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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권말기 재벌개혁 후퇴 바로잡아야”

<경실련토론회> 노무현, 反盧 결별가능성도 시사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8일 경실련 주최 '대선후보 정책검증-경제토론회'에 참석해 재벌개혁 및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밝혔다.

이날 노 후보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즉각 도입 ▲계열분리 청구제도 도입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로 강화 ▲사외이사 경력기준 등 강화 ▲금감위원장·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 대상 포함 등 개혁적 정책들을 내놨다. 정책내용면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정몽준 의원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노 후보는 또 후단협 구성 등 민주당 내분 사태에 대해 "최대한 설득하겠지만 안되면 안되는 대로 상황을 받아들이겠다"며 "그동안 망친 정치판을 제대로 개혁하겠다고 하는데 여기에 동의하지 못하고 따로 가겠다면 감수하겠다"며 반노·비노 세력과의 결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벌개혁 과거회귀 시정"**

노 후보는 이날 오전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권 말기에 들면서 각종 규제장치들이 퇴색하고, 재벌기업들의 선단식·황제식 경영이 재연되는 한편, 편법을 이용한 상속과 증여가 이뤄지는 등 재벌정책이 과거로 회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 대기업집단의 왜곡된 지배구조와 불투명한 경영, 불공정 경쟁, 부당 세습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상호출자·상호지급보증 금지제도 등 재벌규제정책은 그대로 유지하되 "대기업 그룹의 경영형태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할 만큼 개선되고 정부의 감독기능과 시장에 의한 감시기능이 작동되면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또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제도의 개선을 주장했다. 노 후보는 "2001년말 현재 경영진에 의해 선임된 사외이사가 80%를 넘고 의안찬성률은 99.3%에 달한다"면서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된 전문성과 경력기준 등이 보강돼야 하며 성과에 대한 보상기준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또 "중장기적으로는 금융전업그룹을 육성하되 금융회사를 이용한 계열기업간 불공정 자금지원을 억제할 것"이라며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금융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금융감독기관이나 공정거래 당국이 법원에 해당 금융기관의 계열분리를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계열분리청구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후보는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의 조속한 시행을 주장하고,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로 전환도 요구했다. 노 후보는 "현 유형별 포괄주의로는 편법적인 상속·증여를 막지 못하고 있다"며 "완전포괄주의로 전환해 편법과 탈법을 통한 부와 경영권의 부당한 세습을 막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이런 개혁적 정책을 강조함에 따라 대다수 보수적 중산층들이 거부감을 느낀다"는 지적에 대해 "투명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것이 제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이는 세계 어느 국가를 보더라도 좌파 정부가 아닌 합리적 우파정부가 주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제가 주장하는 정책 중 어떤 것이 중산층의 이해와 배치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노 후보의 이런 입장은 지난 1일 첫 번째 토론자로 참석했던 이회창 후보가 재벌개혁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는 노 후보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색깔에 충실한 경제정책을 통해 이회창 후보, 정몽준 의원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자신의 '개혁성'을 강조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원 탈당 감수하겠다"**

노 후보는 이날 재벌개혁 정책 뿐 아니라 부패척결 및 정치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도 표명했다.

노 후보는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강력한 조사권이 주어진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대선자금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단 시민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1백만원 이상 후원자에 대한 명단 공개'에 대해 "1백만원 이상 납부자 명단 공개는 한국 현실에 맞지 않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노 후보는 후단협 구성 등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 내분 사태에 대해 "최대한 설득하겠지만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상황을 받아들이겠다"며 일부 의원들의 탈당을 기정사실화 했다.

노 후보는 "나보고 덧셈정치를 하라고 하는데 보태지 말아야 할 사람을 보태면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된다"며 "그동안 망친 정치판을 제대로 개혁하겠다고 하는데 여기에 동의하지 못하고 따로 가겠다는 사람은 감수하겠다. 감수해야지 정치가 바뀌는 것이라면 상황을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대선후보들도 검증받아야 한다"**

노 후보는 이날 자신의 개혁성·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이회창 후보를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

정치권의 부패 문제와 관련, "문제는 정경유착"이라며 "우리 사회에는 그렇게 살아온 집단이 있다. 5년전 비자금을 받아서 대선자금 다 마련해 놓은 사람들이 지금 부패정권 척결을 주장하고 있고 그것이 먹히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이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노 후보는 이어 "내 경우 일가친척들 다 따져 봐도 1천만원만 들어가도 숨길 수가 없는 얇은 통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그러나 수백억원이 들어가도 찾기 어려운 주머니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이게 (부정부패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또 "국무총리는 이틀씩이나 검증받는데 대선후보들은 왜 검증을 회피하느냐"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성실한 자세로 국민들 앞에 철저히 검증받아야 한다"고 이 후보와 정 의원 모두를 공격했다.

노 후보는 "오늘날 수많은 활자매체가 대선 후보들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만 주요 언론들이 악의적이며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며 반론의 기회조차 주지 않아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고 있다"며 "진정 지도자가 되려거든 친화적 매체의 그늘에 숨으려 하지 말고 국민들 앞에 정정당당히 나서라고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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