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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夢, 개혁성보단 勢 확산?

<심층분석> 유창순 前총리 영입한 속사정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 21'이 16일 발기인대회를 갖는다. 창당준비위원장은 유창순 전 총리(84)가 맡았다.

발기인으로는 전 의원 16명을 포함 전직 관료, 경제계, 학계, 문화·연예계 인사, 예비역 장성 등 각계 각층 인사 4천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발기인대회장에도 1천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 창당이 본궤도에 오르는 축제일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정 의원은 속이 탄다. 창당의 깃발을 높이 올렸지만 앞길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대선 슬로건은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으로 요약된다. 정치개혁과 국민통합. 일견 같은 내용일수도 있지만 서로 모순될 수도 있는 개념이다. 개혁엔 선명성이 필요하다. 아무나 함께 할 수 없다. 반면 통합은 과거를 포용하고 감싸안아야 한다. 뜻만 같다면 누구라도 함께 해야 한다.

여기서 충돌한다. '국민통합 21'의 세를 키워야 하느냐, 개혁적 선명성을 강조하며 홀로 가야 하느냐.

정 의원이 대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된 이 고민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속이 탄다. 그 속내를 들여다 보자.

***'새로우면서도 불안하지 않은 이미지'가 鄭風의 바탕**

정 의원이 30%대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선두를 다투는 힘은 구시대 정치와 구별되는 '참신함' 때문이다. 4선 의원이지만 주로 무소속으로 활동하며 3김정치의 이전투구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 또 월드컵 이미지 효과까지 덧붙여져 그의 '참신함'을 강화시킨다.

동시에 정 의원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부족한 '안정감'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재벌2세로서 기득권층에 속하고, 대기업을 직접 경영해본 경험도 힘이 된다. '안정감'이 아니라면 적어도 '불안하지는 않은 후보'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런 정 의원의 이미지는 '새로우면서 동시에 불안하지 않은 지도자'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심리와 맞아떨어져 '정풍'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걸로만은 부족하다. 대통령에 당선되기에는 아직 '힘'이 약하다. 여전히 단기필마인 것이다.

정 의원이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나아가 당선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단기필마로는 곤란하다. '힘', 정치적 세력을 키워야 한다. 불가피하게 정치인들을 끌어 모아야 한다. 함께하는 세력이 미미할 때는 유권자들에게 '정말 당선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없다.

하지만 자칫 구 정치인들과 잘못 손을 잡았다가는 과거 '노풍'이 그랬던 것처럼 '정풍'도 수그러들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그의 딜레마가 출발한다.

***'참신성' 고집하며 몰려드는 의원들 거부**

"한나라당에 두 의원이 입당한 것은 태평양에 물 한방울 떨어진 만큼 별게 아닌 것이다."

정몽준 의원의 한 측근은 14일 민주당 전용학, 자민련 이완구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에 대해 이처럼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반응했다.

정몽준 의원도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통합을 목적으로 새로운 정치혁명을 함께하기 위해선 야합이나 담합으로는 안되며 혁명을 하겠다는 생각이 중요하다"며 "당을 같이하는 사람은 최소한 신뢰성과 정체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같은 입장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정몽준 의원측은 신당 정체성을 '개혁세력 중심론'으로 정하고 자민련, 민주당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등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

정 의원은 지난 9일 "변절과 배신의 경력을 가진 정치인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10일 후단협에 대해 "정치가 전진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건지, 개인적으로 정치판에서 건수를 올리려고 하는 건지 구별해야 한다"며 이른바 '옥석구분론'을 거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옥석구분'까지 해가며 '개혁성'만을 강조하기에는 정 의원 스스로가 부족하다. 4선 의원이지만 정치적 행보나 입장이 불분명했던 정 의원이 대선에 나서면서 '개혁'을 외친다 한들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개혁성'은 이미 노무현 후보가 선점한 이미지다. 게다가 노 후보는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갈수록 개혁적 차별성을 강화하고 있다. 노 후보가 '대북 밀지원설'에 대해 '정경유착'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정 의원을 맹공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이러다 외톨이로 힘을 잃을 우려가 크다. 자신에게 충분한 자산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개혁성'만을 고집하며 계속 정치적 연대를 거부하다가는 이도저도 다 놓칠 공산이 큰 것이다.

***유일하게 러브콜 보낸 박근혜로부터는 냉대받아**

그래서 유일하게 정 의원이 매달려 온 상대가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였다. 앞서 거론한 '참신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박 대표는 정 의원의 연대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박 대표는 15일 "정 의원을 지켜보니까 정체성을 잘 모르겠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가는 것 같아 지금으로선 (연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정 의원이 회동을 제의한 사실을 전했으나 "특별히 만날 일이 있겠느냐"고 회동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박 대표는 정 의원의 연대 제의를 고사하는 것에 대해 강신옥 단장의 존재를 거론하고 있다. "아버지를 시해한 사람을 의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정 의원의 핵심인사"라는 것이 못내 불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출마를 생각하지 않고 있는" 박 대표가 JP, 이한동, 민주당내 반노파, 민국당 등 구 정치인들의 집합소가 될 수도 있는 정몽준 신당에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다.

박 대표는 "한달 안에 내가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어떤 길을 택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지지후보가 없으면 지지하지 않는 것도 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이번 대선에 직접 참여를 포기한 마당에 박 대표로서는 다음을 노릴 수 밖에 없다. 다음을 위해 어떤 처신이 바람직한가. 이쪽 저쪽 기웃거려 몸을 더럽히느니 홀로 남더라도 자신의 이미지를 보전하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훨씬 커 보인다.

또 설령 선택을 내린다 해도 그 시기는 대선에 임박한 막바지가 될 것이다.

박 대표가 정계에 입문한 것은 지난 97년 대선을 불과 일주일 남겨둔 12월 10일, 당시 이회창 후보 지지선언을 내며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부터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개혁성' 포기하고, '세력화'에 나서나?**

이처럼 다른 정치인들은 배척하고, 러브콜을 보낸 박 대표로부터는 냉대받으면서 정 의원은 여전히 혼자다. 4천여 발기인을 끌어모았지만 '정치적 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한다. 유일한 현역 의원으로 참여했던 안동선 의원 조차 발기인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통합 21' 추진위는 15일 창당준비위원장에 유창순 전 총리를 내정했다.

추진위측은 "경제가 어려운 만큼 그동안 경제 발전을 위해 애쓰신 유 전 총리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왠지 옹색하다. 84세의 원로가 '참신성'이라는 이미지를 대표하기엔 무리라고 보여진다. 오히려 '개혁세력 중심론'을 일정정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될 여지가 다분하다.

유 전 총리는 정.재계를 두루 거친 원로급 인사지만 '참신성'이나 '개혁성'의 잣대로 보자면 부적절한 인사다. 5.16 쿠데타 직후 한국은행 총재를 지냈고, 박정희 정권 아래서 상공부 장관,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냈다. 5.17 이후 전두환 정권시기에 무역협회 회장을 거쳐 국무총리, 적십자사 총재를 지냈다. 전형적인 구시대 인사다.

이와 관련 정 의원측 핵심인사인 이철 조직위원장의 자세변화도 주목된다.

지난 12일 이윈컴과의 인터뷰에서 "신당 정면에는 정치적 명예혁명이라는 새로운 정치를 함께 할 사람을 배치하겠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었다. 그러나 14일 전용학·이완구 의원의 한나라당행을 접하고는 "우리가 현역의원을 가리는 것처럼 잘못 비쳐지고 있으나 현역의원은 다 환영"이라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취했다.

정 의원이 '개혁' 보다는 '통합'쪽으로 물꼬를 돌린 것인가? '참신성' 보다는 '집권가능성'을 노린 정치적 세력화에 나선 것인가? 이제 무차별 영입이 시작되는가? 그때 정 의원의 지지율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번 대선의 핵심 변수인 정 의원의 앞날에 놓여진 궁금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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