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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통한 단일화, 夢 먼저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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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선 통한 단일화, 夢 먼저 받아라”

<김근태 인터뷰> “10월말 시한, 이대로 가면 냉전특권세력 승리”

요즘 김근태 의원의 행보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의 후보단일화론 때문이다.

민주당내 정통 개혁세력이라 할 수 있는 김 의원이 후보단일화 주장을 펼치면서 그의 개혁성이 후퇴한 것 아닌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정몽준 의원 측으로부터 당 대표 혹은 선대본부장 제안을 받았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19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장은 "국민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라고 밝혔다. 세간의 의혹은 그의 주장에서 "경선은 빼고 후보단일화에만 주목하기 때문"이라고 김 의원은 말했다.

***"이번 대선 최대목표는 냉전특권세력 집권 저지"**

김 의원은 "이번 대선의 최대 목표는 냉전특권세력의 집권을 막는데 있으며 이는 정몽준과 노무현의 후보단일화를 통해서 밖에 이뤄질 수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수의 대중은 배제한 채 이른바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들간의 합의를 통한 후보단일화는 성공할 수도 없으며 윈-윈게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몽준 후보가 먼저 경선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문제는 정치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최소 20일 정도가 소요되는 경선을 치르자면 10월말까지는 양측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지지부진한 상태는 "후보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각각 자기 쪽에 와서 해달라는 정치적 패권주의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른바 '노 후보 중심론'에 대해 김 의원은 "맞는 주장이지만 상황은 그렇게 안이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야당하면 어떠냐는 식의 주장 하는 분들은 밖에 나가 사회운동을 하거나 과거 민중당 같은 것을 해야지 민주당에서 그러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현 시대의 제1과제인 냉전특권세력 집권 저지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세력을 모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4자연대' 신당 추진에 대해서는 "특정인으로 사전에 합의해 놓고 세를 모으는 방식으로 한다면 정치개혁과 정당의 민주화 원칙에 훼손되는 것이므로 비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에 대해서도 "혁명적 정치개혁을 하겠다면서 자신을 후보로 해놓고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니까 후보로 떠받들어 달라, 그런 사람들이 함께하자는 것은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현재 자신의 '경선 통한 후보단일화' 주장이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두 후보 측에 이미 의사를 전달했지만 모두 거부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마지노선인 10월말까지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주장하고, 대중적 압력을 넣겠다고 했다. 그래도 안될 경우엔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생각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국회 의원회관 김 의원의 방에서 이뤄진 이날 인터뷰는 낮 12시부터 정관용 정치에디터에 의해 2시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후보단일화만이 희망"**

프레시안 : 지금 고민 중인가, 결론을 내렸나.

김근태 : 확고한 판단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경선을 통해서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 그것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20일 정도면 경선을 치를 수 있다고 방법까지 제안했는데...

김근태 : 이건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과 의지의 문제다. 다만 10월말이 지나면 국민과 당원들이 참여해서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어떻게 되냐면 후보 반열에 오른 사람들을 모아놓고 다수의 대중은 배제한 채 이른바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들끼리 결정해야 한다. 이건 정치개혁일 수 없다.

프레시안 : 최근 후원회 자리에서 87년 상황과 지금은 다를 수도 있고 유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른 점은 무엇이고 유사한 점은 무엇인가.

김근태 : 우선 이렇게 가면 냉전 특권세력이 승리한다는 것이 모든 여론조사의 일치된 결과다. 이점이 87년과 비슷하다.

근래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에서, 또 세계적 차원에서 새로운 질서가 모색되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른바 미국의 일방주의가 미국내 강경파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지도부들이 결단을 내려 일본 납치자 문제와 핵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 등을 고백했는데 이것이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는 쪽으로 가기보다는 위기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주목해야 된다.

미국의 강경파와 맞장구를 치는 세력이 한국의 정권을 잡는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지고, 냉전특권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암담해질 것 같다. 그런 점에서 87년과 상황이 비슷하다.

다른 점은 87년에는 양김씨가 절대로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국민적 요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후보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어떤 과정에서 분열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민적 압력이 그때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가 됐으면 좋겠다, 단일화가 되면 당신들이 이기는 쪽으로 국면을 만들어주겠다는 의사가 표출되고 있다. 87년에는 아주 강하고 공개적인 압력이 있었다면 지금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바람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 다음에 나는 87년의 시대정신이 민주화였다면 지금의 시대정신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이 다르다.

***"87년 시대정신이 민주화였다면 지금은 평화정착"**

프레시안 : 어쨌든 대상이 되는 사람이 노무현, 정몽준이 아니겠는가.

김근태 : 그 이외 사람도 가능하다.

프레시안 : 87년과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금은 우선 단일화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너무 다르다, 따라서 단일화 자체에 논리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김근태 : 일리 있는 지적이고 비판이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 70-80년대 온 국민이 민주화를 위해 나서고 정치인들이 고민할 때 민주화에 별로 기여하지 않았고 고민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그 점에 대해서는 본인이 해명해야 된다.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고 비판 받을게 있으면 비판받아야 한다.

또 한국의 대기업은 경제 성장에 기여했지만 많은 억압이 있었고 축적한 부에 대해 땀을 흘려 얻은 게 아니라 정경유착을 통한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과 비판이 있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진솔하게 답변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오늘의 시대정신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우리가 순결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는 점이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 공포정치를 주도했던 로베스피에르는 극단적인 순결주의에 빠져 프랑스 대혁명이 국민들의 곁을 떠났다.

내가 정몽준 의원을 변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은 시대정신의 변화를 민감하게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한다. 변심하라는 게 아니고 핵심을 간직한 채 미래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것이야 말로 승리하는 길이고 올바른 정치다.

프레시안 : 김 의원이 주장하는 '평화정착'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측면에서 과연 정몽준 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다른가. 다르다고 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김근태 : 다르다. 햇볕정책을 반대하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거기에 아마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또 지난 6월 월드컵을 평양에 분산 개최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도 있었다. 따라서 북한에게 개혁개방은 하라면서도 동시에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이 맹수가 되면 곤란하다는 식의 일관되지 않은 냉전적 특권세력의 철학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정 의원이 우리하고 똑같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순결성을 가슴속의 자부심으로 가지고 있기는 해야지만 그것만 주장하면 점점 좁아지고 좁혀지는 게 아니냐. 잘못하면 우리가 옛날, 지나간 시대의 사람이 될 가능성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순결주의만 주장하면 점점 좁아져"**

프레시안 : 최근 민주당 후단협, 정몽준 의원, 자민련, 이한동 전총리 등 '4자연대'가 공동신당 창당에 합의했다. 4자연대 모두가 함께 하는 대상이 될 수 있는가.

김근태 : 쉽지 않은 답변이다. 나는 현재 그분들이 하고 있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후보를 특정인으로 사전에 합의해 놓고 세를 모으는 방식으로 한다면 정치개혁과 정당의 민주화 원칙에 훼손되는 것이다. 비판해야 한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그들이 김 의원이 말하는 원칙에 동의할 때만 함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김근태 : 정치는 주장이 옳아도 힘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다른 데로 간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도 3-4월 조기경선 주장과 7-8월 경선 주장이 있었다. 당시 이인제 의원이 조기경선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노무현 후보 측도 동의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주장한 것처럼 7-8월에 경선을 치렀다면 지금과 같은 어려운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조기경선을 주장하고 여론을 몰아갔다. 그 주장을 한 사람들의 자기 고백이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경선에 나갔던 사람으로서 너무 뻔뻔하게 주장해서는 안 될 것 같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세가 있어야만 내가 주장하는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데, 세를 모으려면 얼굴 붉히고 싸워야 한다. 이게 김근태의 지금 딜레마다.

그래서 정말 깊이 고민해달라고 호소하고 싶다. 경선을 해야 국민이 참여하고, 밀실에서 담합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고, 한나라당이 DJ 양자다, DJ가 조정한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가령 김근태가 아무리 공정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거중조정을 하면 후보는 한사람밖에 되지 않는 건데, 다른 한쪽을 지지했던 국민들이 그 결과에 동의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현재 정치권 동향과 관련해 경선이 대단히 현실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나.

김근태 : 경선을 노무현도 반대하고 정몽준도 반대한다. 또 대선이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가능하냐는 주장도 있다. 이게 다 말이 된다. 그런데 그렇게 가면 내가 보기엔 87년처럼 우리가 기대하는 결과는 안 오고 그 이후 한반도는 굉장히 어둡고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 부분들을 생각해야 한다.

우선 정몽준 의원은 혁명적인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근데 자신을 후보로 해놓고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니까 후보로 떠받들어 달라, 그런 사람들이 함께하자. 이게 혁명적인 정치개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선국면에서 후보는 경쟁을 통해 정치적 뜻이 같지 않은 사람들로부터도 뽑힐 수 있게 하는 게 정치개혁일 뿐아니라 시장원리에도 맞다.

***"정몽준, 혁명적 정치개혁 약속 지켜라"**

두번째로 정몽준 의원이 지지율에서도 앞서나가기 때문에 먼저 프로포즈를 해야 된다. 혁명적인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정몽준 의원이 국민의 염원을 받아 경선을 하자고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통합의 리더쉽은 단순한 지지도가 아니라 먼저 기득권을 버리는 자기희생적 결단으로 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지금은 노무현 후보가 후보단일화는 없다고 얘기하지만 심각하게 상황을 재검토할 것이다. 나는 노무현 후보가 오늘의 이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결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기를 기대한다.

프레시안 : 정몽준 의원은 혁명적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자민련과도 함께 하려고 한다. 처음에 김 의원은 이른바 평화정착이라는 것으로 선을 그었는데 자민련도 함께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나.

김근태 : 정치는 때로 미시적으로 분석적으로 보면 절망적이 된다. 이른바 DJP연합을 해서 97년도에 정권교체를 의도할 때 개인적으론 굉장히 괴로웠다. 그때 민주세력이 주도하고 필승구도라면 감내하겠다고 했었다.

지금도 핵심 문제를 봐야 한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충청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에서 지지율이 1위가 아니다. 충청지역에서 이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 필승이라는 전략을 세우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충청출신 의원들 중에서 비교적 이미지가 높은 사람을 빼가고 있다. 이완구 의원이나 전용학 의원이 그 신호탄이었다. 민주당이나 내가 주장하는 평화세력 입장에선 저지해야 한다. 저지하는 정치전술로 (자민련이) 원칙에는 일부 위배되는 측면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같이 하는 정치세력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지난 경선 때도 처음에는 조기경선에 반대하다가 결국 참여하는 쪽으로 선택을 했다. 만약 대세가 경선을 치루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 현실 속에서 선택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때는 어떻게 하겠나.

김근태 : 우선 경선을 통한 새로운 후보 선출이 10월말까지는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그때까지는 세는 안 모일지 모르지만 호소는 할 수 있다. 지금 두세 사람이 결단하면 경선할 수 있다. 또 약간 협박일 수 있는데 양김씨는 단일화 안 했어도 정치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이번엔 국민의 기대와 바람을 받아들이지 않아 냉전특권세력에게 정권이 돌아가면 역사적 응징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아니고 상당한 다수가 요구하는 것이지만 이후에는 정치적으로 비판이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그리고 나선?

김근태 : 그리고 나서는 그때 생각하겠다.

프레시안 : 아직 그 상황을 가정하진 않았나.

김근태 : 가정해 본다. 하지만 그 애길 하면 힘이 빠진다. 그래서 그전에 절실하게 얘기할 생각이다.

프레시안 : 김근태 의원이 그동안 살아온 궤적을 봤을 때 왜 노 후보를 지원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다. 지금처럼 혼란스런 상황에서 노무현 후보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총단결을 해서 대선을 치루는 것이 맞고 또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후보단일화라는 이상적이며 현실적으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주장을 펴는 것이 결국은 노무현 후보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김근태 : 일리가 있다. 국민참여경선제로 뽑힌 후보인 노무현 중심으로 가자는 것은 참 맞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선이 끝난 다음에 민주당 후보가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정치무대 뒤로 물러나 있었다. 노무현이라고 특정하진 않았지만 정체성 있고 개혁성 있는 후보가 되길 바란다고 했고, 뒤에서 조직적으로 노무현 후보를 도왔다. 노 후보가 된 다음에는 새로운 진영이 짜이도록 경선 후보로 나섰던 사람은 비켜서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 공부하러 다녔다.

또 8.8 재보선 책임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처음엔 고사했었다. 나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잘 안되고 불똥은 엉뚱한데 튈 것 같아 고사하다가 다른 사람들도 다 싫어할 것이기 때문에 맡았다. 그 과정에서 노후보 하고 나하고는 좀 스타일이 다르구나 생각했다. 노 후보도 서운한 마음이 있겠고, 피차 그런 게 있다. 하지만 한발 물러서 있던 게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다. 8.8 재보선에서 내가 대책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 후보 중심 주장 맞지만 상황은 안이하지 않다"**

지금도 민주당 후보 중심으로 하자는 얘기가 맞다. 그런데 상황은 그렇게 안이하지 않다. 형식논리적인 주장으로는 안 된다. 우선 노 후보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맞고 김근태도 옹호한다. 하지만 그 주장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서 분란은 그치지 않는다. 왜 그런지 더 설명하지 않겠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사실 국민의 심판을 받고 사망선고를 받았다. 이것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대표도, 최고위원도 책임지지 않았다.

대선국면에서는 제일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후보다. 후보가 거듭 태어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후보가 참 아쉽게도 거듭 태어나지 못한 것 같다. 지금도 어떻게 후보가 거듭 태어날 것인가를 당원들이나 국민들에게 제시하면서 나를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 '법적으로 선출된 후보인데 왜 안 해' 이런 방식으로는 현 국면을 수습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다.

프레시안 : 지금 상황에서 후보가 거듭 태어나는 것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나.

김근태 : 잘못하면 비방이 되기 쉽기 때문에 참 얘기하기 어렵다. 한 예로 경선 과정이나 6.13 지방선거, 8.8 재보선 당시 노 후보가 했던 약속들을 민주당내 사람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

지금 정치인들이 불신받는 이유는 한번 기득권 세력이 되면 절대로 놓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다. 3김 정치를 끝내라는 것은 기득권을 가졌다가 그걸 과감하게 버리는 그런 정치인을 원하는 것이다. 이른바 노풍이 불었던 것도 노 후보에게서 그런 과감함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과연 그런 모습인가. 국민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노 캠프에 있는 분들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것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후보사퇴라고 해석해도 되겠는가.

김근태 : 그건 아니다. 나는 민주당 후보인 노무현이 사퇴하라는 얘기는 반대한다. 평화정착을 위해서 평화를 선택하는 모든 세력이 집결하기 위해서는 경선을 해야 한다. 근데 노무현 후보는 한번 경선을 한 사람이니까 억울할 것이다. 그래서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무현 후보를 모욕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해서는 날 샌다.

프레시안 : 지금 말씀하시는 국민경선이 가능하려면 원칙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 국민경선은 당이니까 원칙을 정했는데 지금은 서로 당도 다르고 한쪽은 당도 제대로 만들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걸 할 수 있는가.

김근태 :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내가 오래전부터 주장한건 거주지가 확인되고 원하는 사람이면 등록비를 내고 등록시켜 모든 사람에게 투표권을 보장해 주면 된다. 마저 설명을 하자면 투표는 하루에 하면 된다. 선거관리는 전국에 각 지역 선관위가 있으니까 용역비를 주고 맡기면 된다. 전국 6대 도시를 한 2-3일 간격으로 돌아가며 토론회를 열고, 그러면 한 20일이면 된다. 따라서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합당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얘기인가.

김근태 : 그건 아니다. 가령 민주당도 있고 준비위도 있는데 정치적 의지로 합의해 신당창당준비위를 만들면 된다. 선관위에 창당준비위로 등록하면 법적 능력을 갖게 된다. 이를 주체로 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다 흡수합당하면 된다.

프레시안 : 그 경선에 후보로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다 기회를 주고.

김근태 : 나는 그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방법론에 관해서 이런저런 생각이 있는데 구체적인 얘기를 자꾸 하면 여기서 조금 차이가 나고 저기서 조금 차이가 나서 굉장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 구체적인 생각은 이 정도 얘기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논점을 완전히 바꿔 보자. 정권을 냉전특권세력에게 넘겨주지 않는 것이 지금의 최대 목표라는 말씀인데, 상황인식이나 시대인식이 달라서 그렇겠지만 살아온 길도 다르고 노선도 다르고 등등 차별성을 들어서 차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차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재편되는 것, 그래서 새로운 정치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차이로 인해 그동안 민주당 안에서 이른바 민주당의 기득권 세력에 저항해 쇄신운동을 벌여오던 분들도 두 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합쳐도 부족할 판에 그 안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김근태 : 현상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가 나타나고 새로운 과제가 나타나면 선택은 서로 달라질 수 있다. 어떤 게 보다 역사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냐는 사후적으로만 정리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정치적 이해관계나 선입견, 편견에 발목 잡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알 수 있지만 정치는 그걸 사전에 예견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살아온 길이 다르니까 우리는 다르다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살아온 길은 달랐지만 앞으로 갈 길에서는 어떻게 다수가 될 것이냐. 이걸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말로만 고민해서는 안 된다.

***"개혁적 국민정당, 과거 민중당 노선으로 가는 것 아니냐"**

너무 비판적인 것 같지만 요사이 개혁적 국민정당 주장하는 분들이 얘기하는 게 과거 민중당 노선으로 가는 게 아니냐. 민주당내에서 민중당 노선이 한 계보는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전체를 민중당으로 바꾸겠다는 혹시 이런 생각이나 의도가 있다면 이건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당을 결정적으로 분열시킬 뿐 아니라 소수화 시킨다.

나는 민주노동당, 사회당 이런 당이 잘되기를 바란다. 그분들이 잘돼야 우리사회가 소수, 마이너리티의 이익과 가치도 반영된다. 그건 그분들이 하면 되는 것이다. 국민들 다수의 지지를 받아서 정권을 잡는다는 건 다르다. 여기서 혼란이 오는 측면은 없는가 되묻고 싶다.

프레시안 : 이회창 후보보다 정몽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게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더 나쁠 수 있다고까지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나.

김근태 : 나도 듣고 있다. 그런 분들에게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사람이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바로 옆에서 가까이서 경쟁하는 사람들이 더 밉다. 너무 감정적으로 가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두 번째 정치나 사회를 너무 영웅주의로 봐서는 안 된다. 개인적 역량과 퍼스낼리티는 현재와 같은 제왕적 대통령 하에서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세력을 보면서 얘기해야 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정책차이가 없다고 하면 납득하기 힘들다. 햇볕정책, 경제구조조정, 복지문제, 의약분업, 교육정책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부정하는 것은 정치를 희화화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차이가 아니라 정몽준 의원을 말하는 것이다.

김근태 : 지금 한나라당은 특권세력이다. 우선 국회의원 재산목록을 보면 대충 민주당의 다섯 배에서 열배쯤 있다. 그런데 그 맨 위에 정몽준 의원이 있다. 그러니까 비슷한 게 아니냐.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 점은 지적되고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통합시키는 우산은 평화다. 이 점에서 한나라당 후보보다 못하다 이런 얘기는 파괴적이다.

프레시안 : 김 의원은 민주당내에서 동교동계에 대해 가장 많은 비판을 해왔다. 요즘 동교동계의 행보를 보면 후보단일화라는 애매한 화두를 던져놓고서 뭔가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근본을 따지지 않고 보면 이런 점에서 동교동계와 김 의원이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김근태 : 잘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분들이 통일된 행보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분들이 전면에 나선다면 아주 상황을 그르칠 가능성이 있다. 떨어져서 자제하고 지금은 침묵해야 될 시간이다.

프레시안 : 정가에 떠도는 설 가운데 하나가 동교동계야말로 현 정권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정권을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누구보다 강하다. 어느 쪽이 되었건 정권을 지키는데 그나마 조금 가능성이 있는 쪽을 무조건 따라가려는 게 아니냐. 그러면서 최근 정몽준 의원 쪽으로 힘을 모으는데 서서히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심지어는 청와대 조정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 측면은 없다고 보는가.

김근태 : 경선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공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명백하게 거짓말이다. 경선에 참여했던 사람이 누구보다 잘 알지 않겠나. 청와대가 무엇인가를 기획하면 우리는 다 망한다. 그래서 그런 시도는 제발 없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동교동계 의원들은 당신들이 억울하더라도 지금은 침묵할 때라고 주장한다.

덧붙여 야당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데 좀 갑갑하다. 야당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정치인이 가져야할 덕목이다. 그러나 정치를 하는 정치세력의 입장에선 '야당해도 좋다, 끝까지 갈 데까지 가자'는 것은 정치 포기 선언이다. 그분들은 사회운동을 하시거나 민중당하시면 돼. 민주당에서 그러면 안된다.

프레시안 : 노무현 후보와 그 선대위에 있는 사람들도 그런 말을 하는가.

김근태 : 그건 아니다.

프레시안 : 당면한 시대의 제1과제 달성을 위해서 최대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에 차서 '야당해도 좋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뜻인가.

김근태 : 그렇다.

프레시안 : 김민석 전의원이 정몽준 의원쪽으로 합류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근태 :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그리고 좀 가슴이 아프다.

***"夢, 당 대표 제안 없었다"**

프레시안 : 정몽준 의원이 김근태 의원에게 자기 당 대표를 맡아달라고 제안했다는 설도 있다. 알고 있나.

김근태 : 기자들한테 들은 적 있다.

프레시안 : 그런 제안이 없었나.

김근태 : 있다 없다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몽준 의원이 혁명적 수준의 정치개혁을 해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경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그걸 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의미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지금 김 의원 말을 들어보면 실제로 그런 제안이 있었던 것 같다.

김근태 : 그런 제안은 없었다.

프레시안 : 민주당이 노무현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선거를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이제는 그 방법론이 냉전특권세력의 집권을 저지하는 것으로는 완전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나.

김근태 : 완전히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건 아니고. 그 주장이 옳고 그런 노력을 하는 분들에 대해서 평가하고 존경한다. 다만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지 않고 이런 과정이 여러번 쌓여 당내에 냉소가 생겼다.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책임지라고 할 때 책임을 안지고 이제 와서 뭘 요구하느냐" 이런 도덕적 냉소주의가 가득차 있어 민주당 내가 어지럽다.

프레시안 :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 주장이 결국은 10월말까지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냐고 보는 분들도 있다.

김근태 : 시간을 끈다는 건 무슨 애긴가.

프레시안 : 현재 서로가 어떤 선택들을 내려가는 상황 아닌가. 결국 어느 쪽이냐 선택해라 막 윽박질러지는 상황 아닌가. 거기로부터 피해있기 위해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이지, 실현가능성은 결국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요즘 보이는 양상은 정치적 패권주의 아닌가"**

김근태 : 3김 정치를 우리가 비판하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패권주의 정치를 비판하는 것이다. 지금은 패권주의정치가 끝났나. 오늘 보이는 양상은 정치적 패권주의하고 얼마나 다른가. 한번 특정한 지위에 오른 사람은 그 권한을 다 행사해야 하는가. 국민의 요구와 바람이 모든 여론조사에서 동일하게 나오고 있다. 후보단일화 반대하는 숫자가 2-3%정도 더 많지만 민주당을 지지하고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후보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 계층적, 지역적 분포도를 보면 그게 명백하게 드러난다.

프레시안 : 소위 386세대 등 개혁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이 현재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의원 같은 분이 어떤 방향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라는 주장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좀 거리가 있다. 이미 몇 달전에 나왔던 것 아닌가.

김근태 : 몇 달전에 나왔어야 되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을 때.

프레시안 : 아니, 8.8재보선 이후에 후보재경선 논의가 한참 있지 않았나. 물론 당내 논의이긴 했지만. 그리고 노무현 후보가 누구든지 와라 재경선할 용의가 있다 하지 않았나. 그 시점에 오히려 정몽준 의원 당장 들어와서 재경선에 임해라 했어야 맞지 않나. 그런데 이제 와서 실현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이는 경선 주장을 다시 한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 즉 김 의원이 비전을 주기를 기대했는데 비전은 커녕 뭔가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실망감이 있을 수 있다.

김근태 :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한다.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쌈박한 하나의 해결책은 없다. 그러나 경선을 정몽준과 노무현이 받아들이면 이건 쌈박해진다. 그래서 두 사람이 혹시 정치적 패권주의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후보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각각 자기 쪽에 와서 해 달라 이런 것이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8월 당시 민주당 내에 들어와서 재경선을 하자는 것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말이 된다. 하지만 6.13지방선거와 8.8재보선의 참패에 대한 평가가 나는 정치적 사망선고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사실상 죽은데 들어와서 하자는 애긴데, 그건 정치적으로 무능력한 것이다. 그때 발언할까 몇 번 생각했다. 9월 중순까지는 아무소리 안했다. 그러다 9월 17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10월말에 가서 후보단일화 실현하기 위해 자유로운 위치에 있겠다고 했다. 선대위 꾸려야 하지만 분열적 선대위가 꾸려져서는 안된다. 또 다른 한편에 국민통합신당을 추진하고자 하는 분들의 열정을 이해하고 싶지만 탈당을 전제로 하거나 그걸 무기로 삼아서는 안된다. 그러면서 나는 10월말쯤 후보단일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자유로운 위치에 있겠다고 말했다. 어느날 갑자기 얘기한 것은 아니다.

프레시안 : 사적 루트를 통해 정 의원이나 노 후보 측에 '경선 통한 후보단일화' 방안을 제시한 적 있나.

김근태 : 그렇다.

프레시안 : 양쪽의 반응이 나왔나.

김근태 : 다 거부한다.

프레시안 : 10월말 이후에 말씀하신 구상이 실현되지 않으면 노.정 어느 쪽을 선택하는 방향이 되겠는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가능성이 있는가.

김근태 : 그때 가서 함께 정치하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눌 생각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10월말까지 안되면 시간이 없어서 안된다. 최소한도 20일이 필요하다. 후보등록이 내달 27-28일께다. 10월말 넘어가서 발언권이 있는 정치인들이 결정하면 정치개혁하고는 한참 멀어진 것이다. 아마 김근태는 그런 방향으로라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도 안 되면 어떤가. 정치에서 한발 빼야 되는 건가.

프레시안 : 10월말까지 경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이후에라도 논의를 통한 후보단일화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말인가.

김근태 : 아니, 새로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아야 냉전특권세력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가능성이 나온다. 그 외에 어떤 방식도 내 감각에 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절망스럽다. 여기까지다. 굳이 물으니까 그런 미련은 남겠다는 말인데, 그때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겠다.

프레시안 : 어느 한쪽을 선택해서 압도적으로 앞서서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결국은 경선이 아니라 민심에 의한 자연적 후보단일화가 되지 않겠느냐. 김민석 전의원의 주장도 그런 논리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근태 : 나는 우선 그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분열되고 정치에 대해서 국민이 냉소하는 상황으로 갈 거다. 후보반열에 오른 사람들을 함께 명예스럽게 해야 윈윈 게임이 되지 어느 한쪽에 모욕적인 상황을 만들거나 버티는 상황을 만들면 희망은 없다.

프레시안 : 두 사람에게 경선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건데 노 후보측에서 먼저 받겠다고 했는데 정 의원이 안받겠다고 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그런 특정한 상황이라면 받은 쪽과 함께할 것인가.

김근태 : 어느 한쪽이 받으면 다른 쪽이 안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과 정치권으로부터 받지 않는 쪽에 강한 압력이 들어올 것이다.

프레시안 : 10월말 이후 상황에서 최소한 비전을 줘야 되지 않는가 이런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김근태 : 비전이라기 보단 방법인데, 이런 갑갑한 정치적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 그런 건 없다. 만약 냉전특권세력한테 정권이 넘어갔을 때 정치세력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가 지불해야하는 대가가 얼마나 혹심할 건인지... 양김씨는 대통령이 되서 개인적인 바람은 충족시켰을지 모르지만 역사 속에 분열 후유증이 이미 기록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후보단일화 안되면 87년 실패 반복된다"**

프레시안 :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면 마치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김근태 : 유감스럽다.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분들 중에 노무현 후보를 반대한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분들의 순수함이 잘 전달 안 되는 측면이 있다. 내가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면 경선은 안보고 후보단일화만 본다.

국민경선제는 충분히 변화가능성이 있다. 지난 민주당 경선 때도 90%정도의 사람들이 이인제 의원이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지난 경선에서 나와 노 후보가 후보단일화해야 한다고 천정배 의원 등 노 후보쪽 의원들이 성명서를 발표한 적 있다. 그런 단일화 요구를 받았을 때의 아픔을 기억하기 때문에 현재 지지율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후보단일화 요구가 노 후보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래서 발언을 안 하려 했고 발언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심지어 경선을 위한 후보단일화 주장도 김 의원이 정몽준 당으로 가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있다.

김근태 : (몹시 분개한 표정으로) 아까 살아온 길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 중에 김근태 같이 고난의 길을 살아온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다. 여기는 그 사람들의 뿌리가 아니라 고난과 역경의 길을 살아온 사람들의 터이고 뿌리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는가.

김근태 : 한 사회가 옛날의 잘못을 복수하기 위해서 기억해서는 안 되지만 미래를 잘 열어가기 위해서는 지난날의 과오나 지난날의 실패를 기억해야 한다. 거듭 얘기하지만 87년과 성격은 분명히 다르지만 이렇게 가면 냉전특권세력이 집권한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여론조사를 보면 그쪽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50% 넘지만 그 여론조사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루면 한사람은 매번 승리하고 다른 한사람은 때때로 승리한다. 후보단일화를 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데 이것에 대해서 응답하지 않는다면 87년의 반복된 실패다. 87년의 실패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힘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점을 가슴에 담아줬으면 한다.

프레시안 : 장시간 인터뷰에 감사한다.

김근태 : 내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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