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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대선, 87년 상황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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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대선, 87년 상황과 닮았다?

<전문가진단> 15년 거리 둔 ‘후보단일화론’ 정당성 검증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탈당 결행이 임박하면서 정치권 대선판세는 하루하루 격한 요동을 치고 있다.

더욱이 17일 후단협 소속이 아니었던 김민석 전 의원이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며 탈당하고, 이에 대해 임종석 의원 등 386 소장파들이 '배반자와의 절연'을 선언하면서 후보단일화파와 노무현파로의 당내 분열이 더욱 극명해지는 양상이다.

논점은 분명하다.
"3자 구도는 필패로 귀결되며 기득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후보단일화를 이뤄내야만 한다"는 논리, 그리고 "민주적 정통성에 바탕을 둔 국민경선에서 당선된 노무현 후보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논리가 맞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개혁세력의 대표격인 김근태 의원이 이 논란의 한복판에서 화두를 던졌다.
16일 자신의 후원회에서 "이번 대선의 성격은 지난 87년 대선과는 다르지만 1대2로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양상이 비슷하다"며 87 대선과 2002 대선을 비교선상에 놓은 것이다.

김 의원은 이어 "냉전 기득권파가 집권하는 것을 막고 시대정신인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많은 난관이 있더라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후보단일화론 편에 섰다.

그러나 이 논란은 민주당 내부 뿐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미치며 확대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87년과 2002년 과연 등치비교할 수 있을까? 5명의 정치전문가에게 물었다.

***"노무현과 정몽준은 정체성이 다르다"(시사평론가 유창선)**

87년 대선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87년 당시는 양김간에 군정종식과 민주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 또 두 사람이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었던 후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노무현, 정몽준 후보간에 공동의 목표가 사실상 없다.

현재 단일화의 근거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집권을 막는다는 것인데, 이것이 군정종식과 민주화와 같은 절대적 가치라고 보기 힘들다. 또 두 후보의 정체성이 상당히 다르다. 정몽준 후보는 노 후보보다는 이회창 후보에 가깝다.

민주당내 재야출신 의원들의 후보단일화 요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현재 민주당 재야출신은 노 후보를 지지하는 쪽과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는 쪽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데,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은 뚜렷한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정체성과 정몽준 신당 정체성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설명할지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절차적 측면에서 후보단일화 요구는 문제가 있다. 노 후보는 국민경선이라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후보다. 이를 부정하는 건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룰을 어긴 것이다.

***"87년 상황에 준하는 단일화 요구 거세질 것"(시사평론가 박상병)**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같다고 볼 수도 있고 다르다고 볼 수도 있다.

87년 대선은 민주화 세력과 반민주화 세력의 싸움에서 민주화 세력의 대동단결을 주장했다. 지금 민주당에서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평화민주세력과 냉전수구세력간의 싸움'이라고 이번 대선을 규정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냉전수구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노무현, 정몽준 후보는 평화개혁세력이라고 묶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의 후보단일화 논쟁은 큰 틀에서 보자면 87년 후보단일화 논쟁과 같다.

그러나 87년 당시는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은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는 큰 화두였지만 이번 대선은 그런 대립점이 아니라 선거전략적 측면이 강하다. 평화민주세력과 수구냉전세력간의 대립은 선거전략의 고리라고 볼 수 있다.

개혁세력이 아니라는 측면에서는 정 후보는 노 후보보단 이회창 후보와 더 가깝지만 정 후보가 완전히 개혁성을 거부한다고도 보기 힘들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냉전수구세력과 평화개혁세력이라는 대립구도에 대해 인정한다면 87년 상황에 준하는 단일화 요구가 거세질 것이고, 노. 정 후보 둘 다 여기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노무현 후보가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라는 점에서 정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 후보가 끝까지 단일화를 거부하면 누구도 밀어낼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자들이 노 후보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가장 큰 이유는 노 후보의 개혁성 때문이 아니라 본선 경쟁력 때문이었다. 영남 후보이고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니까 호남후보나 이인제 의원 대신 노무현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 자체가 잘못됐다, 본선경쟁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니까 분란이 일어난 것이다. 노 후보를 밀어내자니 어렵고 명분만 지키고 끝까지 가자니 질 것 같고.

정당 민주주의라는 명분과 수구냉전 세력의 집권을 막겠다는 두 가지 명분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둘 다 명분 싸움인데 어느 것이 큰 명분이냐는 아마 국민여론을 따라갈 것이다.

***"후보단일화 속내는 야당생활에 대한 두려움"(경희대 김민전 교수)**

한나라당 중심세력은 구 민정계 세력이다. 노무현, 정몽준 후보는 포스트 개발시대 세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를 바탕으로 후보단일화를 주장한 것이라면 나름대로 근거는 있다.

또한 그동안 정당구도 변화를 보면 메이저 이슈가 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점차 경제보다는 사회적 이슈의 비중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그중 이회창 후보와 단적으로 차별되는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공통점은 대북문제다. 관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북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한 후보 단일화 논리도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이 이같은 이회창 후보와의 정책적 차이로 인해 후보단일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분명 아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후단협 주장이 나온 배경에는 야당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 정치자금이나 인사권 등에서 여당 프리미엄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기득권을 쉽게 포기하기 싫다는 속내다.

이런 측면에서보면 87년 상황과 현재의 후단협 주장은 동일화하기 힘들다.
당시 양김은 오랜 시간동안 민주화라는 동일한 목표를 위해 함께 활동해 온 공통분모가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그동안 걸어온 정치적 행보에서도 공통점이 크지 않고 정책적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지 않나.

***"현실논리와 단일화의 정당성이 전제돼야…"(21세기 한국연구소 김광식 소장)**

강력한 야당후보에 대해서 반창연대를 성립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87년 후보단일화 논리와 유사점이 있다. 후단협의 논리는 87년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반창연대를 강화하자는 얘기다. 반면 노무현 후보 진영의 논리는 노선 중심의 정당운영이다.

이같은 현실논리와 단일화의 정당성이 충분히 성립돼 명분과 실리를 얻을 수 있다면 87년 상황과 유사하게 진행될 수 있다.

현재는 '노선중심론'과 '반창연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노무현 후보가 25%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11월 초까지는 무게중심이 확연히 구분될 것이다.

그러나 87년 단일화의 대상이었던 김대중, 김영삼씨와 달리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살아온 인생이 너무 다르다. 또한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세력 가운데는 단일화의 역사적 정당성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행동이 있다는 점도 87년의 순수성과 다른 측면이다.

***"후보단일화라는 동일한 단어를 쓰지 말라"(시사평론가 손혁재)**

87년 후보단일화와는 분명히 다르다. 당시 양김은 독재타도를 위해 손을 잡고 함께 일을 했다. 따라서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 내에서 두 사람은 분열되면 안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단일화는 전혀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을 단지 지지도를 가지고 합치자는 주장이다. 좀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국민경선을 통해 뽑아놓은 노무현 후보를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정몽준으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후보단일화라는 동일한 단어를 쓰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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