 의원 계보의 이희규, 원유철, 최선영 의원 등이 이같은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인제 의원은 아직까지 "연말까지는 무심정관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며 이같은 관측을 일축하고 있으나, 민주당 잔류나 한나라당을 선택할 경우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중부권을 거점으로 하는 독자세력 구축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몽준, 신당에 사재 출연할까**
마지막 가능성은 정몽준 진영으로의 합류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는 등 탈당 세력이 단일대오를 형성이 지지부진할 경우 그동안 정몽준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주장해온 이윤수, 송석찬 의원 등 일부 세력은 국민통합21로의 합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몽준 후보는 현재 노 후보와의 탈당정국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후단협 의원들의 개별 또는 집단 영입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후보는 특히 그동안 대선에서 지면 92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국민당이 그러했듯 국민통합 21도 공중분해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선 정 후보가 이같은 의구심 해소를 위해 국민통합 21에의 사재 출연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국민통합21로 합류될 의원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후보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이회창 대세론이 더욱 힘을 얻으면서 대선에서의 승리 가능성이 희미해져, 각 정파가 이번 대선보다는 2004년 4월 총선을 겨냥한 헤쳐모여를 거듭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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