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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노ㆍ반노파 20명 안팎 집단탈당키로

한나라당행, 중부권신당 창당 등 갈 길은 제각각

민주당 김명섭 강성구 의원이 지난 1일 탈당해 한나라당행을 예고한 데 이어,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소속 김원길 박상규 이윤수 이희규 설송웅 등 17명도 집단탈당을 예고했다.

민주당 비노·반노파의 '헤쳐 모여'가 시작된 것이다.

***'탈당 도미노' 사태 이어질 듯**

김명섭, 강성구 의원이 1일 오후 탈당의 첫 테이프를 끊음에 따라 탈당을 주저해왔던 후단협 소속 의원들의 '탈당 도미노'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후단협은 1일 오전과 저녁 각각 국회의원 회관과 시내모처에서 잇따라 모임을 갖고 3일 전체 회의를 열어 동반탈당 인원과 탈당 일정 등을 확정키로 했다.

후단협은 이날 모임에서 김명섭, 강성구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박상규, 김원길, 이근진, 이윤수, 장성원, 이희규, 김덕배, 박종우, 최선영, 송영진, 송석찬, 원유철, 유재규, 박병석 의원등 14명이 내주초인 4일과 8일 정기국회 폐회직후 탈당하기로 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박상천 최고위원, 유용태 사무총장 등 중진이 탈당하고 이인제 고문도 맨마지막에 탈당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나라당행을 택한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탈당파는 탈당 후 이한동, 안동선 의원까지 합쳐 독자적인 제3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간 후보단일화와 민주당, 국민통합 21, 자민련 등을 묶는 통합신당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후단협 소속 의원들의 탈당이 본격화됨에 따라 민주당은 사실상 분당 사태에 돌입했으며, 정치권의 이합집산으로 대선 구도가 또 한차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탈당 속셈 제각각, 후보단일화 성사 의문**

탈당파 의원들이 교섭단체를 구성, 후보단일화 압박에 나설 경우 대선구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들 집단탈당 의원 개개인의 속내는 후보단일화 추진, 중부권 신당 창당, 한나라당 입당 등 제각각이어서 커다란 정치적 변수로 작용하기란 힘들어 보인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그동안 후보단일화를 명분으로 내걸어온 후단협의 정체성을 여지없이 파괴한 것은 '한나라당행 파'이다.
강성구 김명섭 의원은 1일 탈당하면서 "앞으로 민주당 후단협 소속 의원들과 행보를 같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들의 탈당은 후단협측과의 교감없이 독자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의원 등은 그 대신 탈당 전에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두 의원이 당장 한나라당에 입당한다는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예산안 처리가 끝난 8일 이후 입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해 사실상 이들의 입당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밖에 민주당의 H, P, S 의원 등 2~3명의 의원들이 추가로 한나라당 행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다음 주목되는 집단은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온 이인제 파이다. 이인제 의원은 그동안 한나라당과 노무현 후보로부터 공개적 러브콜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취와 관련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던 이인제 의원은 송영진 박병석 원유철 송석찬 유재규 이희규 의원 등 측근의원 8명과 1일 저녁 모임을 갖고 오는 8일 정기국회 폐회직후 민주당을 탈당해 자민련 김종필 총재, 이한동 전총리 등과 함께 중부권 신당 창당을 추진키로 했다.

이인제 의원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몽준 바람이 꺼지면서 최소한 '중부권 지역맹주'가 될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내심 정몽준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주장해온 김원길 의원 등 나머지 후단협파는 최근 정몽준 바람이 급속히 사그라들면서 일단 중부권 신당을 중심으로 한 4자연대를 다시 살리는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가장 초조해진 쪽은 정몽준 후보쪽이다.

정 후보는 1일 저녁 이윤수 의원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고 광주방문 후 후단협 인사들을 적극 접촉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후보는 탈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영입작업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나, 최근의 급속한 지지율 하락을 볼 때 그다지 큰 성과를 기대하기란 힘들어 보인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盧측 "될 만하면 흔들고..."**

이처럼 탈당 움직임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노무현 후보는 1일 저녁 시내 한 호텔에서 김원기 정치고문, 신계륜 후보비서실장 등과 긴급히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회동이 끝난 뒤 김 고문은 "될 만하면 흔들고...배후세력 음모가 있는 것 같으나 음모가 정치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탈당인사들이 한나라당에 간다면 나쁜 사람들이고 그렇지 않다면 너무 상황판단을 못하는 것 아니냐"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후보 선대위 이미경 대변인은 2일 "탈당 의원들이 방향도 모른 채 양지만 좇아 다닌다"며 "후단협도 진정으로 명분을 갖고 단일화를 생각한다면 즉각 해체하고 노 후보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일부 의원들의 탈당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대선에 대한 당내 의견 차이는 그리 크지 않으니 탈당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를 방문 중인 한화갑 대표도 "많은 국민과 당원, 소속 의원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대선 승리를 이루자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당내외에 새로운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개별 행동을 자제하고 당내에서 중지를 모아줄 것을 호소드린다"고 말했다고 장전형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같은 후단협 의원들의 탈당은 노무현 후보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주는 측면이 있으나, 동시에 범동교동계 등 여타 민주당내 정파들의 동요로까지 확대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어 향후 정국풍향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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