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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갈수록 선명해지는 개혁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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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盧, 갈수록 선명해지는 개혁 행보

‘인적청산론’ 제기, ‘국민참여운동본부’ 발족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행보가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개혁성을 앞세운 이른바 '노무현 칼라' 강화로 승부수를 걸겠다는 것이다.

당 선대위 산하 정치개혁추진위원회는 7일 오후 '민주당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기조발제자로 나선 천정배 의원(정치개혁추진위 총간사)는 "민주당과 정권관련자들의 부패행위에 대해 우리 내부의 책임을 명백하게 가려내 응분의 책임을 지워야 한다"며 '내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천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2일 조순형 정치개혁추진위원장의 '낡은 정치세력 전면교체' 발언에 이은 '인적청산론'으로 구주류와의 단절을 통해 '개혁색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선언이다.

또 노무현 후보의 대선 전위조직격인 '국민참여운동본부'(본부장 정동영.추미애)가 이날 현판식을 갖고 공식출범했다. 지난 국민경선때 '노사모'가 노풍의 진원지가 됐듯이 '자발적인 지지자'들로 구성된 1만 동호회, 10만 청년특보단, 1백만인 서포터즈 등을 통해 '노풍'을 재점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노 후보측은 기존의 지구당 조직 가동방식이 돈선거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높고, 당내 갈등 때문에 총력가동도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대선후보 경선 때처럼 국민의 참여를 끌어내는 쪽에 승부를 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주도 세력의 '신 기득권화'로 위기 촉발"**

천 의원은 이날 '민주당, 죽기를 각오하고 거듭 나야 한다'는 기조발제문을 통해 "민주당 위기의 내부원인은 낡은 권력정치 행태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우리 당을 포함하는 정당의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민주당을 주도해 온 세력·인사들은 집권 후 '신(新) 기득권화'했다"면서 ▲이들이 낡은 행태를 버리지 못한 채 당정 요직에 참여해 견고한 세력을 구축하고 ▲비공식 라인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 국정운영의 무능과 후퇴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그 결과 부실한 공직인사, 특검제 도입 등 권력기구 개혁포기, 권력형 비리 및 공직자 부패척결을 위한 제도개선 노력포기 등이 초래됐고 이는 민심이반으로 연결됐으며 결국 대통령 아들 등 권력주변 부패문제로 확대 재생산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최근 '후보단일화'나 '통합신당' 추진에 대해 "당의 지도부와 국회의원들 상당수는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무원칙한 내분과 대립 양상을 보여 왔다"며 "민심이 멀어진 이유에 대한 자기반성은 하지 않고 명분이 없는 과거회귀적 잡탕식 세력의 집결에 급급하는 것은 올바르지도 않지만 민심회복이나 선거승리에 성공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1주일 안에 개혁 단행해야"**

천 의원은 이어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당의 강령에 명시된 바와 같이 '중산층과 서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개혁적 국민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되살리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당내 분파행동 중단 ▲내부책임자 문책 및 부패방지 제도개선안 입법 ▲100만당원 1만원 이상 당비납부 ▲전당원 인터넷투표제 ▲당내 회계감사제 운영을 통한 재정 투명화 등을 구체적인 당 개혁방안으로 제시했다.

천 의원은 이어 "대선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며 "1주일 이내에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민주당 회생은 불가능하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후보, 국민참여운동본부 공식출범**

한편 노무현 후보는 7일 대선 전위조직 성격을 지닌 국민참여운동본부 현판식을 가졌다.

국민참여운동본부는 앞으로 샐러리맨.자영업자.주부.전문가.대학생 등 청년생활인을 중심으로 '1만동호회, 10만 청년특보단, 1백만인 서포터즈 모집' 운동과, 1인1만원 회비납부를 통한 1백억원 모금 캠페인을 통해 선거운동 자체를 정치개혁의 과정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호주제 폐지나 사형제 폐지 등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주요 정책들에 대한 전당원 인터넷 투표도 실시할 계획이다.

노 후보는 이날 발족식에서 "정치인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한 것이라고 자만했는데 그것은 국민의 힘이었다"며 "정치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정치를 해온 결과가 오늘의 현실인 만큼 겸허한 마음으로 사죄하고 국민 앞으로 달려가 다시 손잡아 달라고 간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어느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오랜 고심 끝에 과거로 가는 방향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면서 국민참여운동본부를 '개혁 색채' 강화의 근거지로 삼을 뜻임을 시사했다.

국민참여운동본부는 6일 노 후보와 청년 지지자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청년특보단 리딩 코리아' 발대식을 가진데 이어 오는 8일 제주, 13일 광주 설명회 등 100만 서포터즈 모집을 위한 지역순회 활동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민참여운동본부는 정동영, 추미애 공동본부장과 임종석 사무총장, 명계남 사업단장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유시민씨 등이 참여하는 개혁적 국민정당(가칭)과 인터넷 정당인 '정정당당'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여의도 대하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다음은 천 의원이 이날 당 정치개혁추진위원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발제문 전문이다.

***민주당, 죽기를 각오하고 거듭나야 한다-자기 반성과 자기 개혁을 통한 회생방안**

□ 민주당은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고통스럽기 그지 없지만, 지금 우리 민주당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서 사상 유례 없는 참패를 맛보았으며, 최근 정당 지지율과 대선후보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긍지와 희망을 잃고 있다. 그런데도 당의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은 서로 흩어져 대통령선거를 불과 70여일 앞둔 이 순간까지도 갈등과 반목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국민들의 외면과 심판을 면하지 못해서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존립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개혁세력의 정치적 구심으로서 빛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우리 당, 사상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해서 한국의 정치와 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듬뿍 모았던 우리 당이 어찌해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아니, 대여섯 달 전만 하더라도 국민참여경선의 열기 속에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던 우리 당의 영광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민주당(편의상 이하에서는 현재의 민주당과 그 실질적 전신이었던 국민회의 등의 정당을 총칭해 '민주당'이라 부르기로 한다)과 민주당 정권('국민의 정부')은 다른 어느 정당이나 세력에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역사적 위업을 이룩했다. 민주화와 인권의 신장, 경제위기의 극복, 지식정보시대에 번영을 가져올 IT 산업 등의 발전, 남북관계의 진전, 사회복지의 기초 구축 등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눈부신 업적이다.

그럼에도, 부정부패, 지역주의의 심화, 공적시스템을 무력화시킨 비선정치의 횡행 등 과오와 실정만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2000년 하반기 이후 민심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그 해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12월에는 김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라는 기념비적 사건이 있었음에도 떠나는 민심을 잡지 못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외부의 객관적 조건이 열악했던 탓이 크다. 소수파 정권·연합정권으로서의 한계, 야당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부당하지만 강력한 저항과 공격, 과거 정권이 초래한 경제위기와 그 극복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야기된 민생의 불안 등의 요인은 참으로 만만치 않았다. 우리의 비상한 노력과 올바른 대처가 없이는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책임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민주당과 민주당 정권은 열악한 상황을 타개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국민이 기대하던 만큼 최선을 다했는가?

나는 우리가 적어도 2가지 면에서 매우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첫째, 낡은 권력정치 행태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둘째, 정치개혁, 특히 우리 당을 포함하는 정당의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다.

과거 독재정권 이래 우리 사회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소수의 권력실세들이 집권당과 의회는 물론 수사기관, 정보기관을 비롯한 국가기구를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법을 무시한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기득권을 유지해 왔다. 이들의 권력 농단과 남용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결여된 가운데 국가기구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상실하고 권력의 시녀가 됐다. 특권과 부패가 판을 치며 대다수 선량한 보통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불안과 불만에 휩싸이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당과 국회를 중심으로 우리의 정치도 후진적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 정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일은 안하고 싸움만 한다는 국민적 비난을 듣고 있다. 정치의 부패도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치가 이렇게 된 것은 1인 지배의 권위주의, 분열적 지역주의, 투명성을 상실한 밀실정치, 광범위한 국민의 참여가 배제된 정당구조 등의 폐해가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야당 시절 이래 적어도 다음 3가지 한계를 뚜렷이 지니고 있었다. 첫째, 1인 지도자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인 반면 일반당원은 물론 국회의원 수준의 핵심당원조차 실질적 참여가 쉽지 않은 실정이었으며, 둘째, 지지기반과 주도 인물 측면에서 지역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고, 셋째, 맹목적 충성심을 가진 인물은 많지만 당과 국정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능력 있는 인재는 부족했다.

이런 한계는 지역 분열을 조장해온 독재정권에 맞서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형성된 것이어서 그 책임을 민주당에게만 돌릴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며, 또한 다른 정당들에게도 공통된 한계이기도 했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에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주도권이 없었으며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이 아니었기에 그 약점이 크게 부각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집권하는 순간 사정은 달라졌다. 국정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널리 유능한 인재를 모으고 이들이 책임있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했다. 낡은 권력정치 행태를 극복하고 정치개혁을 선도해서 국민통합이 이루어지고 국민참여가 보장되는 정치와 공정하고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데 온힘을 기울여야 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역사적 책무이며 사상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루어준 국민들이 우리에게 기대하고 요구한 과업이었다. 다시 야당으로 돌아갈 생각이 아니었다면 우리 자신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도 그래야만 했다. 집권세력이 된 우리에게는 민주당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정의 쇄신을 주도할 수 있는 권한과 여건도 갖추어졌다.

민주당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는 민주당을 주도해 온 세력·인사들의 기득권을 양보하는 자기희생적 자세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제 집권당이 됨으로써 막강한 권력을 지니게 된 민주당과 정부의 주도권을 다수의 기존 당원들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그들에게 부여함과 아울러 모든 지역의 개혁적이고 유능하며 깨끗한 인사들을 적극 발굴·영입해 그들과 공유해야만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성공하지 못했다.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정치개혁을 망설이고 권력정치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상당 부분 新기득권화했다.

민주당을 주도해 온 실세들은 여전히 낡은 행태를 버리지 못했다. 이들이 주도하는 당·정의 요직에 능력과 자세에 문제가 있는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견고한 세력을 구축하고 비공식라인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국정 운영의 무능과 개혁의 후퇴를 가져왔다. 당의 공식 지도부와 조직의 무기력 상태가 계속됐으며 심지어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조차 소외감을 깊이 느끼게 됐다. 2000년 초 신당(현재의 민주당)을 만들기까지 했으나 당의 체질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부실한 공직 인사, 야당 시절 그토록 강력히 요구했던 특검제 주장의 번복으로 상징되는 검찰 등 권력기구의 개혁 포기, 권력형 비리, 정치부패 및 공직자 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개선 등 노력의 포기, 정쟁 중심의 구태의연한 당과 국회 운영, 민생 관련 주요 정책 수행의 혼선 등이 국민을 실망시켰다. 급기야 5년 전 우리가 그토록 맹공했던 대통령 아들 등 권력 주변의 부패문제를 우리 스스로 재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개혁·쇄신파를 자임하는 당원들도 투철한 문제의식과 자기희생적 자세를 갖추지 못한 까닭에 집권 초기에는 안이한 자기합리화에 머물렀고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으나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재보선의 참패 이후 당은 극도의 위기의식을 가지고 국민경선제의 채택 등 자기개혁에 나섬으로써 민심의 회복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후 권력 주변의 부패문제가 부각되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게 됐음에도 우리 당과 우리 정권 인사들은 어느 누구 한 사람 책임을 지거나 분명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추진하지 않는, 참으로 厚顔無恥한 태도를 보였다. 그 결과 우리는 '부패정권심판'이라는 부패 원조들의 반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지경이 됐다

한편 당의 지도부와 국회의원들 상당수는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무원칙한 내분과 대립 양상을 보여 왔다.

민주당은 이른바 '신당'을 지도부와 당무회의가 공식 결의해 추진하려고 했다. 그 발상과 과정은 참으로 한심스럽다. 민주당은 우리에 대한 민심의 질책이 따가울수록 정치개혁의 정도를 걸어야만 민심을 회복할 수 있다. 먼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정당의 노선과 정책이 무엇인지, 그것이 민주당의 것과 어떻게 달라야 할지를 심층적 검토를 거쳐 분명히 한 연후에 비로소 신당의 추진 여부, 추진 주체, 함께 할 세력·인사의 선정기준 등을 결정했어야 한다. 민심이 멀어진 이유에 대한 자기반성은 하지 않고 명분이 없는 과거회귀적 잡탕식 세력의 집결에 급급하는 것은 올바르지도 않지만 민심회복이나 선거승리에 성공할 수도 없다.

민주당의 상당수 국회의원들과 중진들 중에는 당원들의 총의와 국민참여에 의해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대통령후보의 지위를 부정하는, 경선불복의 비민주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아직 충분한 국민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경유착을 넘어서서 '정경일치'의 폐해를 방지할 방법도 강구돼 있지 않으며, 심지어 한나라당 후보와도 단일화할 수 있다고 공언하는 당 밖의 인사와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무원칙하게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은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 아무런 제재나 대응도 하고 있지 않다. 이런 정당이 과연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수권세력을 자임할 수 있을까?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저하됐다고는 하나 그것이 정당한 후보 교체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후보의 지지율 저하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당내 분란의 지속이다. 과연 민주당의 실질적 정체성은 무엇인가? 낡고 썩은 기득권 정치를 온존시키는 것인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 행태를 유지·강화하는 것인가?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민주당의 위기는 우리가, 국정의 다른 여러 부문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낡은 권력정치 행태를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국정 운영의 미숙과 국정쇄신의 미흡을 초래하고 급기야 과거 정권의 부패를 되풀이했으며, 민주당의 자기혁신을 비롯한 정치개혁에 성공하지 못하고 아직도 과거회귀적이거나 현실에 안주하려는 퇴행적 자세를 고수하고 있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민주당의 상태가 계속된다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지만, 정권재창출의 주체가 되기는커녕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과 국가발전을 위해서 차라리 청산돼야 할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는 것을 덧붙히지 않을 수 없다.

□ 어떻게 민주당을 살릴 것인가?

우리 당의 위기는 참으로 위중한 상태이기 때문에 비상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이겨낼 수 없다. 우리는 오직 국민과 역사만을 바라보고 죽기를 각오해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철저한 자기 반성과 자기 부정,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자기 개혁을 통해 정치 발전과 국운의 융성을 이끌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당의 강령에 명시된 바와 같이 "중산층과 서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개혁적 국민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되살리는 것 뿐이다.

1. 대통령후보의 지위를 흔들고 대선 준비를 방해하는 일체의 당내 분파행동은 즉시 중지돼야 한다. 국민경선제와 노무현 후보에게 찬사를 보내던 인사들이 돌연히 원칙도 자존심도 버리고 노무현 후보 흔들기에 나선 것은 누가 보아도 정당하지 못하며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당원들은 이미 발족한 선대위에 합류해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 민주당과 정권 관련자들의 부패행위에 대해 우리 내부의 책임을 명백하게 가려내어 응분의 책임을 지워야 한다. 또한 부패행위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개선방안(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 등)의 입법화도 즉시 추진해야 한다.

한화갑 대표는 지난 7월 대표연설에서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이를 막지 못한 대통령 보좌진과 사정기관 책임자들 역시 응분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씀한 바 있다. 우리가 책임 있는 정치세력으로서 부패문제에 책임을 느낀다면 마땅히 우리 내부의 책임자를 문책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야당 시절 약속한 부패방지대책의 실천을 거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권력 주변의 부패를 조장한 책임자에 대한 문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3. 낡은 권력정치 행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인사에 부당 개입하는 등으로 국정 운영과 쇄신에 장애를 가져 왔던 인사들은 자숙하고 근신해야 한다.

4. 지난해 특대위 활동 이후 도입된 당 개혁 방안을 더욱 구체화시키고 발전시켜 실천해야 한다.

가. 당원들에게 당비 납부 등의 의무를 이행케 하고 그 이행자에 한해 당원의 권리를 행사할 자격을 주는 眞性당원화 방안을 즉시 실행해야 한다. 또한 당원이 인터넷을 통해 입당을 하고 당비를 내며 공직 후보자의 선출, 중요정책의 결정 등 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 권리를 보장하고 기술적 준비를 해야 한다. 앞으로 1개월 이내에 이번 대선의 공약으로 내세울 중요정책에 대한 全당원 인터넷투표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예컨대, 호주제폐지나 사형제폐지와 같은 문제를 투표 대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100만 당원으로부터 1만원 이상의 당비를 모금하는 캠페인을 강력히 전개해야 한다.

나. 당헌 상 9월 30일 이전에 설치해야 하는 예산결산위원회를 설치하고 10인 이내의 감사를 지명해 회계감사를 실시함으로써 당의 재정을 투명화시켜야 한다. 감사 중에는 외부 회계전문가 등을 포함시켜 신뢰를 높여야 한다. 앞으로 중앙당과 각 지구당의 재정운영 실태를 매월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의 더욱 진전된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

5. 당의 문호를 개방해 反부패 정치개혁, 국민통합, 중산층과 서민의 권익 옹호 등 민주당의 노선과 정책에 동의하는 모든 인사·세력의 참여를 환영하고 촉구해야 한다. 이들은 우선 선대위에 합류해 대선 캠페인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당헌에 이미 규정된 진성당원화와 총당원투표에 의한 공직후보자 및 최고위원, 지구당 위원장 등의 선출 제도를 발전, 정착시킴으로써 대선 후 조속한 시기에 선출직 당직자들의 기득권이 소멸하고 모든 당원들이 공평한 기회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치개혁주진위원회 위원들은 대선 전이라도 기득권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

우리 정치개혁추진위원회는 참신하고 유능한 세력의 영입과 협력 증진에 적극 나설 것이다.

6. 당의 지역·성·세대 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당은 이미 중앙당 대의원과 대통령후보선거인단의 구성에 있어 지역·성·세대 별 균형을 증진하기 위한 방안을 적용시키고 있다. 다른 기구의 구성에도 같은 취지를 살려야 하며 취약 지역·성·세대의 참여를 더욱 제고해야 한다.

단순히 정치개혁과 국정쇄신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국민을 감동시켜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 위에서 제시한 방안들(그 밖에도 더욱 참신한 방안들을 마련하기 위해 당원들과 국민들의 창의를 기대함)을 즉시 실천에 옮겨야 한다. 당의 대통령후보와 지도부가 나서서 논의와 실천을 이끌어야 한다. 그 결과 필요하다면 특별기구를 만들어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선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즉시 자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1주일 이내에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민주당은 회생이 불가능하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정치발전을 열망하는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을 버리고 새로운 정치주체를 선택하며 우리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핵심 당원들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우리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낡은 과거의 틀 속에서 대립과 불신으로 우리 모두 몰락하는 붕괴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개혁과 쇄신으로 새로운 정치를 만들고 민족대도약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번영의 길이다. 과거와 과감하게 결별해 더 이상 국민적 요구와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정치를 일소할 수 있는 용기와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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